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게 쓴다면 비슷하게 쓰지만

다르게 쓴다면 다르게 쓰는 세 낱말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세 낱말이 어떻게 다른 줄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일밖에 없을 수 있어요.

그러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이더라도

쓰임새가 어떻게 다른가를 잘 밝혀 주어야지 싶습니다.

 

..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
→ 어느 자리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낼 적이나,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를 두루 씁니다. 세 낱말은 모두 크거나 시원한 마음씨를 나타냅니다. 다만, ‘너그럽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에만 쓰고, 비탈이 가파르지 않고 부드러운 곳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넓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와 크기와 깊를 가리키는 자리에 써요. ‘넉넉하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를 비롯해서, 크기를 나타내는 자리에도 살짝 쓰고, 돈이나 어떤 부피가 많거나 크다고 하는 데에서도 씁니다.


너그럽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동무가 잘못했지만 너그럽게 봐주렴
 - 할머니는 늘 너그럽게 웃으신다
2. 비탈이 부드럽다
 - 이 멧골은 어린이도 넘을 수 있을 만큼 너그럽다


넓다
1. 어느 자리가 크다
 - 바다는 이렇게 넓구나
 - 우리 집 마당은 꽤 넓다
2. 길이가 크다
 - 드디어 넓은 길로 나왔다
 - 두 팔을 넓게 펼치고 가을바람을 마신다
3.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우리 어머니는 마음이 넓어
 - 넓은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한다
4. 생각이나 지식이나 품이나 테두리가 무척 크거나 깊다
 - 거기까지는 몰랐는데, 너는 참 생각이 넓구나
 - 두루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넓게 배웠다
 - 이웃을 넓게 사귀면서 손님을 자주 치른다


넉넉하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오늘도 놀다가 바지를 찢었지만, 어머니는 넉넉히 웃으며 기워 주셨다
 - 이웃 아저씨는 넉넉하시니까 어린 고양이를 맡아 주시겠지
2. 어느 자리가 크다
 - 자리가 넉넉하니 아무 데나 앉아
3. 남을 만큼 많다
 - 밥을 넉넉히 펐어
 - 오늘은 넉넉하니까 마음껏 놀자
4. 살림이 제법 넘쳐서 남을 만큼 많다
 - 우리 집은 넉넉해서 자전거를 새로 사 주셨어
 - 살림도 넉넉하고 사랑도 넉넉하니 즐겁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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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나 허물을 밝혀서 말하는 자리에

여러 가지 말을 예부터 썼습니다.

그런데 이 여러 가지 말이 모조리

한자말 '야단'에 밀리고 '혼'에 눌립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쓰도록 가르치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않으니

'야단치다'와 '혼나다'만 아무 자리에 아무렇게나 쓰는구나 싶어요.

이제까지 나온 국어사전에서도 모두

우리 말을 제대로 다루거나 풀이하지 않았으니

아주 마땅한 노릇인지도 모릅니다.

 

..

 

 

나무라다·꾸짖다·탓하다·타이르다·꾸중·꾸지람·지청구
→ ‘나무라다’는 어떤 몸짓이나 말투나 모습을 두고서 차근차근 밝혀서 잘 알아듣도록 말할 적에 씁니다. ‘꾸짖다’와 ‘꾸중’과 ‘꾸지람’은 어떤 일을 잘못하거나 올바르지 않다고 여길 적에 씁니다. ‘나무라다’는 허물이나 모자람이나 아쉬움을 들추어서 들려주는 말이기에, 어떤 물건에서 무엇이 아쉽거나 모자라다고 하는 자리라든지, 다른 사람을 놓고도 아쉽거나 모자라다는 뜻을 밝힙니다. ‘꾸짖다’와 ‘꾸중’과 ‘꾸지람’은 이와 달라, 잘못을 바로잡거나 올바르지 않은 일을 제대로 다스리도록 따끔하게 알려주거나 가르치는 자리에서 씁니다. ‘나무라다’와 ‘타이르다’는 여러모로 비슷하게 쓴다 할 만한데, ‘나무라다’는 허물을 살짝 들추는 느낌이 깃들곤 하지만, ‘타이르다’는 ‘달래다’와 비슷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부드럽게 말하는 느낌이 깃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꾸중’과 ‘꾸지람’은 서로 같은 낱말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꾸중’은 덜 따끔하게 들려주는 말이고, ‘꾸지람’은 살짝 따끔하게 들려주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청구’는 ‘꾸지람’과 같은 뜻으로 쓰는 한편, 남을 탓하는 자리에서도 씁니다.


