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인천 배다리에서 지역공동체예술 운동을 하는 분들과 조금 늦게까지 막걸리를 마십니다. 술자리 이야기는 영화 이야기로도 번지고, 옆지기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라는 분이 엮어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영화가 참 좋다는 말을 또박또박 합니다. 저는 마를렌 고리스라는 분이 엮어낸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영화가 참 좋다고 느껴져서 네 차례 보았다는 말을 두런두런 합니다.

 아침에 택배가 옵니다. ㅂ이라는 책잡지에서 다달이 “이달 좋은 어린이책 추천”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보내주는 다섯 가지 책을 받고서 이 가운데 한 권을 추려서 소개글을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느덧 한 해를 훌쩍 넘기고 있는데, 다달이 책 다섯 가지를 받을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추려서 추천할 만한 책은 하나같이 안 보일까 싶어서 눈을 비비게 됩니다.

 지난주, 주안에 있는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인천인권영화잔치가 열렸고, 토요일에 〈탐보그란데〉라는 페루 영화도 한 편 걸렸습니다. “망고, 살인, 광산” 이 세 가지가 뒤엉킨 채 마을사람들 삶터를 몇 푼 보상금으로 쫓아내려는 개발업자와 정치꾼 움직임에 낮은자리 사람들은 “돈이 아닌 농사짓기가 더 좋다”고 말하면서 맞섭니다.

 얼마 앞서 서울로 책방 나들이를 갔다가 《미나타마병》(한울,2006)이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올해에 《슬픈 미나마타》(달팽이,2007)라는 책이 나왔고, 어린이책 가운데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우리교육,1995)가 있으며, 사진책 《미나마따의 아픔》(을지서적,1990)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미나마타는 일본에 있는 조그마한 바닷가마을. 오랜 세월 고기잡이를 하며 오순도순 조용히 살던 사람들이지만, 바닷가에 들어선 공장에서 내뿜은 쓰레기물, 이 가운데에서도 수은 때문에 더는 고기잡이를 못하고 사람들도 병에 걸려 거의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수은만 물고기와 들짐승과 사람몸에 나쁠까요.

 영화 〈디 워〉는 자그마치 800만이 넘는 사람이 보았다고 하는데, 저도 이 숫자에 들어갑니다. 〈디 워〉를 보며 참 심형래 감독답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 임순례다운 영화, 정재은다운 영화, 황윤다운 영화도 널리널리 사랑받으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대접받거나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어제 낮, 고등학교 적 동무한테 집전화 한 통 걸려옵니다. “야, 나 ○○야, 너 핸드폰도 없애고 그러면 어떻게 연락을 하냐?” “그래도 집전화가 있잖아.” “요즘 세상에 누가 집전화로 연락하냐. 아무튼, 이번 토요일에 보자. 나와라.” “몇 시에?” “저녁 여섯 시 반쯤, 부평역 대한극장 앞으로 나와. …… 그런데, 야, 이제 베스트셀러 하나 내서 수십억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 “마, 그렇게 벌면 니가 전화했을 때, 실례지만 누구신데요, 하고 말할걸?”

 이제 며칠 있으면 토요일, 이때 제가 혼자서 만드는 잡지를 하나 들고 가서 나누어 줄까 하는데, 동무들은 이 잡지를 보며 무어라 말할는지. “내용이 좋아도 팔려야 해.” 하고? 아니면 “안 팔려도 내용이 좋으면 돼.” 하고? (4340.12.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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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 접어들면 기름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름집에서 일하는 분들과 기름집을 찾아가 기름 한 통 사 와서 보일러 통에 채울 사람들 마음은 무겁습니다. 어찌어찌 기름을 얻어서 보일러를 돌립니다. 영 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날씨이지만, 작은 방에서 옷을 껴입고 웅크리고 있어도 허연 입김이 나옵니다. 한 해 두 해 따뜻해지고 있는 날씨이니, 지난날과 견주면 기름값은 적게 나온다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치솟는 물건값을 대는 일이란 늘 벅찹니다. 그래도 우리들 살아가는 이곳 남녘땅에서는 ‘비싸기는 해도 기름을 장만할’ 수 있고, 보일러를 돌릴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혜택 받는 곳은 가스로 집을 덥힐 수 있습니다. 지금쯤, 남녘보다 훨씬 춥고 서늘할 북녘땅 사람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요. 금강산이나 개성 나들이를 해도 만나거나 부대낄 수 없는 그 북녘사람들 삶은 어떠할까요. 옷밥집 걱정이 없는 잘사는 사람이 아니라, 옷밥집 모두 걱정스러운 못사는 사람들 형편은 어떠할까요.

