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창비시선 111
도종환 지음 / 창비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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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17.

노래책시렁 312


《당신은 누구십니까》

 도종환

 창작과비평사

 1993.3.30.



  노래를 쓰면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아니, 아이를 가르치려면 아이한테서 사랑빛을 배우면서 노래를 들려줄 노릇입니다. 아이를 가르치다가 문득문득 노래를 부를 만합니다. 아니, 아이 곁에서 살림을 짓는 동안 삶이란 이렇게 눈부시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저절로 노래가 샘솟을 일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를 예전에도 읽으면서 참 거짓스러웠다고 느꼈습니다. 말로만 들려주는 모습은 겉이요, ‘겉 = 거죽 = 거짓’입니다. ‘거짓’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겉’을 꾸미려 하기에 ‘거짓’으로 흐르고, 거짓은 어느새 ‘거저’로 닿으면서 ‘거지’하고 만나요. ‘거저·거지’가 나쁠 일이 없습니다. ‘겉’만 있을 뿐, 속은 비었다는 뜻이요, 스스로 속을 가꾸면서 짓는 빛나는 삶하고는 멀 뿐입니다. “그대는 누구입니까?” 하고 묻기 앞서 “나는 누구입니까?”를 스스로 돌아보면 됩니다. 언제나 ‘나부터’입니다. 나부터 바꾸고, 나부터 되새기고, 나부터 일어서고, 나부터 걸어가면 됩니다. 나부터 눈뜨고, 나부터 생각을 지으며, 나부터 오늘 이곳을 사랑하면, 저절로 ‘너’를 만나려고 ‘너머’로 나아가면서 ‘그곳’에서 ‘그대’를 만나서 ‘우리’라고 하는 새빛을 익힙니다. 감투에 홀리면 노래를 잊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먼저 시를 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시가 먼저 우리를 배반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53쪽)


길은 어디에라도 있는 것이다 // 가장 험한 곳에 목숨을 던져서 /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있는 것이다. (상선암에서/79쪽)


나뭇잎 몇개가 떠서 지켜보는 그날의 하늘도 / 오늘처럼 이렇게 푸르렀을 겁니다 / 푸르른 가슴으로 그들도 젊음에 대하여 생각하고 / 과일처럼 자라오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을 겁니다 … 나 자신보다 더 큰 것을 사랑하면서부터 / 이땅에서 피흘리며 지켜야 할 것이 있음을 알면서부터 / 그들은 사랑보다는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식민지의 이 푸르른 하늘 밑에 또다시 가을이 오면/122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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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전집 1 : 시 박영근 전집 1
박영근 지음, 박영근전집 간행위원회 엮음 / 실천문학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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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17.

노래책시렁 256


《대열》

 박영근

 풀빛

 1987.11.15.



  어린배움터부터 푸른배움터를 지나는 열두 해에 걸쳐 ‘대열’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이 끔찍하게 듣기 싫었습니다. 요새는 매질(체벌)이나 주먹질(폭력)이 많이 걷혔으나,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집·마을·배움터·일터·나라 어디에서나 매질하고 주먹질이 판쳤습니다. 줄(대열)을 지으라고 윽박질렀고, 줄에서 벗어나면 두들겨패거나 밟으면서 틀에 끼워맞추려고 했습니다. 《대열》은 ‘줄’에 ‘길들’이려는 무리한테 ‘들불’처럼 맞서면서 ‘줄기차’게 ‘어깨동무’를 하는 ‘새길’을 읊는 노래를 담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이 줄을 저 줄로 바꾸면 나을 수 있을까요? 이 길을 저 길로 바꾸면 달라질까요? 이 틀을 저 틀로 고치면 새로울까요? 어쩔 길이 없어서 이곳을 못 떠난다고 여기지만, 다른 길을 스스로 찾거나 바라거나 생각하지 않기에, 그만 길드는 굴레를 우리가 스스로 짓는다고 느껴요. 왜 배움터를 그만두지 못 할까요? 왜 일터를 떠나지 못 할까요? 왜 ‘나라’ 아닌 ‘나’를 바라보면서, ‘나와 매한가지인 너’를 스스럼없이 품고 안고 풀고 알면서 꽃으로 피어나려는 숨결로 자라는 길로는 선뜻 나아가지 못 할까요? ‘노동문학’은 나쁘지 않되, 낫지 않습니다. 살림길을 삶글로 풀어 사랑으로 녹일 ‘일’입니다.



