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하다'와 '아늑하다'가 서로 비슷한 얼거리 되고,

'고요하다'와 '조용하다'가 서로 어깨동무하는 얼개 됩니다.

그렇지만, 네 낱말은 한 가지 느낌을 밑바탕으로

쓰임새와 느낌과 뜻이 조금씩 달라요. 

 

..

 

그윽하다·아늑하다·고요하다·조용하다
→ ‘그윽하다’와 ‘아늑하다’는 모두 시끄러운 소리가 없을 때를 가리키는데, ‘그윽하다’는 “깊은 곳에서 소리가 없이 따스하다”는 느낌을 나타내고, ‘아늑하다’는 “포근하면서 보드랍다”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고요하다’는 “움직임과 소리가 아주 없이 차분하다”는 느낌을 나타내고, ‘조용하다’는 “움직임과 소리가 없이 차분하다”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고요하다’는 소리뿐 아니라 움직임조차 아주 없는 느낌이고, ‘조용하다’는 시끄럽거나 어지럽게 하는 소리나 움직임이 없는 느낌입니다.


그윽하다
1. 깊숙해서 느긋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없다
 - 숲속에서 그윽한 밤을 맞이한다
2. 뜻이나 생각이 깊다
 - 어머니는 그윽한 마음씨로 우리를 보살핀다
3. 느낌이 들뜨지 않으면서 따스하다
 -  할아버지가 그윽한 눈길로 바라본다


아늑하다
1. 포근하게 안기듯 좋으면서, 어지러운 소리가 없다
 - 마을 뒤쪽을 숲과 골짜기고 감싸서 아늑하다
 - 햇볕 잘 드는 아늑한 방에서 소꿉놀이를 한다
2. 포근하면서 보드랍다
 - 겨울이 지나니 이제 아늑한 봄날이로구나
 - 아기를 아늑하게 안는 손길


고요하다
1. 소리와 움직임이 함께 없다
 - 별빛 고우면서 고요한 시골에서 지내는 동무
2. 움직임이나 흔들림이 없다
 - 비바람이 멎은 바다는 아주 고요하다
3. 말이 없이 따뜻한 모습이나 느낌이다
 - 우리는 서로 고요하게 웃음을 주고받는다


조용하다
1. 소리가 없이 가만히 있다
 - 오늘은 안 떠들고 조용하네
 - 아직 조용한 아침이다
2. 말이나 몸짓이나 마음씨가 어지럽거나 들뜨지 않다
 - 조용히 책을 읽는 아이가 있다
 - 걸음걸이가 참 조용하다
3. 바쁘거나 어지럽게 하는 것이 없다
 - 조용하게 살아가는 큰아버지
 -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는 할머니
4. 큰일이나 골칫거리나 말썽이 없다
 - 개구쟁이가 있어 조용한 날이 없다
 - 아기한테 젖을 물리니 조용하다
5. 들뜨거나 움직이던 마음이 가라앉거나 멈추다
 - 이제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 보렴
 - 한창 울고 나니 조용하다
6. 다른 사람한테 알리지 않다
 -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 어머니 생일잔치를 우리끼리 조용히 마련해서 놀래켰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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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와 아름답다, 예쁘다와 아리땁다,

이런 낱말을 어떻게 달리 가려서 쓰는가를

제대로 짚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한국어사전 가운데 이를 제대로 가리는 책은

아직 없습니다. 한두 가지 살짝 건드리기는 해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해요.

 

제대로 된 한국어사전이 되자면, 바로 이런 대목을

슬기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느껴요.

백과사전이 아닌 '한국말'사전이 되어야 할 테니까요.

 

..

 

 

