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 책
“이 책 봐도 돼?”
― 보고 싶니?
“응.”
― 기다리렴.
아버지가 먼저 살필게.
“왜 먼저 살펴?”
― 이 책이 우리 어린이한테
알맞을 만한지 봐야 하거든.
“알맞은 게 뭐야?”
― 우리 어린이가 알아들을 만한지
너무 어려운지
잘못된 줄거리가 있는지
아직 때가 이르다든지
여러 가지를 보아야 해.
“왜 그래?”
― 책을 짓는 어른 가운데
책을 누구나 스스럼없고
기쁘게 읽을 만하도록 안 하고
어떤 것을 팔려고 하거나
엉뚱한 이야기로 길들이려 하는
그런 사람이 있어.
“그러면 어른이 먼저 살펴?”
― 응.
어린이는 책에 적힌 얘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안 가리고
그대로 믿거나 받아먹을 수 있어.
“알았어.
그럼 얼른 살피고서 알려줘.”
2017.3.16.나무.ㅅㄴㄹ
한글노래 삶노래 . 온마을
이 마을에서
처음 꽃 한 송이 피면
이 꽃씨는
새랑 벌이랑 나비랑
풀벌레랑 바람이랑
아이들 바지나 치마를
살며시 거쳐
저 마을에
새롭게 깃들어
어느 날 문득
고요히 깨어나
온마을이 다 같이
꽃마을로 피어나
2017.4.29.흙.ㅅㄴㄹ
한글노래 삶노래 . 옆마을
우리 옆마을에
미사일이 들어선다면
핵발전소가 선다면
쇠가시울타리를 두른다면
화학공장을 세운다면
비좁은 닭우리 크게 짠다면
고속도로가 지나간다면
골프장을 닦는다면
군부대가 들어온다면
아파트로 빼곡하다면
우리 마을이 살 만할까.
또는
우리 마을이 저렇게 된다면
옆마을은 살 만할까.
2017.4.30.해.ㅅㄴㄹ
한글노래 삶노래 . 새마을
집집마다 텃밭을 두고
집집이 마당이 있고
온 집에 나무를 심어 돌보고
뭇 집에 아이들이 뛰놀고
이 집 저 집 제비를 반기고
어느 집이든 노래하는 살림일 적에
우리 마을은
새롭게 깨어나는
산뜻하며 싱그러운
살가운 터전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