한글노래 삶노래 . 낫
“난 언제 낫질
배울 수 있어?”
― 곧
“곧 언제?”
― 능금 썰 적에
칼 잘 다룰 즈음?
“나 이제 능금 썰 줄 알아.”
― 그래, 그런데 말이야
썰 수 있는 손하고
썰 줄 아는 손은
좀 달라.
“어떻게?”
― 아버지는 낫에 손가락 베며
낫질을 익혔는데
어른들 말을 잘 안 들었어.
“왜?”
― 그냥 할 줄 안다고 여겨
빨리 어른들하고 베려 했어.
낫질은 찬찬히 하고
힘들면 바로 쉬어야 해.
풀포기 밑동 위를 넉넉히 잡고
낫은 바닥에 대듯 눕혀서
낫날을 믿고 살짝 당기지.
“나도 할 수 있겠는걸?”
― 응, 그래.
더 지켜보자.
부엌칼부터 잘 다룬 뒤에.
2017.3.15.물.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