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라고 합니다 1
츠케 아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허울을 벗어야 보는 삶



《노다라고 합니다 1》

 츠케 아야

 강동욱 옮김

 미우

 2019.7.31.



  《노다라고 합니다 1》(츠케 아야/강동욱 옮김, 미우, 2019)를 곰곰이 읽으며 겉모습하고 속마음 사이에 무엇이 흐르는가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는 왜 열린배움터라는 곳을 바라보거나 들어가야 할까요? 한자로 적는 ‘대학교’란 이름처럼 ‘크게 배우는’ 데라서 바라보거나 들어가나요? 누구나 크게 배우도록 열어 놓은 터전이기에 바라보거나 들어가나요?


  놀고 싶다면 ‘대학생 아닌 젊은이’로서 놀면 됩니다. 놀면서 쓸 돈은 스스로 일해서 벌면 됩니다. 배우지 않고서 ‘대학생 이름’만 얻으면서 놀려 한다면, 구태여 비싼 배움삯을 갖다 바치거나 치러야 하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땅을 장만해서 집을 짓는다든지, 나들이를 다닌다든지, 이웃을 돕는다든지, 책을 장만한다든지, 자전거를 사서 온누리를 누빈다든지 하면 돼요.


  더 헤아려 보면, 푸른배움터인 ‘중·고등학교’도 굳이 다닐 까닭이 없습니다. 푸른배움터라는 이름처럼 푸르게 삶을 바라보고 살림을 꿈꾸며 사랑을 익히는 자리야면야 참말로 모든 어린이가 이곳에서 배움꽃을 피울 만해요. 이와 달리 ‘대학교 마침종이란 이름’을 얻고자 여섯 해 동안 배움수렁에 빠져야 하는 나날이라면, 어떤 어린이도 이딴 곳에는 보낼 까닭이 없어요. 아이를 괴롭히려는 셈이니까요.


  우리는 마침종이를 따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먹고 마시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직 이 삶을 사랑하는 길을 저마다 다르면서 슬기롭게 짓고 누리고 가꾸고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려고 태어납니다. 《노다라고 합니다》는 이 얼거리를 다룹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이나 종잇조각이 뭐냐고 넌지시 묻고, 생김새나 이름이나 돈이 뭐냐고 조용히 물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매한가지입니다. ‘정의·진보·좌파’라서 옳을 턱이 없습니다. 착하고 참되고 사랑스럽고 즐겁고 아름다울 적에 비로소 정의는 정의답고 진보는 진보다우며 좌파는 좌파답습니다. 안 착하고 안 참되고 안 사랑스럽고 안 즐겁고 안 아름다운 채, 허울·이름·돈·끼리질·힘싸움에 얽매인다면, 모두 거짓질입니다. 진보나 좌파라서 좋지 않고, 보수나 우파라서 나쁘지 않습니다. 착하기에 좋고, 참되기에 좋으며, 사랑이라서 좋아요.


ㅅㄴㄹ


‘안경을 써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안경 쓴 사람에게만 주어진 몇 안 되는 특권을 맛보게 할 수는 없다. 그런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내 자신이 의외로 속좁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 놀랐지만, 놀람과 동시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게 기쁘기도 해요.’ (16쪽)


‘도쿄헤이세이 대학 러시아문학과 1학년 총 32명 중에서 노다는 그야말로 아웃사이더입니다. 이 F등급 대학의 F등급 학과에서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노다뿐이다. 이반은 바보라서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노다는 이반인 걸까.’ (31쪽)


‘그저 노다는 평범하게 지내고 있을 뿐이며, 확실히 그 모습이 내게는 부럽게 느껴진다.’ “시게마츠 씨는 무척 말이 없네요.” ‘속으로는 엄청 떠들고 있는걸.’ (34쪽)


“그거 MHK의 ‘멋쟁이 공방’에서 ‘우유팩 엽서 만들기’라는 걸 보고 만들었는데, 잘 만들어진 게 두 개뿐이라, 본가와 시게마츠 씨한테밖에 못 보냈어요.” (79쪽)


‘기적이 일어난 확률은 제로가 아니에요.’ (102쪽)


#野田ともうし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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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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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지음 / 텀블러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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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제비꽃내음을 맡고 싶으면


《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4.30.



