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일각 신장판 1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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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살짝 풀어준다면



《메종 일각 14》

 타카하시 루미코

 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9.30.



  《메종 일각 14》(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은 이제 열다섯걸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야기가 하나하나 어떻게 엮고 맺는가를 넌지시 밝히기도 하고, 아직 몇 가지 실타래를 남기기도 합니다. 흘러가는 결을 본다면, 저마다 어떻게 짝을 맺을는지 어림할 만한데, 누가 누구랑 짝을 맺는지도 대수로울 만하지만, 이보다는 ‘짝을 맺는 길’이 훨씬 대수롭지 싶어요.


  모든 사람은 마음이 다릅니다. 확 트인 사람이 있다면, 좀처럼 틔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확 트인 사람더러 좀 추스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좀처럼 못 틔우는 사람한테 왜 틔울 줄 모르느냐고 닦달하기도 힘들어요.


  저마다 다른 삶이요 사람이며 사랑이기에, 다 다른 길로 알맞게 흐르고 돌고 거치고 어우르면서 만나기 마련입니다. 어제 만난 사이가 있으면, 오늘 만나는 사이가 있고, 모레 만나는 사이가 있어요. 때로는 다음이나 다다음 삶에서 만날 테고요.


  잘 풀어가든 좀처럼 못 풀어가든, 끈을 조금 느슨히 두면 됩니다. 잘 푼다면 잘 푸는 대로, 또 못 푼다면 못 푸는 대로, 이 모습이 고스란히 우리 얼굴인 줄 느끼고 알아채면서 가다듬으면 돼요.


  못났으니 못난 줄 알면 됩니다. 잘났으면 잘난 줄 알면 되어요. 어설프면 어설픈 줄 알면 되지요. 똑똑하면 똑똑한 줄 알면 되고요.


  한숨 한 줄기는 어느새 한숨 두 줄기에 석 줄기에 넉 줄기로 잇닿습니다. 웃음 한 자락은 어느덧 웃음 두 자락에 석 자락에 넉 자락으로 이어가요. 아직 한숨을 쉬고 싶다면 한숨을 쉬어도 좋습니다. 아직 뒹굴고 싶으면 얼마든지 뒹굴어 봐요. 이제 일어나고 싶으면 기지개를 켜고 웃어요. 나무 곁에 서서 나뭇잎을 쓰다듬고, 들풀 곁에 쪼그려앉아 들내음에 흠뻑 젖어요.


  여러 길이 얼크러진 모둠집입니다. 여러 말이 어우러지는 모둠살이입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집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있으면 넉넉하면서 포근합니다. 새로 올린 집이라지만 사랑이 없으면 차가우면서 갑갑합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우리 집을 어떤 터로 가꾸고 싶나요? 《메종 일각》이라는 삶길에서 옛생각에 젖은 채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옛생각이 머무는 바탕에 새살림을 차리면서 아이들을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스스로 길어올릴 적에 사랑이요, 스스로 터뜨릴 적에 웃음이요, 스스로 꽃피울 적에 이야기입니다.


ㅅㄴㄹ


“천천히 행복해지도록 합시다. 우리는 앞으로 계속 함께니까요.” (46쪽)


“조금만 더 숨통을 틔워 주는 게 낫지 않겠어?” “네?” “어쩐지 녀석을 보고 있으면 무리를 해가며 버둥거리는 것 같아서 그래.” (61쪽)


“정말, 잘 속으시네요.” (96쪽)


“애당초 말이지, 너처럼 미망인에다 젊지도 않고, 학력도 기술도 없는 제멋대로인 애를 데려갈 사람은,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앞으로 영원히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자기 딸한테, 그렇게까지 악담을 퍼부을 수 있어요?” (116∼117쪽) 


