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산 직전인 제스는 진통이 와서 병원에서 아기 아빠인 애덤에게 계속 연락을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고

엄마가 곁을 지키는 가운데 아들 윌리엄을 낳는다. 뒤늦게 나타난 애덤은 낯선 여자의 향수 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귀와 목에 립스틱 자국을 잔뜩 묻힌 채 아기를 안아보려 하지만...


'미 비포 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사실 '미 비포 유'도 영화로만 봐서 소설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가슴 아픈 사랑 

얘기가 아닐까 나름 추측을 했다. 10년 전 제스가 윌리엄을 출산하는 순간부터 얘기가 시작하는데

자기 아이를 가진 여자가 출산을 하는데 술 먹고 여자와 놀다가 출산 후 나타난 남자를 용서하기란 

정말 쉬울 것 같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제스와 애덤은 헤어지고 제스가 싱글맘으로 윌리엄을 혼자 

키우는데 그래도 아빠인 애덤과의 연락을 아예 끊지는 않고 가끔씩 윌리엄의 소식을 전해주고 만날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러다 10주년(?) 기념은 아니고 윌리엄과 애덤이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아픈 엄마의 부탁을 받고 제스는 큰 맘을 먹고 프랑스에서 고성을 개조한 호텔을 운영 중인 

애덤을 만나러 윌리엄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빠와의 만남을 마냥 좋아하는 윌리엄과는 달리 여전히 

예전의 묵은 감정이 남아 있는 제스는 여전히 한참 젊은 여자와 함께 있는 애덤을 보면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설정의 얘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는 솔직히 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철이 안 든 것 같은

남자와 지극히 현실적이 된 애엄마 사이에는 여전히 씻을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있지만 아들인 윌리엄을 

매개로 두 사람의 관계도 조금씩 진전된다. 각자 새로운 썸녀, 썸남이 있지만 여전히 미련이 있는 것 

같은 두 사람은 결국 사고를 치게 되고 엄마가 걸린 헌팅턴병을 물려받은 제스는 자신도 엄마처럼 

앞으로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내지 못하지만 오히려 애덤이 더 적극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10년 전 그날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미 비포 유'와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훈훈한 마무리를 

한다. 딱 여성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한 얘기가 계속 펼쳐지는데 아이를 둔 남녀가 다시 재결합해가는

힘겨운(?) 여정 속에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결합을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아씨들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41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 아씨들'은 어릴 때 TV 만화를 통해 봐서 친근한 얘기지만 네 명의 자매들에 대한 막연한 인상 

외에는 그다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소설로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는데 마침 

영화로도 만들어져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책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이 네 명의 자매들은 다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어서 이들 중 누구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여성 취향이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미녀인 장녀 메그는 전형적인 

그 시대 여인상이라 할 수 있고, 조는 남자같은 말괄량이 스타일인 반면, 베스는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수줍은 소녀이고, 막내 에이미는 딱 막내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만화로 봤을 때는 

베스같은 스타일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아무래도 성숙한 미녀인 메그일 듯ㅋ).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가 어려운 친구를 도우려다 재산을 모두 잃고 어머니가 꾸려가는 가난한 살림 

속에 살아야 했던 네 자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열심히 살아가는데 어느 날 이웃 

집에 사는 노신사 로렌스와 손자 로리와 왕래하게 되면서 활기를 띠게 된다. 로렌스를 무서워하던 

베스까지 마음을 열고 친해질 정도로 이웃집과의 관계가 앞으로의 내용 전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딸만 네 명 있는 집이다 보니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계속 전개된다. 일주일 동안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실험도 해보는데 나같으면 일주일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잘 놀 것 같은데 네 

자매는 금방 손을 들고 말고, 로리의 영국 친구들이 놀러오자 네 자매들과 함께 캠프를 가기도 한다.

