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7


《소년과학문답 어떻게?》

 과학동무회 꾸밈

 글벗집

 1949.3.1.(1950.4.15. 세벌)



  1948년 10월에 《소년과학문답 왜?》라는 조그마한 책이 나옵니다. 불티나게 팔렸다 하고, 이듬해에 《소년과학문답 어떻게?》가 새로 나옵니다. 이 책도 불티나게 팔렸지 싶은데 ‘왜?’하고 ‘어떻게?’ 다음도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다음해에 남북녘 사이에 불구덩이가 생겼거든요. 서울 후암동에 있었다는 ‘글벗집’은 ‘꾸민데·편데·박은데’ 같은 말씨를 씁니다. 비록 이 책은 일본책에서 줄거리를 끌어온 티가 물씬 풍기지만, 어린이한테 쉽고 보드라운 말씨를 들려주려고 몹시 애쓴 티도 나요. 1948년에는 ‘총판매’라고 쓰지만, 이듬해에는 ‘도맡아 파는 데’로 고치더군요. 펴낸곳 이름에서 ‘-집’이란 ‘-사(社)’를 걸러낸 말씨일 테지요. 과학하고 얽힌 이야기를 가만히 보면 여느 삶터에서 마주하는 온갖 모습입니다. 이제는 ‘과학’이란 이름을 쓰지만, 알고 보면 ‘삶’이자 ‘살림’이자 ‘숲’을 헤아리는 슬기로운 눈입니다. ㅅㄴㄹ


150. 흰 쌀밥은 왜 나쁜가? : 사람 몸에 유조한 것은 백미 곁에 붙어 있는 눈과 겨입니다. 그런데 현미를 백미로 만든즉, 우리 몸에 소중한 양분이 되는 눈이랑 겨가 말끔 떨려 버립니다. 그런데 겨 속에는 비타민 삐라는 몸에 좋은 약이 들어 있어서, 그 삐 덕분에 기운이 나는 것인데, 이것을 말끔 떨어 버리고 먹으면, 각기병에 걸리기 똑 알맞습니다. (소년과학문답 왜?/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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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1


《'74 가계부》

 편집부 엮음

 저축추진중앙위원회·여성저축생활중앙회

 1974.1.1.



  살림하며 쓰는 돈을 적으라는 가계부인데 가계부 하나 장만하는 값이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라에서는 통반장을 거쳐 반상회를 열도록 내몰고, 나라님 말씀을 고분고분 따르라고 다그치며 가계부를 쓰라 했어요. 나라가 가난하니 사람들이 허리띠를 죄며 1원 한 푼 아끼라 했고, 꾸준히 은행에 돈을 맡겨야 한다고 몰았어요. ‘家計簿’는 그저 일본말이지요. 일본사람은 무엇이든 꼼꼼하게 적고, 이 버릇이 알뜰한 길로 이어진다고 여겼을 텐데, 한국에서 《가계부》는 군사독재가 사람들을 집살림까지 옭아매려고 하는 뜻으로 퍼뜨렸습니다. 반상회·새마을운동을 바탕으로 ‘여느 집 속내를 들여다보는 길’로 가계부를 써서 통반장 ‘검사’를 받도록 했고, 어린이한테는 ‘용돈기입장’을 써서 학교에 내어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카드로 긁으면 우리가 어디에 무엇을 얼마나 쓰는가 하는 자취가 줄줄이 떠요. 살림을 적거나 소꿉돈을 적는 책을 좋은 뜻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만, 참말로 좋은 뜻이라면 ‘검사·감시’를 하거나 ‘상’을 주지 않을 테고, 걷거나 들여다보지 않겠지요. 여느 살림님은 이 가계부를 일기장으로도 삼았어요. 어느 모로는 가계부가 ‘일에 벅찬 가시내 눈물을 아로새기는 책’이 되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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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2


《朝鮮總督의 罪惡史》

 임종국 글

 인창서관

 1971.10.10.



