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박정희 그림할머니 2022.5.15.



손발 묶이고 눌릴 적에

우리글조차 못 쓸 때에

콕콕 찍는 글씨로

눈빛 밝히려는 아버지 곁


가난해서 굶을 적에

아파도 그저 견딜 때에

돌봄터에서 돌봄삯 없이

슬쩍 보내주는 짝꿍 곁


아이 품고 살피는 어버이로

집살림 짓고 펴는 어머니로

예순 해 남짓 고이

고요히 살던 어느 날


“이제는 하늘빛을 붓으로

 물빛에 풀어 그릴라오.”

인천 화평동 한켠에

풀꽃 담는 그림집 서다


+ + + + +


온누리가 캄캄하게 짓밟힌 한복판(1923년)에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송곳으로 글씨를 찍는 일로 하루를 보냅니다. “앞을 못 보는 이웃한테는 이렇게 찍는 글씨가 빛이다.” 하고 들려주는 아버지 박두성 님 말에 손이 저려도 점글책을 찍었습니다. 함께 살림을 짓는 곁님은 ‘병원 의사’이되 가난한 이웃한테 값을 안 받고서 뒷문으로 나가라 이를 뿐 아니라 돈까지 쥐어 주니 도무지 살림을 꾸릴 나날이 아니었다지요. 다섯 아이가 모두 제금나고 나서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고 외치면서 집안일·부엌일이 아닌 “물빛그림(수채화)으로 꽃을 담는 길”을 걷습니다. 곁님이 꾸리던 ‘평안의원’은 ‘평안 수채화의 집’으로 바꾸고, 하늘빛 담은 물빛으로 흰종이에 부드러이 적시는 꽃빛을 펼쳐 스스로 나비처럼 날갯짓하는 하루를 누리고서는 2014년 12월에 마지막 붓을 고요히 내려놓았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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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용서점 (부천)



새가 내려앉는 나무 곁

나비가 쉬는 꽃송이 옆

바람이 깃드는 풀잎 앞

가만히 서서 하늘바라기


누구나 올라타는 나무하고

모두 사랑하는 꽃이랑

온누리 품는 풀처럼

포근히 앉아 빛바라기


오늘은 나무한테서 듣고

하루는 꽃한테서 배우고

언제나 풀하고 나누면서

즐거이 만나 사랑바라기


아침은 새노래로 맞고

낮은 나비하고 놀고

저녁은 푸르게 닫아

밤에 함께 별바라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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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

숲빛노래 . 비둘기 2022.5.20.



사람이 미운 새는 없어

사람하고 하늘 사이에

푸르고 맑게 길을 내어

노래하려는 마음이야


사람이 죽인 새는 많아

사람다운 빛을 잃기에

파랗고 밝은 꿈을 잊어

고꾸라지는 쳇바퀴야


우리 비둘기는

아무리 먼 곳이어도

휘휘 돌아보고 살펴서

구구구구 알려준단다


너희는 어디를 가니?

너희는 무엇을 보니?

너희는 어떻게 말해?

사이좋은 길을 찾니?


+ + +


사람들은 ‘집비둘기’를 곁에 두며 ‘글월을 띄우고 받는 이음길’이란 일을 맡겼어요. 똑똑하고 착하며 살뜰히 사람 곁에서 이바지했어요. 멧비둘기는 숲에서 우렁차게 노래하며 푸른빛을 알려줘요. 이러다 비둘기도 숱한 새처럼 삶터를 사람한테 빼앗기지요. 오늘날 서울(도시)이란 ‘비둘기로선 잃어버린 보금자리’예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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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숲빛노래 . 범 2022.5.5.



사람마을에 굳이

내려갈 생각 없고

사람을 구태여

할퀼 뜻 없어


숲을 망가뜨리는 놈하고

나무를 괴롭히는 녀석이랑

풀꽃을 짓밟는 놈팡이를

어흥 놀래킬 뿐


내가 고기를 먹을까?

내가 사냥을 해댈까?

넌 범을 범으로 보면서

동무로 사귄 적 있니?


우린 빛잊은 놈을 잡아

우린 빛없는 녀석을 물어

우린 빛잃은 놈팡이를 쳐

우린 빛으로 살며 하나야


+ + +


이 땅에서 범이 자취를 감추었어요. 북녘에는 아직 범이 남았을 수 있지만, 북녘에서도 범이 살아남기는 만만하지 않아요. 범이 살자면 사람 발길이 안 닿는 숲이 드넓어야 하고, 온통 푸르게 물들어야 하거든요. 사납거나 모진 짓을 하던 짓궂은 나리(관료)를 꾸짖는 숲님(신선)이 예부터 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했어요.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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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곰



꽃을 먹고 잎내음 맡는 봄

딸기 먹고 숲을 달리는 여름

열매 먹고 냇물서 노는 가을

눈송이 보고서 자려는 겨울


이러다 언제부터인지 시끌시끌

부릉부릉 쌩쌩 쾅쾅 덜컹 야호

우람나무 쓰러지고

잿빛더미 늘어나고


쉼터가 사라지면서

밥터가 줄어들다가

놀터를 빼앗기더니

삶터를 잃어버린다


사람이라는 저이들은

겨울에 잠도 없나

사람이라는 저 이웃은

밤낮없이 불 켜고 뭐 하나


+ + +


숲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가볍게 달릴 줄 알며, 숲을 고이 돌볼 줄 아는 숨결인 곰입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곰을 높이 여기면서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곰한테서 배와 왔어요. ‘곰곰이’나 ‘곱다’나 ‘고루’나 ‘고요’ 같은 낱말은 ‘곰’하고 말밑이 같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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