이렇게 네 명의 자매들이 있다 보니 당연히 빠질 수 없는 게 로맨스 얘기인데 역시나 장녀인 메그부터

썸 타는 얘기가 펼쳐진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현실적인 여자인 메그는 부자와 결혼할 거라 

다들 생각하지만 예상 밖의 인물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그 남자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1부가 막을 내린다. 사실 메그의 결혼 이후의 얘기는 만화로 봤던 기억이 없어서 그 이후의 

얘기인 2부부터는 낯선 편이었는데 어엿한 숙녀들이 된 네 자매의 얘기는 역시 사랑과 결혼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만 나름 그 시대의 대부분 여성들과는 달리 자아실현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나름 

돋보이는 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저자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조가 작가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부분이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예전에 만화로 봤던 작품을 

직접 책으로 만나니 정말 반가웠는데 영화로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1-24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20-01-24 18:41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때 만화로 봤던 기억만 남아 있어서 소설로는 어떨까 싶었는데 네 명의 자매들의 나름 아기자기한 얘기들로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곧 영화도 나오는데 과연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모든 직업이 필요하고 나름의 숭고함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직업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전문직과는 달리 오랜 수련과정이 필요한데 그렇다 보니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속칭 의학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다 보니 대중들도 이젠 어느 정도 병원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

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제목과 같은 병원에서 인턴 생황을 하는 새내기

의사들이 겪는 애환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여기가 군대인지 병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엄격한

위계질서 하에 살인적인 강도의 근무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과연 저런 생활을 하면서 의사가

되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의사 업무의 특성상 이런 빡센(?) 훈련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의사도 인간인데 저런 생활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애처로운 생각마저

드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턴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과 동일한 하우스 오브 갓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차별을 받던 시대에 유능한 이스라엘 출신 의사들에게 인턴 기회를 주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이 설립한 병원인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턴 로이를 비롯한 1년차 인턴들의 생활들이

그려진다. 그들을 지도하는 레지던트 팻맨은 '하우스 오브 갓의 법칙'이라는 본인이 만든 적응의

법칙을 알려준다. 이곳에서는 고머('내 응급실에서 꺼저'의 약어)라 불리는 회복불능의 노인 환자들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가장 큰 화두였는데, 제1법칙이 '고머는 죽지 않는다', 제2법칙이

'고머는 바닥으로 떨어진다'일 정도로 고머들과의 사투가 계속 벌어진다. 여기서 팻맨은 가능한

고머들에게 아무 치료도 안 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라고 주장하는 반면 조를 비롯한 하우스 오브

갓의 수뇌부들은 원칙대로 최대한 각종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정반대의 치료방침이라 인턴 입장에선 당연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팻맨의 

치료방식이 고머들의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반면 조의 방식은 각종 합병증을 일으켜 고머들에게

고통과 함께 수명을 단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사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항상 상태가 안 좋은

노인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 입장에선 정말 정신과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속 인턴들은 그 탈출구로 간호사들과의 섹스를 선택한다. 사실 너무 문란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난잡한(?) 관계들이 벌어지는데 그 정도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점점 

인간성을 상실하고 기계를 거쳐 괴물로 변신(?)하는 인턴 과정에서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자살자가

나오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데 로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끝에 병원의

간부들에게는 충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 1970년대가 배경인지라 

요즘은 과연 어떨까 싶기도 한데 우리 드라마들을 보면 지금의 병원 현장도 그리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그 당시로서는 이 책에서 그려진 내용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논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의료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종 국제뉴스에서 미국 경찰이 흑인 등 유색인종을 적법한 절차나 정당한 이유 없이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보도되곤 한다. LA 폭동 때처럼 인종문제로 번져 심각한 사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잠시 시위 등으로 시끄럽다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경찰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사건은

유야무야 되고 만다. 그야말로 여전히 인종차별적 편견이 억울한 죽음을 낳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은

흑인 소녀 스타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친구가 경찰에게 무참히 살해되면서 겪는 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흑인 소녀 스타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칼릴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의 검문에 걸리고

미등이 깨졌다며 강압적으로 조사하던 경찰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순찰차로 돌아가는 잠시

칼릴은 차문으로 돌아가 스타에게 괜찮냐며 물어보다가 경찰에게 세 발의 총격을 받고 즉사한다.

