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2


《손에 손을 잡고, 노동자 소모임 활동사례》

 이선영·김은숙 글

 풀빛

 1985.3.30.



  2015년에 우리 집 큰아이는 여덟 살을 맞이했어요. 서로 오래오래 이야기한 끝에 ‘졸업장 학교’ 아닌 ‘우리 집 숲놀이터’에서 스스로 하루를 지으며 살림길을 누리기로 했습니다. 아이들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을 마치셨는데, 손녀를 졸업장 학교에 안 보낸다고 하니 벼락처럼 성내면서 ‘학교 다닐 권리’를 뺏으면 안 된다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할머니는 “얘야, 난 어릴 적에 그렇게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너희 아이도 학교에 가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고 얘기했어요. 《손에 손을 잡고, 노동자 소모임 활동사례》는 1985년에 나옵니다. 이무렵까지, 또 이때 뒤로도 제법 오래, 웬만한 가시내는 배움터에 발을 디디기 어려웠고 국민학교만 가까스로 마치곤 했습니다. 집안을 먹여살리는 일순이 노릇을 하지만, 막상 나라나 마을에서 일순이를 높이 안 사거나 ‘못 배웠다’는 말로 깎아내리기 일쑤였어요. 아이들 할아버지가 성남시에서 초등 교장으로 일할 적에 그곳 아이들은 줄잡아 7∼8군데씩 학원을 다녔고 10군데 넘게 다니는 아이마저 수두룩했어요. 아이들은 왜 대학입시바라기로 살아야 할까요? 손에 손을 잡고 배울 삶빛이란 무엇일까요? 더 작고 푸르게 숲을 품는 어린이로 자라도록 도울 배움터가 피어나길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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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6


《나의 鬪爭》

 아돌프 히틀러 글

 이윤환 옮김

 신태양사

 1961.5.20.



  누가 보기에 히틀러는 독일이란 나라를 북돋았는지 모릅니다. 누가 본다면 히틀러는 독일이 자랑스러운 나라이면서 푸른별에서 으뜸가는 터전이 되도록 끌어올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독일 히틀러를 곰곰이 놓고 차분히 본다면 이이한테는 ‘독재자’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이이가 쓴 《나의 鬪爭》은 갖은 말치레로 스스로 싸고돌면서 사람들 눈귀를 닫거나 가리는 노릇이었다고 느낍니다. 참살길도 아름길도 사랑길도 아닌, 그저 주먹다짐이나 칼부림으로 제 나라부터 갉아먹고 이웃나라를 등치는 길이었구나 싶어요. 우리나라는 박정희가 《국가와 혁명과 나》를 썼는데 아무래도 《나의 투쟁》을 흉내내었지 싶습니다. 지난날 임금은 아랫사람을 시켜 《조선왕조실록》을 쓰도록 했고, 이 책에는 임금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랑 잘잘못을 고스란히 남기라 했다지만, 몰래 손보거나 감추는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임금님 이야기’만 흐를 뿐, ‘여느 사람·마을·숲 이야기’는 한 줄로도 안 흐릅니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도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 이야기는 깃들지 않아요. 힘꾼(권력자)은 으레 싸우(투쟁)거나 빼앗을는지 모르나, 살림꾼(여느 사람)은 늘 사랑하는 손길로 하루를 고이 짓고 아이한테 꿈을 물려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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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4


《國家와 革命과 나》

 박정희 글

 향문사

 1963.9.1.



