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9.11.

숨은책 683


《아빠는 왜 자주 감옥에 가야 하나요》

 말틴 루터 킹 글

 이성학·김민준 옮김

 함석헌·박대선 어리말

 삼한출판사

 1966.12.30.



  로자 파크스 님 이야기를 듣고서 ‘버스 안 타기’를 함께 이끈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님은 몇 가지 책을 내놓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는 1966년에 《아빠는 왜 자주 감옥에 가야 하나요》로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살빛을 놓고서 들볶거나 괴롭히는 바보짓이 춤춘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총칼로 억누르거나 후려잡는 바보짓이 넘실댔습니다. 아름길하고 먼 나라는 참다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붙잡아 사슬터에 보내요. 아이들이 앞으로 물려받을 삶터가 아름터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어른이라면 모진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기쁘게 땀흘립니다. 적잖은 사람들이 바보나라에서 고분고분 우두머리를 따르더라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지요.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아빠(또는 엄마)는 왜 자주 붙잡혀야 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그들은 몸뚱이에 사슬을 친친 감으면 우리가 종(노예)이 된다고 여기거든. 그런데 마음은 사슬로 못 감는단다. 사랑을 품으면서 심은 씨앗은 늘 온누리를 푸르게 가꾼단다.” 하고 들려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착하게 살기를 바라면, 어버이로서 즐겁고 착하게 살면 됩니다. 아이가 웃고 노래하며 기쁘게 삶을 짓기를 바라면, 어버이부터 웃고 노래하며 기쁘게 하루를 지으면 되어요. 씨앗 한 톨이 숲입니다.


ㅅㄴㄹ

#MartinLutherKing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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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22.

숨은책 739


《朝鮮敎會史序論》

 샤를르 달레 글

 정기수 옮김

 탐구당

 1966.5.20.첫/1977.8.15.고침



  우리나라 발자취(역사)를 다룬 책이 꾸준히 나오지만, 창피한 민낯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일은 드물어요. 숱한 책(역사를 다룬 인문책)은 우두머리·글바치·벼슬아치를 둘러싼 줄거리를 짚을 뿐, ‘이름없이 살림을 지으며 아이를 낳고 돌보며 흙을 일구어 살아온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는 거의 안 짚거든요. 2015년에 《벽안에 비친 조선국의 모든 것》이란 이름으로 새로 나온 《朝鮮敎會史序論》입니다. 샤를르 달레(Charles Dallet 1829∼1878) 님이 쓴 책이고, 적잖은 이야기는 어릴 적에 마을 할머니하고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적 있습니다. 할머니를 낳은 할머니가 겪고, 할아버지를 낳은 할아버지가 치른, 아프면서 슬픈 멍울은 ‘조선왕조실록’ 따위에는 안 적혔을 테지만, 들꽃 같은 사람들 마음에는 똑똑히 남았겠지요.


ㅅㄴㄹ


“조선 귀족은 도처에서 지배자와 폭군처럼 행세한다. 대귀족이 돈이 없으면, 하인을 보내서 상인이나 농민을 잡는다. 그 자가 기꺼이 돈을 낼 때에는 놓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양반 집에 끌고 가서 가두고, 먹을 것을 안 주고, 요구하는 금액을 치를 때까지 때린다.” (179쪽)


“조선에서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서와 같이, 풍속은 무섭게 부패해 있으며, 그 필연적인 결과로 여성의 보통 처지는 불쾌하리만큼 저열한 상태에 있다. 여자는 남자의 반려가 아니라, 노예에 불과하고, 쾌락 또는 노동의 연장에 불과하며 …… 여자는 이름이 없다.” (199쪽)


#CharlesDallet #HistoireDeLEgliseDeCore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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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22.

숨은책 724


《최신 학교무용》

 구채경·김금희·성인자·이석기·추분자·한현옥 엮음

 교육자료

 1985.7.20.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무렵, 가을놀이(운동회)는 반가우면서 끔찍했습니다. 가을놀이를 할 적에 여럿이 보는 앞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어 기뻤어요. 100미터는 느리지만 오래달리기만큼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잘 했기에, “저 고삭부리가 용케 오래 잘 달리네!” 소리를 듣는 하루였습니다. 가을놀이에 맞춘 잔치밥도 설레는 한 가지입니다. 다만, 가을놀이를 맞이하는 날까지 봄부터 하루 한나절씩 땡볕에 모둠춤(집체극·매스게임)을 해야 했고, 비가 오는 날에는 배움칸(교실)에서 끝없이 손짓·발짓·몸짓을 따라해야 하니 지겹고 힘들었어요. 《월간 교육자료》 덧책(별책부록)으로 나온 《최신 학교무용》입니다. 이런 책이 있었군요. 배움터 길잡이는 으레 이런 책을 살펴서 어린이를 들볶았군요. 이 책에 깃든 그림은 모조리 일본책을 훔친 듯합니다. 노래만 우리 노래를 넣고, 몸짓이며 흐름은 다 일본사람이 짰을 테지요. ‘모둠춤’은 우두머리(교장·대통령)한테 잘 보이려는 바보춤이라고 느낍니다. 남녘도 북녘도 이 모둠춤에 목숨을 건 듯해요.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른 사랑이요 숨결인 줄 안다면 틀에 가두지 않을 테고, 억지로 몇 달 동안 괴롭히지 않겠지요. 아직 이 멍청춤을 시키나요, 이제는 사라졌는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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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22.

