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동무'라는 한국말을

얼마나 제대로 살피거나 알면서

아이와 함께 '말'을 나눌까 하고

곰곰이 돌아봅니다.

 

..

 

 

또래·동무·너나들이
→ 가까이에서 늘 보면서 어울리는 사람이 ‘동무’입니다. ‘친구(親舊)’라는 한자말은 한국사람이 거의 쓸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녘과 북녘이 갈리면서 뜻밖에 ‘동무’라는 낱말이 따돌림을 받았어요. 몇몇 어른들이 ‘동무’라는 낱말은 북녘에서만 쓰는 낱말이라도 되는 듯이 몰아붙였습니다. 그래도 시골에서는 ‘동무’라는 낱말이 제법 쓰였지만, 새마을운동과 함께 싹 자취를 감추어야 했는데, 요즈음 다시 이 낱말이 살아납니다. 정치와 새마을운동이 크게 힘을 떨치던 때에도 아이들은 ‘소꿉동무’와 ‘어깨동무’ 같은 말을 잃지 않았고, ‘놀이동무’와 ‘책동무’와 ‘꿈동무’ 같은 낱말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차츰 제 빛을 되찾습니다. ‘또래’는 나이나 생각이나 마음 가운데 어느 하나가 비슷한 사람들을 아울러 가리킵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만 비슷해도 되고 모두 비슷해도 돼요. 그래서, 나이가 한참 벌어져도 어느 한 가지를 좋아해서 마음이 맞으면 서로 또래가 됩니다. 또래가 되면서 늘 가까이에서 어울리면 ‘또래 동무’가 되지요. 또래 동무에서 한 발 나아가면 ‘너나들이’입니다. 서로 아무런 허물이 없이 가깝게 지내는 사이를 가리키는 ‘너나들이’이니, 또래와 동무를 더한 느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어요.

또래
: 나이나 생각이나 마음이 서로 비슷한 사람들
 - 이 자리에는 우리 또래가 없나 봐
 - 언니 또래는 모두 저쪽에 있어요
동무
1. 늘 가까이 어울리는 사람
 - 옆집에서 찾아온 동무하고 놀았어요
 - 우리 마을에는 좋은 동무가 많다
2. 어떤 일을 함께 하는 사람
 - 함께 놀아 놀이동무, 이야기 나누니 이야기동무
 -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할 동무를 찾는다
너나들이
 :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는 사이
 - 너하고 나는 마음을 읽는 너나들이로 지내자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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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 보니, 날이 갈수록 '당차다'라든지 '야무지다'를 알맞게 쓰는 분을 보기

몹시 어렵구나 싶어요.

저 또한 말뜻을 자꾸 돌아보고 되새기지 않으면

이런 낱말을 제때 제자리에 못 쓰겠다고 느낍니다.

 

..

 

다부지다·야무지다·당차다·올차다·똑부러지다
→ 솜씨가 없지만 단단한 몸이라면, 몸은 작지만 힘차게 어떤 일을 하려고 나선다면, 이때에는 ‘야무지다’고 해요. 일을 잘 하면서 힘든 일도 잘 견딘다고 할 때에는 ‘다부지다’입니다. ‘당차다’는 ‘다부지다’하고 비슷한 느낌이지만, ‘당차다’에는 굳으면서 똑똑한 느낌을 담습니다. 몸집이나 키나 나이가 적으면서도 씩씩하고 튼튼한 모습을 가리킬 때에 ‘당차다’를 써요. ‘올차다’도 ‘다부지다’하고 비슷한 뜻과 느낌으로 쓸 수 있지만, “모자라지 않고 단단하다”는 느낌을 드러내기에 살짝 다릅니다. 그리고, ‘똑 부러지다’나 ‘똑 소리 나다’ 같은 말을 널리 쓰지만, 아직 이 말은 한 낱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 말이 한국말사전에 실리거나 안 실리거나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써요. ‘똑’ 소리가 나듯 똑똑히 맺고 끊는 모습을 빗대어 어떤 일을 잘 한다고 할 적에 ‘똑부러지다’라 할 수 있습니다.

