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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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다리로 디디는 바람맛



《겁쟁이 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겁쟁이 페달 5》(와타나베 와타루/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다리로 디디는 바람맛이란 아직 겪지 못한 사람은 알 길이 없습니다. 생각만으로 알아낼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생각으로 알아내더라도 몸으로 맞아들이지 않을 적에는 거의 뜬구름잡는 소리가 되기 쉽습니다.


  다리로 걷는 바람맛은 스스로 누려 보아야 알아요. 걷지 못한 사람은, 또는 걷지 않은 사람은 두 다리로 걸어가면서 누리는 바람맛을 알 턱이 없습니다. 바닷길을 걷지 않고서 바닷바람을 알까요? 들길을 걷지 않고서 들빛이며 들내음을 안다고 말해도 될까요? 숲길을 걸은 적이 없이 숲바람이며 숲노래를 얼마나 헤아릴까요?


  골목길을 걷지 않은 몸으로 골목길을 품은 마을을 가꾸는 새길(정책)을 펴려 한다면 겉치레나 허울이 가득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곳이든 매한가지예요. 스스로 해보지 않는다면 모릅니다. 아기를 낳아서 젖을 물려 보지 않았다면 내리사랑을 알 길이 없습니다. 사내라면 적어도 젖병을 물려야겠지요. 아기를 어르고 달래며 자장자장 노래하는 하루·이레·달포를 보내다가, 아기가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모든 삶자락을 마주해 보지 않고서야 ‘사랑’이란 낱말을 혀에 얹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봅니다.


  저는 ‘달림이’를 탑니다. ‘자전거’라는 한자말을 이 낱말로 풀어내 봅니다. 우리는 두 발로 땅을 박차며 힘껏 달리기도 하지만, 바퀴 있는 탈거리에 앉아서 달리기도 해요. “스스로 구르는 수레” 같은 이름은 어쩐지 안 어울려요. 우리는 ‘자전거’라는 탈거리에 몸을 맡기면서 신나게 땀흘려 달려요. 그래요, 달리려고 몸을 맡기는 탈거리라서 ‘달림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이 달림이를 제 몸으로 삼은 때는 스무 살입니다. 어릴 적에도 달림이에 몸을 싣곤 했지만, 달림이랑 한몸이 되어 살던 첫걸음은 스무 살이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란 일을 달림이랑 나란히 했어요.


  다른 분은 어떻게 하루를 여는지 모릅니다만, 저는 새벽 한두 시 무렵에 하루를 엽니다. 이즈막은 새뜸나름이가 기지개를 켜고서 하루일을 추스르는 때입니다. 늦술을 마시는 이도 어느새 사라지면서 온마을이 고요하게 잠드는 가장 깊은 때인 새벽 한두 시는 새뜸나름이로서 가장 빛나는 눈망울로 골목골목 누비면서 노래하는 일틈이에요.


  한두 시에 일어나 네 시 무렵에 마치면 하늘빛이 조금씩 바뀌어 보랏빛에서 옅노랑으로, 또 바알갛다가 불그스름한 빛으로, 이러다가 아침이 되면 하얗게 퍼지다가 파란하늘로 바뀌지요.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동안 하늘은 무지갯빛으로 어우러집니다. 달림이랑 한몸이 되어 새벽을 보내며 늘 이 하늘빛하고 어깨동무했어요.


  그림꽃책 《겁쟁이 페달》은 책이름처럼 ‘두렴쟁이’인 아이가 달림이 발판에 몸을 실어 한마음으로 신나게 땀흘리는 기쁨을 그려냅니다. 참으로 그림하고 글이 꽃처럼 피어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얼핏 본다면 길달림이(경주용 자전거)를 겨루는 얼개로 여길 책일 테지만, 찬찬히 짚으면 ‘그저 달림이랑 하나가 되어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푸름이’가 마음으로 눈을 뜨고, 이 마음눈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다시금 담아내는 길을 들려준다고 할 만해요.


  두렴쟁이 아이는 신바람노래로 거듭나면서 달릴 수 있을까요? 두렴쟁이 아이는 어떻게 언덕길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웃는 낯으로 기뻐할까요? 모든 수수께끼는 우리가 스스로 두 다리로 달림이에 몸을 싣고서 새벽바람이며 밤바람이며 낮바람이며 아침바람을 마셔 보면 사르르 풀어낼 만합니다.


ㅅㄴㄹ


“자전거는 밟는 만큼 강해진다.” (10쪽)


“내가 달리는 거 보고 따라오고 싶어지면 와. 오고 싶지 않으면 안 와도 돼. 역시 나는 자전거로밖에 대화할 수 없어.” (43쪽)


‘저렇게 타는 방식도 있는 건가?? 굉장해, 굉장해요. 왜일까요? 마키시마 선배, 지금 전 무지하게 두근거려요!’ (50∼51쪽)


“자기방식으로 가. 너한테는 네 스타일이 있어. 그걸 관철하면 되잖니. 나는 그걸 관철했어.” (62쪽)


“희미하게나마 보였지? 자기 스타일이? 그렇다면 그걸 연마해. 관철해. 왜냐하면 자기 식으로 달려서 제일 빠르다면 그게 최고로 멋진 거잖니.” (63∼64쪽)


“언덕 좋아해? 난 무지하게 언덕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오다와라라고 알아? 하코네 산기슭이야.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고등학교는 하코네 학교. 언덕과 산에 둘러싸여서 자란 탓인지 언덕을 보면 바로 올라가고 싶어.” (121∼122쪽)


“잘하는 게 하나밖에 없는데 그걸 막힌다면, 그럴 때 어떻게 하지? 기다릴래? 도망칠래? 돌아갈래? 아니면 좌절해?” (179쪽)


“돌파하는 수밖에 없잖니. 우리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나는 나를 자전거로밖에 표현할 수 없어. 그래서 페달을 밟는다. 너는 어때?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고 밟는 수밖에 없잖아?”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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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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