“역시 그 남자랑 뭔가 있었던 거예요.” “뭐야, 그 기뻐하는 표정은! 우리 딸을 쫓아다니고 말이야. 쿄코가 그렇게 질색을 하고 있잖아.” “그래요? 그런 것치곤, 고다이 씨가 올 때쯤에는 꼭 집에 있던데.” (138쪽)


“남자한테 손 한 번 잡게 해주지도 않으면서, 그 사람 때문에 울고불고 짜다니, 기도 안 찬다니까. 당신같이 골치 아픈 여자한테서 남자를 빼앗을 정도로, 제 취향은 특이하지 않다고요. 바보.”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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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めぞん一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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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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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는 어디에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

 시노하라 치에

 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7.11.25.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7)을 읽으며 ‘날개’하고 ‘꿈’을 생각합니다. 첫걸음부터 아홉걸음에 이르도록, 또 열걸음 뒤로 흐르는 이야기를 찬찬히 보면 늘 ‘날개’랑 ‘꿈’이 맞물립니다.

  남이 달아 주어야 하늘로 오르는 날개일까요? 내가 스스로 달아서 하늘로 가는 날개일까요? 날개는 어떻게 돋을까요? 날개는 언제 날까요? 날개가 없기에 못 날고, 날개가 있어야 날까요?


  모든 삶은 수수께끼이자 실마리입니다. 알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언제나 실마리가 되는 삶이지만, 알려고 안 하는 사람한테는 늘 수수께끼로 맴도는 삶입니다.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찾는 삶인데, 찾으려고 안 하는 사람은 못 찾는 삶이에요.


  사랑을 바란다고요? 네, 그러면 스스로 사랑하셔요. 남이 사랑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면 됩니다.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듯 옆사람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풀꽃나무를 사랑하고 비바람을 사랑하고 여름겨울을 사랑하고 온누리를 사랑하노라면, 어느새 우리 곁은 사랑으로 출렁출렁하면서, 우리하고 사랑을 나누려는 누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내가 사랑으로 다가서지 않는데 네가 나한테 사랑으로 다가설까요? 내가 미움이며 시샘이며 짜증으로 다가서려는데 네가 나한테 미움이며 시샘이며 짜증이 아닌 채 다가설 만할까요?


  아주 쉬워요. 우리가 두 손에 싸움칼을 꽉 쥐고 우락부락 노려보면서 저쪽으로 다가선다면, 저쪽에서는 두 팔 벌려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설까요? 아니면, 저쪽에서도 우리랑 똑같은 차림새가 될까요?


  저쪽에서 안 하니 우리도 안 한다고 여기면 늘 쳇바퀴입니다. 저쪽은 그만 쳐다봐요. 우리 마음을 바라봐요. 나부터 스스로 어떤 마음빛인가를 알아야 해요. 내가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짓는 숨결인가를 읽어야 해요. 어제 오늘 모레를 잇는 걸음걸이에서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떤 마음결로 가다듬어서 가꾸는가를 헤아려야지요.


  그림꽃책에 나오는 사람은 호젓한 마을을 빼앗깁니다. 종이 되었지요. 이러다가 어느새 귀염짝이 되고, 사랑짝으로 이어가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놓지 못해요. 굴레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고픈 꿈은 키우되, 어떻게 하면 이웃을 안 죽이면서 ‘나부터’ 날개를 펼 만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이 생각이 힘을 잃습니다. 제풀에 지쳐서 꿈이 사라졌다고 여기지요. 그런데 꿈은 왜 사라질까요? 우리는 왜 제풀에 지치나요? 남이 우리를 지치게 했나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 제살깎기를 하나요?


  사랑은 버티기가 아닙니다. 버텨서는 사랑이라는 꽃망울이 터지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꽃망울은 오로지 우리가 스스로 사랑으로 빛날 쩍에 피어납니다. 터럭만큼이라도 사랑이 아니라면 흐트러지지요. 엇나갑니다. 고치에서 꿈꾸는 애벌레가 티끌만큼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엉뚱한 몸으로 태어나고 말아요. 그저 꿈꾸고, 다시 꿈꾸며, 새로 꿈꾸는 길에서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기에 하늘을 눈부시게 가르며 날아오르는 나비로 거듭납니다.