다부지다
1. 생김새가 튼튼하고 힘이 있어 보이다
 - 다부진 생김새를 보니 믿음직하다
 - 젊을 적 어머니 사진을 보니 다부진 몸에 맑은 눈빛이다
2. 일하는 솜씨나 모습이 빈틈이 없고 씩씩하다
 - 어릴 적부터 집일을 거들었기 때문인지 무척 다부지다
 - 어떤 일이든 다부지게 해내니 모두들 좋아한다
3. 힘든 일을 잘 견디다
 - 모내기를 처음 해 볼 텐데, 참 다부지게 하는구나
 - 짐이 무거웠지만 빙긋 웃으면서 다부지게 나른다
야무지다
: 마음씨나 생각이나 꿈이나 몸가짐이 단단하면서 힘이 있다
 - 우리 동생은 얼마나 야무진지 몰라
 - 내 짝꿍은 언제나 야무지게 말도 잘 하고 함께 잘 논다
당차다
: 나이가 어리거나 작은 몸집이지만 말이나 생각이나 몸가짐이 힘있고 굳고 똑똑하며 세어 어디에 있더라도 굽히거나 흔들리지 않다
 - 언제나 당찬 언니를 보고 배워요
 - 모두 내가 진다고 말하지만, 당차게 한 마디를 했다
 - 누가 무어라 해도 나는 당차게 저 산 너머로 걸어갈 테야
올차다
1. 모자라거나 허술하지 않고 단단하면서 힘이 넘치다
 - 작은 일도 늘 올차게 해야 즐겁다
 - 올차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기운을 낸다
2. 곡식 알이 일찍 들다
 - 올해에도 벼 이삭이 올차다
 - 여름 내내 햇볕이 좋아 논마다 곡식이 올찼어
똑부러지다
: 어떤 일이든 똑똑히 맺고 끊으며 올바르게 잘 한다
 - 심부름 하나만큼은 똑부러지게 잘 할 수 있어요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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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어른들은 '늪'이나 '못'이라는 낱말을

참 징허게 안 씁니다.

다들 '습지'와 '저수지'라는 말만 씁니다.

어른들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안 쓰고

찬찬히 헤아리지 않으니,

아이들한테 한국말을 올바로 가르치지 못해요.

환경운동 한다는 분들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써야

비로소 이 땅과 숲을 지키는 밑거름 되리라 생각합니다.

 

..


늪·못·웅덩이·둠벙
→ ‘늪’은 한자말로는 ‘습지’라고 가리키기도 해요. ‘못’은 한자말로 으레 ‘저수지’라고 가리키곤 해요. 늪과 못이 다른 대목이라면, 늪은 저 스스로 생깁니다. 자연 흐름에 따라 천천히 생겨요. 이와 달리, 못은 사람들이 논밭에 물을 대려고 파면서 생기기도 해요. ‘웅덩이’는 비가 한 차례 지나가면서 물이 고이는 곳이라 할 만합니다. 늪은 오래도록 물이 있지만, 웅덩이는 날이 개면 어느새 사라지곤 해요. 시골에서 비탈논이나 깊은 멧골 밭자락에 물을 대려고 조그맣게 파는 못을 두고 ‘둠벙’이라고 합니다.



: 땅바닥이 우묵하게 빠지고 물이 늘 고인 곳
 - 늪이 있어야 숲이 푸르고 아름다울 수 있어요
 - 개구리도 새도 풀벌레도 늪 둘레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 넓고 오목하게 팬 땅에 물이 고인 곳
 - 이 못은 무척 넓어 바다인 줄 알았어
 - 들에 물을 대려고 못을 파면서 마을 서너 곳이 물에 잠겨야 했어
웅덩이
: 물이 고인 조그마한 곳
 - 웅덩이에 발이 빠져 바지가 다 젖었다
 - 큰비가 지나가면서 웅덩이가 곳곳에 생겼다
둠벙
: 조그맣게 파는 못이나 조그맣게 생긴 못
 - 비탈논에 물을 대려고 둠벙을 팠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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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한국말사전 엮는 마음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넋'과 '얼'과 '마음' 세 가지를 갈무리하기까지

스무 해 남짓 걸렸구나 싶은데,

앞으로 새롭게 스무 해를 살아가면

이 말풀이에 새로운 느낌과 빛을 더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한 사람이나 여러 사람이 슬기를 모아서 이루는 사전이기도 하지만,

오랜 나날에 걸쳐 모든 사람이 꿈과 사랑을 갈무리해서

하나로 엮는 책이 사전, 말책이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말풀이를 읽는 데에는 2분 또는 20초쯤 걸릴는지 모르는데,

이 말풀이를 쓰기까지 20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

 

..

