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일각 신장판 1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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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살짝 풀어준다면



《메종 일각 14》

 타카하시 루미코

 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9.30.



  《메종 일각 14》(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은 이제 열다섯걸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야기가 하나하나 어떻게 엮고 맺는가를 넌지시 밝히기도 하고, 아직 몇 가지 실타래를 남기기도 합니다. 흘러가는 결을 본다면, 저마다 어떻게 짝을 맺을는지 어림할 만한데, 누가 누구랑 짝을 맺는지도 대수로울 만하지만, 이보다는 ‘짝을 맺는 길’이 훨씬 대수롭지 싶어요.


  모든 사람은 마음이 다릅니다. 확 트인 사람이 있다면, 좀처럼 틔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확 트인 사람더러 좀 추스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좀처럼 못 틔우는 사람한테 왜 틔울 줄 모르느냐고 닦달하기도 힘들어요.


  저마다 다른 삶이요 사람이며 사랑이기에, 다 다른 길로 알맞게 흐르고 돌고 거치고 어우르면서 만나기 마련입니다. 어제 만난 사이가 있으면, 오늘 만나는 사이가 있고, 모레 만나는 사이가 있어요. 때로는 다음이나 다다음 삶에서 만날 테고요.


  잘 풀어가든 좀처럼 못 풀어가든, 끈을 조금 느슨히 두면 됩니다. 잘 푼다면 잘 푸는 대로, 또 못 푼다면 못 푸는 대로, 이 모습이 고스란히 우리 얼굴인 줄 느끼고 알아채면서 가다듬으면 돼요.


  못났으니 못난 줄 알면 됩니다. 잘났으면 잘난 줄 알면 되어요. 어설프면 어설픈 줄 알면 되지요. 똑똑하면 똑똑한 줄 알면 되고요.


  한숨 한 줄기는 어느새 한숨 두 줄기에 석 줄기에 넉 줄기로 잇닿습니다. 웃음 한 자락은 어느덧 웃음 두 자락에 석 자락에 넉 자락으로 이어가요. 아직 한숨을 쉬고 싶다면 한숨을 쉬어도 좋습니다. 아직 뒹굴고 싶으면 얼마든지 뒹굴어 봐요. 이제 일어나고 싶으면 기지개를 켜고 웃어요. 나무 곁에 서서 나뭇잎을 쓰다듬고, 들풀 곁에 쪼그려앉아 들내음에 흠뻑 젖어요.


  여러 길이 얼크러진 모둠집입니다. 여러 말이 어우러지는 모둠살이입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집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있으면 넉넉하면서 포근합니다. 새로 올린 집이라지만 사랑이 없으면 차가우면서 갑갑합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우리 집을 어떤 터로 가꾸고 싶나요? 《메종 일각》이라는 삶길에서 옛생각에 젖은 채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옛생각이 머무는 바탕에 새살림을 차리면서 아이들을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스스로 길어올릴 적에 사랑이요, 스스로 터뜨릴 적에 웃음이요, 스스로 꽃피울 적에 이야기입니다.


ㅅㄴㄹ


“천천히 행복해지도록 합시다. 우리는 앞으로 계속 함께니까요.” (46쪽)


“조금만 더 숨통을 틔워 주는 게 낫지 않겠어?” “네?” “어쩐지 녀석을 보고 있으면 무리를 해가며 버둥거리는 것 같아서 그래.” (61쪽)


“정말, 잘 속으시네요.” (96쪽)


“애당초 말이지, 너처럼 미망인에다 젊지도 않고, 학력도 기술도 없는 제멋대로인 애를 데려갈 사람은,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앞으로 영원히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자기 딸한테, 그렇게까지 악담을 퍼부을 수 있어요?” (116∼117쪽) 


“역시 그 남자랑 뭔가 있었던 거예요.” “뭐야, 그 기뻐하는 표정은! 우리 딸을 쫓아다니고 말이야. 쿄코가 그렇게 질색을 하고 있잖아.” “그래요? 그런 것치곤, 고다이 씨가 올 때쯤에는 꼭 집에 있던데.” (138쪽)


“남자한테 손 한 번 잡게 해주지도 않으면서, 그 사람 때문에 울고불고 짜다니, 기도 안 찬다니까. 당신같이 골치 아픈 여자한테서 남자를 빼앗을 정도로, 제 취향은 특이하지 않다고요. 바보.”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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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めぞん一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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