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이 낱말을 쓰는 우리 몫이겠지요.

여느 자리에서도 살려서 쓸는지

물건이름이나 어떤 다른 이름을 붙이는 자리에만 쓸는지

모두 우리 몫입니다.

우리가 '즐겁게' 쓰면

'라온'은 옛말이 아닌 '오늘 살려서 쓰는 말'이 됩니다.

 

..

 

 

라온·랍다
→ 1947년에 조선어학회에서 펴낸 《조선말 큰 사전》(을유문화사)에 ‘라온’이라는 낱말을 싣습니다. 1958년에 신기철·신용철 두 분이 펴낸 《표준국어사전》(을유문화사)에도 ‘라온’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1992년에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 말 큰 사전》(어문각)에는 ‘라온’이라는 낱말이 안 나옵니다. 1999년에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두산동아)에는 ‘랍다’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모든 한국말사전에서 ‘라온/랍다’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 낱말을 싣는 한국말사전이 있으나, 안 싣는 한국말사전이 있습니다. 한글학회에서는 1992년부터 이 낱말을 안 다룹니다. 이와 달리 국립국어원은 ‘라온’을 다루지 않고 ‘랍다’를 다룹니다. 옛책에 나오는 옛말로는 ‘라온’이라는 모습만 있으나, ‘라온’은 끝바꿈을 한 꼴이니, ‘랍다’로 으뜸꼴을 밝히는 셈이라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왜 ‘라온(랍다)’이라는 낱말이 생겼는지는 아직 아무도 밝히지 못해요. ‘라온’은 으뜸꼴이 ‘랍다’라지만, ‘랍다’라는 꼴로 적힌 옛글이나 요샛글을 찾은 일도 아직 없어요. “즐거운”을 뜻하는 ‘라온’이라면, ‘즐거운’과 ‘라온’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요. 두 낱말은 왜 따로 있어야 할까요. 두 낱말을 쓰는 자리와 느낌은 얼마나 다를까요. 이 또한 아직 아무도 밝히지 못합니다. 다만, ‘라온’이라는 낱말을 쓰는 분들은 이 낱말을 쓰면서 포근하거나 맑거나 밝은 느낌을 함께 누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옛말이라고 하는 ‘라온’이지만, 회사이름이나 물건이름으로 곧잘 쓰곤 합니다.


라온
: ‘즐거운’을 뜻하는 옛말
 - 라온누리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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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3-30 07:14   좋아요 0 | URL
영모가사라졌다, 에서 라온제나를 알게되어 아이이름을 라온이라고 짓고 싶었지만 성이 오...오라온은 좀...ㅋ 아시는분이 아이 이름으로 라온을 썼을때 부럽더라구요^^

숲노래 2014-03-30 09:29   좋아요 0 | URL
두 글자 '라온' 말고도
사이에 다른 이름을 넣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굳이 부모 성을 붙여야 하는 이름은 아니니,
'이름'으로만 부르라고 해도 되지요.
법률로는 부모 성이 붙지만,
우리는 아이를 이름으로만 부르면
아이는 그 이름으로 나아가기 마련이에요.

그래도, 마음속에 '라온'이라는 빛을 담으셨으니
아이는 이 이름을 받지 못했어도
언제나 따스하고 즐거운 빛을 누리겠지요~
 

'뚫다'나 '가로지르다'라는 낱말이

처음부터 여러 가지로 쓰이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문화가 퍼지고

새로운 생각이 자라면서

이 낱말들이 새로운 뜻을 얻습니다.

한국말이 좀처럼 활개를 펴지 못하는데,

이 낱말들은 자꾸자꾸 새로운 자리를 찾으니

무척 반갑습니다.

 

..

