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접어들면 기름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름집에서 일하는 분들과 기름집을 찾아가 기름 한 통 사 와서 보일러 통에 채울 사람들 마음은 무겁습니다. 어찌어찌 기름을 얻어서 보일러를 돌립니다. 영 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날씨이지만, 작은 방에서 옷을 껴입고 웅크리고 있어도 허연 입김이 나옵니다. 한 해 두 해 따뜻해지고 있는 날씨이니, 지난날과 견주면 기름값은 적게 나온다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치솟는 물건값을 대는 일이란 늘 벅찹니다. 그래도 우리들 살아가는 이곳 남녘땅에서는 ‘비싸기는 해도 기름을 장만할’ 수 있고, 보일러를 돌릴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혜택 받는 곳은 가스로 집을 덥힐 수 있습니다. 지금쯤, 남녘보다 훨씬 춥고 서늘할 북녘땅 사람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요. 금강산이나 개성 나들이를 해도 만나거나 부대낄 수 없는 그 북녘사람들 삶은 어떠할까요. 옷밥집 걱정이 없는 잘사는 사람이 아니라, 옷밥집 모두 걱정스러운 못사는 사람들 형편은 어떠할까요.

 지난 월요일, 서울 나들이를 하며 용산역 앞을 지날 때, 장갑 낀 손으로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하고 외치는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을 보았습니다. 이분들 뒤로는 으리으리하게 올려세운 용산역 새 건물과 번쩍번쩍 불빛이 빛나는 새 전자상가 건물이 버티고 있습니다. 문득, 저 큰 건물 바깥벽에 붙인 ‘장식 전구’ 불을 끄고 전기를 아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종로거리에서, 또 어느 번화한 거리에서 ‘성탄절 맞이’로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켜 놓는 전구불을 줄여서 ‘이 세상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사라지고 모두모두 넉넉히 나누면서 살아갈 때까지 성탄절 맞이를 안 하면서 수수하게 살겠다’고 외치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이나 교회는 없을까 하는 생각.

 2001년 어느 날, 광화문에 있는 ‘북한자료센터’에서 북녘 어린이들이 쓰는 교과서를 구경한 적 있습니다. 지금은 이때보다 살림이 더욱 나빠졌을 텐데, 북녘 어린이들 교과서는 시커먼 갱지였고 그나마 잘못 넘기면 찢어질까 걱정스러울 판이었습니다. 이런 교과서나마 아이들 앞에 하나씩 돌아갈까요. 1980년대까지는 북녘에서 책을 찍어서 중국 연변으로 보냈다는데, 이제는 원고뭉치를 연변으로 보내어 책을 찍은 뒤 북녘으로 들인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들 남녘나라에서는 공짜신문이 넘치고 어마어마한 광고종이가 버려지며, 헤일 수 없이 많은 종이들이 이면지로도 안 쓰이며 쓰레기가 되는데, 이대로 세월이 더 흘러가면 북녘사람들 문화며 학술이며 교육이며 사회며 어디까지 굴러떨어질까요. 1992년을 마지막으로 더 못 찍고 있는 북녘 국어사전인 《조선말 대사전》입니다. 정치꾼이 만나고 북녘 살림살이 북돋는 공장을 짓기는 하지만, 책을 새로 찍을 수 없는데 ‘남북 문화 주고받기’는 어찌 하지요. 남녘땅에서도 북녘책을 자유로이 찾아보는 꿈을 꾸고 싶은데, 국가보안법을 몰아낸다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북녘책이 남아 있을는지. (4340.1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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