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1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24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손인혜 옮김,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 더클래식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의 기본 줄거리는 왠만한 사람이면 다 알 것 같다.

캔자스에 살던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낯선 곳에 날아가 그곳에서 만난 두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모험을 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라는 내용은 꼭 책으로 읽은 적이 없어도 영화, 만화 등

각종 형태의 문화상품으로 한 번은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릴 때 만화 등으로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고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서 책으로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착한 가격으로 마련해 놓았다가 어디 갈 일이 있어 지하철에서 상당한 분량을 해치울 수 있었다.

1900년에 출간된 이 책은 생각보다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었는데

책이 시리즈로 무려 열 네 권이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의 작품 해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막연한 이미지만 남아 있던 부분들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새록새록 기억도 떠오르고

살도 붙으면서 이제는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에피소드들로 간직하게 되었다.

오즈에는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에메랄드 시를 중심으로 도로시가 처음 도착한 먼치킨의 나라,

윙키의 나라, 콰들링의 나라, 질리킨의 나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나라는 마녀들이 다스리는데,

동쪽과 서쪽은 나쁜 마녀가 남쪽, 북쪽은 착한 마녀가 다스렸다.

마침 회오리바람과 함께 도로시의 집이 느닷없이 날라와서 동쪽의 마녀를 깔아뭉개어 의도하지

않게 먼치킨들의 환영을 받는데, 애니메이션 '업'의 풍선달고 집이 날아다니는 설정이

아마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에메랄드 시로 이어진

노란 벽돌 길도 왠지 엘튼 존의 명곡에 영향을 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암튼 도로시는 에메랄드 시에 사는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 자신을 캔자스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러 길을 떠나는데 그 와중에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난다. 허수아비는 자신에게 없는 두뇌를,

양철 나무꾼은 자신에게 없는 심장을, 사자는 자신에게 없는 용기를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그들이 겪는 모험담을 보면 왜 그들이 굳이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찾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허수아비나 양철 나무꾼에게 두뇌나 심장이 없는

사실이지만 그들은 충분히 지혜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런 형식적인 걸 갖출 필요가 없어

보임에도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마도 그걸 소망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 허례허식과 체면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아무리 알찬 능력을

갖춰도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소위 스펙이라는 걸로 무장을 해야 그나마 사람 대접을 받는

세상인 걸 감안하면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사자가 그렇게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애쓴 점은 백 년의 시간의 훌쩍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은 씁쓸한 현실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에메랄드 시에 도착해 겨우 만난 오즈의 마법사는 그들이 상상한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오즈의 마법사가 서쪽의 마녀를 없애야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다시 여정에 나서는 친구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좀 황당하면서 허무한 생각도 들지만

암튼 모두 자신의 소원을 이루게 되었으니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었다. 

오즈의 마법사의 정체나 도로시가 다시 캔자스로 돌아간 방법 등

기억에 남아 있지 않던 부분들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채워넣을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마법같은 얘기면서도 여러 시사점을 안겨주기에 단순히 동화로 치부되지 않고

여전히 사랑받는 얘기로 계속 되풀이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동화같은 얘기를 읽다 보면 잠시나마 때묻지 않은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 그게 바로 이런 얘기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비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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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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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번째 여자친구에게 또 다시 차인 콜린은 자신을 버렸던 여자친구들의 이름이

모두 캐서린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연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콜린은 유일한 친구인 하산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사랑의 공식을 만들어내는데...


영화로 봤던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작가 존 그린의 대표작이라는

이 책은 열 아홉 살의 괴짜 신동 콜린이 자신의 연애경험을 되돌아보며

나름의 연애법칙을 세워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독서광에 자신이 읽은 모든 걸 기억하는 신동 콜린은

그동안 왜 자신이 여자친구들에게 일방적으로 차였는지 곰곰이 생각한 결과

일단 여자친구들이 모두 캐서린이란 똑같은 이름을 가졌단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마치 영화 '온리 유'에서 자신의 운명의 짝이 데이브 브래들리란 이름인 걸 알고

여주인공이 그 이름의 남자만 찾아다녔던 것처럼 콜린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캐서린이란 여자들에게만 끌리는 것은 운명의 장난인지 뭔지 모를 이유가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물론 콜린 자신도 잘 몰랐는데 하산과의 여행에서 린지를 만나게 되면서

어설프게 시작한 공식을 다양한 변수까지 감안하면서 섬세하게 가다듬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연애사에서 뭐가 문제였는지를 조금씩 깨닫는다.

자신과 같은 이름의 또 다른 콜린(또다콜)과 사귀고 있던 린지와도 묘한 관계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콜린은 자신의 열 아홉 번의 연애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완벽한 사랑 공식을 완성할 수 있을까...


공식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콜린은 많은 걸 깨닫게 된다.

자신이 열아홉 번 모두 차인 줄 알았지만 공식을 적용해본 결과 의외의 진실도 알게 되고,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도 되면서 한층 성숙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가 청소년에서 성년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시점이라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시점에 콜린은 절친인 하산과 여행지에서 만난

린지를 통해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 책에서 콜린이 연애 법칙을 수학 방정식으로 만들겠다는 시도 자체가 기발하다 할 수 있었는데,

자신이 찰지 차일지를 그 공식에 대입만 하면 알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지구별 출신이 하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톡톡 튀는 뚜렷한 개성의 소유자들이어서

어떤 결말을 맺을지 자못 궁금했는데, 과거는 공식으로 정리하고 해석해낼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는 결코 천편일률적인 공식이 통하지 않는 예측불허임을 알고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일들에

충실하게 살자는 것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19
신동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낸 것을 아주 빨리 배울 수 있다. 반면 천재들은 이전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해낸다. 신동들은 남이 이뤄놓은 것을 배우고 천재들은 스스로 이뤄낸다.
309
과거는 논리적인 이야기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기억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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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헨리 단편 콘서트
0. 헨리 지음, 박영만 옮김 / 프리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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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아는 단편들을 썼던

오 헨리의 주옥같은 단편들을 모은 이 책은 단편의 묘미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열 한 편의 단편과 그의 일생을 그가 쓴 단편 형식으로 엮은 마지막 작품까지

흥미진진하면서도 반전의 매력이 듬뿍 담긴 작품들이었는데

한결같이 유머와 페이소스과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들이었다.

