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종 국제뉴스에서 미국 경찰이 흑인 등 유색인종을 적법한 절차나 정당한 이유 없이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보도되곤 한다. LA 폭동 때처럼 인종문제로 번져 심각한 사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잠시 시위 등으로 시끄럽다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경찰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사건은

유야무야 되고 만다. 그야말로 여전히 인종차별적 편견이 억울한 죽음을 낳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은

흑인 소녀 스타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친구가 경찰에게 무참히 살해되면서 겪는 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흑인 소녀 스타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칼릴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의 검문에 걸리고

미등이 깨졌다며 강압적으로 조사하던 경찰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순찰차로 돌아가는 잠시

칼릴은 차문으로 돌아가 스타에게 괜찮냐며 물어보다가 경찰에게 세 발의 총격을 받고 즉사한다.

충격적인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웠던 스타는 일단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경찰은 칼릴이 마약을

파는 범죄소년이었고 총격을 한 경찰에게 아무 과실이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자 스타는 용기를 내어

당시 상황을 진술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실 총기가 난무하는 미국에서는 총기사건이 별 일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경찰이 사람을 총으로 죽였는데도 너무 안이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항상 총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찰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만

방심해도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기에 총기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흑인 소년이란 이유로 과잉 대응하여 사람을 죽게 만들고도 해당 경찰에게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건

총격사고 이상의 충격을 주었다. 만약 백인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어도 그냥 넘어갈 일이었을까

싶었는데 친구가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한 스타가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에게도 말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는 스타가 안쓰러웠는데 한편으로는 중요한

증인이면서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제대로 얘기를 하지 못하는 게 이해는 되지만 좀 답답했다.

하지만 점점 용기를 내면서 수사나 언론 인터뷰 대배심 증언까지 당당하게 해내는 스타의 모습은

친구를 잃은 충격을 극복하고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라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을 만한 사건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잘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아마존에서 2017, 2018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광고 띠지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좋은 가독성과

함께 여전히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고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인종차별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소설이란 그릇에 잘 담아내었다. 투팍이 배에 새긴 문신으로 유명한 '터그 라이프'란 말의 의미가

'당신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증오가 모두를 망가뜨린다'라고 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끔찍한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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