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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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날개는 어디에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

 시노하라 치에

 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7.11.25.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7)을 읽으며 ‘날개’하고 ‘꿈’을 생각합니다. 첫걸음부터 아홉걸음에 이르도록, 또 열걸음 뒤로 흐르는 이야기를 찬찬히 보면 늘 ‘날개’랑 ‘꿈’이 맞물립니다.

  남이 달아 주어야 하늘로 오르는 날개일까요? 내가 스스로 달아서 하늘로 가는 날개일까요? 날개는 어떻게 돋을까요? 날개는 언제 날까요? 날개가 없기에 못 날고, 날개가 있어야 날까요?


  모든 삶은 수수께끼이자 실마리입니다. 알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언제나 실마리가 되는 삶이지만, 알려고 안 하는 사람한테는 늘 수수께끼로 맴도는 삶입니다.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찾는 삶인데, 찾으려고 안 하는 사람은 못 찾는 삶이에요.


  사랑을 바란다고요? 네, 그러면 스스로 사랑하셔요. 남이 사랑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면 됩니다.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듯 옆사람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풀꽃나무를 사랑하고 비바람을 사랑하고 여름겨울을 사랑하고 온누리를 사랑하노라면, 어느새 우리 곁은 사랑으로 출렁출렁하면서, 우리하고 사랑을 나누려는 누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내가 사랑으로 다가서지 않는데 네가 나한테 사랑으로 다가설까요? 내가 미움이며 시샘이며 짜증으로 다가서려는데 네가 나한테 미움이며 시샘이며 짜증이 아닌 채 다가설 만할까요?


  아주 쉬워요. 우리가 두 손에 싸움칼을 꽉 쥐고 우락부락 노려보면서 저쪽으로 다가선다면, 저쪽에서는 두 팔 벌려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설까요? 아니면, 저쪽에서도 우리랑 똑같은 차림새가 될까요?


  저쪽에서 안 하니 우리도 안 한다고 여기면 늘 쳇바퀴입니다. 저쪽은 그만 쳐다봐요. 우리 마음을 바라봐요. 나부터 스스로 어떤 마음빛인가를 알아야 해요. 내가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짓는 숨결인가를 읽어야 해요. 어제 오늘 모레를 잇는 걸음걸이에서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떤 마음결로 가다듬어서 가꾸는가를 헤아려야지요.


  그림꽃책에 나오는 사람은 호젓한 마을을 빼앗깁니다. 종이 되었지요. 이러다가 어느새 귀염짝이 되고, 사랑짝으로 이어가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놓지 못해요. 굴레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고픈 꿈은 키우되, 어떻게 하면 이웃을 안 죽이면서 ‘나부터’ 날개를 펼 만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이 생각이 힘을 잃습니다. 제풀에 지쳐서 꿈이 사라졌다고 여기지요. 그런데 꿈은 왜 사라질까요? 우리는 왜 제풀에 지치나요? 남이 우리를 지치게 했나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 제살깎기를 하나요?


  사랑은 버티기가 아닙니다. 버텨서는 사랑이라는 꽃망울이 터지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꽃망울은 오로지 우리가 스스로 사랑으로 빛날 쩍에 피어납니다. 터럭만큼이라도 사랑이 아니라면 흐트러지지요. 엇나갑니다. 고치에서 꿈꾸는 애벌레가 티끌만큼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엉뚱한 몸으로 태어나고 말아요. 그저 꿈꾸고, 다시 꿈꾸며, 새로 꿈꾸는 길에서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기에 하늘을 눈부시게 가르며 날아오르는 나비로 거듭납니다.


  꿈이 없다면 죽은 눈빛입니다. 꿈이 있기에 빛나는 눈망울입니다.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에 나오는 사람들 눈매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빛날까요? 누가 언제 어떻게 시커멀까요? 오늘 우리 눈은 어떤 빛깔인가요?


ㅅㄴㄹ


‘꿈은 끝났다. 자유롭게 날아가겠노라 꿈꾸었던 하늘은 사라졌어. 그렇다면 땅에 발을 붙이고 걸어가야 해. 이 아름다운 도시가, 이 화려한 궁전이, 나에게 주어진 대지. 그렇다면 황금의 대지로 만들어 주겠어.’ (14∼15쪽)


“이렇게 주에 몇 번씩 도서관에 다니시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요?” “책을 읽는 건 좋아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이 정도뿐이니까.” (53∼54쪽)


“나는 죽이지 않겠어. 방해되는 자를 죽이지 않고 여기서 살아갈 거야!” “휘렘 님. 그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브라힘 님은 우리를 휘렘 님께 보내신 것인데.” “알고 있어. 하지만 해볼 거야.” (84∼85쪽)


“저는 살해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국 밖을 보고 싶어요. 죽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어, 아버지처럼 북쪽이든 남쪽이든 먼 나라를 직접 보고 싶어요.” (136∼137쪽)


“그럼 무스타파 전하.” “네?” “내 아들 메메드 전하도 데리고 가 주실래요?” “네! 얼마든지요!” (141쪽)


‘알고 있다. 내가 굴바하 님께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지금뿐. 이 지위에는 아무 형태도 없다. 한순간의 거품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158∼159쪽)


しのはらちえ 篠原千絵 夢の雫、黄金の鳥籠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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