충격적인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웠던 스타는 일단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경찰은 칼릴이 마약을

파는 범죄소년이었고 총격을 한 경찰에게 아무 과실이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자 스타는 용기를 내어

당시 상황을 진술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실 총기가 난무하는 미국에서는 총기사건이 별 일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경찰이 사람을 총으로 죽였는데도 너무 안이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항상 총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찰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만

방심해도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기에 총기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흑인 소년이란 이유로 과잉 대응하여 사람을 죽게 만들고도 해당 경찰에게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건

총격사고 이상의 충격을 주었다. 만약 백인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어도 그냥 넘어갈 일이었을까

싶었는데 친구가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한 스타가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에게도 말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는 스타가 안쓰러웠는데 한편으로는 중요한

증인이면서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제대로 얘기를 하지 못하는 게 이해는 되지만 좀 답답했다.

하지만 점점 용기를 내면서 수사나 언론 인터뷰 대배심 증언까지 당당하게 해내는 스타의 모습은

친구를 잃은 충격을 극복하고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라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을 만한 사건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잘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아마존에서 2017, 2018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광고 띠지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좋은 가독성과

함께 여전히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고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인종차별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소설이란 그릇에 잘 담아내었다. 투팍이 배에 새긴 문신으로 유명한 '터그 라이프'란 말의 의미가

'당신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증오가 모두를 망가뜨린다'라고 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끔찍한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인상적으로 읽어서 줄리언 반스의 이 책도 사랑에 관한 뭔가 강렬한 인상을

줄 거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보게 되었는데 좀 예상밖의 얘기들이 펼쳐진다. 열아홉 살짜리 남자아이와

마흔여덟 살짜리 유부녀 사이에 벌어지는 애정행각(?)이라 세속의 통념으로 보면 진부한 부적절한

관계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존 어빙의 '일년 동안의 과부'가 바로 떠올랐는데 39살의 매리언과

16살의 에디의 사랑을 그린 '일년 동안의 과부'의 커플이 이 책의 케이시 폴과 수전의 나이 차이보다

적어 그런지 몰라도 줄리언 반스가 표현하는 폴과 수전의 관계는 생각보다 열정적이지 못한 느낌이었다.

보통 세상의 잣대로 부적절한 관계로 규정되는 관계들은 나름의 열정으로 불타오르곤 하는데 저자

특유의 필체 탓인지 구체적인 묘사를 생략해서 그런지 폴과 수전의 관계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듯

하면서도 대부분 그런 관계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사건 위주로 전개되는

스토리가 아니다 보니 조금 뜬구름 잡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관한 3부작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는

이 책에선 폴의 회상 형식으로 얘기가 전개되는데 일반적으로 어울리는 커플이라 부르기 어려운

폴과 수전의 사랑의 역사는 테니스 클럽에서 시작되었다. 테니스 클럽에서 경기를 마치고 수전을 폴이 차로 집까지 태워다주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각자 서로의 두 번째 애인이던

두 사람은 나름 여느 커플 못지 않게 은밀한 사랑의 추억들을 만들어나간다. 나이 많은 여자와

어린 남자 커플의 전형적인 모습인 여자가 리드하는 그런 관계라기보단 둘 다 아직 사랑에 문외한인

듯 첫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굴곤 한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첫사랑은 그 뒤에

오는 사랑들보다 윗자리에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로 늘 뒤의 사랑들에 영향을 미친다.

모범 노릇을 할 수도 있고, 반면교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뒤에 오는 사랑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 반면 더 쉽게, 더 좋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물론 가끔은, 첫사랑이 심장을

소작해버려, 그 뒤로는 어떤 탐침을 들이밀어도 흉터 조직만 나올 수도 있지만'.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압도적 현재형으로, 다른 사람들,

다른 시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앞에 열거한 문장들처럼 작가는 첫사랑은

물론 사랑에 대해 여러 주옥같은 말들을 열거해놓아 이 책을 읽다 보면 폴과 수전의 사랑 얘기보단

사랑의 본질이 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폴과 수전은 안타깝지만 부적절한 관계의 숙명적인

코스들을 밟아나가게 되고 아련한 사랑의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는 얘기가

아니어서 사실 조금만 방심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운 책이었는데, 폴의 공책에 오랫동안 살아남은

'사랑에서는 모든 것이 진실인 동시에 거짓이다. 사랑은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한

가지 주제다.'내 의견으로는, 모든 사랑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일단 거기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게

되면 진짜 재난이 된다' 등 사랑에 관한 격언급의 문장들을 만나 곱씹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