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9.19.

숨은책 754


《개코형사 ONE코 5》

 모리모토 코즈에코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1.2.15.



  겉모습을 보고서 움찔거릴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겉차림을 보고서 웃음이 나올 사람은, 눈앞에서 지나가도 못 느낄 사람은, 자꾸 쳐다보고 싶은 사람은 있을까요? 《개코형사 ONE코》는 2010∼2019년 사이에 우리말로 열두 자락이 나왔습니다. 그림꽃님은 《조폭 선생님》이며 《코우다이 家 사람들》 같은 그림꽃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겉속을 읽는 마음을 뼈대로 삼고, 겉속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찬찬히 보여주면서, 저마다 찾아나설 숨빛이 무엇일까 하고 넌지시 물어요. 《개코형사 ONE코》는 ‘강력계 형사’로 일하는 ‘하나코’라는 아가씨가 이야기를 이끕니다. 형사가 보아도, 형사 아닌 사람이 보아도, 또 사납이(살인범)가 보아도 도무지 형사나 경찰로 안 보이는 꽃치마 아가씨가 수수께끼를 풀거나 사납이를 잡아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피가 튀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한복판에 문득 ‘경찰개보다 코가 좋은 꽃차림 아가씨’가 킁킁거리며 나타납니다. 말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사람이 사람다운 숨결을 잊고서 총부림·칼부림을 일삼으며 사납짓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말이 안 될 노릇 아니냐고 되묻고 싶어요. 스스로 웃음을 잊고 기쁨을 등지기에 우락부락 다투거나 싸우는 오늘날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이 녀석이 형사? 말이 되는 소릴 해, 갓짱! 이 녀석이 형사면 난 간호사다, 간호사!” (21쪽)


#デカワンコ #森本梢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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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9.15.

숨은책 644


《放漁》

 곽학송 글

 명서원

 1976.7.15.



  1993년에 바뀐 배움수렁(입시지옥)은 또래를 둘로 갈랐습니다. “수능을 보려면 읽어야 해.”라며 받아들이는 또래가 있고 “수능 때문에 읽어야 해?”처럼 짜증내는 또래가 있어요. 저는 둘 사이에서 “수능이고 뭐고 우리 삶을 담은 글이면 모두 새롭게 여겨 읽을 생각이야.” 하고 대꾸했습니다. 다만, 저처럼 읽겠다는 또래는 못 봤습니다. “수능을 보려면 읽겠다”고 여긴 또래조차 “야, 설마 그 책과 그 사람(작가) 글이 (시험문제에) 나올까?” 하면서 절레절레 미루며 “네가 읽고서 줄거리를 알려줘.” 하기 일쑤였습니다. ‘곽학송’이란 이름은 또래 사이에 ‘읽어야 하나 마나’ 하는 갈림길 가운데 하나였어요. 배움책(교과서)에는 안 나와도 이분 글을 읽었고, 아무튼 셈겨룸(시험문제)에도 안 나왔습니다. 《放漁》에는 ‘제주 4·3’을 다룬 〈제주도〉라는 긴글이 나옵니다. 이런 글도 있구나 여기면서 읽다가, 힘자리(권력층)에 붙어 아픈죽음을 구경꾼 눈길로 다루고, 몹쓸놈(학살자)한테 ‘너희 잘못이 아니야(면죄부)’ 하고 읊는, 썩어빠진 글장난을 느꼈습니다.


ㅅㄴㄹ


“현수! 쏴라!” 현수는 무아무중으로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 달려오던 노인은 도로 발길을 돌려 달리다가 비명도 없이 불더미 속으로 거꾸러졌다. 그 연후에도 현수는 그냥 방아쇠를 당기었다. (332쪽)


“시체를 간수해 줄 만한 것들이라면 애당초 죽이질 않았겠다!” “뭣이 어드레? 한 번 더 말해 보라우야!” “저것들은 까마귀 밥으로 알맞다 그 소리야.” (336쪽)


“하하 솔딕히 말해서  그때 우리 아이덜 체네(처녀)만 보믄 독수리 병아리 덥티듯 하디 않았읍마.” (395쪽)


“자넨 이런 말하지 않았나. 사형수가 사형 집행인을 원망하는 법은 없다구. 오판일 경우라도. 내가 뭐 잘못했나? 난 집행인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네. 사람이란 누구나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집행인이 되게 마련이네.” (4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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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9.13.

숨은책 742


《학교는 왜 가난한가》

 한국교육연구소 엮음

 우리교육

 1991.6.20.



