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다와 아름답다, 예쁘다와 아리땁다,
이런 낱말을 어떻게 달리 가려서 쓰는가를
제대로 짚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한국어사전 가운데 이를 제대로 가리는 책은
아직 없습니다. 한두 가지 살짝 건드리기는 해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해요.
제대로 된 한국어사전이 되자면, 바로 이런 대목을
슬기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느껴요.
백과사전이 아닌 '한국말'사전이 되어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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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예쁘다·아름답다·아리땁다·어여쁘다
→ ‘아름답다’고 말할 적에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기에 좋을 뿐 아니라,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즐겁다는 마음이 함께 일어나는 느낌을 밝힙니다. ‘곱다’고 말할 적에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기에 좋다는 뜻일 뿐,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즐겁다는 느낌을 담지 않아요. 그리고, ‘아름답다’는 서로 잘 어울리거나 둘레와 어우러지는 느낌이 짙고, ‘곱다’는 부드럽거나 따스한 느낌이 짙습니다. ‘예쁘다’는 좋다는 느낌이 아닌, 하는 짓이나 모양이 마음에 드는 느낌입니다. ‘맵시’는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가리키는데, 마음이나 몸가짐이나 옷차림이나 모습이 보기 좋을 때에 ‘아리땁다’라 말합니다. 목소리가 보드라울 적에 ‘곱다’ 말하고, 목소리가 악기나 다른 소리와 잘 어울릴 적에 ‘아름답다’ 말하며,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할 적에 ‘아리땁다’나 ‘예쁘다’고 말합니다. ‘예쁘다’는 나어린 사람한테 흔히 쓰고, ‘어여쁘다’는 조금 나이든 사람한테 흔히 쓰는구나 싶어요. 또는, 말느낌에서 살짝 다릅니다. 사람들이 “예쁜 할머니”라는 말을 요즈음 곧잘 쓰는데, 이때에는 할머니 나이가 되어도 아이들처럼 귀엽게 말을 하거나 몸짓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여쁜 할머니”라고 할 적에는 귀여움보다는 ‘사랑스러움’이 감도는 느낌이라고 봅니다.
곱다
1.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느낌으로 오는 모습이 참 좋다
- 얼굴이 곱구나
- 봄꽃이 곱게 핀 밭둑에 앉는다
2. 빛깔이 밝고 맑다
- 햇볕이 고운 하루
- 구름과 들판이 매우 고운 시골
3. 소리가 부드럽고 맑다
- 풀벌레와 새와 개구리가 곱게 노래하는 여름날 저녁
4. 사랑스럽고 반갑다
- 우리 언니는 고운 님을 기다린다
5. 상냥하고 부드럽다
- 마음씨가 곱고 몸가짐이 바르다
6. 거칠지 않고 보드랍다
- 바닷가 모래알이 고우니 모래놀이 하기에 좋다
예쁘다
1. 생긴 모습이나 하는 짓이 마음에 들다
- 웃는 얼굴이 참 예쁘구나
2.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몸짓이 반듯해서 마음에 들다
- 심부름도 잘 하고 아주 예쁘네
아름답다
1.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느낌으로 오는 모습이 참 좋으면서 즐겁다
-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노래를 할 수 있을까
- 눈이 확 트이며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진다
2. 훌륭하거나 착해서 마음에 들며 즐겁다
-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처음 들었어요
- 우리 할머니는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에요
아리땁다
: 마음이나 몸가짐이 맵시 있어 마음에 들다
- 아리따운 몸짓으로 춤을 춘다
어여쁘다
: ‘예쁘다’와 같은 말. 조금 예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쓴다.
- 복숭아꽃은 보면 볼수록 어여쁘단 말이야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