  꿈이 없다면 죽은 눈빛입니다. 꿈이 있기에 빛나는 눈망울입니다.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에 나오는 사람들 눈매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빛날까요? 누가 언제 어떻게 시커멀까요? 오늘 우리 눈은 어떤 빛깔인가요?


ㅅㄴㄹ


‘꿈은 끝났다. 자유롭게 날아가겠노라 꿈꾸었던 하늘은 사라졌어. 그렇다면 땅에 발을 붙이고 걸어가야 해. 이 아름다운 도시가, 이 화려한 궁전이, 나에게 주어진 대지. 그렇다면 황금의 대지로 만들어 주겠어.’ (14∼15쪽)


“이렇게 주에 몇 번씩 도서관에 다니시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요?” “책을 읽는 건 좋아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이 정도뿐이니까.” (53∼54쪽)


“나는 죽이지 않겠어. 방해되는 자를 죽이지 않고 여기서 살아갈 거야!” “휘렘 님. 그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브라힘 님은 우리를 휘렘 님께 보내신 것인데.” “알고 있어. 하지만 해볼 거야.” (84∼85쪽)


“저는 살해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국 밖을 보고 싶어요. 죽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어, 아버지처럼 북쪽이든 남쪽이든 먼 나라를 직접 보고 싶어요.” (136∼137쪽)


“그럼 무스타파 전하.” “네?” “내 아들 메메드 전하도 데리고 가 주실래요?” “네! 얼마든지요!” (141쪽)


‘알고 있다. 내가 굴바하 님께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지금뿐. 이 지위에는 아무 형태도 없다. 한순간의 거품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158∼159쪽)


しのはらちえ 篠原千絵 夢の雫、黄金の鳥籠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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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2
쿠즈시로 지음, 송수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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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랑 한집에서 살고 싶나요



《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2》

 쿠즈시로

 송수영 옮김

 미우

 2017.7.15.



  《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2》(쿠즈시로/송수영 옮김, 미우, 2017)을 읽으면서 ‘왜 누구랑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적에 즐거운가 하고 생각합니다. ‘왜 이 사람이지?’ 하고 갸웃거릴 까닭은 없어요. 둘레에서 보기에는 터무니없거나 바보스러울는지 몰라도, 이곳에서 모둠살이를 이루려는 사람은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첫째로 사랑을 바라보지요. 둘째로 꿈을 바라봅니다. 셋째로 살림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느긋하고 아늑한 삶을, 새롭게 피어나면서 노래할 길을 바라보아요. 이밖에 무엇을 바라보면서 즐거울까요? 겉모습을 바라봐야 할 까닭이 있나요? 옷차림이나 세간붙이를 바라봐서 뭐가 좋은가요? 돈이나 이름값을 바라본대서 우리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 살림을 얼마든지 만지작거리며 자랐습니다. 빛꽃틀(사진기)이든, 호미나 낫이나 쟁기이든, 톱이나 망치나 부엌칼이든, 붓이나 종이나 책이든, 실컷 만지면서 놀아요. 이제 걸음마를 떼려는 아이가 묵직한 빛꽃틀을 들었기에 떨어뜨려서 깨질까요? 그렇게 걱정하면 그 걱정대로 갑니다. 아귀힘이 조금 붙은 두어 살 아이가 어버이 곁에서 도마를 받아 부엌칼을 쥐었기에 손가락을 벨까요? 이렇게 근심하면 이 근심대로 갑니다.


  오직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으면 아이한테는 이 ‘빙그레 웃음짓는 사랑’이 찌릿찌릿 퍼져서 스며요. 오로지 근심걱정으로 마주하면서 낯을 찡그리면 아이한테는 이 ‘찡그린 근심걱정’이 쩌릿쩌릿 번져서 물들고요.


