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움수첩 2018.9.24.
마음없다·넋없다
← 태무심·무심하다·영혼업다
: 책을 읽다가 ‘태무심’이란 말을 보고 놀란다. 이런 한자말을 시에 쓰는 분이 있구나. 이런 말을 써야 시가 될까? 내가 시를 쓴다면 ‘마음없다’를 쓰리라. 요새 ‘영혼없다’처럼 말하는 분을 곧잘 보는데, ‘넋없다’라 하면 어떨까 싶다. “넋없이 하는 말”이나 “넋없이 지은 밥”처럼.
몸풀기
← 위밍업·준비운동
: 나는 늘 몸을 푼다. 어떤 일을 할 적이든 걸을 적이든. 아이들하고 놀다가도 몸을 풀고, 신나게 놀고서 쉴 적에도 몸을 푼다. 사전을 보면 “몸풀기 = 준비 운동”으로 다루는데, 좀 엉성하다.
둘쨋판·다음판·두벌술판·두벌판
← 2차
: 밥자리나 술자리에서 “‘2차’ 갑시다” 하고들 말하는데 ‘둘쨋판’이나 ‘다음판’이나 ‘두벌판’이라 하고 싶다. ‘3차’라면 ‘셋째판’이나 ‘세벌판’이 되겠지.
날박이·날짜박이
← 소인·우체국 소인
: ‘소인’이란 한자말을 사전에서 찾다가, 이 한자말이 ‘박다’를 가리킬 뿐인 줄 새삼스레 느낀다. 그렇구나. ‘날박이·날짜박이’ 같은 말을 바로 쓰기는 어려울 수 없을 테지만, 이렇게도 말을 지어 볼 수 있다고 적어 놓자. ‘-박이’라는 뒷가지 하나를 머리에 새긴다.
척척맛·척척솜씨·척척이·척척일
← ·
: ‘척척박사’라는 글월을 보다가 ‘척척-’이란 앞가지가 참 재미나다고 느낀다. ‘척척맛’이라면 어떨까? 밥을 지을 적에 어떤 맛이든 척척 해낸다면, 솜씨가 매우 좋아 무슨 일이든 다 잘 할 적에 ‘척척솜씨’라 하면. ‘척척손’이나 ‘척척머리’나 ‘척척눈’이나 ‘척척귀’라고 해도 좋네. 한 마디를 줄여 ‘척손’이나 ‘척눈’이라 해도 어울린다.
새로보다
← 신발견
: ‘신발견’이란 말을 보고 바로 ‘새로보다’라는 새말을 떠올린다. 왜냐하면, 나라면 ‘새로보다’를 처음부터 쓸 테니까. “새로 보다”처럼 띄어서 써야 맞다고 할 테지만 ‘새로쓰다’나 ‘새로짓다’나 ‘새로하다’처럼 ‘새로-’를 앞가지로 삼으면 멋진 말이 줄줄이 쏟아진다.
한줄서기·한줄짓기
← 일렬횡대
: 일본 제국주의 군대 질서 때문에 퍼진 일본 한자말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 가운데 하나로 ‘일렬횡대’가 있다. 요새 지하철역에는 ‘한줄서기·두줄서기’ 같은 말을 쓰는데, 드문드문 이처럼 받아들여서 새로 쓰는 말씨가 고맙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