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한 가지 낱말이지만, 쓰임새를 살피면
크게 두 갈래로 돌아볼 만하다고 느껴요.
이렇게 두 갈래로 돌아볼 때에
비로소 낱말뜻뿐 아니라 쓰임새가
환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직 이렇게 '끝'을 깊이 돌아보는 이야기는 없어,
한국어사전에서 이 낱말을 올바로 다루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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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끝장·마지막·마무리·마감
→ 차례가 맨 뒤가 될 때에 쓰는 ‘끝’과 ‘끝장’과 ‘마지막’이에요. 뜻은 서로 같다고 할 텐데, “밥을 끝으로 먹었다”라든지 “끝으로 한 마디를 하다”처럼 쓰지만, “밥을 끝장으로 먹었다”라든지 “끝장으로 한 마디를 하다”처럼 쓰지는 않아요. ‘끝장’은 “다 없어지거나 다 되고 말다”를 뜻하는 자리에 더 자주 쓰지요. 한편, “마지막 한 자리마저 차지하다”처럼 쓰지만 “끝 한 자리마저 차지하다”처럼 쓰지는 않아요. “마지막은 네가 먹어”는 똑같은 여러 가지 가운데 다 먹고 없어 남은 하나를 먹는다는 뜻으로 쓰는데, “끝은 네가 먹어”는 이런 뜻으로 쓰지 않아요. 이런 자리에서 쓰는 ‘끝’은 ‘앞’과 다른 자리를 가리키는 느낌입니다. 일이 다 되도록 ‘끝나다’와 ‘끝내다’처럼 쓰는데, “설거지는 제가 끝을 낼게요”처럼 쓰면 어울리지 않아요. “설거지는 제가 마무리를 할게요”처럼 쓸 때에 어울립니다. ‘끝’은 “다 되었다”는 느낌이고, ‘마무리’는 “다 되도록 한다”는 느낌입니다. ‘마무리’와 ‘마감’은 첫째 뜻은 거의 비슷해 서로 겹쳐서 쓸 수 있지만, “설거지는 제가 마감을 할게요”처럼 쓰면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요. “경기를 마감하는 선수”처럼 쓸 적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글을 끝맺을 적에는 ‘마무리’라 해야 어울리고, 날짜에 맞추어 어떤 일을 다 하거나 맞추어야 할 적에는 ‘마감’이라 해야 어울립니다.
끝 2
1. 차례 가운데 맨 뒤
- 오늘은 내가 밥을 끝으로 먹었다
- 오늘 모임은 끝으로 새내기 인사를 하겠습니다
- 극장에서 끝으로 나왔다
- 식당에 끝으로 들어와서 자리가 없네
2. 어떤 일이 있은 바로 다음
- 오래 기다린 끝에 빛을 본 그림
- 어머니는 오래 힘을 쓰신 끝에 나를 낳았어요
- 곰곰이 생각한 끝에 들려주는 이야기야
3. 일이 다 됨
- 드디어 이 일도 어렵게 끝이 났구나
4. 안 되고 말거나 모두 없어지거나 죽는 일
- 자꾸 거짓말을 하고 속이니 끝이 나잖아
- 알을 낳고 힘이 다 빠진 고추잠자리는 목숨이 거의 끝이 났다
끝장
1. 어떤 일에서 맨 뒤
- 미루고 미뤄서 끝장까지 왔다
- 잘 되다가도 끝장은 꼭 어영부영 흐트러지더라
2. 안 되고 말거나 모두 없어지거나 죽고 마는 일
- 이 일이 어긋나면 다 함께 끝장이 난다는구나
마지막
: 시간이나 차례에서 맨 뒤
-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리다
- 도서관에 마지막까지 남아 책을 읽는 사람
-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이었구나
마무리
1. 일이 다 되도록 함
- 설거지는 제가 마무리를 할게요
- 밥상에 수저를 놓으면서 아침 차리기를 다 마무리했다
- 경기를 마무리지을 선수가 나온다
2. 글에서 맨 뒷자리
- 할머니한테 보낼 편지도 이제 마무리만 쓰면 된다
- 모처럼 시를 쓰는데 마무리가 잘 안 된다
마감
1. 하던 일을 다 함
- 오늘은 이쯤에서 마감을 하고 쉬자
- 하루를 마감하며 노래를 부른다
2. 어느 때가 다 됨
- 지원서는 오늘까지 마감이라고 하니 서두르자
- 마감이 코앞으로 닥치니 바쁘구나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