 

 

넋·얼·마음
→ 모든 목숨은 ‘마음’과 ‘몸’으로 이루어집니다. 풀과 꽃과 나무한테도 마음이 있습니다. 새와 벌레와 물고기에도 마음이 있어요. 사람은 풀이나 고기를 먹을 적에 살점만 먹지 않아요. 몸인 살점과 함께 마음을 함께 먹어요. 모든 목숨을 이루는 마음과 몸은 ‘넋’이 다스립니다. 넋으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넋이 나갔다”고 하거나 “넋이 빠졌다”고 하면, 몸은 그대로 있고 마음 또한 아직 있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목숨이 아닌 모습이라고 여겨요. ‘얼’이란 “마음을 지키는 뼈대”와 같습니다. ‘겨레얼’처럼 씁니다. ‘넋’은 “말넋”이나 “책넋”처럼 쓸 수 있어요. 말을 하거나 가꾸는 움직임이란, 넋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과 같아요. 책을 읽거나 쓰거나 나누거나 돌보는 움직임 또한, 넋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과 같습니다. 그래서 ‘노래넋’이라든지 ‘춤넋’이나 ‘그림넋’이나 ‘사진넋’처럼 쓸 수 있어요. ‘마음’은 “무엇을 깨닫거나 생각하거나 느끼는 바탕”이에요. 마음이 바탕이 되어 생각을 펼치고 사랑을 느끼며 꿈을 꿉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느낌이 ‘마음’이 되고, 생각을 내는 기운도 ‘마음’이에요. 마음이 있기에 활짝 웃고 노래하는 삶을 누립니다. 몸에 깃드는 기운이나 느낌이나 모습이나 생각은 ‘마음’으로 나타나요.



: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기울이는 기운
 - 이 나무에는 우리 할머니 넋이 깃들었다고 느껴
 - 말넋
 -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은 나머지 넋이 나가고 말았다
 - 넋이 나간듯이 멍하니 바라보다
 - 넋이 나간 채 우뚝 멈추었다

: 마음을 지키는 뼈대
 - 겨레얼
 - 얼이 빠진 모습으로 무엇을 쳐다보니
 - 슬픈 일을 겪은 뒤라 얼이 빠진 채 걸어간다
마음
1. 처음부터 갖춘 됨됨이나 몸가짐이나 모습
 - 누나는 마음이 참 좋아
 - 우리 동무들은 다 마음이 착해
2. 느끼거나 생각하는 기운
 - 서로 멀리 떨어졌어도 마음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
 - 우리 할머니는 마음이 무척 젊으셔요
3. 느낌과 생각이 자리잡거나 생기는 곳
 - 아름다운 말을 마음으로 품으면 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어
 - 1등 한다는 생각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함께 뛰자
 - 네 마음을 들려주어야 알 수 있지
4. 어떤 일에 끌리는 느낌이나 생각
 - 너도 소꿉놀이 할 마음이 있으면 함께 하자
 - 아직 배고프지 않아서 먹을 마음이 없어요
 -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조용히 읽자
 - 집에 갈 마음이 없는지 여태 신나게 놀기만 하네
5. 좋거나 싫음, 옳거나 그름, 맞고 틀림 들을 나누거나 살피는 생각
 - 우리 마음에는 그리 즐겁지 않아서 그래요
 - 네 마음과 어긋나면 얼른 그만두렴
6. 좋아하는 느낌
 - 언니는 저 오빠한테 마음이 있대
7.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 마음을 잘 모아서 도끼를 내리치면 나무를 팰 수 있어
 - 마루를 쓸고 닦을 때에도 마음을 다해야지
 - 애써 공부하기로 했으니 마음을 잘 모아서 하자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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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일'은 '삶'을 이루는 두 가지라고 느껴요.

놀이를 하고 일을 하면서 삶을 이룬달까요.

그래서, '놀이'를 풀이할 적에 더 마음을 쏟을 수 있어야겠다고 느낍니다.

너무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놀이이고,

가볍다면 '놀이'가 아닌 '장난'을 떠올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

 

 

놀이·장난
→ ‘놀이’는 꼭 여럿이 어울려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혼자서도 놀이를 합니다. 놀이는 즐거웁자고 합니다. 혼자서도 즐겁다면 놀이가 됩니다. ‘장난’은 심심하기에 하는 짓입니다. 심심해서 재미로 삼아서 어떤 일을 할 적에 장난입니다. 그래서, 어떤 짓궂은 짓을 가리킬 적에 ‘장난’이라고 쓰곤 합니다.


놀이
1. 여럿이 즐겁게 어울리거나 혼자서 즐겁게 누리는 삶
 -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이를 하면서 보냈다
 - 동무들과 놀이를 해도 즐겁고, 혼자서 놀이를 해도 신난다
2. 우리 겨레가 예부터 즐기던 굿, 풍물, 인형극, 잔치를 두루 가리키는 이름
 - 탈춤놀이
 - 굿놀이
3. 규칙을 세워서 함께 즐기는 움직임
 - 소꿉놀이
 - 공놀이
장난
1. 재미로 하거나 심심해서 하는 짓
 - 장난으로 물을 튀겨 보았어
 - 할 만한 놀이도 없는데 무슨 장난이라도 해 볼까
 - 장난치고는 너무 개구지다
2. 짓궂게 하는 못된 짓
 - 장난 전화를 함부로 걸지 말자
 - 아픈 사람한테 장난을 치지 마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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