 

뚫다·꿰뚫다·가로지르다
→ ‘뚫다’는 구멍을 내는 일을 가리키고, ‘꿰뚫다’는 구멍을 내어 지나가는 일을 가리킵니다. 두 낱말 모두 구멍과 얽힌 낱말인데, 구멍을 내는 일이란 이쪽과 저쪽을 잇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뚫다’는 어려움이라든지 빽빽한 사이를 헤치는 일을 나타내기도 해요. 앞날을 내다본다든지 어떤 일을 슬기롭게 살펴보는 일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깊이 살펴서 깨닫는 일을 가리킵니다. ‘가로지르다’는 가로로 지르는 일을 가리킵니다. ‘지르다’는 ‘지름길’과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일을 막을 적에도 씁니다. 문에 빗장을 가로지를 적에는 문이 단단히 닫히도록 하는 일이고, 운동장을 가로지를 적에는 운동장을 가로로 달리는 일을 나타내요. 요즈음에는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넘나들거나 이쪽 갈래와 저쪽 갈래를 아우르는 모습을 빗댈 적에 ‘가로지르다’라는 낱말을 널리 씁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어느 곳을 돌아보면서 지나간다고 할 적에도 ‘가로지르다’라는 낱말을 써요. 여행하는 문화가 퍼지고 여러 가지 학문을 골고루 익히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가로지르다’라는 낱말도 새로운 뜻을 얻습니다.


뚫다
1. 구멍을 내다. 구멍을 내어 이쪽과 저쪽을 잇다
 -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끈으로 묶으면 공책이 되지
 - 창호종이 바른 문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었다
2. 막히거나 낀 것을 파거나 빼서 잇다
 - 막힌 데를 뚫으니 물이 잘 내려간다
 - 요새는 굴뚝 있는 집이 드무니, 굴뚝을 뚫을 일이 없다
3. 다른 곳과 이어지도록 길을 내거나 만들다
 - 찻길을 너무 많이 뚫으니 자동차 오가는 소리로 시끄럽다
 - 기찻길을 뚫는다며 국립공원까지 파헤치니 숲이 끙끙 앓는다
4. 가로막거나 걸리적거리는 것을 없애거나 헤치거나 치우거나 비집다
 - 빽빽한 수비를 뚫고 들어와서 공을 뻥 찬다
 - 어둠을 뚫고 나온 빛 한 줄기
 - 사람 숲을 뚫고 겨우 왔어
5. 어렵거나 힘든 일을 잘 이기거나 헤치거나 견디다
 - 이 문제에서 뚫고 지나가기가 퍽 힘이 드는구나
 - 어려운 일은 아직 너로서는 뚫지 못할 수 있겠네
6.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앞으로 있을 일을 내다보다
 -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훤히 뚫지
 - 허술하게 지었다가는 곧 무너지겠다고 뚫어 보았다
7. 어려운 일을 풀거나 맡기거나 돈을 얻어 쓸 길을 찾다
 - 큰형은 학교를 마친 뒤 일자리를 뚫으려고 애쓴다
 - 돈줄 뚫을 생각은 그만하고, 봄인데 봄나물 캐러 가자
8. 깊이 살펴서 잘 알다
 -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았기에 어떤 이야기이든 훤히 뚫는다고 한다
 - 딱지치기라면 나만큼 잘 뚫는 사람도 없을걸

꿰뚫다
1. 이쪽에서 저쪽까지 구멍을 내어 지나가다
 - 새총으로 나뭇잎을 겨냥해서 한복판을 꿰뚫었다
 - 비행기가 뭉게구름을 꿰뚫고 멀리 날아간다
2. 길이나 물줄기가 어느 곳 사이로 나다
 - 숲을 꿰뚫는 고속도로 때문에 나무가 아파 해요
 - 동네 한복판을 꿰뚫는 길을 새로 놓는다고 한다
 - 아주 옛날부터 마을 한복판을 꿰뚫고 흐르는 냇물
3. 줄거리나 속내를 잘 알다
 - 그 자리에 없었는데 말만 듣고도 그 일을 슬기롭게 꿰뚫는구나
 -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는지 꿰뚫어 보는 어머니
 - 꽃이 피고 지는 한살이를 훤히 꿰뚫는다


