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버터플라이 - 아메리칸
마틴 부스 지음, 만홍 옮김 / 스크린셀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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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청부살인용 총기제작자인 나는 이탈리아의 조용한 마을에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은퇴할 계획이다.
마을에선 나비 그림을 그리는 화가 '미스터 버터플라이'로 통하고 있지만  

나는 늘 누군가에게 추격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데...

 

연말에 개봉할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의 원작소설이라  

혹시 영화를 보기 전에(언제 볼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ㅋ)

미리 원작이 어떤 가를 확인해보려고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만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고독한 스나이퍼가 주인공인 '탄착점'과 비슷한 스릴러 소설이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 외로 사건 위주로 내용이 전개되기보단 주인공의 독백 형식으로 진도가 나가서  

사실 내용에 몰입하기가 쉽진 않았다.

역시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고 늘 주변에 자신을 노리는 사람들이 없는지  

예민하게 반응해야 했던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적절히 어울리고 클라라라는 여자와도 사랑을 나누면서 나름의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마지막 작업만 잘 마치면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유로운 은퇴생활이눈 앞에 있었지만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그림자거주자의 정체를 파악한 이후론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클라라와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는 클라라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더욱 조바심이 생겨나는데...

 

주로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내면의 심리묘사에 충실한 작품이어서 묘사나 표현은 돋보였지만  

서사적인 재미는 좀 떨어지는 아쉬움을 주었다.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겪게 되는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심경의 변화 등을 따라가는 재미나

사랑 앞에선 역시 프로도 약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점,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예리하고 세련된 표현 등이 이 작품의 돋보이는 점인데  

영상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은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영화 '아메리칸'은 이 책을 얼마나 제대로 담아낼 것인지 꼭 확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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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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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독재국가 판엠의 수도 캐피톨에선 매년 12개 구역에서 10대 소년 소녀를 한 명씩 뽑아  

24명 중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헝게 게임을 개최한다.  

올해도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던 캣니스는 달랑 한 장이 포함되었던 동생 프림이 선발되자  

자원해서 헝거 게임에 참가하고, 12구역의 또 다른 대표로 캣니스와 안면이 있는 피타가 선발되는데  

과연 이들은 헝거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헝거 게임'이란 제목만 봤을 때는 그냥 배고픔을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이 아닐까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책장을 펼쳐보니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는 무서운 게임이었다.

독재국가 판엠이 예전에 반란을 일으켰던 여러 구역들에 대해 반란의 대가이자 공포정치의 일환으로  

시작한 헝거 게임은 과거로 하면 일종의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이 끔찍한 게임이 국가적인 축제가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펼쳐진다.  

수도인 캐피톨을 제외한 12개 구역 청소년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가 뽑힐까봐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인데 거기서도 빈부에 따라 선발될 확률이 달라지게 되어 있다.  

12살부터 무조건 한 장씩 들어가게 되지만 캣니스를 비롯한 다수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 이름이 적힌 쪽지를 넣는 조건으로 배급표를 받는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 배급표를 남발하다 보니 헝거 게임의 선수로 뽑힐 확률이 높아지지만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수십 장이 들어가 있는 자신이 아닌 단 한 장이 들어가 있던 동생 프림이 선발되니  

캣니스로선 정말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12구역의 대표로 출전하는 피타도 예전에 자신에게 빵을 나눠주려고  

엄마에게 맞기까지 한 사연이 있어 캣니스로선 정말 죽을 맛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12구역의 대표선수 24명이 모두 선발되자 수도 캐피톨에 있는 경기장으로 모두 모이게 된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진 그동안 보지도 못했던 음식들을 맘껏 먹으며(마치 잡아먹기 위해 먹이는 것  

같은ㅋ) 운명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헝거 게임의 전야제에서 '불타는 소녀' 컨셉의 옷을 입고  

나간 캣니스는 최고의 스타가 된다. 여기서도 우승 확률이 얼마나 높으지, 인가가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스폰이 달라지는 냉엄한 경쟁상황이 지속된다.  

그리고 훈련과정을 보고 경기운영자가 매긴 점수에서도 예상밖의 1등을 하게 된 캣니스는

마지막으로 사전 인터뷰에서 피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까지 받게 되지만  

점점 다가오는 게임의 두려움을 극복하긴 쉽지 않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헝거 게임. 이 게임에서 우승하기 위해 일부러 자원한 프로 조공인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일단 캣니스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시작하자마자 약자들이 일단 정리된 가운데 떼를 지어 다니는 프로 조공인들 사이에 피타가 있음을  

알고 캣니스는 충격을 받는다. 피타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사냥을 하면서 익힌 나무타기와  

빠른 발, 활 쏘기 능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에 살아남던 캣니스는 자신을 도와주던  

11구역의 소녀 루와 잠시 동맹을 맺기도 하지만 루는 이내 다른 조공인들에게 살해당하고  

멀어졌던 피타와 다시 러브모드(?)가 되면서 막강한 프로 조공인들에 맞서 최후의 승부를 벌이는데...

