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한국말사전 엮는 마음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넋'과 '얼'과 '마음' 세 가지를 갈무리하기까지
스무 해 남짓 걸렸구나 싶은데,
앞으로 새롭게 스무 해를 살아가면
이 말풀이에 새로운 느낌과 빛을 더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한 사람이나 여러 사람이 슬기를 모아서 이루는 사전이기도 하지만,
오랜 나날에 걸쳐 모든 사람이 꿈과 사랑을 갈무리해서
하나로 엮는 책이 사전, 말책이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말풀이를 읽는 데에는 2분 또는 20초쯤 걸릴는지 모르는데,
이 말풀이를 쓰기까지 20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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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얼·마음
→ 모든 목숨은 ‘마음’과 ‘몸’으로 이루어집니다. 풀과 꽃과 나무한테도 마음이 있습니다. 새와 벌레와 물고기에도 마음이 있어요. 사람은 풀이나 고기를 먹을 적에 살점만 먹지 않아요. 몸인 살점과 함께 마음을 함께 먹어요. 모든 목숨을 이루는 마음과 몸은 ‘넋’이 다스립니다. 넋으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넋이 나갔다”고 하거나 “넋이 빠졌다”고 하면, 몸은 그대로 있고 마음 또한 아직 있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목숨이 아닌 모습이라고 여겨요. ‘얼’이란 “마음을 지키는 뼈대”와 같습니다. ‘겨레얼’처럼 씁니다. ‘넋’은 “말넋”이나 “책넋”처럼 쓸 수 있어요. 말을 하거나 가꾸는 움직임이란, 넋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과 같아요. 책을 읽거나 쓰거나 나누거나 돌보는 움직임 또한, 넋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과 같습니다. 그래서 ‘노래넋’이라든지 ‘춤넋’이나 ‘그림넋’이나 ‘사진넋’처럼 쓸 수 있어요. ‘마음’은 “무엇을 깨닫거나 생각하거나 느끼는 바탕”이에요. 마음이 바탕이 되어 생각을 펼치고 사랑을 느끼며 꿈을 꿉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느낌이 ‘마음’이 되고, 생각을 내는 기운도 ‘마음’이에요. 마음이 있기에 활짝 웃고 노래하는 삶을 누립니다. 몸에 깃드는 기운이나 느낌이나 모습이나 생각은 ‘마음’으로 나타나요.
넋
: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기울이는 기운
- 이 나무에는 우리 할머니 넋이 깃들었다고 느껴
- 말넋
-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은 나머지 넋이 나가고 말았다
- 넋이 나간듯이 멍하니 바라보다
- 넋이 나간 채 우뚝 멈추었다
얼
: 마음을 지키는 뼈대
- 겨레얼
- 얼이 빠진 모습으로 무엇을 쳐다보니
- 슬픈 일을 겪은 뒤라 얼이 빠진 채 걸어간다
마음
1. 처음부터 갖춘 됨됨이나 몸가짐이나 모습
- 누나는 마음이 참 좋아
- 우리 동무들은 다 마음이 착해
2. 느끼거나 생각하는 기운
- 서로 멀리 떨어졌어도 마음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
- 우리 할머니는 마음이 무척 젊으셔요
3. 느낌과 생각이 자리잡거나 생기는 곳
- 아름다운 말을 마음으로 품으면 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어
- 1등 한다는 생각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함께 뛰자
- 네 마음을 들려주어야 알 수 있지
4. 어떤 일에 끌리는 느낌이나 생각
- 너도 소꿉놀이 할 마음이 있으면 함께 하자
- 아직 배고프지 않아서 먹을 마음이 없어요
-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조용히 읽자
- 집에 갈 마음이 없는지 여태 신나게 놀기만 하네
5. 좋거나 싫음, 옳거나 그름, 맞고 틀림 들을 나누거나 살피는 생각
- 우리 마음에는 그리 즐겁지 않아서 그래요
- 네 마음과 어긋나면 얼른 그만두렴
6. 좋아하는 느낌
- 언니는 저 오빠한테 마음이 있대
7.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 마음을 잘 모아서 도끼를 내리치면 나무를 팰 수 있어
- 마루를 쓸고 닦을 때에도 마음을 다해야지
- 애써 공부하기로 했으니 마음을 잘 모아서 하자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