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 뜨인돌 그림책 25
알랭 세르 글, 실비아 보나니 그림, 박희원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6



지구별에 푸른 바람

― 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

 알랭 세르 글

 실비아 보나니 그림

 박희원 옮김

 뜨인돌어린이 펴냄, 2011.4.29.



  자동차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자동차는 더 늘어나기만 합니다.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찻길을 더 늘리고, 주차장을 새로 마련합니다. 고속도로를 새로 더 닦는다 할 뿐, 고속도로를 줄이려고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자동차가 늘면서 아파트도 늘어납니다. 도시를 더 늘리거나 키우려고 합니다. 도시는 시골을 잡아먹으면서 늘어납니다. 온갖 건물은 들과 숲을 밀어내면서 늘어납니다. 도시를 키우면서 발전소를 새로 짓고, 발전소를 새로 지으면서 송전탑을 새로 박습니다. 전기를 쓰는 시설이나 기계는 끝없이 늘어납니다. 전기를 안 써도 될 삶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교육과 정치와 경제가 꽁꽁 막힙니다.



.. 우리가 거대한 빙하를 마지막 조각까지 다 녹여 버리고 나면 ..  (3쪽)



  시골에서도 면소재지나 읍내에서는 자동차 소리를 듣습니다. 깊은 두멧자락이어야 비로소 자동차 소리에서 벗어납니다. 자동차 소리가 없는 곳에서는 멧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자동차가 깃들지 않는 곳에서는 바람이 풀잎을 건드리는 소리와 나뭇가지를 간질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릅니다.


  자동차 소리를 듣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자동차 소리에 막히고, 자동차 움직임에 휩쓸립니다. 자동차 소리로 시끄럽기에 건물마다 창문이 두껍습니다. 풀밭이 사라지고 빈터가 없어집니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연을 날리며 뛰놀 만한 들’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오늘날에는 ‘아이들이 연을 날리며 뛰놀도록’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 우리에게 남는 건 돈. 하지만 돈을 먹을 순 없잖아요 ..  (17쪽)





  아이들이 학교를 다닙니다. 어느 나이가 되면 학교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교과서를 받습니다. 교과서에 적힌 지식은 아이들이 도시에서 ‘문화 교양인’으로 지내도록 이끕니다. 교과서는 아이들한테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짓는 길을 밝히지 않습니다. 흙을 일구거나 나무를 심거나 숲을 돌보는 길을 보여주는 교과서는 없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거나 동무와 어깨를 겯거나 어버이를 믿는 빛을 들려주는 교과서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빛일까요? 아이들은 어떤 빛일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삶을 가꿀 때에 아름다울까요?


  알랭 세르 님이 쓴 글과 실비아 보나니 님이 빚은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뜨인돌어린이,2011)을 읽습니다. 사람들이 지구를 다 먹어치우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어른도 아이도 지구를 다 먹어치우려는 생각이 아니라,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고 싶은 넋을 보여주는 이야기책입니다.



..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지구를 소중히 생각하고 아껴 줄 어린이들뿐 ..  (20쪽)



  아이들이 빛이라면, 어른들도 처음에는 모두 빛이었습니다. 그런데, 빛이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빛이 아닌 목숨으로 바뀝니다. 빛이던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책을 읽으며 방송을 보는 동안 어느새 빛을 잃는 어른이 되고 맙니다. 회사를 다니고 도시에서 살며 자가용을 모는 사이 어느덧 빛과 동떨어진 어른으로 지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빛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나 고운 빛으로 살아갈 때에 환하게 웃습니다. 어른들도 늘 빛입니다. 그리고 어른들도 늘 맑은 빛으로 생각할 적에 신나게 노래합니다.


  경제개발이나 교육과정이 아닌 삶을 가꾸는 빛이 되기를 빕니다. 학력신장이나 문화예술이 아닌 사랑을 나누는 숨결이 되기를 빕니다. 사랑으로 만난 사람들이 사랑을 키우면서 지구별에 푸른 바람이 불도록 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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