  《스미레 팡파레 1》(마츠시마 나오코/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를 읽고서 뒷걸음을 살피니, 우리말로는 넉걸음까지 나오고, 일본말로는 여섯걸음까지 나왔습니다. 그림꽃님은 다론 그림꽃은 안 그리고 오직 이 하나, 《스미레 팡파레》 여섯걸음만 그렸더군요.


  이 그림꽃은 어버이한테서 ‘제비꽃(스미레)’이란 이름을 받은 아이가 어린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꽃님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고, 스스로 살아온 이야기일 수 있으며, 누이나 동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를 담아내었더라도 삶이 어떻게 봄날 제비꽃처럼 피어나는가 하는 대목을 짚어요.


  제비꽃을 일부러 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드뭅니다. 제비꽃을 보려고 봄마실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좀처럼 못 만납니다.


  제비꽃은 개미가 가장 많이 심는다고들 하지만, 제비꽃 스스로 훨씬 많이 퍼뜨리고, 제비꽃하고 한또래인 나즈막한 봄들꽃을 사랑하는 아이들 손길이 꽤나 많이 심습니다.


  바쁘게 치달리는 어른이라면 제비꽃을 들여다볼 틈이 없어요. 자, 제비꽃은 으레 한켠이나 귀퉁이에 돋거든요. 큰고장 골목길에도 피어나고 번지는 제비꽃인데, 바쁘게 걸어도 못 보지만, 아침저녁으로 씽씽이(자동차)를 달린다면 아예 생각조차 못하기 마련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어린이로서 어린이답게 하루를 보냅니다. 어른스레 굴지 않아요. 그저 어린이로서 꿈을 키우고, 사랑을 그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잘난 구석이 없다시피 하지만, 스스로 아끼고 돌보는 길을 스스로 익히면서 웃을 줄 압니다. 하루를 그리는 빛을 가슴에 품고, 하루를 사랑하는 생각을 말 한 마디나 글 한 줄에 옮길 줄 알아요.


  이 어린이가 자주 읊는 말 하나는 ‘빛(선물)’입니다. 눈부신 빛살에 스미고 싶습니다. 눈부시지 않더라도 스스로 빛을 건네고 싶습니다. 빛을 잃은 이웃이나 동무한테 다가가서 맑게 웃음빛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비꽃내음을 맡으려면 땅바닥에 엉덩이를 털썩 붙이고 앉으면 됩니다. 제비꽃빛을 보려면 땅바닥에 납죽 엎드리면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제비꽃이랑 동무가 되려면 맨손에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바람 한 줄기를 마시면 됩니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봄꽃이며 제비꽃이 돋습니다. 굳이 눈여겨보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만히 마음을 다스리는 상냥한 눈길로 발걸음을 멈추면 되어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기에 서로 꽃빛이 됩니다.


ㅅㄴㄹ


“아빠는 건강해요?” “응, 건강하셔.” “머리는 길어요?” “응, 여전해.” “살쪘어요, 말랐어요?” “좀 말랐나.” “지금도 멋있어요?” “응, 멋있어.” “저 잊어버리진 않았어요?” (31쪽)


“뭔가 알 것 같기 전에는 진짜 모르겠어. 하지만 그 뒤에 꼭 알게 되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59쪽)


“실은 저, 소,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쓸쓸하다든가 하는 슬픈 감정은, 소설가가 되려는 저에게 인생이 주는 선물일지도, 요.” (71쪽)


“나도 저 빛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니까 전 지금 굉장히 즐거워요! 그 속에 있다니 정말 기뻐요!” (115쪽)


“게다가 이 팀은 메뉴 계획서랑 다르게 주먹밥을 만들었구나. 이건 감정 대상이야.” “감점이니 실격 같은 얘긴 그만하세요. 애초에, 감사의 마음을 아이들이 경쟁하게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요!” (140쪽)


“죄송해요. 실격해도 좋아요. 하지만 2분만 더 만들게 해주세요.” (140쪽)


“누구한테 선물할 거면 난 한 송이를 추천할게.”“왜요?” “한 송이는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잖아? 나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할 땐 꼭 한 송이만 해.”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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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島直子 #すみれファンファー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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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10 - 완결
오시미 슈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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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죽을 수 없는 길에 선다면



《해피니스 10》

 오시미 슈조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1.25.