  혀에 얹는 말뿐 아니라, 눈으로 보내는 빛에다가, 마음에 담은 생각씨앗으로 모두 바꿉니다. 미움을 가득 실은 채 지은 밥을 먹으면 마땅히 배앓이를 합니다. 밥에 뭘 안 타도 돼요. 미움을 실어서 밥을 지으면 ‘죽음밥’입니다. 씨앗이 안 트기를 바라면 씨앗을 손바닥에 얹고서 거친 말을 쏟아붓고서 땅에 묻어 봐요. 죽어도 씨앗은 안 트겠지요.


  사랑으로 삶는 튀김국수라면 어떤 양념으로 버무려 내놓아도 몸을 살립니다. 사랑이 없는 풀밥(생채식)이라면 어떤 아름풀로 차려도 몸을 죽입니다. 겉모습을 먹지 않아요. 속에 깃든 기운을 먹습니다. 한집에는 아무하고나 살지 못해요. 늘 사랑으로 마주하고 노래하고 어울릴 곁사람일 적에 함께살 만합니다. 《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는 ‘죽은 오빠’랑 함께살기로 한 분이 오빠가 죽고 나서도 그대로 이 집에 깃들면서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고픈 길을 들려줍니다.


  누구하고 살면 즐거운가요? 누구하고 살면 날마다 노래인가요? 누구하고 살기에 언제나 활짝 웃나요?


  저는 우리 보금자리에 풀꽃나무를 놓고 싶습니다. 이 풀꽃나무 곁에는 새랑 풀벌레를 놓고 싶습니다. 새랑 풀벌레 곁에는 벌나비랑 바람을 놓고 싶습니다. 벌나비랑 바람 곁에는 해랑 별이랑 무지개를 놓고 싶으며, 이 곁에 구름이랑 눈비를 놓고 싶어요. 그리고 맑은 냇물이며 푸르게 우거진 숲에다가, 이 모두를 품을 활짝 열린 마음인 어린이하고 짝꿍이 있을 적에 날마다 꽃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여러모로 생각해 봤는데, 시노.” “네.” “나, 그 집에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아도 될까? 시노랑 둘이 살고 싶어.” (18∼19쪽)


“그럼 왜 선수를 그만둔?” “부모님이 이혼했거든요. 제가 동생을 돌봐야 해서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32쪽)


“대단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예요?” “그냥 평범하게 엄마한테 배운 건데.” (63쪽)


“그렇구나. 엄마한테 배웠구나. 평범하게 생각하면 당연히 그렇겠네요.” (64쪽)


“녀석도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닐까? 괜히 걱정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 “하지만 전 뭐든 좋으니까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네 욕심이지. 상대방한테만 요구하면 쓰나. 이런 것일수록 윗사람이 먼저 다가서야지.” (84쪽)


“물론 사적인 일이나 말하고 싶지 않은 얘기는 안 해도 돼. 하지만 이거 하나는 지켜줘. 만일 앞으로 또 혼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도 먼저 나한테 말하기.” (91∼92쪽)


“왜 싫어? 모처럼 여자애로 태어났잖아!” “아니, 전 유카타도 없단 말이에요.” “내 걸 입으면 되지.” (152쪽)


‘그런 추억이 있는 거라면 이건 노조미 씨에게 아주 소중한 유카타잖아. 남한테 입히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1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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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O 마오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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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니?



《마오 1》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11.25.



  《마오 1》(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를 손에 쥐는데 불쑥 《블랙 잭》이 떠오릅니다. 아니 이분,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테즈카 오사무 님을 기리는 그림꽃책을 선보이시나 싶어요. 《마오》에 나오는 아이 머리빛이며 얼굴 흉터는 바로 ‘블랙 잭’ 판박이일 뿐 아니라, 이 아이가 하는 일은 ‘다치거나 아픈 이를 돌보는 길’입니다.