곱다·예쁘다·아름답다·아리땁다·어여쁘다
→ ‘아름답다’고 말할 적에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기에 좋을 뿐 아니라,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즐겁다는 마음이 함께 일어나는 느낌을 밝힙니다. ‘곱다’고 말할 적에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기에 좋다는 뜻일 뿐,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즐겁다는 느낌을 담지 않아요. 그리고, ‘아름답다’는 서로 잘 어울리거나 둘레와 어우러지는 느낌이 짙고, ‘곱다’는 부드럽거나 따스한 느낌이 짙습니다. ‘예쁘다’는 좋다는 느낌이 아닌, 하는 짓이나 모양이 마음에 드는 느낌입니다. ‘맵시’는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가리키는데, 마음이나 몸가짐이나 옷차림이나 모습이 보기 좋을 때에 ‘아리땁다’라 말합니다. 목소리가 보드라울 적에 ‘곱다’ 말하고, 목소리가 악기나 다른 소리와 잘 어울릴 적에 ‘아름답다’ 말하며,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할 적에 ‘아리땁다’나 ‘예쁘다’고 말합니다. ‘예쁘다’는 나어린 사람한테 흔히 쓰고, ‘어여쁘다’는 조금 나이든 사람한테 흔히 쓰는구나 싶어요. 또는, 말느낌에서 살짝 다릅니다. 사람들이 “예쁜 할머니”라는 말을 요즈음 곧잘 쓰는데, 이때에는 할머니 나이가 되어도 아이들처럼 귀엽게 말을 하거나 몸짓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여쁜 할머니”라고 할 적에는 귀여움보다는 ‘사랑스러움’이 감도는 느낌이라고 봅니다.


곱다
1.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느낌으로 오는 모습이 참 좋다
 - 얼굴이 곱구나
 - 봄꽃이 곱게 핀 밭둑에 앉는다
2. 빛깔이 밝고 맑다
 - 햇볕이 고운 하루
 - 구름과 들판이 매우 고운 시골
3. 소리가 부드럽고 맑다
 - 풀벌레와 새와 개구리가 곱게 노래하는 여름날 저녁
4. 사랑스럽고 반갑다
 - 우리 언니는 고운 님을 기다린다
5. 상냥하고 부드럽다
 - 마음씨가 곱고 몸가짐이 바르다
6. 거칠지 않고 보드랍다
 - 바닷가 모래알이 고우니 모래놀이 하기에 좋다


예쁘다
1. 생긴 모습이나 하는 짓이 마음에 들다
 - 웃는 얼굴이 참 예쁘구나
2.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몸짓이 반듯해서 마음에 들다
 - 심부름도 잘 하고 아주 예쁘네


아름답다
1.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느낌으로 오는 모습이 참 좋으면서 즐겁다
 -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노래를 할 수 있을까
 - 눈이 확 트이며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진다
2. 훌륭하거나 착해서 마음에 들며 즐겁다
 -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처음 들었어요
 - 우리 할머니는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에요


아리땁다
: 마음이나 몸가짐이 맵시 있어 마음에 들다
 - 아리따운 몸짓으로 춤을 춘다

어여쁘다
: ‘예쁘다’와 같은 말. 조금 예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쓴다.
 - 복숭아꽃은 보면 볼수록 어여쁘단 말이야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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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똑같은 '곁'과 '옆'이지만,

쓰는 자리는 사뭇 다르다 할 만합니다.

두 낱말 뜻을 잘 살피면

우리 스스로 아름다이 살리면서 살찌울

말길을 깨달을 만합니다.

 

..

 

곁·옆
→ ‘곁’과 ‘옆’은 같은 뜻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과 “곁에 있는 사람”은 느낌이 달라요. ‘옆’은 그저 자리가 어디인가만 말하고, ‘곁’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거나 누군가를 보살피거나 아끼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옆’은 자리만 가리키기에 “옆으로 눕다”나 “옆을 보다”처럼 쓰지만, “곁으로 눕다”나 “곁을 보다”처럼 쓸 수는 없어요. 두 낱말을 바탕으로 ‘곁지기’와 ‘옆지기’처럼 쓸 수 있는데, 이때에 ‘곁지기’는 ‘옆지기’보다 한결 살가이 아끼거나 보살피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할 만해요.



1. 오른쪽 자리나 왼쪽 자리나 둘레 가까운 자리
 - 곁에서 도와주는 동무들
 - 내가 아플 적마다 어머니는 늘 곁에서 알뜰히 보살펴 주셨어
2.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
 - 곁을 많이 두어 외롭지 않아
 - 곁이 없으니 몸이 아플 적에 더 힘들다



: 오른쪽 자리나 왼쪽 자리나 둘레 가까운 자리
 - 옆을 잘 보렴
 - 옆에 앉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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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사람들이 '거들다'와 '돕다'를 아무렇게나 섞어서 쓰지 싶어요.