방을 옮겨야할 것 같아요. / 그런데 방값은 비싸고 / 싸구려 월세방은 드물고 // 정말 살아가기가 고달플 때 / ‘의연한 산하’를 부르며 / 가사를 되씹으며 / 당신과의 약속을 생각해요. (편지·1/32쪽)


공단 복지회관 안내공고판에서 모임의 이름들과 시간표가 환히 웃고 있었다. / 책 한 권……꽃 한 송이……연애 한 번 못해봤네. / 출근카드에 찍힌 수많은 날짜들과 / 야근하던 밤마다 손바닥에 올려지던 푸른 색 식권들이 떠올랐다. / 나는 괜찮을까. (공장 비나리·2-내 이름은 공순이에요/238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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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풀잎노래 창비시선 114
양정자 지음 / 창비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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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11.

노래책시렁 313


《아이들의 풀잎노래》

 양정자

 창작과비평사

 1993.6.15.



  다 지나간 일 아니냐고 여기는 분이 있지만, 무엇이 지나갈까요? 지나가면 사라질까요? 민낯을 감추고 얌전을 떨기에 온갖 잘못을 되풀이하고 맙니다. 굳이 예전 일을 들출 마음은 없되, 문득 돌아보고서 오늘을 바라봅니다. 지난날 어린이를 두들겨패던 자리에 선 어른 가운데 이녁 주먹다짐을 낱낱이 뉘우치고 또 고개숙이고 다시 눈물지으면서 조용히 호미를 쥔 채 씨앗을 심으면서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는 몇이나 있을까요? 《아이들의 풀잎노래》는 1993년에 나옵니다. 이 꾸러미에 흐르는 모든 이야기를 온몸으로 겪었고, 2010년 무렵까지 인천에서는 그리 안 바뀐 모습을 보았어요. 요새는 ‘학폭’이라 하지요. 예전 길잡이는 가볍게 따귀에 발길질에 몽둥이질을 일삼고 ‘술내기 축구·화투’를 으레 했습니다. “뭐, 예전 일 갖구 뭘?”처럼 여기겠습니까, “창피한 민낯입니다!”로 여기겠습니까? 얼마 안 된 일입니다. 그무렵 얻어터지고 뒹굴어야 했던 어린이·푸름이는 이제 쉰 살도 예순 살도 지나는데, ‘맞고 자라 어른이 된 사람’들 마음에는 무슨 씨앗이 싹텄을까요? 착하기만 해서는 못 산다고 여길 수 없어요. 착한 마음으로 누구나 사랑을 피우도록 ‘어른’이라면 발벗고 바꿔야지요. 참말로 ‘어른·길잡이’라면 말이지요.


ㅅㄴㄹ


승우야, 너 착하고 순진하지만 사내란 / 선만 가지고는 못 사는 세상이란다 / 배 뻥긋하도록 실컷실컷 먹고서 / 어서어서 힘도 세어지고 키도 크거라 / 그래서 다시는 네 몫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라 (점심시간/38쪽)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 줄줄 흐르는 /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이 불볕 더위에 / 아이들도 아닌 다 큰 남자 선생님들이 / 시험 때라 아이들 일찍 가버리고 텅 비인 / 햇빛만 쨍한 새하얀 운동장을 누비며 / 땀 뻘뻘 흘리며 술내기 축구를 한다 / 이 더위에 보기만 해도 숨 헉헉 막히는 / 여자들은 도저히 꿈꿀 수조차 없는 / 사내들의 저 위대함! / 저 위대함이 한 아내와 자식들을 거느리고 / 전쟁도 일으킨다 (남자 선생님들/50쪽)


비록 매 맞고 매 때리는 사이지만 / 그애 뺨과 내 손의 살이 맞닿는 순간 / 남모를 애틋한 느낌이 잠깐 오간다 / 내가 잠깐 복잡한 심정으로 망설이는 사이 / 눈치 빠른 놈들이 여기저기서 소리친다 / “선생님, 제발 살살 때려줘요 / 성호 여드름 터져요.” (여드름/86∼87쪽)


그때 그 일을

고스란히 남긴

이 글은 무척 값지다.

참으로 값지다.

이런 이야기를 시로 썼다니,

참 대단했다.

시로뿐 아니라 책으로도 나와,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지난날과 오늘날 우리 문단과 학교는,

참 놀랍다.


진작 이 느낌글을 쓰고 싶었으나

〈여드름〉을 비롯한 여러 시를

쉽게 읽을 수 없어

얼추 스무 해를 삭이고 난 오늘

비로소 느낌글을 갈무리해 놓는다.


문득 되물어 본다.

왜 때렸을까?

언제 뉘우칠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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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 - 이순자 유고 시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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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11.

노래책시렁 290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

 이순자

 휴머니스트

 2022.5.9.