  그림꽃을 펴는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줄거리를 꼬거나 이야기를 에두르지 않습니다. 늘 대놓고 그립니다. 처음부터 모든 실마리랑 수수께끼랑 밑감이랑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요. 다만 이렇게 몽땅 드러내되 이 여러 가지를 엮어서 짓는 이야기꽃은 남다르고 새롭습니다. 그렇기에 꽤 길게 이야기를 꾸려도 지치는 빛이 없을 뿐더러, 따분하거나 늘어지는 빛이 없어요. 노상 싱그러이 그려내지요.


  이 그림꽃책에 나오는 ‘마오’란 아이는 구백 해쯤 살아왔다고 합니다. 죽음을 잊은 몸이 되어 살아가는 셈인데, ‘죽음을 잊은 몸이 된 실마리’를 풀려고 하다가 2020년 언저리를 살아가는 아이하고 만난다지요. 오늘하고 어제를 가로지른 아이는 어린 날 어떤 일에 휩쓸려 두 어버이가 그곳에서 바로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하는데, 그때 일이 머리에 제대로 안 남았다고 해요. 아마 이 아이는 어릴 적 어떤 일을 겪으며 몸이 확 달라졌지 싶어요. 이 아이가 백 해를 거슬러서 1900년대 첫자락을 살아가는 ‘마오’를 만나는 일도, 또 마오가 구백 해 앞서 겪은 일도, 뭔가 수수께끼가 있으며, 바로 이 수수께끼를 두 아이가 함께 풀어나가는 줄거리를 다루는 《마오》입니다.


  한창 읽다가 문득 책을 덮고서 생각합니다. 웬만한 그림꽃책은 ‘어린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를 이끌어요. 때로는 ‘나이든 사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앳된 사람들이 새롭게 부딪히고 마주하고 갈무리하고 추스르고 바꾸고 짓는 길을 다룹니다.


  곰곰이 본다면 모든 아름다운 그림꽃책은 ‘어린이·푸름이가 스스로 마음으로 깨닫고 사랑하면서 새롭게 짓는 우리 삶터’를 줄거리로 삼는구나 싶습니다. 숱한 어른은 틀을 세워 이 틀에 어린이·푸름이를 가두려 합니다. 이 나라 배움수렁(입시지옥)이 그래요. 배움수렁을 지나간 뒤에 맞닥뜨릴 숱한 수렁도 매한가지입니다.


  돌림앓이가 퍼진 지 한 해가 지나가는 2020년 12월인데, 이 한 해 동안 ‘어른’이 한 일이란,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몇인가 세서 날마다 알리며,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고 걱정하도록 부추기기(확진자 수 발표 +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돌림앓이에 걸려서 숨진 분도 있습니다만, 거의 모두는 말끔히 털고 일어납니다. 새로운 돌림앓이가 아니어도 고뿔에 걸려서 숨지는 분이 있고, 고뿔을 깨끗이 씻어내고서 한결 튼튼하게 서곤 합니다.


  어른다운 어른, 곧 철이 든 사람이자 어진 사람이며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오늘날 터전에서 ‘돌림앓이에 걸려도 말끔히 낫는 길’을 들려주고, ‘돌림앓이에 걸릴까 걱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할 일을 잊지 않도록,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꿈을 사랑으로 그려서 즐겁게 일하고 포근히 쉬는 길’을 이야기할 노릇이에요.


  그러니까 요즈막에는 ‘철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인 ‘어른’다운 어른이 드물어요. 앓는 이를 돕고, 앓고 난 이웃을 보듬고, 언제나 마을이 숲으로 가득한 푸른 보금자리가 되도록 땀흘리고 마음을 기울일 사람이어야 참어른이지 싶은데, 참어른은 어디 있나요? 《마오》에 나오는 아이들은, 구백 살이나 산 사람을 ‘아이’로 묶기는 멋쩍습니다만, 아무튼 이 아이들은 바꾸려고 합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틀을, 쳇바퀴가 쳇바퀴인 줄 모르고 휩쓸리는 어른 터전을, 우리가 손수 지어 가꾸는 사랑터로 바꾸고자 마음눈을 뜨고 손을 잡습니다.