  《해피니스 10》(오시미 슈조/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끝까지 읽어낸 이웃님이 있다면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악의 꽃》이나 《피의 흔적》을 끝까지 읽어내는 이웃님도 대단하다고 여겨요. 다만 《나는 마리 안에》는 우리말로는 석걸음에서 멈추고 아홉걸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야기까지 더는 못 나오는데, 아직 이 얘기를 이 나라 틀에서 맞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악의 꽃》조차 매우 힘겹거나 거북하게 여길 이 나라 틀이지 않을까요? 《피의 흔적》은 도무지 못 받아들일 수 있고, 《해피니스》를 열걸음까지 읽어내는 동안 머리가 핑핑 돈다고 여길는지 몰라요.


  그러나 오시미 슈조 님이 그려내는 그림꽃은 모두 우리 모습입니다. 감추려 하지만 감출 수 없고, 아닌 척하지만 아닐 수 없는 모습이에요. 지난 2020년 7월 6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예전 서울시장이 ‘더듬질·응큼질(성추행)’을 했다고 2021년 1월 26일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나라에서 밝혔습니다만, 더듬질이나 응큼질을 한 서울시장이 죽고 나서 서울시 살림돈으로 치른 큰마당이라든지, 더듬질이나 응큼질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 빈자리를 채우려고 이다음에 또 나서려고(선거 출마) 하는 몸짓이란 《해피니스》나 《악의 꽃》이나 《피의 흔적》에 나오는 ‘어른들’ 모습하고 똑같습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무릎꿇고 빌고서 값을 치르면 됩니다. 돈을 물어야 하면 돈을 물고, 사슬터(감옥)에 가야 하면 사슬터에 가야지요. 삼성이란 일터를 이끄는 꼭두지기가 사슬터에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삼성한테서 뒷돈을 안 받은 벼슬아치(정치꾼)가 있을까요? 삼성뿐 아니라 숱한 큰일터 꼭두지기한테서 다들 뒷돈을 잘만 받아먹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왜 사슬터에 같이 안 들어가지요?


  바른길을 걷겠다고 하던 정의당 꼭두지기나 녹색당 일꾼도 더듬질이나 응큼질로 자리에서 물러납니다만, 그이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왜 그들은 스스로 경찰서에 가지 않을까요? 왜 그들은 그저 벼슬자리에서 한발만 빼고서 사슬터로 곧장 달려가지 않을까요? 잘못한 값을 치르고, 달게 마음을 씻고, 앞으로 새사람으로 거듭나면서, 흙살림을 짓고 조용히 이웃을 사랑하는 길을 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그림꽃책 《해피니스》는 ‘죽음하고 삶 사이에 잇는 길’을 줄거리로 잡습니다. 죽음길하고 삶길 사이에서 사람들 몰래 뒷짓을 하는 어른들 몸짓을 곁들입니다. 죽음길하고 삶길을 잇는 동안 수수한 자리에서 사랑꽃을 지피고 싶은 낮고 작은 어버이 마음을 나란히 그립니다.


  차분히 보면 좋겠어요. 민낯을 감추지 않기를 바라요. 허울을 씌우거나 껍데기를 꾸미는 데에 품을 빼앗기지 말아요. 언제나 우리 마음결을 오롯이 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가기를 바라요. 사랑이기에 삶입니다. 사랑이기에 사람입니다. 사랑이기에 살림입니다. 사랑이 없이 벼슬자리를 거머쥐거나 돈을 움켜쥐거나 이름을 붙잡는 모든 껍데기는 이제 물러나야 합니다.


ㅅㄴㄹ


“고마워, 오카자키. 이 녀석을 죽여 줘서.” (21쪽)


“아아, 사라진다. 사라져 가. 내가. 죽는다. 죽을 수 있어, 나.” (22∼23쪽)


“난, 이젠 고쇼랑 함께 돌아갈 수 없어. 고쇼에겐, 고쇼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아?” (50쪽)


“너무해요, 오카자키.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쇼. 고쇼가 가르쳐 줬잖아. 머리가 복잡할 땐 하늘을 보라고. 하늘을 보면 고쇼가 생각나. 그러니 고쇼도 날 떠올려 줘.… (56∼57쪽)


“생일 축하한다. 마코토.”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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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押見修造 #ハピネ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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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7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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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사람 곁에서 이웃이요 동무



《토리빵 7》

 토리노 난코

 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2.2.25.