 

아무래도 24명이 펼치는 죽고 죽이는 생존게임인 '헝거 게임'의 흡입력은 정말 대단했다.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 '트와일라잇'으로 유명한 스테프니 메이어가 식사 중에도 몰래 읽었다는  

게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게임에 참가한 조공인들은 정말 잠시도 방심하면 죽을 수 있는  

절체절명이 순간들을 맞고 있지만 이를 생중계를 통해 보고 있는 참가 선수들과 무관한  

수도 캐피톨의 시민들은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만끽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콜롯세움에 검투사나 노예들을 몰아넣고 서로 죽고 죽이는 결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서 열광하는 모습과 한치도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끔찍한 게임임에도 어느샌가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잔인한 면모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식민지와 다를 바 없는 다른 구역의 아직 제대로 피지 못한 청소년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캐피톨의 행태에 분개해야 마땅함에도 어느덧 살인의 광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게  

바로 헝거 게임을 개최하는 목적이 아닐까 싶다. 감히 자신들에게 반항할 엄두조차 못내게  

철저한 강압과 통제를 실시하는 캐피톨의 압제에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었다.

미래의 가상국가를 설정하고 있지만 이런 끔찍한 일들이 왠지 낯설지 않은 것은 왜일까 싶다.  

비록 이 책에 나오는 그런 끔찍한 일들을 직접 겪고 있진 않지만 지구상 어딘가에선  

캐피톨과 비슷한 짓을 하고 있는 자들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다.  

결코 책에서 만들어낸 허황된 얘기로 치부할 수는 없는 게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지 않을까 싶어 씁쓸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3부작 중 1편인 이 책은 혹독한 헝거 게임에서 겨우 살아남은 캣니스가  

고향인 12구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캣니스의 반항(?)으로 바짝 골이 난 캐피톨이 캣니스를 그냥 가만 놔두지는 않을 것 같으니  

앞으로 캣니스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고향에 두고 떠난 게일과 헝거 게임을 통해 커플(?)이 된 피타 중  

누구와 캣니스가 이뤄질지도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마침 2편인 '캣칭 파이어'가 출간되어 헝거 게임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바로 다음 편을 읽어봐야겠다.  

내년에 개봉 예정인 영화에선 과연 책에서 그려지는 숨막히는 헝거 게임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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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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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히 만난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같이 노숙을 하게 된 나는

미래에서 온 노파가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겼다는 사나이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리고 사나이의 몸에 새겨진 열여덟개의 문신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는데...

 

소위 환상문학이라는 SF계열의 소설은 그다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영화로는 익숙한 장르이지만 소설로는 낯선 장르가 바로 SF나 판타지 소설인데  

SF소설의 거장이라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 단편집에는 지금은 낯설지 않은 화성 등의 소재가  

당시의 시대상황과 잘 버무려져 그럴 듯하면서도 재밌는 얘기로 담겨져 있었다.

 

무려 1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이 나온 시기가 1951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세련된 얘기가 펼쳐진다.

아프리카 초원 등 어떤 환경도 재연할 수 있는 놀이방이 오히려 비극을 불러오는  

'대초원에 놀러 오세요', 로켓 폭발로 광활한 우주를 무작정 유영하게 된 사람들의 얘기인 '만화경처럼',  

흑인들을 화성으로 쫓아냈다가 핵전쟁으로 지구가 엉망이 되자 간신히 화성으로 탈출한 백인들을  

맞은 흑인들의 얘기인 '역지사지' 등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당시엔 심각했던(물론 지금도 여전한) 인종문제를 시니컬하게 고발한 '역지사지'와  

타성에 매몰되어 형식적인 것에 집착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 '불덩어리 성상',  

이 책과 같은 환상문학 내지 장르소설에 대한 천대를 비판하는 '화성의 미친 마법사들',  

지구를 침공해온 화성인들을 환영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통해 지구의 삭막한 문명을 잘 보여준  

'콘크리트 믹서', 로봇에게 자신의 역할을 대신 맡기는 '마리오네트 주식회사' 등을 통해  

여러 사회문제를 환상문학과 접목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이었다.

 

지금은 익숙해진 우주여행이나 시간여행, 외계인, 로봇 등의 소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매력적인 얘기들을 만들어내면서 한편으론 암울한 현실 비판까지 빼놓지 않았던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작가와의 만남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환상문학의 매력이 바로 우리의 상상 속에만 있는 세계를 마치 현실인 듯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그런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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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의 비밀
폴 크리스토퍼 지음, 민시현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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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과 빌리는 코르테스가 아즈텍 문명을 약탈하고 황금 등을 숨겨둔 위치에 관한 정보가 담긴  

코덱스를 찾아나서지만 코르테스의 보물을 노리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니었는데...

 

전작 '렘브란트의 유령'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핀과 빌리는 이제 본격적인 보물 찾기(?)에 나선다.