  예전 배움터는 왜 그리 가난했을까요? 배움터에 가면 뭔가 배우는 하루가 아닌, 툭하면 무슨 돈을 내라 어떤 성금을 바치라 무슨 폐품을 모아라 어떤 꽃그릇을 마련해서 내라 …… 끝이 없더군요. 어느 날 어머니는 “얘, 무슨 학교가 이렇게 돈하고 살림을 맨날 가져오라고 하니? 너무 힘들어서 학교 못 보내겠다.” 하며 한숨을 쉽니다. “어머니, 그러면 전 학교를 안 다녀도 좋아요. 저도 너무 힘들어요.” 하고 대꾸했어요. 이제 이 나라 배움터는 돈이 넘칩니다. 돈은 넘치되 아이들이 줄고 머잖아 아이들은 다 사라지고 어른(교사)만 남을 판입니다. 오늘날 시골 배움터는 아이는 몇 없으나 어른(교사)이 외려 아이보다 많기 일쑤입니다. 《학교는 왜 가난한가》는 1991년에 마땅히 나올 만했습니다. 2020해무렵(년대)을 넘어서는 한복판에는 “학교는 왜 돈이 많은가”로 이름을 바꾸어야지 싶습니다. 배움길이라기보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인 얼거리를 본다면, 배움터에 목돈을 쏟아붓기보다는 어린이·푸름이가 스스로 삶·살림·사랑·숲을 배우고 다스리도록 배움돈(교육예산)을 쓸 노릇이라고 여깁니다. 배움터를 세우거나 배움칸(교실)을 으리으리 꾸미지 말고, 오롯이 어린이·푸름이한테 이바지할 길을 찾아야 어른이 어른답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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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9.13.

숨은책 750


《자연 1―1》

 문교부 엮음

 국정교과서주식회사

 1963.8.15./1970.3.1.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간 1982년 3월 2일부터 무엇을 배웠나 돌아보면, 첫째로는 ‘길잡이(교사)가 뭘 말할 적에 옆을 보지 말고 그 어른 얼굴만 봐야 한다. 안 그러면 두들겨맞는다’입니다. 둘째로는 ‘그 어른이 뭔가 실컷 떠든 이야기를 못 알아들었어도 물어보지 마라’입니다. 셋째로는 ‘아무 말 않고 얌전히 있으면 얻어맞을 일이 없다’입니다. 넷째로는 ‘배움터(학교)는 불구덩이(지옥)로구나’예요. 지난날 저나 또래는 ‘한글’이 뭔지조차 모르는 채 어린배움터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깃든 배움칸(학급)에는 쉰다섯 아이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미리 한글을 익힌 또래는 둘이었습니다. 쉰세 아이 가운데 적잖은 아이는 한글을 못 뗀 채 두걸음(2학년)으로 올랐는데, 저는 글씨가 재미있다고 여겨 이레 만에 떼었어요. 그냥 새롭게 보는 모두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었을 뿐이고, 몽둥이나 손찌검을 휘두르는 어른들이 아리송했습니다. 1963년에 나온 《자연 1―1》하고 1982년 《자연》은 똑같지 않습니다만, 글이 거의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편 대목은 비슷합니다. 그때(1982년) 혼잣말처럼 “뭐야? 집하고 마을에서 늘 보는 모습이잖아?” 하고 읊다가 꿀밤을 먹었어요. 그런데 오늘날 이 나라에 ‘숲(자연)’은 어디 있나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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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9.11.

숨은책 736


《韓國의 歲時風俗》

 최상수 글

 한국 민속학 연구소

 1960.11.1.첫/1969.11.5.2벌



  어릴 적에 무엇을 하며 놀았나 하고 생각하니 놀잇거리가 끝없이 떠오릅니다. 1987년까지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열세 살에 이르도록 누린 놀이는 책으로 두툼하게 쓸 만하더군요. 사냥은 안 했으나 새바라기는 즐겼습니다. 어버이 옛시골인 당진에 나들이를 가면, 그곳 언니·누나 들이 손을 잡고서 메추리알을 줍는다든지 개암나무를 찾아 숲을 헤친다든지 나무를 타고 열매를 딴다든지 개구리랑 메뚜기를 굽는다든지, 이리로 저리로 이끌었고, 밤마다 별잔치를 누렸어요. 여느때에는 마을·골목·배움터에서 갖은 놀이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틈을 타고 짬을 내어 놀아요. 《韓國의 歲時風俗》은 어린이일 적부터 읽었습니다. ‘나를 낳은 어버이’는 예전에 뭘 하고 놀았을는지 궁금하거든요. 어릴 적엔 빌려서 읽은 책을 2005년에 헌책집에서 다시 만나는데, 그때 1000원짜리 종이돈 둘을 끼워놓고 몇 마디 글을 남겼더군요. 아스라한 일은 아스라할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난날 일하던 출판사에서 자료로 쓰고자 사 두었던 책 하나. 너 참 오랜만이다. 반갑구나. 고맙구나. 이렇게 널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이야. 곱게 잘 빚어낸 책 한 권은, 어느 헌책방에서건 틀림없이 알아볼 것이고, 갖출 것이다. 그러면 나는 두 손에 시커멓게 책먼지 묻혀가며 너 하나 찾아내고자 무던히 애를 쓸 테지. 이제 너는 내게 왔구나. 네가 내 곁에 머무는 동안은 너와 함께 오붓하고 즐겁게 네 속살을 마음껏 느끼며 지내고 싶구나. 2005.3.17.나무. 서울 노고산동 〈숨어있는 책〉 ㅎㄲㅅㄱ.”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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