나무라다
1. 어떤 몸짓이나 말투를 밝혀서 알아듣도록 좀 가볍게 말하다
 - 밥상 앞에서 재채기를 하지 말라고 나무랐다
 - 싸우는 동생들을 떼놓고 차근차근 나무랐다
2. 모자라거나 제대로 못하는 곳을 말하다
 - 나무랄 데 없는 노래 솜씨이다
 - 나무랄 데 없이 잘 쓴 글


꾸짖다
: 잘못을 낱낱이 밝혀서 따끔하게 말하다
 - 밥그릇을 깨 놓고 동생한테 덮어씌웠다며 크게 꾸짖으셨다
 - 아이가 아직 어리니 잘못했더라도 그만 꾸짖으셔요


탓하다
: 어떤 일을 핑계나 구실로 삼아 허물을 따져 말하다
 - 나를 탓해야지 왜 너를 탓하겠니
 - 자꾸 나만 탓하지 마셔요


타이르다
: 잘 알아듣도록 차근차근 밝혀서 말하다
 - 너무 꾸짖지만 말고 부드럽게 타이르셔요
 - 동무하고 싸움질을 자꾸 하는 동생을 타일러 주었다


꾸중
: 잘못을 낱낱이 밝혀 들려주는 말
 - 오늘도 어제처럼 꾸중을 들었네
 - 꽃을 함부로 꺾었다고 꾸중을 들었다


꾸지람
: 잘못을 낱낱이 밝혀 잘 알아듣도록 들려주는 말
 - 날마다 꾸지람을 들으니 주눅 들겠어요
 - 오늘부터는 꾸지람을 듣지 않도록 할게요


지청구
1. = 꾸지람
 - 하는 일마다 지청구를 들으니 기운이 한풀 꺾인다
2. 까닭 없이 남을 나쁘게 말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김
 - 지청구가 잦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 심부름을 잊고 또 놀기만 했다고 지청구를 들었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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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한 가지 낱말이지만, 쓰임새를 살피면

크게 두 갈래로 돌아볼 만하다고 느껴요.

이렇게 두 갈래로 돌아볼 때에

비로소 낱말뜻뿐 아니라 쓰임새가

환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직 이렇게 '끝'을 깊이 돌아보는 이야기는 없어,

한국어사전에서 이 낱말을 올바로 다루지는 못합니다.

 

..

 

 

