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부산에서 런던까지 똑똑한 책꽂이 13
정은주 지음, 박해랑 그림 / 키다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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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7.31.

그림책시렁 1265


《기차 타고 부산에서 런던까지》

 정은주 글

 박해랑 그림

 키다리

 2019.10.28.



  칙칙폭폭 달리면 빠르게 휙휙 지나갑니다. 두바퀴(자전거)로 달릴 적이나 두다리로 걸을 적하고는 견줄 수 없습니다. 아주 빨라요. 빠르게 칙칙폭폭 달리면서 내다보는 모습은 슥슥 지나치는 ‘구경’입니다. 그런데 ‘바깥구경’도 자꾸자꾸 바뀝니다. 이제 막 본 모습을 느긋이 되새길 틈이 없이 다른 모습이 끝없이 찾아와요. 《기차 타고 부산에서 런던까지》는 칙칙폭폭 달리는 머나먼 마실길을 차근차근 보여주는구나 싶습니다. 부산부터 큰고장을 두루 거치면서 ‘몇몇 모습’을 적바림하는 나들이를 들려줍니다. 흔히 ‘기차여행’이라 하는데, 빠른길(고속도로·기차·비행기)을 달리며 스치는 모습은 늘 ‘빠르게 잊히는 구경’에 머물어요. 이 그림책이 나쁠 일은 없되, ‘큰고장’ 또는 ‘여러 나라 서울’만 쳐다보다가 그치는구나 싶습니다. 더구나 큰고장·서울조차 살짝 맛보다가 끝납니다. 부산부터 런던까지 칙폭길이 아닌 뚜벅길로 나아간다면, 보고 듣고 겪고 마주하는 삶이 아주 다릅니다. 뚜벅뚜벅 걸을 적에는 ‘스칠’ 수 없어요. 걸을 적에는 ‘만나’고, ‘말을 섞’고 ‘마음을 나눕’니다. ‘가만히 앉아서 고개만 슥 돌리는 구경길’로 무엇을 보거나 느끼거나 겪거나 알까요? ‘다리’를 써서 ‘땅’을 디디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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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 세상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07
토네 사토에 지음,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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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7.31.

그림책시렁 1267


《무지갯빛 세상》

 토네 사토에

 엄혜숙 옮김

 봄봄

 2022.7.1.



  밤에는 밤빛이 있습니다. 밤에 아무런 빛이 없다고 여긴다면, 밤을 모른다는 뜻일 테지요. 낮에도 밤에도 별이 반짝입니다. 낮에 햇빛이 환하더라도 별이 있는 줄 모른다면 그야말로 온누리를 모르는 셈입니다. 밤이기에 어둡지 않습니다. 스스로 해도 별도 바라보지 않기에 마음이 어두울 뿐입니다. 스스로 꿈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활짝 웃으면서 즐겁게 나아가는 사랑길입니다. 스스로 꿈을 안 그리는 사람이라면 낮이고 밤이고 까맣게 타들어가는 죽음굴레예요. 《무지갯빛 세상》은 푸른별에 흐르는 무지갯빛을 들려줍니다. 마음에 품는 빛씨앗이 있기에 어둠을 물리칠 수 있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만, 쪽빛으로 깊은 바다를 담은 밤빛을 제대로 마주한다면 이야기가 사뭇 달랐을 만합니다. 애써 ‘희망’이라는 한자말을 풀어내려고 ‘어둔 밤’을 ‘빛이 없어 나쁜 길’로 보려 하는군요. 그러나 불을 끄고 밤을 고요히 품어 봐요. 밤이 왜 밤인지 느껴 봐요. ‘밤’하고 ‘바다·바람·바탕·밭’은 말밑이 같습니다. 이 여러 낱말은 ‘밝다’하고 말밑이 맞물려요. 왜 ‘밤·밝다’가 같은 말밑일까요? 왜 ‘밤·바다·바탕’이 뿌리가 같은 말일까요? 틀(고정관념)을 버리는 곳에 비로소 비추는 무지개입니다.


#にじいろのせかい #刀根里衣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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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 시인의 마음 2
제임스 브런스맨 그림, 어슐러 K. 르 귄 글, 최한림 옮김 / 미래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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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7.30.

그림책시렁 126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

 어슐러 K. 르 귄 글

 제임스 브런스맨 그림

 최한림 옮김

 미래사

 2004.12.20.



  거미는 바람을 타면서 하늘에 집을 짓습니다. 거미집은 얼핏 하얗게 보이지만 바람빛이라고 해야 어울립니다. 비가 오면 빗방울을 달고, 이슬이 맺으면 이슬방울을 달며, 해가 비추면 햇빛을 담고, 별이 돋으면 별빛을 품어요. 거미집을 가만히 보면 무지갯빛이 흐릅니다. 온누리 모든 바람빛을 실은 집이니 온누리 모든 빛살이 거미줄에 감돌 테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로 옮긴 그림책은 “Leese Webster”일 뿐입니다. 거미는 ‘가장 아름답게’ 집을 짓지 않았어요. 그저 스스로 새롭게 집을 지었고, 날벌레를 잡을 수 없더라도 ‘사람 곁에서 살면서 지켜본 빛’을 고스란히 옮겼을 뿐입니다. 살림빛(문화예술)이란 무엇일까요? 누가 살림빛을 지을까요? ‘박물관·전시관’에 들여놓은 ‘유물·예술품’은 얼마나 빛나는 숨결일까요? 아름답다고 여길 모든 빛살은 살림살이에서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수수한 목숨붙이가 짓고, 들풀 같은 사람들이 여미고, 하늘빛으로 살아가는 뭇숨결이 돌봅니다. 오늘 무엇을 보았나요? 오늘 어디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었나요? 새가 노래하는 바람가락을 들었나요? 나비가 춤추는 하늘자락을 느꼈나요? 거미가 자아낸 실은 푸른별을 푸르게 밝힙니다.