가로지르다
1. 이쪽과 저쪽 사이에 기다란 것을 가로로 꽂거나 놓다
 - 문을 가로질러 잠그면 무슨 수를 써도 안 열리더라
 - 우리 시골집에는 빗장을 가로지르는 문이 있어
2. 가로로 지르면서 지나다
 -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노는 아이들
 - 넓은 들을 가로지르면서 신나게 달린다
3. 빨리 갈 수 있는 길로 가다
 - 머뭇거리지 말고 얼른 가로지르자
 - 돌아갈 길이 멀기에 냇물을 가로지르기로 한다
4. 어느 곳을 차근차근 지나가다
 - 지구별 모든 나라를 자전거로 가로질러 보고 싶다
 - 동무들과 아름다운 숲길을 가로지르며 노래를 부른다
5. 이쪽과 저쪽 사이를 넘나들다
 - 이 책은 수학과 문학을 가로지른다고 한다
 - 한 가지에만 매이지 않고 여러 갈래를 가로지르면서 배운다
 - 새봄에 개구리 노래를 들으며 어제에서 오늘을 가로지르는 삶을 돌아본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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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기에는 비슷하지만

곰곰이 따지면 서로 다른 '둘레'와 '언저리'입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주위'와 '주변'이라는 한자말에 갇히고 말아

두 가지 한국말을 옳게 가눌 줄 아는 사람이

자꾸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맙니다.

 

..

 

둘레·언저리
→ “집 언저리”라고 하면, 집 옆으로 어느 한쪽을 가리키지만, “집 둘레”라고 하면, 집을 빙 두르는 모든 곳을 가리킵니다. 둘러싼 곳을 가리키기에 ‘둘레’입니다. 그런데, 요즘 어른들은 ‘둘레’라는 한국말보다 ‘주위’라는 한자말을 자주 쓰고, ‘언저리’라는 한국말보다 ‘주변’이라는 한자말을 자꾸 씁니다.


둘레
1. 어느 한 곳에서 바깥으로 비슷한 거리에 있는 모든 곳
 - 마당 둘레에 감나무를 심었다
2. 바깥이나 끝 쪽을 모두 더하거나 한 바퀴 돈 길이
 - 손목이 얼마나 굵은지 둘레를 재다
 - 지구 둘레는 얼마나 긴가


언저리
1. 어느 곳에서 바깥이 되는 자리나 어느 곳을 둘러싼 자리
 - 모임에 끼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맴돌다
 - 부엌 언저리에서 찾아보렴
2. 나이나 시간에서 앞뒤
 - 저 아이는 열 살 언저리쯤 되겠지
 - 다섯 시 언저리까지 놀자
3. 어떤 숫자나 모습에서 위아래
 - 1등은 못 하고 늘 그 언저리에서만 맴돈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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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다시'와 '또'를 쓰임새에 따라

찬찬히 나눈 한국말사전은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여러 차례 더 손질해야 할 텐데,

지난 열다섯 해에 걸쳐 이와 같이 갈무리해 봅니다.

차근차근 읽고 생각하면

이 낱말을 누구나 알맞게 잘 쓸 수 있으리라 봅니다.

 

..

 