끝 2·끝장·마지막·마무리·마감
→ 차례가 맨 뒤가 될 때에 쓰는 ‘끝’과 ‘끝장’과 ‘마지막’이에요. 뜻은 서로 같다고 할 텐데, “밥을 끝으로 먹었다”라든지 “끝으로 한 마디를 하다”처럼 쓰지만, “밥을 끝장으로 먹었다”라든지 “끝장으로 한 마디를 하다”처럼 쓰지는 않아요. ‘끝장’은 “다 없어지거나 다 되고 말다”를 뜻하는 자리에 더 자주 쓰지요. 한편, “마지막 한 자리마저 차지하다”처럼 쓰지만 “끝 한 자리마저 차지하다”처럼 쓰지는 않아요. “마지막은 네가 먹어”는 똑같은 여러 가지 가운데 다 먹고 없어 남은 하나를 먹는다는 뜻으로 쓰는데, “끝은 네가 먹어”는 이런 뜻으로 쓰지 않아요. 이런 자리에서 쓰는 ‘끝’은 ‘앞’과 다른 자리를 가리키는 느낌입니다. 일이 다 되도록 ‘끝나다’와 ‘끝내다’처럼 쓰는데, “설거지는 제가 끝을 낼게요”처럼 쓰면 어울리지 않아요. “설거지는 제가 마무리를 할게요”처럼 쓸 때에 어울립니다. ‘끝’은 “다 되었다”는 느낌이고, ‘마무리’는 “다 되도록 한다”는 느낌입니다. ‘마무리’와 ‘마감’은 첫째 뜻은 거의 비슷해 서로 겹쳐서 쓸 수 있지만, “설거지는 제가 마감을 할게요”처럼 쓰면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요. “경기를 마감하는 선수”처럼 쓸 적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글을 끝맺을 적에는 ‘마무리’라 해야 어울리고, 날짜에 맞추어 어떤 일을 다 하거나 맞추어야 할 적에는 ‘마감’이라 해야 어울립니다.


끝 2
1. 차례 가운데 맨 뒤
 - 오늘은 내가 밥을 끝으로 먹었다
 - 오늘 모임은 끝으로 새내기 인사를 하겠습니다
 - 극장에서 끝으로 나왔다
 - 식당에 끝으로 들어와서 자리가 없네
2. 어떤 일이 있은 바로 다음
 - 오래 기다린 끝에 빛을 본 그림
 - 어머니는 오래 힘을 쓰신 끝에 나를 낳았어요
 - 곰곰이 생각한 끝에 들려주는 이야기야
3. 일이 다 됨
 - 드디어 이 일도 어렵게 끝이 났구나
4. 안 되고 말거나 모두 없어지거나 죽는 일
 - 자꾸 거짓말을 하고 속이니 끝이 나잖아
 - 알을 낳고 힘이 다 빠진 고추잠자리는 목숨이 거의 끝이 났다


끝장
1. 어떤 일에서 맨 뒤
 - 미루고 미뤄서 끝장까지 왔다
 - 잘 되다가도 끝장은 꼭 어영부영 흐트러지더라
2. 안 되고 말거나 모두 없어지거나 죽고 마는 일

 - 이 일이 어긋나면 다 함께 끝장이 난다는구나

마지막
: 시간이나 차례에서 맨 뒤
 -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리다
 - 도서관에 마지막까지 남아 책을 읽는 사람
 -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이었구나


마무리
1. 일이 다 되도록 함
 - 설거지는 제가 마무리를 할게요
 - 밥상에 수저를 놓으면서 아침 차리기를 다 마무리했다
 - 경기를 마무리지을 선수가 나온다
2. 글에서 맨 뒷자리
 - 할머니한테 보낼 편지도 이제 마무리만 쓰면 된다
 - 모처럼 시를 쓰는데 마무리가 잘 안 된다


마감
1. 하던 일을 다 함
 - 오늘은 이쯤에서 마감을 하고 쉬자
 - 하루를 마감하며 노래를 부른다
2. 어느 때가 다 됨
 - 지원서는 오늘까지 마감이라고 하니 서두르자
 - 마감이 코앞으로 닥치니 바쁘구나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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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같다고 할 만하지만, 곰곰이 살피면 쓰임새가 조금씩 달라요.

아주 똑같은 낱말이라면 '끄트머리'와 '끝머리'처럼 따로 쓰지는 않겠지요.

말밑은 같을는지 모르는데, 삶을 가누면서 차근차근

새로운 쓰임새와 뜻이 자리를 잡는구나 싶어요.

 

..