ㅅㄴㄹ


“너는 왜 싸우지 않았지?” “뭐? 내가. 왜요?” “아무리 봐도 네가 격상이었는데. 그 증거로 네 피가 묻으니, 그놈은 바로 도망치려 했잖아.” (30쪽)


“날았었지? 내가. 어제부터 이상한 일만 자꾸 일어나.” (46쪽)


“그래도 어제 돌아갔을 때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어.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왜 내 시대와 다이쇼 시대가 이어졌을가. 다만, 여기에는 뭔가 단서가 있을 거야.” (93쪽)


“왜, 키바 너는 강하잖아.” “강하다니. 내가? 아닌데. 몸도 약하고 운동도 못하고.” “그러니까, 사고도 있었고 힘든 일이 많았잖아. 그런데도, 전혀 그런 낌새 없이 언제나 밝다고 할까. 정신적으로 아주 강하다고 할까.” ‘음, 칭찬하는 거 맞지?’ (159쪽)


“흐음, 요괴를 모두 퇴치만 하는 건 아니구나.” “요괴 중에서도 얌전한 자가 있고, 사람을 잡아먹는 흉포한 자가 있습니다. 인간과 마찬가지죠. 그리고 마오 님은 원래 부수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장기였던 모양이고.” (163쪽)


“나이가 몇 살이야?” “도중에 헤아리는 걸 그만뒀는데, 900년 정도는 된 것 같군.” “900년?” (176∼17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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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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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다리로 디디는 바람맛



《겁쟁이 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겁쟁이 페달 5》(와타나베 와타루/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다리로 디디는 바람맛이란 아직 겪지 못한 사람은 알 길이 없습니다. 생각만으로 알아낼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생각으로 알아내더라도 몸으로 맞아들이지 않을 적에는 거의 뜬구름잡는 소리가 되기 쉽습니다.


  다리로 걷는 바람맛은 스스로 누려 보아야 알아요. 걷지 못한 사람은, 또는 걷지 않은 사람은 두 다리로 걸어가면서 누리는 바람맛을 알 턱이 없습니다. 바닷길을 걷지 않고서 바닷바람을 알까요? 들길을 걷지 않고서 들빛이며 들내음을 안다고 말해도 될까요? 숲길을 걸은 적이 없이 숲바람이며 숲노래를 얼마나 헤아릴까요?


  골목길을 걷지 않은 몸으로 골목길을 품은 마을을 가꾸는 새길(정책)을 펴려 한다면 겉치레나 허울이 가득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곳이든 매한가지예요. 스스로 해보지 않는다면 모릅니다. 아기를 낳아서 젖을 물려 보지 않았다면 내리사랑을 알 길이 없습니다. 사내라면 적어도 젖병을 물려야겠지요. 아기를 어르고 달래며 자장자장 노래하는 하루·이레·달포를 보내다가, 아기가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모든 삶자락을 마주해 보지 않고서야 ‘사랑’이란 낱말을 혀에 얹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봅니다.


  저는 ‘달림이’를 탑니다. ‘자전거’라는 한자말을 이 낱말로 풀어내 봅니다. 우리는 두 발로 땅을 박차며 힘껏 달리기도 하지만, 바퀴 있는 탈거리에 앉아서 달리기도 해요. “스스로 구르는 수레” 같은 이름은 어쩐지 안 어울려요. 우리는 ‘자전거’라는 탈거리에 몸을 맡기면서 신나게 땀흘려 달려요. 그래요, 달리려고 몸을 맡기는 탈거리라서 ‘달림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이 달림이를 제 몸으로 삼은 때는 스무 살입니다. 어릴 적에도 달림이에 몸을 싣곤 했지만, 달림이랑 한몸이 되어 살던 첫걸음은 스무 살이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란 일을 달림이랑 나란히 했어요.