16세기 아즈텍 문명을 파괴했던 코르테스가 약탈했던 보물을 싣고 가다가 폭풍을 만나  

난파당한 갤리언선을 찾는 것인데 거기에 1960년대 쿠바사태 당시 수소폭탄을 싣고 가다  

폭풍우에 추락하여 실종된 폭격기 얘기까지 얽히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르테스의 보물과 또 다른 보물(?)에 혈안이 되어 찾아나선다.

핀과 빌리 일행 뿐만 아니라 쿠바의 비공식 잠수함을 끌고 다니는 크루즈 함장과  

그들과 마약거래를 하는 마약왕 구즈만, 억만장자 제약사 회장과 그 아들인 노블 부자,  

비밀 종교조직 까발로 네로까지 여러 인물들이 엎치락뒤치락 보물을 차지하기 위한  

혈투를 벌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의 중심사건이라 할 수 있는 코르테스의 보물 얘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얘기였지만

미군 폭격기의 추락으로 인해 잃어버린 수소폭탄의 얘기는 금시초문이었는데

두 얘기를 적절히 버무려낸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전편인 '렘브란트의 유령'에선 초반부에 렘브란트와 관련된 팩션의 느낌이 조금 났었는데

이 책에선 본격적인 인디아나 존스식의 고고학적인 모험담이 펼쳐진다.

특히 유카탄 반도의 정글 속에서 무서운 총알개미 무리와의 사투,

아즈텍 유적지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은 영화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복잡한 스토리를 엮어나가려다 보니

좀 산만한 느낌이 드는 점이 옥의 티라 할까...

 

'렘브란트의 유령'에 이어 이번에 나온 '아즈텍의 비밀'까지 스릴넘치는 모험담을 그려내는  

폴 크리스토퍼의 작품은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주인공인 핀과 빌리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느껴지지만  

본격적인 로맨스까지 발전되지는 않는다.

이들의 관계가 좀 더 발전된다면 더욱 짜릿한 모험담이 될 것 같은데

다음번 모험에서는 핀과 빌리 사이에도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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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커리드웬 도비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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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대통령의 전속 화가, 이발사, 요리사는 갑작스레 쿠데타가 발생하자 쿠데타 세력에 의해  

감금당하지만 곧 쿠데타 세력의 두목을 위해 그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기 시작하는데...

 

독재자를 위해 일하던 화가, 이발사,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들이 겪게 되는 일들을 통해 권력과 욕망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처음 대통령이 실각하고 쿠데타 세력에 의해 감금을 당하자  

순간 당황하던 세 사람은 곧 일상적인 모습을 되찾는다.

특히 요리사는 바로 두목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대령한다.

그는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처세술을 갖춘 사람이었다.

이발사는 그 와중에 형의 애인이었던 여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도 역시 새로운 두목에게 대통령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서비스를 해준다.  

화가의 경우 만삭의 아내와 떨어지는 바람에 걱정을 하지만 두목의 초상화를 이상적으로 그려낸다.

1부에선 이렇게 요리사, 이발사, 화가가 새로 바뀐 권력에 적응하는 과정을 번갈아 가면서 그려낸다.

 

2부에선 이발사, 요리사, 화가의 소중한(?) 여자들의 얘기가 펼쳐진다.

이발사의 경우 형의 약혼자였던 여자인데 새로 정권을 장악한 두목의 여자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죽은 형과의 추억을 기억하며 동생인 이발사에게 접근한다.

화가의 아내는 언제 화가와 결혼했는지 완전히 지워버린 사람처럼 화가의 접근을 외면한다.  

그녀에겐 애당초 화가라는 존재는 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요리사의 딸은 어머니를 놔두고 바람을 피우던 아버지를 경멸하면서도 아버지를 찾아간다.

 

3부에선 다시 이발사, 요리사, 화가의 시점으로 돌아오는데

권력에 순응하던 이발사가 반항을 하고 화가는 아내가 자신을 외면한 이유를 알게 되며,  

요리사는 딸과 화해를 하게 된다.

 

권력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권력자를 즐겁게(?) 했던 요리사, 화가, 이발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권력의 허망함과 위선, 배신 등이 세 명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잘 엮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실각한 대통령이나 새로 권력을 장악한 두목이나 모두 정당한 권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단지 권력을 차지한 사람들에 불과했다. 그런 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던 세 명의 남자들에게도  

실 누가 권력을 잡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에겐 정치적인 판단 같은 건 그다지 의미가 없었고 단지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마지막에 이발사는 형의 약혼자를 만나면서 큰 사고(?)를 치지만 그건 정치적인 신념에 의한  

행동이라기보단 죽은 형과 형의 약혼자와의 관계로 인해 야기된 행동인 것 같다.

무엇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권력자의 위선은 우리가 늘 겪어 온 일이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네 권력자들이 저지른 추악스런 일들 중 우리에게 공개되지 않은 것도 많을 것이다.

권력자들의 추악한 모습과 그들 주변 사람들의 권력에 대한 태도, 그리고 얼키고 설킨 인간관계 속에  

드러나는 어긋난 욕망의 단면을 독특한 구성을 통해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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