그래도 "가난한 이웃을 거들다"처럼 잘못 쓰는 일은 없지만,

말뜻을 제대로 짚어서 쓰는 어른도 아이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거들다·돕다·곁들다
→ 살짝 거든다는 뜻으로 ‘곁들다’를 쓰는 셈입니다. “일손을 곁들다”라 하면 가볍게 일손에 보탬이 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이웃을 돕다”처럼 쓸 수는 있어도 “가난한 이웃을 거들다”나 “가난한 이웃을 곁들다”처럼은 쓸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사이에 들어와서 어느 만큼 일손을 덜 때에 ‘거들다·곁들다’입니다. ‘돕다’는 일손을 덜 뿐 아니라 크게 보탬이 되기도 하고, 아예 뒷바라지를 하는 자리에까지 씁니다.


거들다
1. 남이 하는 일을 나서서 함께 하거나 힘을 더하다
 - 일손을 거들다
2. 남이 하는 말이나 일에 끼어들다
 - 싸움을 거들다


돕다
1. 남이 하는 일이 잘되도록, 또는 힘이 덜 들도록 함께 하거나 힘을 더하다
 - 동무들이 돕다
2. 어려운 때나 살림에서 벗어나도록 하다
 - 이웃을 돕
3. 안 좋던 모습을 나아지게 하다
 -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 약
4. 갈 길을 빨리 가라고 하다
 - 먼 길을 도와 달려왔습니다
5. 서로 기대다
 -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서로 도우며 살아요
6. 일이 잘 되도록 서로 힘을 더하다
 - 너와 나는 서로 도우며 공부한다
7. 뒤를 밀어주다
 - 큰아버지가 도와서 이 학교를 마칠 수 있었어요
8. 바르게 가도록 이끌다
 - 네가 도와서 나는 착한 사람이 되었다


곁들다
1. 어느 자리에 있을 일이 없는데 들어오다
 - 잔치마당에 살그머니 곁들어서 놀다
2. 어느 자리에 나란히 놓다
 - 찻집에 곁들인 책방
 - 노래에는 춤을 곁들여야 제맛이야
3. 곁에서 함께 붙잡아 들다
 - 작은 짐도 곁들면 한결 낫지
4. 남이 하는 일이나 말을 좀 거들다
 - 누나가 하는 말을 곁들어 본다
 - 할머니 밭에서 김매기를 곁들여 일을 일찍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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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테두리·틀
→ ‘가장자리’라고 할 적에는 끄트머리나 구석에 처진다는 느낌이지만, ‘테두리’는 이런 느낌을 담지 않아요. 또한, “가장자리에 앉는다”처럼 쓸 수 있어도 “테두리에 앉다”처럼 쓰지는 못합니다. “서울 테두리를 벗어난 적 없다”처럼 쓰기도 하는데, 서울 바깥으로 나간 적 없다는 뜻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서울 언저리를 벗어난 적 없다”라 하면 서울을 비롯해 서울과 가까운 자리에서만 맴돌았다는 뜻이 되어요. ‘테두리’와 ‘틀’은 “큰 테두리에서 생각하다”와 “큰 틀에서 생각하다”처럼 쓰곤 해요. ‘큰 테두리’라 할 적에는 넓게 품거나 안는 느낌, 곧 넉넉하게 아우르는 느낌입니다. ‘큰 틀’은 넓게 안거나 넉넉하게 아우르는 느낌보다는 뼈대와 얼개를 바탕으로 삼아서 살피는 느낌입니다.


가장자리
1. 가운데가 아닌 끝이나 바깥이 되는 쪽
 - 논두렁 가장자리에 콩을 심다
 - 걸상 가장자리에 살짝 앉다


테두리
1. 물건 끝을 죽 따라가며 두르거나 친 줄이나 꾸민 물건
 - 바지 테두리에 고운 실을 넣었다
2. 어느 곳이나 물건에서 끝이 되는 쪽
 - 꽃밭 테두리에 씀바귀 씨앗이 날아와서 자랐다
3. 어떤 사물이나 일을 아우르는 품
 - 법 테두리
 - 상식 테두리를 벗어난 말
 - 서울 테두리를 벗어난 적 없다



1. 무엇을 만들 때에 바탕으로 삼는 것
 - 반죽을 틀에 넣어 과자를 찍다
2. 뼈대나 바탕이나 밑을 이루는 것
 - 틀을 짜다
3. 굳어진 모습이나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
 - 틀에 박힌 말
4. 겉으로 살필 수 있는 모습
 - 틀을 잘 잡은 옷차림
5. 기계
 - 베틀
 - 재봉틀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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