  다른 분은 어떻게 하루를 여는지 모릅니다만, 저는 새벽 한두 시 무렵에 하루를 엽니다. 이즈막은 새뜸나름이가 기지개를 켜고서 하루일을 추스르는 때입니다. 늦술을 마시는 이도 어느새 사라지면서 온마을이 고요하게 잠드는 가장 깊은 때인 새벽 한두 시는 새뜸나름이로서 가장 빛나는 눈망울로 골목골목 누비면서 노래하는 일틈이에요.


  한두 시에 일어나 네 시 무렵에 마치면 하늘빛이 조금씩 바뀌어 보랏빛에서 옅노랑으로, 또 바알갛다가 불그스름한 빛으로, 이러다가 아침이 되면 하얗게 퍼지다가 파란하늘로 바뀌지요.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동안 하늘은 무지갯빛으로 어우러집니다. 달림이랑 한몸이 되어 새벽을 보내며 늘 이 하늘빛하고 어깨동무했어요.


  그림꽃책 《겁쟁이 페달》은 책이름처럼 ‘두렴쟁이’인 아이가 달림이 발판에 몸을 실어 한마음으로 신나게 땀흘리는 기쁨을 그려냅니다. 참으로 그림하고 글이 꽃처럼 피어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얼핏 본다면 길달림이(경주용 자전거)를 겨루는 얼개로 여길 책일 테지만, 찬찬히 짚으면 ‘그저 달림이랑 하나가 되어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푸름이’가 마음으로 눈을 뜨고, 이 마음눈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다시금 담아내는 길을 들려준다고 할 만해요.


  두렴쟁이 아이는 신바람노래로 거듭나면서 달릴 수 있을까요? 두렴쟁이 아이는 어떻게 언덕길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웃는 낯으로 기뻐할까요? 모든 수수께끼는 우리가 스스로 두 다리로 달림이에 몸을 싣고서 새벽바람이며 밤바람이며 낮바람이며 아침바람을 마셔 보면 사르르 풀어낼 만합니다.


ㅅㄴㄹ


“자전거는 밟는 만큼 강해진다.” (10쪽)


“내가 달리는 거 보고 따라오고 싶어지면 와. 오고 싶지 않으면 안 와도 돼. 역시 나는 자전거로밖에 대화할 수 없어.” (43쪽)


‘저렇게 타는 방식도 있는 건가?? 굉장해, 굉장해요. 왜일까요? 마키시마 선배, 지금 전 무지하게 두근거려요!’ (50∼51쪽)


“자기방식으로 가. 너한테는 네 스타일이 있어. 그걸 관철하면 되잖니. 나는 그걸 관철했어.” (62쪽)


“희미하게나마 보였지? 자기 스타일이? 그렇다면 그걸 연마해. 관철해. 왜냐하면 자기 식으로 달려서 제일 빠르다면 그게 최고로 멋진 거잖니.” (63∼64쪽)


“언덕 좋아해? 난 무지하게 언덕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오다와라라고 알아? 하코네 산기슭이야.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고등학교는 하코네 학교. 언덕과 산에 둘러싸여서 자란 탓인지 언덕을 보면 바로 올라가고 싶어.” (121∼122쪽)


“잘하는 게 하나밖에 없는데 그걸 막힌다면, 그럴 때 어떻게 하지? 기다릴래? 도망칠래? 돌아갈래? 아니면 좌절해?” (179쪽)


“돌파하는 수밖에 없잖니. 우리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나는 나를 자전거로밖에 표현할 수 없어. 그래서 페달을 밟는다. 너는 어때?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고 밟는 수밖에 없잖아?” (180쪽)


.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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