  1980년대 끝무렵에 중학교를 다니면서 교사한테 무엇을 물어보면 제대로 대꾸를 안 해주었습니다. 으레 “진도 나가느라 바쁜데 말 끊지 말라” 하고, ‘쉬는 시간’에 물을라치면 “다음 수업에 가야 하니까 바쁘다” 하고, 정규수업을 마치고서 자율학습을 하기 앞서 물으려고 교무실에 가면 어느새 자리를 비웁니다. 고등학교에 가니 “대학시험하고 상관없는 거야.” 하며 끊네요. 이무렵 교사한테 물은 한 가지는 ‘조선총독부만 가지고 식민지를 못했을 테고, 틀림없이 한국 부역자가 많을 텐데, 그 많은 부역자는 어디에 있나요?’였습니다. 《朝鮮總督의 罪惡史》는 일본 제국주의가 이 나라를 군홧발로 서른여섯 해 짓밟는 동안 가시내를 얼마나 노리개로 삼았는가를 하나하나 짚습니다. 곽재구 님은 〈유곡나루〉라는 시를 썼고, 정태춘 님은 가락을 붙여 〈나 살던 고향〉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육만 엔’은 요즘에도 적은 돈이 아니지만 1960∼70년대에는 더더구나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꽃할머니를 앞세운 돈모으기와 나눔집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본이 꽃할머니한테 잘못을 빌고 값을 치러야 한다면, 그 눈물값(배상·보상)은 누가 받아야 할까요? 꽃할머니한테 앵벌이를 시킨 무리는 톡톡히 값을 치르리라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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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6


《祖國江山》

 이은상 글

 민족문화사

 1954.7.1.



  바람이 쏴락 불면 나뭇가지가 춤을 추며 모든 잎이 반짝반짝합니다. 바다에서는 물이 반짝이고, 숲에서는 잎이 반짝여요. 바다에서는 물노래가 번지고, 숲에서는 잎노래가 퍼집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서 나온 《祖國江山》은 둘로 갈린 나라가 아파서, 서로 싸운 나라가 아파서, 군홧발에 밟히고 나서 다시 잿더미가 된 나라가 아파서, 이 땅 골골샅샅에 솟은 봉우리랑 이 땅 굽이굽이 적시는 냇물을 노래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봉우리를 품에 안으려 하면서 독재 우두머리를 기리는 글을 같이 쓴다면, 또 냇물에 손을 적시려 하면서 독재판에 몸을 담는 길을 걸었다면, 이 엇갈린 모습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글 따로 삶 따로이지 않아요. 말 따로 일 따로이지도 않고요. 사랑스러운 나라가 되자면 어느 쪽에서든 총칼을 버릴 노릇입니다. 아름다운 터전이 되려면 주먹·돈·이름으로 윽박지르거나 끼리질을 하는 모든 이가 사라질 노릇입니다. 착하게 살기란 어려울까요? 아이들이 착하면서 맑고 푸르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어른부터 착하면서 맑고 푸르게 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가 오늘 선 곳에 따사로이 손길을 뻗어야 아름나라가 됩니다. 먼 멧골 아닌 마을 보금자리가 아늑하도록 이쪽저쪽 모두 손에 호미를 쥐고 숲을 가꾸기를 빌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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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1


《표준 한국우표목록》

 편집부 엮음

 대한우표회

 1960.6.30.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이다 보니, 스승날이 아니어도 ‘스승한테 보내는 글월’이 날마다 몇씩 있었어요. 처음에는 글월에서 우표 붙은 자리를 오리고 물에 불리고 신문종이에 펼쳐 말리며 우표만 얻었습니다만, 나중에 우표가게 일꾼이 말하길 ‘우체국 소인 찍힌 우표’가 값있을 뿐 아니라, 옛자취를 읽는 길이 된다 해서, 그 뒤로는 글월자루째 건사했습니다. 숱한 소인을 살피니 ‘고무 소인’인지 ‘기계 소인’인지 알아볼 만하고, 고장마다 다른 결을 느꼈어요. 지난날에는 모두 사람손으로 우표를 붙이고 소인을 찍은데다가 인쇄솜씨가 떨어져 ‘우표조차 빛깔이며 무늬나 글씨가 다르기’까지 했습니다. 우표모으기를 하느라 해마다 ‘우표목록’을 장만했어요. 《표준 한국우표목록》처럼 오랜 우표목록을 헌책집에서 찾아내면 무척 반가웠습니다. 참 작은 종잇조각인 우표이지만, 이야기를 띄우고 조촐한 살림자취를 남겨요. 2020년으로 접어들어 사라지는 우체국이 생깁니다. 택배한테 밀려 돈이 안 된다는데, 우체국만 우표를 빚을 수 있는 만큼, 모든 우체국이 다 다른 우표를 새롭게 선보여 글월 주고받는 보람을 퍼뜨리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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