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563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1 朝鮮》

 松井孝也 엮음

 每日新聞社

 1978.7.1.



  돌아가신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한창 갈무리하던 2004년 3월 18일에 박원순 님 곁일꾼(비서)이 저한테 찾아와서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마스터’를 맡아 달라고 여쭈었습니다. 한참 듣고서 “이제 다 얘기하셨나요? 그럼 제가 얘기하지요.” 하고는, 먼저 ‘북마스터’라는 ‘얼어죽을’ 이름부터 걷어치우시라고, ‘아름다운 가게’는 헌책을 사고파는 일에서 손을 떼기를 바란다고 얘기했습니다. 작은 마을책집을 죽이는 짓을 여태 못 깨달았더라도 좀 뉘우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참여연대쯤 되면 ‘아름다운 가게’가 아니라 ‘온나라 헌책집 한마당’을 여는 틀을 세워서 작은 마을책집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두 시간쯤 낱낱이 들려주었습니다. 작은 마을책집 혼자서 모든 알차고 값진 책을 널리 알려서 팔기는 어려운 만큼, 작은 마을책집마다 큰덩이로 알차고 값진 책을 내놓으면, 이 책꾸러미를 따로 어느 너른터에 그러모으고 펼쳐서 ‘책숲마을’을 나라돈으로 꾸리는 길을 나라가 앞장서서 하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냐고도 얘기했어요. 이러고서 이 일을 잊었는데, 박원순 님은 서울시장이 되었고, 제가 여민 ‘전국 헌책집 목록’과 ‘서울 헌책집 길그림’에다가 ‘서울 헌책집 사진’까지 말없이 가져다가 ‘서울 헌책집 목록’을 따로 서울시청 누리집 한켠에 띄우기도 하고, 책집그림(책방지도)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나쁜 곳에 가져다가 쓰지는 않았으니 모르는 척했습니다. 2019년 3월 27일에 〈서울책보고〉가 연다는 말을 먼발치에서 들었습니다. 2004년에 들려준 얘기를 열다섯 해 만에 살리는구나 싶더군요. “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말은, 제가 2004년에 지어서 책이름으로도 붙였는데, 〈서울책보고〉에서는 저한테 알리지 않고 그냥 썼습니다. 하기는, 어느 헌책집 한 곳도 이 이름을 저한테 안 묻고서 그냥 씁니다.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1 朝鮮》은 서울 연신내 〈문화당서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문화당서점〉 책집지기님은 어느 날 “박원순 씨가 존일(좋은 일) 하는 줄 아는데, 외상값을 십 년 넘게 안 갚네. 바빠서 그런가 보지.” 하고 문득 말씀했습니다. 이 말씀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서 며칠 뒤에 ‘헌책방 나들이’로 여미고서 어느 신문에 글을 실었더니, 글이 실린 이튿날 박원순 님이 〈문화당서점〉하고 〈골목책방〉에 외상값을 갚으러 아주 오랜만에 찾아왔다고, 두 책집지기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귀띔으로 알려주었습니다. 두 책집지기님은 이윽고 웃음을 거두고는 “외상값 안 갚아도 좋으니, 바쁘게 일만 하지 말고 책도 좀 보러 다니시면 좋을 텐데.” 하고 쓸쓸히 보태었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이웃인 우리나라를 총칼로 짓밟으면서도 발자국을 고스란히 살려서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를 열다섯 자락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들이 벌인 잘잘못을 떠나서, 뒷사람한테 물려주거나 남기는 책빛은 대단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는 책은 어느 날 버려지며 사라질 수 있고, 고스란히 건사해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책살림이 이어가려면 징검다리인 헌책집이 알뜰살뜰 있어야 하겠지요. 어느새 다섯돌(2019∼2024)을 맞는 〈서울책보고〉는 어질며 밝고 눈길을 틔우는 책숲마을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제 스무 해쯤 된 일과 이야기이니

이렇게 새삼스레

남겨 놓는다.

나부터 이런 책마을 발자취를

되새기려는 뜻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