도로·다시·다시금·또·거듭·또다시
→ 하다가 그만두거나 또 해야 할 때에 쓰는 ‘도로’와 ‘다시’와 ‘또’입니다. ‘다시’는 처음 한 일을 나중에 되풀이하면서 할 때에 씁니다. ‘도로’는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갈 때에 씁니다. ‘다시’는 되풀이하여 한다는 느낌을 담고, ‘도로’는 되풀이하여 한다는 느낌을 안 담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을 다시 해”처럼은 쓰지만, “그 일을 도로 해”처럼은 안 씁니다. 이와 달리, “그리로 다시 가”와 “그리로 도로 가”는 써요. “그리로 다시 가”는 그리로 한 번 더 가라는 뜻이 되고, “그리로 도로 가”는 그곳에 처음부터 있었으니 그곳으로 가라는 뜻이 됩니다. “도로 네 주머니에 넣어”는 처음부터 네 주머니에 있었으니 네 주머니에 넣으라는 뜻이고, “다시 네 주머니에 넣어”는 네 주머니에 한 번 더 넣으라는 뜻입니다. 한편, ‘다시’는 잘못되거나 일그러지거나 어긋나거나 비틀린 곳을 바로잡거나 고칠 적에 흔히 씁니다. 모자란 곳을 채우거나 다스리거나 보탤 적에 쓰기도 해요. ‘또’는 처음 하던 어떤 일이나 처음에 보여준 어떤 모습이나 몸가짐과 비슷하게 되풀이할 적에 흔히 씁니다. 잘못되거나 비틀린 곳을 바로잡는다든지, 모자란 곳을 채우거나 보태는 느낌이나 뜻으로는 잘 안 씁니다. “보름달이 다시 뜬다”나 “보름달이 또 뜬다”처럼 쓸 수 있으나 “보름달이 도로 뜬다”처럼 쓸 수는 없어요. “다시 보기 싫어”나 “또 보기 싫어”처럼 쓸 수 있으나 “도로 보기 싫어”처럼 쓸 수는 없어요. “배가 도로 고프다”도 쓸 수 없어요. “배가 또 고프다”나 “배가 다시 고프다”는 쓸 수 있습니다. ‘거듭’도 어떤 일을 되풀이할 적에 쓰는데, “거듭 생각해 보아도”는 여러 차례 생각해 본다는 느낌이 짙고, “다시 생각해 보아도”는 저번에 생각한 데에서 더 생각한다는 느낌이 짙습니다.


도로
1. 무엇을 하거나 길을 가다가 되돌아서 거꾸로나 뒤집어
 - 나들이를 나오다가 깜빡 잊은 것이 있어 도로 집으로 갔다
2. 처음 있던 그대로로, 먼저와 꼭 같게
 - 잘 썼으니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자
 - 자, 이 책 도로 너한테 줄게


다시
1. 하던 일이나 말을 되풀이해서
 - 어제 하던 말을 오늘 다시 하는구나
 - 해낼 때까지 씩씩하게 다시 부딪힐 생각이야
2. 하던 일이나 품은 생각을 고쳐서 새로
 - 설익은 밥이 되었기에 밥을 다시 짓는다
 - 이렇게 하면 안 되니 다르게 다시 해 보자
3. 하다가 그친 일이나 말을 이어서
 - 아까 하다가 그친 말 다시 해 봐
 - 조금 쉬었다가 다시 놀자
4. 되풀이해서 다음에 더
 - 이레쯤 뒤에 다시 만날까
 - 바다에 다시 가서 놀자
5. 예전 모습으로 되풀이해서
 -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찾아온다
 - 흩어졌던 동무들이 다시 모였다


다시금

: ‘다시’를 힘주어 가리키는 말
 - 이 노래를 다시금 들어 보니 아주 새롭다
 - 사월이 되어 제비가 다시금 돌아와 처마 밑 둥지를 손질한다
 -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지만 다시금 일어나서 달린다


거듭
1. 포갠 곳에 더 포개어, 어떤 일을 하고서 더 하는 모습을 가리킴
 - 아픈 곳을 거듭 건드리지 마라
 - 이삿짐을 날라 주고 거듭 청소까지 도와준다
2. 어떤 일을 되풀이해서
 - 거듭 생각해 보아도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 한 번 미끄러지니 거듭 미끄러지는구나



1. 어떤 일이 되풀이하여
 - 한 그릇을 먹고 또 먹네
 -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울타리가 또 무너졌다
2. 그 밖에 더, 그뿐만이 아니고 더
 - 여기에 연필이랑 공책이 있는데, 또 무엇을 더 줄까
 - 어제 네가 준 머리끈 또 있니
3.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새롭다 싶도록 다르게
 - 이 영화는 슬픈 이야기인데, 또 재미있기도 하다
4. 그뿐만 아니라 되풀이해서 이런 모습을 더
 - 고운 목소리이면서, 또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 나는 어머니한테 딸이면서, 또 동생한테 누나이다
5. 그래도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 너라면 또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안 가르쳐 줄래
 - 무지개가 뜰는지 누가 또 아니
6. 놀라거나 한숨을 쉬면서 하는 말
 - 이 떡은 또 뭐니
 - 난 또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잖아
7. 앞말을 놓고 궁금한 듯이 되묻거나 거스르면서 쓰는 말
 - 밥은 또 무슨 밥을 달라고 그러니
 - 이 밤에 또 무슨 책을 읽겠다고 그래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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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다'와 '지저분하다'라는 낱말을 잘 살펴서 쓸 수 있으면,