 지난 월요일, 서울 나들이를 하며 용산역 앞을 지날 때, 장갑 낀 손으로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하고 외치는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을 보았습니다. 이분들 뒤로는 으리으리하게 올려세운 용산역 새 건물과 번쩍번쩍 불빛이 빛나는 새 전자상가 건물이 버티고 있습니다. 문득, 저 큰 건물 바깥벽에 붙인 ‘장식 전구’ 불을 끄고 전기를 아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종로거리에서, 또 어느 번화한 거리에서 ‘성탄절 맞이’로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켜 놓는 전구불을 줄여서 ‘이 세상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사라지고 모두모두 넉넉히 나누면서 살아갈 때까지 성탄절 맞이를 안 하면서 수수하게 살겠다’고 외치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이나 교회는 없을까 하는 생각.

 2001년 어느 날, 광화문에 있는 ‘북한자료센터’에서 북녘 어린이들이 쓰는 교과서를 구경한 적 있습니다. 지금은 이때보다 살림이 더욱 나빠졌을 텐데, 북녘 어린이들 교과서는 시커먼 갱지였고 그나마 잘못 넘기면 찢어질까 걱정스러울 판이었습니다. 이런 교과서나마 아이들 앞에 하나씩 돌아갈까요. 1980년대까지는 북녘에서 책을 찍어서 중국 연변으로 보냈다는데, 이제는 원고뭉치를 연변으로 보내어 책을 찍은 뒤 북녘으로 들인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들 남녘나라에서는 공짜신문이 넘치고 어마어마한 광고종이가 버려지며, 헤일 수 없이 많은 종이들이 이면지로도 안 쓰이며 쓰레기가 되는데, 이대로 세월이 더 흘러가면 북녘사람들 문화며 학술이며 교육이며 사회며 어디까지 굴러떨어질까요. 1992년을 마지막으로 더 못 찍고 있는 북녘 국어사전인 《조선말 대사전》입니다. 정치꾼이 만나고 북녘 살림살이 북돋는 공장을 짓기는 하지만, 책을 새로 찍을 수 없는데 ‘남북 문화 주고받기’는 어찌 하지요. 남녘땅에서도 북녘책을 자유로이 찾아보는 꿈을 꾸고 싶은데, 국가보안법을 몰아낸다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북녘책이 남아 있을는지. (4340.1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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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신문>에 싣는 글입니다. 이 글을 속으로 잘 삭이면서 받아들여 주실 분들이 꼭 한 분은 있으리라 믿으면서, 알라딘 서재에도 함께 걸쳐 놓습니다.






 
 엊저녁, 책상셈틀을 끄고 사진기를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섭니다. 먼저, 집 앞에 있는 헌책방에 들러서 책을 잠깐 구경하고 귤 세 알 얻어먹습니다. 이곳 인천 배다리를 가로지르는 ‘너비 50미터 길이 2.41킬로미터짜리 산업도로’를 밀어붙이려고 하는 종합건설본부장이 아침에 찾아와서는, ‘내년 초에 공사를 재개할 것입니다’ 하고 말하기에, 헌책방 아주머니께서 ‘여기는 인천이라고요,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요!’ 하고 외쳤답니다. 인천시 공무원과 개발업체 사람들은, 골목집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이곳을 책상머리에 앉아 길그림으로만 보면서, ‘시 재정에 도움이 안 되는 곳이라 시 재정에 도움이 될 아파트와 쇼핑센터를 올려세워야 한다’는 자기들 생각을 대놓고 지역신문에 말하고 있습니다.

