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저녁, 동인천역 둘레로 나들이를 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팔뚝에 걸쳐 놓은 신문을 하나 집어서 “석간이에요. 읽어 보셔요.” 하고 건넵니다. “네, 고맙습니다.” 하며 받습니다. 몇 해 앞서부터 수없이 찍혀 나오고 있는 ‘공짜 신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철역 둘레에 쌓여 있는 이런 공짜 신문을 제 손으로 집어들어 볼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늦은저녁, 쌀쌀한 날씨에도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맞춘옷을 입고 덜덜 떨면서 한 장씩 나누어 주실 때에는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며 받아듭니다.

 집에 와서 공짜 신문을 펼칩니다. 광고가 참 빽빽합니다. 이 신문들은 공짜로 나누어 주는 만큼 광고를 받아내어 종이값을 대고 직원들 일삯을 대겠지요. 그러니까, 곰곰이 따지면 공짜는 아닙니다. 우리 눈을 아프게 하는 어수선한 광고까지 다 넘겨서 살피는 대가로 받는 신문입니다. 버스나 지하철도 그렇잖아요. 눈둘 데가 없을 만큼 광고판이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이 우리들 ‘편의’를 헤아리는 대중교통이라 한다면, 찻삯을 받지 말고 광고로 떡칠을 하든지, 찻삯을 받는 만큼 광고판을 집어치우든지 해야 올바릅니다.

 공짜 신문을 술술 넘기니 ‘친환경상품전시회’ 광고가 있습니다. 얼핏 보았을 때에는 기사 같았는데 코딱지 만한 글씨로 ‘전면광고’ 꼬리말이 붙었네요. 지구자원을 써서 만드는 물건인데 ‘환경을 사랑하는(친환경)’ 물건이 될 수 있을는지. 지구 삶터를 가장 무너뜨리는 나라가 미국이고, 끊임없는 석유 싸움과 무기 싸움으로 온누리를 괴롭히는 미국인 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며, 미국 부시 대통령을 나무라고 주한미군 문제를 외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환경운동 하는 분들조차 “STOP, CO₂!”를 읊고 ‘친환경상품전시회’ 구호로도 쓰입니다.

 ‘경제’ 지면도 아닌 ‘Money’ 지면에 “내일의 운세를 ENGLISH로”라는 광고가 보입니다. 바로 밑 기사는, “무비데이에 파브시사회서 데이트할까”. 삼성전자에서 새로 내놓은 텔레비전 광고 기사네요. 새 텔레비전 이름은 ‘파브 깐느 풀HD LCD TV’입니다.

 지난 10월부터 〈한겨레〉는 ‘한 부 500원짜리 논술신문’을 펴냅니다. 지난 2005년 겨울, 〈한겨레21〉 587호 별책부록으로 ‘2006 논술 예상문제 6선!’을 끼워팔았습니다. 2002년이었던가요, 그때는 ‘초등학생 영어일기 첨삭지도’를 한 주에 한 차례씩 기사로 실었습니다.

 오늘은 대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또 인터넷이 ‘시험 잘 치르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면 시험문제 풀이로 떠들썩할 테지요. 하지만, 대학교에 가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대학교 안 가고’ 사회살이를 할 아이들한테 마음쓰는 신문이나 방송은 얼마나 될는지. 서민을 말하고 진보를 말하고 개혁을 외치며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어이하여 ‘고졸’ 아이들을, ‘중졸’ 아이들을 못 껴안고 있는지. (4340.11.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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