 

 

끝 1·끄트머리·끝머리
→ ‘끝’과 ‘끄트머리’와 ‘끝머리’는 모두 맨 뒤를 가리킵니다. 뜻은 똑같다고 할 만한데, 쓰는 자리는 살짝 달라요. “벼랑 끝에 서다”와 “벼랑 끄트머리에 서다”처럼 흔히 쓰지만 “벼랑 끝머리에 서다”는 딱히 쓰지 않아요. ‘끝’과 ‘끄트머리’는 모두 맨 뒤를 가리키지만, ‘끄트머리’는 끝보다 더 안쪽을 가리키는 느낌이에요. “골목 끝”과 “골목 끄트머리”도 모두 맨 뒤쪽을 가리키지만 ‘끄트머리’라는 낱말을 쓸 적에 한결 깊숙한 자리를 나타냅니다. 달리기를 하거나 운동 경기를 할 적에 “끝까지 힘을 내자”처럼 쓰지만 “끄트머리처럼 힘을 내자”나 “끝머리까지 힘을 내자”처럼 쓰지는 않아요. ‘끝’은 아주 넓게 아우르면서 쓰는 낱말이고, ‘끄트머리’는 끝 가운데 한결 깊숙한 안쪽을 가리키는 데에서 쓰고, ‘실마리’와 같은 뜻으로 쓰며, ‘끝머리’는 끝에서 한쪽 귀퉁이를 가리키는 데에서 따로 쓰곤 합니다.



1. 맨 뒤가 되는 때나 자리
 -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다
 - 벼랑 끝에 서서 바다에 뛰어든다
 - 이 골목 끝으로 가면 우체국이 있어요
 - 줄이 길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 끝까지 힘을 내어 달리자
2. 가늘고 긴 것에서, 또는 길게 내민 것에서 맨 뒤
 - 바늘 끝이 무딘지 잘 안 박힌다
 - 손가락 끝에 살짝 걸쳤어
3. 어느 자리에서 맨 위
 - 내 짝꿍은 이번 시험에 힘껏 애써서 끝까지 올라갔다


끄트머리
1. 맨 뒤가 되는 자리
 - 나무 끄트머리에 매달린 나뭇잎
 - 이 줄 끄트머리라도 잡자
2. 어떤 일을 푸는 것. ‘실마리’와 같은 뜻
 - 너무 어려운 일이라 끄트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끝머리
: 어떤 일이나 자리에서 맨 뒤
 - 짝꿍이 이야기 끝머리에 불쑥 한 마디를 했다
 - 책상 끝머리에 지우개를 놓는다
 - 공책 끝머리에 오늘 날짜를 적어 본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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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과 걱정과 끌탕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난 열 몇 해 동안 사람들이 이 세 낱말 쓰는 말씨를 헤아리고

여러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문학작품에는 이 낱말들 어떻게 나타나는가 돌아봅니다.

무엇보다 시골마을 어른들이 하는 말과

우리 어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곰곰이 가눕니다.

이 낱말들 말느낌과 말결을 살피는 이웃들이

하나둘 나올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

 

 

근심·걱정·끌탕
→ ‘근심’과 ‘걱정’과 ‘끌탕’은 모두 속을 태우거나 애를 태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근심’은 어떤 일이나 모습을 보거나 겪으며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때에 쓰고, ‘걱정’은 “잘못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에 쓰며, ‘끌탕’은 “그저 속이 타거나 안타깝다고 느낄” 때에 쓴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근심이다”와 “잘못될까 걱정이다”와 “속을 태우며 끌탕이다”처럼 세 낱말을 헤아리면 돼요.


근심
: 마음이 놓이지 않음
 - 혼자 잘 갈 수 있는지 근심이 되네
 - 멀리 심부름을 보내고는 근심을 하는 어머니
걱정
1. 잘못되지 않을까 생각함
 - 말 없이 놀러 가서 한참 안 들어오니 걱정을 했잖니
 - 몸이 아픈 동생을 보면 걱정이 많다
2. 어린 사람이 잘못한 일을 꾸짖음
 - 나뭇가지를 함부로 꺾은 동생은 어머니한테서 걱정을 들었다
끌탕
: 여러모로 속을 끓이거나 애를 태움
 - 망가진 연을 어찌 고치느냐며 끌탕이다
 - 저 사람들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끌탕을 한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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