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임길택 2022.6.7.



바람이 부는 날은

나무마다 춤추고

들꽃마다 노래하고

멧골이 들썩거린다


눈이 오시는 날은

나무마다 고요하고

들꽃마다 잠들더니

멧자락이 눈부시다


비가 드는 날은

빗자루 쥐고 마당 쓸어

빗방울 마시며 뛰놀고

멧숲이 푸르게 빛나


글을 쓰는 날은

참새 곁에서 소꿉

할머니 옆에서 수다

그리고 멧구름을 타지

.

.

전남 무안 작은시골에서 1952년에 태어난 임길택 님은 텃마을하고 한참 먼 강원 멧골마을·탄광마을에서 어린배움터(초등학교) 길잡이(교사)로 일합니다. 1997년에 매우 일찍 흙으로 돌아갔으나, 이때까지 멧골아이한테 멧빛이며 멧숲이 얼마나 짙푸른 하늘숨인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틈틈이 글을 남깁니다. 멧골아이 삶을 밝히는 글이 사라진 즈음, 또한 멧골아이한테 읽힐 글을 쓰는 어른이 없던 무렵, 바로 멧골아이 스스로 삶을 슬기롭게 사랑하면서 참하게 가꾸기를 비는 꿈을 차곡차곡 담으면서 하루를 푸르게 노래하려 했습니다. 어른은 언제나 아이한테서 배우는 삶인 줄 되새기는 마음을 펴려 했고, 서울 한복판 커다란 꽃송이보다는 시골자락 들꽃 한 송이로 새·풀벌레·개구리하고 동무하면서 나즈막하게 별빛을 그리고 빗물을 마시는 살림빛을 가만가만 적었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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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고라니



밭에 자꾸 내려와서

푸새를 갉아먹는다고

미워하고 죽이고

쫓아내려 하는구나


풀 먹고 열매 먹는

고라니 숲터를

죄다 밀어내고 깎아내고

짓밟지 않았니?


사람이 괴롭혔기에

사람밭 망가뜨리지 않아

사람이 일구는 밭은

예전부터 숲이었어


콩 석 알 심던

옛살림을 떠올리렴

사람도 새도 고라니도

푸른별 서로이웃이야


+ + +


푸른별에서 “곧 사라질까 걱정하는 갈래(멸종위기종)”로 손꼽는 ‘고라니’는 ‘고르르르 고로로로’ 하고 웁니다. 풀먹이짐승이라 들숲이 싱그러운 곳에서 살아가는데, 오늘날 우리나라는 멧자락까지 밭으로 일구거나 파헤쳐 길을 내기 일쑤이기에 밭으로 자주 내려오는데, 길에서 엄청나게 치여죽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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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노래꽃 . 자전거 2022.5.14.



하늘을 날면 시원하고

바다를 가르면 신나고

땅밑을 뚫으면 재밌고

멧길을 오르면 새로워


동무를 태우면 조잘조잘

동생을 앉히면 재잘재잘

너랑 같이 달려 깔깔깔

혼자 조용히 가며 빙긋


그러나 자전거이니

발끝으로 발판 구르고

등허리 곧게 펴고

팔도 무릎도 반듯하게


어떻게 날아가냐고?

실컷 날고 싶거든

어디로 달려가냐고?

온누리 어디나 씽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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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주디스 커 2022.5.14.



바람은 언제나 바람

햇살은 어디나 햇살

별빛은 너나없이 별빛

바다는 모두한테 바다


초롱초롱 눈빛인 아이

반짝반짝 손빛인 어른

살랑살랑 꼬리치는 범

가만가만 춤추는 냥이


오늘은 나를 그려

하루는 너를 그려

물빛을 담은 이야기에

마음빛 얹은 가락으로


만나기에 헤어지고

나누기에 넉넉하고

빼앗지도 잃지도 않는

하늘빛 품은 우리 집


+ + + 


1923년에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히틀러는 사람들 입을 틀어막으려 했고, 주디스 커 님 아버지는 바른말·참말을 꼬박꼬박 하려고 했거든요. 텃마을을 잃지만 어느 새터에 깃들든 눈을 밝히면서 받아들이고 기쁘게 놀면서 어린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세운 나라(정부)는 끝없이 다투고 싸우지만, 어린 주디스 커 님은 온누리를 따사로운 손길로 가꾸는 길을 꿈꾸었고, 이 꿈을 그림으로 풀어내고 글로 녹여내었습니다. 나쁜 것도 좋은 것도 따로 없이 오로지 사랑이라는 눈빛을 바라볼 적에 스스로 환하면서 넉넉하다고 배운 삶길을 ‘고양이 모그’하고 ‘범’하고 ‘어린이·할머니’ 모습으로 담아내려고 했어요. 그림이란 꿈이요, 꿈이란 그림이니, 어린이도 어른도 작은 붓을 쥐고서 활짝 웃고 노래하면서 춤추는 오늘을 상냥하게 여미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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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2022.6.2.

마음풀이 . 느슨



빨리 가야 하니?

더 서둘러야 해?

달려도 빠듯해?

숨돌릴 수 있어?


마감에 늦는다고 다그치면

마무리가 엉성하겠지

마지막까지 찬찬히 봐야

꽃매듭을 짓게 마련이야


너무 느슨하게 군다고?

걸음이 참 느리다고?

혼자 느긋하게 산다고?

이러다 안 늦느냐고?


겨울해는 늦게 안 떠

봄바람은 느리지 않아

잎망울은 안 느슨하지

들숲바다는 모두 느긋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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