  《토리빵 7》(토리노 난코/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2)을 되읽고 다시 읽다가 생각합니다. 한때나마 이 그림꽃책이 우리말로 나왔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이제는 일본책을 장만할 때로구나 하고. 우리말로는 일곱걸음에서 멈추었으나, 일본에서는 2020년까지 스물일곱걸음이 나왔습니다. 《토리빵》을 그린 분은 어머니하고 둘이 살면서 새랑 이웃하고 동무하는 나날을 누리면서 그림꽃을 빚어요. 때때로 노래(시)를 쓰는데, 새랑 풀꽃나무랑 숲이랑 바람이랑 하늘이랑 냇물이 어우러지는 하루를 누리다가 문득 흘러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림꽃님은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드문 새를 그리거나 지켜보지는 않습니다. 곁에서 마주하는 새를 날마다 바라보면서 반깁니다. 이 새도 좋고 저 새도 좋아요. 철새도 좋고 텃새도 좋습니다. 어느덧 텃새처럼 구는 철새도 좋고, 새가 내려앉는 나무도 좋으며, 온누리를 소복히 덮는 눈도 좋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니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 좋다지요. 어느 때는 어머니 몰래 집에서 사마귀를 키워서 사마귀알을 집 한켠에 건사하기도 했답니다.


  늘 마주하고 좋아할 뿐 아니라, 오롯이 사랑하는구나 싶은 보드라운 눈빛으로 이웃하고 동무하는 새이기에, 《토리빵》에 나오는 숱한 새는 사람하고 똑같이 살가운 숨결로 나옵니다. 아무렴, 새라고 하는 숨결은 늘 사람 곁에서 지내요. 하늘하고 땅 사이에 반짝반짝 빛나면서 날갯짓을 하는 이 새란, 바람을 읽고 들을 알며 풀꽃을 노래하는 삶을 사람한테 들려준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부르는 모든 노래는 새하고 풀벌레하고 바람한테서 비롯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짓는 모든 가락은 새랑 풀벌레랑 바람이 처음 짓지 않았을까요? 여기에 개구리가 찾아들고, 매미도 날아옵니다. 벌나비도 살며시 끼고, 고래에 지렁이까지 어우러지는 노래판이 되어요.


  그저 곁에 있으면 됩니다. 한마을을 이루는 사이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바다를 가르며 노니는 뭇숨결이 ‘고기’이기만 하지 않듯, 하늘을 나는 새는 사람한테 고기밥(이를테면 닭고기나 오리고기나 메추리알)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새가 제 삶터를 잃으면, 사람이 사는 터전이 나란히 망가지지 싶습니다. 새가 짓는 집인 ‘보금자리·둥지’라는 낱말은, 사람이 아늑하게 가꾸어 누리어 아이를 낳아 돌보는 곳을 빗대는 이름입니다. 새를 새답게 아낄 줄 아는 손길을 지핀다면, 사람을 사람답게 아끼리라 생각해요. 새를 한낱 고기먹이나 구경거리로 본다면, 사람은 사람다운 빛을 바로 잃어버린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푸근한 밤공기 냄새를 맡고 싶어서 5월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잔다.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자는 게 좋았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반경 8km 이내에는 선로가 없고, 낮에는 열차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5월의 밤만이 그렇게 조용한 것일까. (3쪽)


무궁화에 부용. 그리고 접시꽃. 희미하고 서늘한 새벽의 냄새가 나는 여름날 아침의 꽃을 보자. (12쪽)


하지만 이 잎을 먹은 벌레는 아마도 이미 이 세상엔 없겠지. 한입에 꿀꺽 삼키는 녀석도 통째로 갉아먹는 녀석도, 알고 있기에 서두르는 거다. 열매 맺는 계절이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32쪽)


이윽고 잎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면, 투명한 열매가 살짝 얼어붙는다. 아침 햇살 비치는 말라붙은 들판에 반짝반짝, 보는 이도 없이 그저 붉게 빛난다. (56쪽)


11월의 따뜻하고 바람 세게 불던 날, 마지막 낙엽이 지고, 대기는 건조하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것은 무수히 많은 평온한 죽음의 향기. (72쪽)


그렇다곤 해도, 뱀은 아마 도로를 이해하고 있을 거다. 이것은 일종의 흐름이다. 좋아서 강물에 떠내려가는 뱀이나, 바람을 거스르는 새가 없는 것처럼, 그들에겐 그들만의 지도가 있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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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とりぱん #とりの なん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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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자!! 7 - A BADBOY DRINKS TEA!!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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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착한이가 되고 싶구나



《차를 마시자 7》

 니시모리 히로유키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9.10.25.



