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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의 모든 직업이 필요하고 나름의 숭고함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직업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전문직과는 달리 오랜 수련과정이 필요한데 그렇다 보니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속칭 의학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다 보니 대중들도 이젠 어느 정도 병원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
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제목과 같은 병원에서 인턴 생황을 하는 새내기
의사들이 겪는 애환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여기가 군대인지 병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엄격한
위계질서 하에 살인적인 강도의 근무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과연 저런 생활을 하면서 의사가
되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의사 업무의 특성상 이런 빡센(?) 훈련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의사도 인간인데 저런 생활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애처로운 생각마저
드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턴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과 동일한 하우스 오브 갓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차별을 받던 시대에 유능한 이스라엘 출신 의사들에게 인턴 기회를 주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이 설립한 병원인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턴 로이를 비롯한 1년차 인턴들의 생활들이
그려진다. 그들을 지도하는 레지던트 팻맨은 '하우스 오브 갓의 법칙'이라는 본인이 만든 적응의
법칙을 알려준다. 이곳에서는 고머('내 응급실에서 꺼저'의 약어)라 불리는 회복불능의 노인 환자들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가장 큰 화두였는데, 제1법칙이 '고머는 죽지 않는다', 제2법칙이
'고머는 바닥으로 떨어진다'일 정도로 고머들과의 사투가 계속 벌어진다. 여기서 팻맨은 가능한
고머들에게 아무 치료도 안 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라고 주장하는 반면 조를 비롯한 하우스 오브
갓의 수뇌부들은 원칙대로 최대한 각종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정반대의 치료방침이라 인턴 입장에선 당연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팻맨의
치료방식이 고머들의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반면 조의 방식은 각종 합병증을 일으켜 고머들에게
고통과 함께 수명을 단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사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항상 상태가 안 좋은
노인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 입장에선 정말 정신과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속 인턴들은 그 탈출구로 간호사들과의 섹스를 선택한다. 사실 너무 문란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난잡한(?) 관계들이 벌어지는데 그 정도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점점
인간성을 상실하고 기계를 거쳐 괴물로 변신(?)하는 인턴 과정에서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자살자가
나오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데 로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끝에 병원의
간부들에게는 충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 1970년대가 배경인지라
요즘은 과연 어떨까 싶기도 한데 우리 드라마들을 보면 지금의 병원 현장도 그리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그 당시로서는 이 책에서 그려진 내용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논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의료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