  1988년에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이즈음은 ‘5·16 혁명’이라고 했습니다. 1991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군사쿠테타’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고, 2000년대로 다가서자 달력은 ‘5·16 기념일’쯤으로 적더니, 어느 해부터 이런 말조차 사라집니다. 발자취로 보나 살림살이로 보나, 1961년 5월 그날은 ‘나라를 살리려는 새길’이 아니라 ‘힘(정치권력)을 가로채어 멋대로 부리려는 막길’을 여는 첫걸음이었을 테니까요. 군대를 이끌고서 나라힘을 거머쥐려 했던 이는 《國家와 革命과 나》라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스스로 썼는지 누가 써 주었는지는 알 노릇이 없습니다만, 그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라사랑’이라는 한마음이라고 밝히는데, 칼붙이를 앞세운 막짓이 나라사랑일 턱이 없습니다. 이름이야 ‘혁명·새마을’처럼 허울좋게 붙인다지만, 정작 ‘독재·막삽질’로 치달은 물결이고 보면, 칼붙이를 앞세우든 선거를 치러서 나라지기 자리에 서든, 모두 바른길이나 참길하고는 어긋나지 싶어요. 살림을 북돋우는 길은 숫자로 따지지 못합니다. 밥을 안 굶는다고 먹고살 만하지 않습니다. 숱한 사람을 종으로 부리고 때려잡고 짓밟고 민주·평화·평등 어느 하나 없는 곳이란 한낱 끼리끼리 잔치를 벌이는 수렁길일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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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3


《夜間飛行》

 サン·テグジュペリ 글

 堀口大學 옮김

 第一書房

 1935.5.3. 1벌/1942.7.20. 5벌



  서울 홍제동 한켠에 있다가 사라진 〈대양서점〉에서 《夜間飛行》이라는 일본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2000년대 한복판이었을 텐데, 조금 섬찟했어요. 프랑스사람 생텍쥐페리 님은 프랑스말로 “Vol de Nuit”라는 이름을 붙여서 1931년에 책을 냈고, 일본에서는 1935년에 호리구치 다이가쿠(堀口大學 1892∼1982) 님이 일본글로 옮깁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사람이 붙인 책이름을 고스란히 옮긴 셈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숱한 ‘세계명작’은 거의 일본사람이 일본글이나 일본 한자말로 옮긴 이름이곤 합니다. ‘세계명작’이란 이름부터 일본사람이 지은 한자말이지요. “밤을 날다”일 텐데, “밤에 날다”일 테고, “나는 밤”이나 “밤하늘”일 테지만, 일제강점기나 해방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직 우리 스스로 생각을 살찌우고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키우는 길은 쭈뼛쭈뼛이로구나 싶어요. 밤에 날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밤날개를 달고서 마주한 밤빛은 어떤 숨결이었을까요. 2031년에 100돌을 맞이할 “Vol de Nuit”는 그즈음에 밤무지개를 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밤노래가 흐르고, 새삼스레 밤나비가 되어 고즈넉하면서 포근한, 애틋하면서 아득한 이야기 씨앗을 심어 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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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2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

조갑제 글

한길사

198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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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군사독재자 전두환을 끌어내렸으나, 이다음 살림길을 어떻게 가누어야 좋을까를 놓고 다툼판이 불거졌습니다. 나라지기는 바뀌어도 벼슬아치하고 먹물붙이는 그대로였어요.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을 써낸 조갑제 기자는 이 책 뒤로 맛간 길을 걷습니다. 조선일보사에서 너무 오래 일한 탓일까요. 한길이면서 고운 숨결일 적에 비로소 곧은붓이지 싶습니다. 샅샅이 캐내고 알아보는 손길도 대수롭지만, 푸르게 가꿀 삶터를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면 그만 외곬이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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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독재정권 아래서 일제경찰 출신들, 그중에서도 특히 고등계 형사 출신들은 정권의 3대 파수꾼인 경찰, 특무대, 헌병의 중추부를 장악, 폭력배들을 외곽집단으로 이용하면서 권력에 충성을 다하였다 … 독립투사들을 고문한 손으로 민주투사들을 고문한 것이다. 4·19와 5·16은 8·15 때와 마찬가지로 일제경찰들을 단죄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들의 유산을 이어받았다. 이런 변신의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이 땅에 가치관의 전도, 고문, 용공조작, 그리고 교묘한 변명의 논리를 확산시킴으로써 사회정의를 황폐화시키고 관민간의 불신감을 조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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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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