  《차를 마시자 7》(니시모리 히로유키/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9)을 펴면, 여러 가지 사잇길이 흐릅니다. 하나는 ‘이바지·돕기’요, 다른 하나는 ‘착함·상냥함’이며, 또다른 하나는 ‘마음·사랑’입니다.


  한 사람은 이 여러 가지를 하나도 모릅니다. 어쩌면 집에서 어버이부터 이 여러 가지를 몸으로 보여주거나 말로 알려주지 못했을는지 몰라요. 또는 집에서 어버이가 차근차근 보여주고 알려주었으나 못 알아챘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집을 오래 비우고서 배움터나 마을에서 오래 지내기에, 또래라든지 동무가 보여주는 모습이나 알려주는 말에 한결 쉽게 휩쓸린다고 할 만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어버이한테서 받거나 느꼈어도 배움터를 다니는 사이에 가뭇없이 잊곤 해요.


  다른 한 사람은 이 여러 가지를 어렴풋하지만 또렷이 알려고 합니다. 어쩌면 집에서 어버이부터 이 여러 가지를 슬기로이 보여주고 알려주었겠지요. 스스로 이 여러 가지를 느끼고 헤아리면서 알려고 애썼다고도 할 만합니다. 이리하여 다른 한 사람은 저 한 사람한테 ‘즐거이 돕는 마음’이며 ‘기쁘게 이바지하는 사랑’이라는 길을 차근차근 짚어 줍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판가름합니다. 겉모습도 ‘어떤 모습’이니, 겉을 읽는 대서 나쁘거나 잘못이지 않아요. 다만, 속마음을 읽거나 보거나 알려 하지 않으면서 겉모습만 보려 한다면, 엉뚱하게 짚거나 엇나가기 좋습니다. 속사랑을 읽거나 살피려 하지 않으면서 겉몸짓에 휘둘린다면, 그야말로 참도 사랑도 기쁨도 노래도 웃음도 빛살도 숨결도 까맣게 잊어버리기 좋아요.


  우리가 참된 어버이라면 아기가 어떤 얼굴로 태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우리가 참한 아이라면 어버이가 어떤 몸이어도 사랑스럽습니다. 우리가 참다이 사랑이라면 우리 짝꿍이나 곁님이 어떤 삶길을 걸어가더라도 따사로이 사랑길로 이끄는 손짓이 되어요.


  ‘차’란 풀잎이나 나뭇잎입니다. 우리는 풀물이나 잎물을 달이거나 끓여서 마시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어떻게 풀물이나 잎물 한 모금이 우리 몸을 따스하게 감쌀까요? 수수께끼 아닌 수수께끼를 고즈넉이 돌아본다면, 착한이가 되는 길이란 하나도 안 어려울 뿐 아니라, 신나고 재미나면서 새로운 하루이리라 느낄 만합니다.


ㅅㄴㄹ


“나도 모르지만, 오쿠누마 선배는 모르는 사람인 자기를 도와준 사실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게 아닐까?” “왜?” “뭐, 카호는 이해 못할 거야. 넌 사랑 같은 걸 해본 적 없지?” (34∼35쪽)


‘내가 저녁 반찬이 뭘지를 생각할 때 다들 인생의 목적을 생각하고 있었어. 띠딩. 몰랐어. 난 목적도 없는 한심한 인간이었어. 다들 그다지 거창한 목적은 아니지만, 딱 잘라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해.’ (89쪽)


“하지만 솔직히, 블루가 왕따를 당하긴 했지만, 당하든 말든 관심없었어. 도와주는 게 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부장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 라고.” (94쪽)


“부장. 난 마음이 없나 봐요.” “없나요?” “없는 것 같아요.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후후훗! 마음이 없는 사람이 고민을 할까요?” “나, 마음이 있나요?” “예. 있어요.” (129∼130쪽)


“부장은 싫어하는 벌레도 구해 줘.” “그야 부장은 그런 사람이니까.” “난 아니야. 착한 녀석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146쪽)


“하하하! 정말 아는 게 지지리도 없구나. 착하다는 건 전체를 가리키는 거야. 마음 전부를 가리키는 거라고.” “그럼 착한 분노, 착한 즐거움, 착한 슬픔, 착한 기쁨인 거야? 그걸 갖고 있는 건 재능이야? 천재?”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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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森博之 #お茶にごす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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