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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2
쿠즈시로 지음, 송수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6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누구랑 한집에서 살고 싶나요
《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2》
쿠즈시로
송수영 옮김
미우
2017.7.15.
《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2》(쿠즈시로/송수영 옮김, 미우, 2017)을 읽으면서 ‘왜 누구랑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적에 즐거운가 하고 생각합니다. ‘왜 이 사람이지?’ 하고 갸웃거릴 까닭은 없어요. 둘레에서 보기에는 터무니없거나 바보스러울는지 몰라도, 이곳에서 모둠살이를 이루려는 사람은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첫째로 사랑을 바라보지요. 둘째로 꿈을 바라봅니다. 셋째로 살림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느긋하고 아늑한 삶을, 새롭게 피어나면서 노래할 길을 바라보아요. 이밖에 무엇을 바라보면서 즐거울까요? 겉모습을 바라봐야 할 까닭이 있나요? 옷차림이나 세간붙이를 바라봐서 뭐가 좋은가요? 돈이나 이름값을 바라본대서 우리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 살림을 얼마든지 만지작거리며 자랐습니다. 빛꽃틀(사진기)이든, 호미나 낫이나 쟁기이든, 톱이나 망치나 부엌칼이든, 붓이나 종이나 책이든, 실컷 만지면서 놀아요. 이제 걸음마를 떼려는 아이가 묵직한 빛꽃틀을 들었기에 떨어뜨려서 깨질까요? 그렇게 걱정하면 그 걱정대로 갑니다. 아귀힘이 조금 붙은 두어 살 아이가 어버이 곁에서 도마를 받아 부엌칼을 쥐었기에 손가락을 벨까요? 이렇게 근심하면 이 근심대로 갑니다.
오직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으면 아이한테는 이 ‘빙그레 웃음짓는 사랑’이 찌릿찌릿 퍼져서 스며요. 오로지 근심걱정으로 마주하면서 낯을 찡그리면 아이한테는 이 ‘찡그린 근심걱정’이 쩌릿쩌릿 번져서 물들고요.
혀에 얹는 말뿐 아니라, 눈으로 보내는 빛에다가, 마음에 담은 생각씨앗으로 모두 바꿉니다. 미움을 가득 실은 채 지은 밥을 먹으면 마땅히 배앓이를 합니다. 밥에 뭘 안 타도 돼요. 미움을 실어서 밥을 지으면 ‘죽음밥’입니다. 씨앗이 안 트기를 바라면 씨앗을 손바닥에 얹고서 거친 말을 쏟아붓고서 땅에 묻어 봐요. 죽어도 씨앗은 안 트겠지요.
사랑으로 삶는 튀김국수라면 어떤 양념으로 버무려 내놓아도 몸을 살립니다. 사랑이 없는 풀밥(생채식)이라면 어떤 아름풀로 차려도 몸을 죽입니다. 겉모습을 먹지 않아요. 속에 깃든 기운을 먹습니다. 한집에는 아무하고나 살지 못해요. 늘 사랑으로 마주하고 노래하고 어울릴 곁사람일 적에 함께살 만합니다. 《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는 ‘죽은 오빠’랑 함께살기로 한 분이 오빠가 죽고 나서도 그대로 이 집에 깃들면서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고픈 길을 들려줍니다.
누구하고 살면 즐거운가요? 누구하고 살면 날마다 노래인가요? 누구하고 살기에 언제나 활짝 웃나요?
저는 우리 보금자리에 풀꽃나무를 놓고 싶습니다. 이 풀꽃나무 곁에는 새랑 풀벌레를 놓고 싶습니다. 새랑 풀벌레 곁에는 벌나비랑 바람을 놓고 싶습니다. 벌나비랑 바람 곁에는 해랑 별이랑 무지개를 놓고 싶으며, 이 곁에 구름이랑 눈비를 놓고 싶어요. 그리고 맑은 냇물이며 푸르게 우거진 숲에다가, 이 모두를 품을 활짝 열린 마음인 어린이하고 짝꿍이 있을 적에 날마다 꽃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여러모로 생각해 봤는데, 시노.” “네.” “나, 그 집에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아도 될까? 시노랑 둘이 살고 싶어.” (18∼19쪽)
“그럼 왜 선수를 그만둔?” “부모님이 이혼했거든요. 제가 동생을 돌봐야 해서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32쪽)
“대단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예요?” “그냥 평범하게 엄마한테 배운 건데.” (63쪽)
“그렇구나. 엄마한테 배웠구나. 평범하게 생각하면 당연히 그렇겠네요.” (64쪽)
“녀석도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닐까? 괜히 걱정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 “하지만 전 뭐든 좋으니까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네 욕심이지. 상대방한테만 요구하면 쓰나. 이런 것일수록 윗사람이 먼저 다가서야지.” (84쪽)
“물론 사적인 일이나 말하고 싶지 않은 얘기는 안 해도 돼. 하지만 이거 하나는 지켜줘. 만일 앞으로 또 혼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도 먼저 나한테 말하기.” (91∼92쪽)
“왜 싫어? 모처럼 여자애로 태어났잖아!” “아니, 전 유카타도 없단 말이에요.” “내 걸 입으면 되지.” (152쪽)
‘그런 추억이 있는 거라면 이건 노조미 씨에게 아주 소중한 유카타잖아. 남한테 입히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1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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