ㅅㄴㄹ


#LeeseWebster #UrsulaKroeberLeGuin #JamesBrunsma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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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 쿠네쿠네 씨와 친구들 2
히카스 도모미 지음, 고향옥 옮김 / 길벗스쿨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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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7.23.
그림책시렁 1263


《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
 히카쓰 도모미
 고향옥 옮김
 길벗스쿨
 2018.10.31.


  손수 옷을 짓고 싶은 사람이 뜨개질에 바느질을 합니다. 뚝딱뚝딱 똑같이 찍어내는 맨드리(기성품)로는 몸이 거북하거나 껄끄러운 사람이 손수 옷살림을 건사합니다. 누구나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밥옷집이라는 세 가지 살림길을 스스로 그리고 짓고 나누고 폈어요. 뚝딱터(공장)에서 맨드리로 찍어내는 밥옷집을 돈으로 사다가 쓴 지는 기껏 온해(100년)는커녕 쉰 해조차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짧은 틈에 손짓기를 잊고 손살림을 잃어요.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낱말책(사전) 없이’ 모든 낱말뜻에 말쓰임을 훤히 꿰었으나, 이제는 낱말책뿐 아니라 누리그물(인터넷)을 뒤지더라도 말빛이나 말결이나 말씨를 제대로 모르기 일쑤입니다. 《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는 뜨개살림으로 하루를 누리고 이웃을 사귀는 ‘후와후와 씨’가 일을 맡는 살림빛을 들려줍니다. 꼼꼼하고 찬찬하게 손빛을 누리고 편다는 후와후와 씨라지만, 그만 뜬금없이 잘못을 저지를 때도 있다지요. 아무렴요, 말꽃지기(사전편찬자)인 숲노래 씨조차 이따금 틀린글씨(오탈자)가 나오고, 밥지기(요리사)인 분들도 가끔 그릇을 떨어뜨려 깨먹습니다. 집살림이 ‘살림’인 밑뜻을 헤아려 봐요. 서로 너그러이 품으며 살리는 하루이기에 ‘살림’이고, 모두 살림님입니다.

ㅅㄴㄹ

#フワフワさんはけいとやさん #樋勝 朋巳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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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달릴 수 있어! - 보스턴마라톤을 달린 최초의 여성, 바비 깁의 위대한 경주 세상을 바꾼 소녀 4
아네트 베이 피멘텔 지음, 미카 아처 그림, 정수진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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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7.23.
그림책시렁 1251


《여자도 달릴 수 있어!》
 아네트 베이 피멘텔 글
 미카 아처 그림
 정수진 옮김
 청어람아이
 2018.8.8.



  사내만 우글거리는 곳은 도무지 안 아름답습니다. 가시내만 북적이는 곳도 똑같이 안 아름답습니다. 순이돌이(여남)가 어우러지는 곳이 아름답습니다. 아이들만 있거나 어른들만 있어도 안 아름다워요. 아이어른이 얼크러지면서 속닥속닥 두런두런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곳이 아름답습니다. 《여자도 달릴 수 있어!》는 사내만 우글거리던 ‘잿더미’에 ‘들꽃이 피며 어우러지는 길’을 첫머리로 연 ‘바비 깁’ 님이 어떤 마음이요 하루였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잘 봐야 합니다. 미국 보스턴에서뿐 아니라 푸른별 곳곳에서 ‘잿더미가 잿더미인 줄 모르거나 등돌린 채’ 참으로 오래도록 굴레를 이었어요. ‘그들’이 억누르고 짓밟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눈을 감거나 등을 돌렸습니다.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닌 발자국입니다. ‘스스로’ 눈을 뜨고 마음을 틔우고 생각을 열어서 깨어날 노릇이고, 몸이며 마음을 일으켜서 활짝 꽃피우는 숲을 이룰 삶입니다. “여자도 달릴 수 있어!”는 자칫 “여자만 달려야 해!”로 치닫습니다. 사내밭 못잖게 가시내밭도 수렁이자 굴레입니다. 우리는 사내밭도 가시내밭도 아닌 ‘사람밭’으로, 아니 ‘사람숲’으로, ‘살림숲’으로, ‘사랑숲’으로 천천히 걸어가야 스스로 빛나요.

#GirlRunning #AnnetteBayPimentel #MichaArcher #바비깁 #RobertaLouiseGibb #BobbiGibb

ㅅㄴㄹ

《여자도 달릴 수 있어!》(아네트 베이 피멘텔·미카 아처/정수진 옮김, 청어람아이, 2018)

규칙은 규칙이라면서요
→ 틀은 틀이라면서요
2쪽

얼어붙은 땅 위를 탁탁 소리 내며 달렸어요
→ 얼어붙은 땅을 탁탁 소리 내며 달렸어요
4쪽

캘리포니아의 시원한 해변에서도 달렸어요
→ 캘리포니아 시원한 바닷가에서도 달렸어요
10쪽

이건 세상에 잘못된 규칙도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야
→ 이 자리에서 둘레에 엉터리도 있다고 보여줄 만해
→ 여기에서 사람들한테 틀린 길을 보여줄 수 있어
1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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