 헌책방에서 나옵니다. 예닐곱 해 앞서까지만 해도 극장이 있던 터 옆으로 난 골목길로 접어듭니다. 일제강점기 때 제국주의자들이 인천 항구를 거쳐 서울로 가던, 그리고 조선땅에서 빼앗은 물건을 일본으로 실어나를 때 지나다니던 쇠뿔고개길(우각로)을 걷습니다. 조금씩 살이 빠지는 보름달을 올려다봅니다. 차 다니는 길로 잠깐 나왔다가 손수레도 들어설 수 없는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창영동 골목길을 빠져나온 다음, 숭의동 달동네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이달 첫머리, 숭의동 골목집 할배 할매가 감을 따던 나무 앞에 섭니다. 까치밥 네 알 남았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지나가기 힘들 비좁은 골목을 사뿐사뿐 빠져나가고, 꽤나 비알이 져서 고양이도 굴러떨어질지 모를 길을 지나갑니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전철 굴다리 밑으로 나오니 야구장 앞. 예순 해 가까이 된 이 ‘숭의 야구장’을 2008년 1월에 허문다는 인천시장 지시사항을 들어 보면, 야구장을 허물고 축구전용구장을 짓는다는데, 여기에 쓰인다는 돈은 10조에 가깝습니다. 야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 야구장 건너편에 있는 체육사로 찾아갑니다. 국민학교 적 동무가 장사를 하는 집. 어제 징허게 술을 퍼붓느라 오늘 아침 이불에서 벗어나기 싫었다는 녀석은 하루 내 갤갤대다가 이제 일 마치고 들어갈 때가 되었다고. “연말이면 죽어야 돼. 업체 사람들하고 주말마다 술 마셔야 하니까. 화요일까지 죽어 있다가 목요일에나 정신을 차려. 그나저나 너, 두꺼운 책 낸 거 있다며? 나중에 그것 좀 갖다 줘 봐라, 보게. 아니다, 내가 너네 집에 갈게.”

 찬바람 부는 골목으로 다시 나와서 걷습니다. 야구장 둘레에 있는 닭집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열네 살》이라는 만화책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옆지기는 《동 키호테의 탈출》이라는 프랑스 그림쟁이 데생책을 보면서 콜라를 마십니다. 여러모로 칭찬과 추천을 받는 책들이지만, 책방 나들이를 해서 두 손으로 집어들어 펼쳐 넘기며 우리 마음에 드는가 안 드는가를 헤아리기 앞서까지는 참말로 읽을 만한지 그냥 지나쳐도 좋을 만한지 알 수 없던 책들을 안주 삼아서 술 한잔을 마십니다. (4340.11.2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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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세 시 무렵,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셋이 쪼르르 놀러오곤 합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찾아옵니다. 한 번 놀러오면 저녁 여섯 시까지 보드게임을 하거나 저희끼리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밖에 나가 돈벌이를 하고, 집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만 계시다고 합니다. 보름쯤 앞서, 옆지기가 이 아이들한테 “너희들 고무줄놀이 아니?”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몰라요.” 하다가는, “(만화) 《검정고무신》에서 봤어요.” 하면서 옛날 옛적 놀이로 여깁니다. 그러다가는 “전통놀이 아니에요?” 하고 말합니다. 옆지기가 아이 둘을 세워 놓고 다리에 고무줄을 걸고는, 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옆지기는 스물여덟. 어릴 적에 고무줄놀이를 퍽 즐겼다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요즘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고무줄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노는 모습조차 거의 못 봅니다. 너덧 해 앞서도, 예닐곱 해 앞서도 고무줄놀이 하는 아이들을 못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인터넷게임을 하느라 그런다는 소리도 있지만,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인터넷게임조차 할 겨를이 없다고, 학원에 가랴, 책 읽고 느낌글 쓰랴, 글짓기 숙제 하랴, 한문 숙제와 영어 숙제 하랴, 체험학습 다니랴, 몸뚱이가 열 몇 개라도 힘들 만큼 바쁘게 돌아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서울 나들이를 하며 홍제동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 옆을 지나가는데, 손바닥 만한 운동장에 아이들이 공차기를 하거나 줄넘기를 할 뿐, 다른 놀이 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그 흔한 비사치기도, 제기차기도, 구슬치기도, 땅뺏기놀이도, 말뚝박기도, 얼음땡도, 술래잡기도, 오징어도, 오재미도, 자치기도, …… 아이들은 하지 않습니다. 아니, 할 수 없겠지요. 어느 때부터인가 갑작스럽게 언니 오빠 누나 형한테 물려받는 ‘동네 골목길 놀이’ 또는 ‘마을 고샅길 놀이’가 자취를 감추었으니까요. 놀이가 자취를 감춘 골목길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 있는 덩치 큰 자가용이 가득합니다. 서 있는 차가 없을라치면 배달오토바이가 씽씽 내달리고 크고작은 자가용이 쉴 틈 없이 오갑니다. 학원버스는 아이들을 집과 학원과 학교 사이를 이어줍니다. 아이들은 땅을 두 발로 디딜 겨를이 없습니다. 저나 또래 동무들은 국민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한글을 보았고, 숫자를 셌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알파벳을 보았고, 띄엄띄엄 읽었습니다. 그래도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영어 동화책을 읽었고 고등학생 때에는 영어 소설을 읽었습니다.