추레하다와 꾀죄죄하다도 알맞게 나누어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느 때에는 이런 낱말을 잘 안 쓰다가

이 낱말들 뜻과 쓰임새를 살피면서

괜히 마음이 힘듭니다.

더럽거나 깨끗한 것은 따로 없을 테지만,

마음에 더러운 때가 끼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지요.

 

..

 

 

더럽다·지저분하다·추레하다·꾀죄죄하다
→ ‘더럽다’와 ‘지저분하다’는 서로 같은 뜻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두 낱말은 느낌이 다릅니다. ‘더럽다’는 어떤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안 좋거나 거북할 때에 씁니다. ‘지저분하다’는 어떤 모습이 보기에 안 좋거나 거북할 때에 씁니다. ‘추레하다’라는 낱말도 뜻은 비슷하지만, 허름해 보인다든지 가난해 보인다고 하는 느낌을 더 얹을 때에 씁니다. ‘꾀죄죄하다’는 보기에 무척 안 좋다고 할 만할 때에 써요. ‘꾀죄죄하다’는 큰말이고 ‘괴죄죄하다’나 ‘꾀죄하다’처럼 쓰면 여린말입니다.


더럽다
1. 때, 먼지, 찌꺼기가 끼거나 묻거나 붙다
 - 어디에서 놀다 왔기에 옷이며 얼굴이 이렇게 더럽니
 -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빨았다
2. 물에 찌꺼기나 다른 것이 섞여서 맑지 않다
 - 냇물이 더러우니 다슬기가 살지 못한다
 - 쓰레기 때문에 바다가 더러워서 들어가 놀지 못합니다
3. 거칠거나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널려서 보기에 나쁘다
 - 밀가루를 잔뜩 어질러서 부엌 바닥이 더럽구나
 -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 때문에 저쪽은 너무 더럽다
4. 말이나 몸가짐이 그릇되거나 막되거나 좁다
 - 입에 담기 어려운 더러운 말은 하지 말자
 - 힘이 여린 동무를 괴롭히다니 너무 더러운 짓 아니겠니
5.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마음이 나쁘다
 -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이 일은 더러워서 못하겠네
 - 마음이 더러우면 이웃이 하나둘 떠난다

지저분하다
1. 거칠거나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널려서 보기에 나쁘다
 - 방바닥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 책상 서랍이 너무 지저분하니 좀 치우렴
2. 때, 먼지,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거나 묻다
 - 얼굴이 지저분하니 좀 씻자
 - 빗길을 달렸더니 자전거가 많이 지저분하네
3. 말이나 몸가짐이 그릇되거나 막되거나 좁다
 - 왜 자꾸 반칙을 하면서 경기를 지저분하게 할까

추레하다
1. 옷이나 겉에 때, 먼지, 찌꺼기가 끼거나 묻거나 붙어서 말끔하지 않거나 가난한 티가 난다
 - 옷차림은 추레하지만 마음은 깨끗하다
2. 몸가짐이나 남 앞에 선 모습이 하찮거나 허름하거나 떳떳해 보이지 않다
 - 돈이나 힘은 없으나 추레하게 살지는 않는다


꾀죄죄하다
1. 옷차림이나 겉모습이 무척 보기 나쁠 만큼 때, 먼지, 찌꺼기가 붙거나 묻다
 - 퍽 오래 안 씻었는지 꾀죄죄한 옷차림이다
 - 설날인데 꾀죄죄한 옷은 벗고 깨끗한 옷을 입으렴
2. 마음 씀씀이나 하는 짓이 매우 좁고 보잘것없다
 - 꾀죄죄하게 돈 100원 때문에 부아를 내니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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