  구멍난 옷을 기웁니다. 구멍난 줄 모르고 다니다가 집에 와서 알아차리고는 “아, 기워야 하는 줄 잊었네.” 하고 읊고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천천히 기웁니다. 기우다가 밥을 차려야 하거나 다른 집안일을 하면 바느질감을 내려놓습니다. 이러다가 기움질을 잊고, 나중에 떠오르면 다시 기워요. 옷에 때가 탔으니 빨래를 하고, 바닥에 부스러기가 내려앉으니 훔칩니다. 아이들은 곁에서 이모저모 지켜보다가 소꿉을 놀더니, 어느새 스스로 밥을 짓고 비질에 걸레질을 하고 짐도 척척 나릅니다.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를 둘레에서 퍽 추키기에 장만해서 읽었는데, 한 해 즈음 자리맡에 놓고서 잊었습니다. 요새는 숱한 글바치가 글빛을 잊고 잃었다지요. 꿈은 우리한테 다시 찾아오지 않아요. 왜일까요? 우리가 스스로 그릴 때에만 꿈은 곧바로 눈앞에서 피어납니다. 우리가 안 그리는 꿈은 죽어도 안 찾아옵니다. 개를 그리니 개꿈이고, 허방을 놓으니 헛꿈입니다. 사랑으로 그리면 누구나 사랑꿈을 이뤄요. 허술한 글은 왜 쏟아질까요? ‘팔릴 글’을 쳐다보느라 허수룩합니다. 빛나는 글은 왜 드물까요? 스스로 하루를 빛내면 모든 삶은 시나브로 별로 돋아나고 글로 가만히 옮아가는데, 살림을 등지는 탓입니다.



나도 그랬다 / 거울 앞에서 눈 흘기며 / 족집게로 새치 뽑아 / 거울에 붙여놓고 / 내 신산한 세월 같아 떼지 못했다 // 내가 새치를 뽑을 때 / 단발머리 소녀였던 딸아이 / 그새 사십 줄에 들어서 / 엄마가 하던 짓 그대로 한다 (새치/46쪽)


호스피스 병동 첫 봉사 날 / ―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는 / 암 병동에서 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다 / 고르고 골라도 마땅한 인사말 생각나지 않아 / 무조건 병실 문 열고 들어가 / 슬며시 손부터 잡았다 (안녕히 주무세요/1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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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걸린 부엉이 빛그린 동심집 1
이묘신 지음 / 브로콜리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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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11.

노래책시렁 310


《마법 걸린 부엉이》

 이묘신

 브로콜리숲

 2019.9.27.



  새봄을 맞이한 들숲을 적시는 휘파람새 노랫소리는 기쁘면서 우렁차게 온몸을 휘감는 숨결입니다. 봄에도 가을에도 서울(도시) 한복판을 쩌렁쩌렁 울리는 부릉소리는 삶을 밟는 지스러기입니다. 밝게 퍼지는 숨결을 품고서 글 한 자락을 여밀 만하고, 시끄럽게 어지럽히는 지스러기를 달래면서 글 두 자락을 옮길 만합니다. 다만, 무엇을 보거나 느끼든 우리 스스로 풀어낼 노릇입니다. 좋거나 싫다는 금긋기가 아닌, 오늘 이곳에서 맞아들이는 삶이 사랑으로 피어나도록 다독일 수 있다면, 글쓰기는 글짓기·삶짓기·마음짓기로 뻗을 만합니다. 《마법 걸린 부엉이》는 토막노래를 들려줍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이웃을 문득 느끼면서 단출히 새깁니다. 곰곰이 보면 이 토막노래는 예부터 숱한 어버이가 아이 곁에서 문득문득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입니다. 겨울에 눈이 오기에 “이야, 하늘에 눈꽃이 피었구나.” 하고 한줄노래(외마디노래)를 터뜨립니다. 봄에 새가 노래하기에 “오, 봄이 노래로 물드는구나.” 하고 한마디노래(외줄노래)를 읊어요. 어렵다면 글이 아닙니다. 어렵다면 말도 마음도 삶도 아닙니다. 들씌울 일이 없이 스스럼없이 풀어낼 적에 모두 노래로 다시 태어나는 말이자 마음이자 삶인 하루입니다.


ㅅㄴㄹ


지붕 위에 농구공이 / 박처럼 달려있다 (도시의 밤/32쪽)


꾹 찍힌 발자국 / 풀을 담았다 // 풀의 집이 되었다 (발자국/58쪽)


화초에게 / 딱 맞는 신발을 / 신겨주었다 (화분/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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