 웬만하게만 만들어 내놓으면, 어린이책은 손해를 보지 않고 잘 팔립니다. 나라밖 명작동화만 잔뜩 옮겨내던 흐름이, 이제는 생활동화며 우리 문화와 철학과 사회와 역사도 다루는 테두리며 넓어집니다. 이 나라 아이들 마음과 삶을 헤아린다는 ‘참 좋아 보이는’ 어린이책은 앞으로도 꾸준히 나오겠지요. 아니, 많이 나오겠지요. 그런데 어쩌지요. 이 어린이책을 볼 아이들한테는 자기 삶이 없는데, 자기 두 발로 디딜 땅이 없는데. 더욱이, 어린이에서 젊은이로 넘어가는 때에 읽을 책도 없는데. (4340.11.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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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저녁, 동인천역 둘레로 나들이를 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팔뚝에 걸쳐 놓은 신문을 하나 집어서 “석간이에요. 읽어 보셔요.” 하고 건넵니다. “네, 고맙습니다.” 하며 받습니다. 몇 해 앞서부터 수없이 찍혀 나오고 있는 ‘공짜 신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철역 둘레에 쌓여 있는 이런 공짜 신문을 제 손으로 집어들어 볼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늦은저녁, 쌀쌀한 날씨에도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맞춘옷을 입고 덜덜 떨면서 한 장씩 나누어 주실 때에는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며 받아듭니다.

 집에 와서 공짜 신문을 펼칩니다. 광고가 참 빽빽합니다. 이 신문들은 공짜로 나누어 주는 만큼 광고를 받아내어 종이값을 대고 직원들 일삯을 대겠지요. 그러니까, 곰곰이 따지면 공짜는 아닙니다. 우리 눈을 아프게 하는 어수선한 광고까지 다 넘겨서 살피는 대가로 받는 신문입니다. 버스나 지하철도 그렇잖아요. 눈둘 데가 없을 만큼 광고판이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이 우리들 ‘편의’를 헤아리는 대중교통이라 한다면, 찻삯을 받지 말고 광고로 떡칠을 하든지, 찻삯을 받는 만큼 광고판을 집어치우든지 해야 올바릅니다.

 공짜 신문을 술술 넘기니 ‘친환경상품전시회’ 광고가 있습니다. 얼핏 보았을 때에는 기사 같았는데 코딱지 만한 글씨로 ‘전면광고’ 꼬리말이 붙었네요. 지구자원을 써서 만드는 물건인데 ‘환경을 사랑하는(친환경)’ 물건이 될 수 있을는지. 지구 삶터를 가장 무너뜨리는 나라가 미국이고, 끊임없는 석유 싸움과 무기 싸움으로 온누리를 괴롭히는 미국인 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며, 미국 부시 대통령을 나무라고 주한미군 문제를 외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환경운동 하는 분들조차 “STOP, CO₂!”를 읊고 ‘친환경상품전시회’ 구호로도 쓰입니다.

 ‘경제’ 지면도 아닌 ‘Money’ 지면에 “내일의 운세를 ENGLISH로”라는 광고가 보입니다. 바로 밑 기사는, “무비데이에 파브시사회서 데이트할까”. 삼성전자에서 새로 내놓은 텔레비전 광고 기사네요. 새 텔레비전 이름은 ‘파브 깐느 풀HD LCD TV’입니다.

 지난 10월부터 〈한겨레〉는 ‘한 부 500원짜리 논술신문’을 펴냅니다. 지난 2005년 겨울, 〈한겨레21〉 587호 별책부록으로 ‘2006 논술 예상문제 6선!’을 끼워팔았습니다. 2002년이었던가요, 그때는 ‘초등학생 영어일기 첨삭지도’를 한 주에 한 차례씩 기사로 실었습니다.

 오늘은 대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또 인터넷이 ‘시험 잘 치르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면 시험문제 풀이로 떠들썩할 테지요. 하지만, 대학교에 가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대학교 안 가고’ 사회살이를 할 아이들한테 마음쓰는 신문이나 방송은 얼마나 될는지. 서민을 말하고 진보를 말하고 개혁을 외치며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어이하여 ‘고졸’ 아이들을, ‘중졸’ 아이들을 못 껴안고 있는지. (4340.11.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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