숨은책 746


《로봇 머시인 X》

 애시모프 글

 이원수 옮김

 아이디어회관

 1975.10.10.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닌 1993년까지 집에서 책값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책을 안 사주었습니다. 책값은 스스로 푼푼이 모으거나, 곁일(알바)을 해서 댔습니다. 이따금 “어머니, 참고서를 사야 합니다.” 하고 여쭈어 곁배움책(참고서)을 새책 아닌 헌책으로 산 뒤에 남은 몫으로 ‘사읽고픈 책’을 장만했습니다. 어린이일 적에는 그림꽃책(만화책)하고 ‘모리스 르블랑·아가사 크리스티’를 하나둘 사모았습니다. 없는 돈을 겨우 모아 얼추 100쯤 갖출라치면, 어머니는 이 그림꽃책·탐정소설을 몰래 내다버리셨어요.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버렸어.” 하고 시큰둥히 말씀하셨지요. 그나마 제가 열네 살로 접어든 뒤부터는 더 안 버리셨습니다만, ‘클로버문고’나 ‘만화왕국(새소년) 낱책’을 거의 짝을 맞춘다 싶을 적마다 몽땅 잃었지요. 이제는 사라진 서울 불광동에 있던 헌책집 〈작은우리〉에서 《로봇 머시인 X》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에는 ‘SF’하고 ‘공상과학’이 다른 얘기인 줄 알았어요. 어른들은 어린이가 모를 말을 쉽게 써 버릇해요. “에스에프 세계 명작 7”이라면서 모두 60자락이 나왔다는데, 이원수 님도 몇 자락 옮겼습니다. 어느 어른은 어린이 곁에 서고, 어느 어른은 그저 위에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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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11.

숨은책 741


《둥지 밖의 언어》

 이상규 글

 생각의나무

 2008.11.10.



  국립국어원 지기(대표)를 맡으며 《둥지 밖의 언어》를 써낸 이상규 님은 ‘국립국어원이 제멋대로이면서 말글을 북돋우는 길하고 동떨어진다’고 나무라는 이야기를 곳곳에 밝힙니다. 아리송합니다. 국립국어원 일꾼(직원)이 아닌 지기라는 자리에 섰다면, 그런 글을 쓸 틈에 국립국어원이 반듯하게 서도록 땀흘릴 노릇이요, 그런 글을 써도 안 바뀔 만큼 국립국어원이 엉망이라면 이런 벼슬터(공공기관)는 차라리 없애는 길이 낫지 싶어요. 더 헤아리면, 국립국어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비롯해 숱한 말글지기(언아학자)는 ‘말’이라는 우리말을 쓸 생각을 아예 안 하다시피 합니다. ‘말’은 낮춤말이고 ‘언어’는 ‘번듯한 배움말(학술용어)’로 여기더군요. 새를 살피면서 ‘조류학자’라 하고, 벌레를 다루면서 ‘곤충학자’라 하는 얼거리하고 매한가지예요. 우리한테 우리말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스스로 ‘말’을 말답게 가꾸지 않는다면, 또 ‘말·글’이 어떤 말밑인지 차근차근 캐면서 ‘마음·그림’이라는 수수한 우리말하고 어떻게 잇닿는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둥지를 스스로 버린 말글살이로 치닫겠지요. 그나저나 ‘생각의나무’는 ‘사재기(사기 베스트셀러)’를 일삼다가 사라진 펴냄터입니다. 창피한 나라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 나는 ‘생각의나무’란 데에서 내놓은 책을 새책으로 아예 안 샀다. 이곳은 사재기(사기 베스트셀러)를 너무 일삼았고, 툭하면 ‘지하철 떨이가게(재고매장)’에 ‘새책값을 후려친 새책’을 잔뜩 쌓아놓고 팔았다. 적잖은 사람들은 새책집만 다니는데, 헌책집을 함께 다닐 노릇이다. ‘사재기로 밀어댄 새책’이 헌책집에 얼마나 나도는가를 봐야 한다. 요새는 ‘사재기로 밀어댄 새책’이 ‘알라딘 중교샵’에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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