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헤어짐



멀리 떠난 동무 찾아

고개 넘고 냇물 건너

멧길 갈라 바다 너머

드디어 만난다


“얼마만이니?“

“어떻게 지내?”

“보고 싶었어!”

밤을 하얗게 수다꽃


이슬 내리는 새벽 이르러

우리 집 돌아갈 무렵

다시 헤어지자니 서운해

발길이 안 떨어지네


“우린 늘 서로 헤아리지.

 헤아리며 마음이 만나니

 기쁘게 헤어지고서

 이다음에 반갑게 놀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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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노래 . 고정희



높은 봉우리에 올라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낮은 꽃봉오리 곁에 앉아도

하늘을 바라보고


돌이는 언제

살림손으로 사랑할까

순이는 오늘

숲빛으로 속삭일까


골짝물은

바위를 적시고

들판을 어르고

바다로 나아가지


구름송이는 눈송이로 가고

꽃송이는 눈물송이로 맺어

움트는 여린 잎에

우리 눈빛이 물든다


ㅅㄴㄹ(2022.4.2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갈수록

고정희를 모르는 사람이 늘고

고정희를 안 읽는 사람이 는다.


고정희를 알아야 하거나

고정희를 읽어야 한다고

말할 마음은 없다.


다만

고정희처럼 눈물송이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시인’이

안 보인다고 느낀다.


눈물인 척하는 글(문학)이

넘칠수록

오히려

다시 고정희 시집을 꺼내어

찬찬히 되읽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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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바느질 (살림노래)



실을 엮어 천을 짜면

알맞게 마름하고 바느질

실을 감아 타래 여미면

또각또각 뜨는 바느질


한 땀씩 기우고

두 땀 석 땀 이루고

실을 새로 잇고

무늬를 살몃 넣고


깁고 매고 덧대고

짓고 풀고 나누고

실을 꿰어 바늘이 춤추고

바늘땀 마치면 매듭


삼줄기는 옷으로 간다

모시줄기도 옷으로 가

풀빛으로 얻은 옷에는

푸른내음이 물결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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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노래 . 권정생



소꿉놀이를 하고 싶어

실컷 달리고 싶어

짝꿍을 사귀고 싶어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어


마당에 풀밭을 가꾸었지

풀밭엔 개구리 쥐도 살지

곁에는 별님이 내려앉고

바람님도 쉬다 가고


아이를 낳아 돌보고 싶어

개구쟁이로 놀고 싶어

하늘빛을 품고 싶어

그대로 내가 되고 싶어


해바라기를 하다가 졸고

아침저녁 조금만 먹고

어린날 이야기 몇 줄 쓰고

꿈결에 어머니 뵙고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며 어머니랑 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시골에서 조용히 혼자 쥐랑 동무하고 들풀이랑 벗삼고 별하고 놀던 권정생 님은 시골아이가 읽을 만한 글이 너무 없는 줄 깨닫고는 시골아이한테 들려줄 이야기를 하나둘 지어 보았고, 이 글은 시골아이뿐 아니라 서울아이한테도 마음을 다독이는 사랑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가난하게 살았기에 가난을 수수하게 그렸고, 어머니하고 언니를 그리며 지냈기에 시골에서 조촐하게 한집안을 이루면서 오순도순 흙을 짓고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도란도란 누리는 살림을 꿈꾸었습니다. 몸이 아파 많이 먹을 수 없기도 했지만, 더없이 아프고 앓는 사이에 하늘빛이 어떻게 사람들 마음으로 스며서 반짝이는가 하고 고요히 느끼고는, ‘전쟁무기·군대’가 아닌 ‘호미를 쥔 손’이어야 아름답다고 노래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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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2022.4.19.

사람노래 . 이오덕



이곳에서 짓는 바람은

감나무를 쓰다듬고

멧딸기를 어루만지고

감자밭을 보살피고


저곳에서 보는 바람은

개구리노래를 담고

멧새노래를 이루고

풀벌레노래를 싣고


그곳에서 오는 바람은

별빛을 고이 씻고

숲빛을 듬뿍 달래고

빗빛을 고루 심고


삶이란 오늘

살림이란 나눔

사랑이란 우리

온말에 온누리가 있어


ㅅㄴㄹ


멧골에서 나고자란 이오덕 님은 어린이를 가르치는 길잡이 노릇으로 온삶을 보내었습니다. 큰고장(도시)이 아닌 멧골 작은배움터(분교)에서 흙꾼(농사꾼)으로 태어나 흙꾼으로 살아갈 멧골아이를 온마음으로 사랑하여 돌보는 길을 걸어가면서, 멧골아이가 스스로 삶을 쓰고 그리도록 북돋았습니다. 이러면서 ‘글쓰기 = 삶쓰기’인 줄 깨달았고, 시골아이도 서울아이도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삶을 밝히며 생각을 가꾸는 글쓰기로 하루를 그리기를 바라는 뜻을 펼쳤습니다. 이 뜻은 ‘어른 글쓰기판’을 사로잡은 ‘일본 한자말이어야 글멋이 난다’고 여기는 물결을 거스르면서 ‘시골사람이 알아듣도록 쉽게 가다듬는 우리말이어야 비로소 삶글로 피어난다’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우리글 바로쓰기》란 책으로 새물결을 일으키기도 했고, 멧새가 되었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2022년 4월 19일 아침 아홉 시부터 낮 세 시까지

이오덕 어른 아드님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었다.


이정우 아저씨도 많이 늙었다.

이정우 아저씨는 “자네도 많이 늙었어.” 하신다.


나는 하루 내내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 나

둘째, 아이들하고 곁님

셋째, 숲

넷째, 별과 하늘과 해와 풀꽃나무

다섯째, 우리 푸른별

여섯째, 말꽃(사전)


4월 19일 새벽 네 시에 ‘사람노래’를 쓰자는

생각이 불쑥 들었고

첫 꼭지로 ‘이오덕’을 썼다.

난 쓰면서 울었는데

이오덕 어른 아드님은

“자네는 시는 못 쓰는구만.” 하신다.


내가 ‘동시를 잘 쓴다’는 생각은

아예 한 적이 없으나

‘시를 못 쓴다’는 말을 밤까지 내내 생각하다

‘난 나대로 쓸 뿐이에요’ 하고 혼잣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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