 

아내를 믿고 시험을 했다가 제대로 배신당하는 '슬픈 오류'를 시작으로

네 살때 잃어버린 딸과의 극적인 재회를 담은 '물레방앗간 교회'와

홧김에 이혼을 하려는 부부를 5달러를 절묘하게 활용하여 재결합하게 만든

판사의 지혜가 돋보이는 '5달러' 등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 많았다.

폭력을 행사한 후 선물을 사주는 친구 남편이 부러워 남편을 자극하여 폭행을 유발하지만

착한 남편의 꿋꿋한 모습을 보여 주는 '여자의 마음'이나 결혼생활에 지겨워져 자유를 원하지만

정작 아내가 사라지자 간절히 아내가 돌아오길 원하다가 다시 아내가 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듯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남편의 모습을 담은 '남자의 습관'은

결혼생활과 남녀의 대조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마지막의 반전을 통해 묘한 쾌감과 짜릿한 감동, 진한 여운을 선사했다.

겨울을  따뜻한 감옥에서 나기 위해 일부러 죄를 저지르지만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다가 

회개하고 제대로 살아보려는 순간 감옥에 갖히게 되는 '섬'은 삶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었고,

우정보다는 원칙을 선택하여 20년 만에 만난 친구를 감옥에 보내는 '원칙과 우정 사이'는

사적인 관계나 이익보단 공익을 우선하는 어렵지만 바람직한 선택을 보여주었다.

이미 알고 있던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도 '마지막 걸작'과 '현자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오랜만에 읽어봤는데 역시나 명불허전의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단편 형식으로 구성된 그의 인생도 그의 작품 못지 않게 파란만장하면서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는데 자신이 삶이 그의 작품 속에 잘 녹아든 게 아닌가 싶었다. 

단편을 통해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오 헨리의 작품을 읽으면서 

인생의 희노애락이 뭔지를 생각하며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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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열린책들 세계문학 143
제인 오스틴 지음, 원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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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은 이미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로도 봤기 때문에

너무 익숙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작이 대표적인 고전작품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좀처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야 원작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당시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처럼 여자들의 경제활동이 없었던 시절이라

결혼은 곧 자신을 부양해줄 남자를 찾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남자의 지위나 경제력이 결혼의 절대적인 조건이었다.

요즘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만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의 첫 문장에서 이런 세태를

'재산이 많은 미혼 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라며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사실은 여자들에게 반드시 재산이 많은 남자가 필요하다는 여자들이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문장이라 할 수 있었는데, 네더필드에 부자인 빙리와 귀족인 다시가

나타나자 동네에 딸을 가진 집들이 전부 벌떼처럼 달려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중에서 다섯 명의 딸을 둔 속물인 베넷 부인이 이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사윗감으로 생각하는 건 사필귀정이었다.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메리턴의 무도회에 동네 처녀들과 그녀들의 엄마들이 총출동하는 모습은

결혼을 못해 안달인 사람들의 짝짓기 모임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베넷 부인의 딸들이 당연히 참석하는데 미모의 착한 장녀 제인과 다정한 빙리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며 베넷 부인의 소망이 현실화되는 듯 했다.

한편 무뚝뚝한 다시는 동네 처녀들에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며

호감을 사지 못하는데 지적이고 이성적인 베넷 부인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다시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위컴의 말을 듣고는 다시를 혐오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와중에 빙리와 제인이 잘 될 거라 믿었지만 빙리는 마을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고

빙리가 제인을 떠난 게 다시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시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그런데 다시가 자신에게 청혼을 하자 엘리자베스는 다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며 거절하고, 다시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음을 알게 된 다시는

그녀에게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 편지를 전해주는데...


이 책의 제목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오만한 태도를 보였던 다시와

그런 다시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엘리자베스를 상징하는 것 같다.

원래 제인 오스틴은 '첫인상'이란 제목을 지었다고 하는데 다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첫인상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우여곡절을 겪게 되지만 다시의 엘리자베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은

그녀에게 자신의 진가를 알게 해주고 결국 오해를 풀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요즘에는 이런 얘기를 수없이 만나볼 수 있지만

밀당을 벌이는 남녀 간의 얘기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자들의 사랑과 결혼이 타산적으로 흘러가기 쉬웠는데

그나마 엘리자베스만이 조금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줬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원래 자기가 당사자면 이런 남녀관계에 힘겨울 수도 있지만 제3자로서 지켜보는 입장이다 보니까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와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 등이 흥미로웠다.

특히 오만하다고 평가받은 다시의 모습은 왠지 누군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같으면 그런 오해를 받고는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엘리자베스의 불쾌한 말과 행동을

다시는 관대함과 포용감으로 이겨내고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지켜낸다.

그런 모욕적인 대우를 받고도 그녀를 계속 사랑한 다시의 모습은

진정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당시나 지금이나 사랑과 결혼은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것 같다.

시대에 따라 조금씩 그 모습이 변모되기는 하지만

진화론적인 남녀의 이성 선택 모습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로맨스소설의 대표적인 고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아기자기한 사랑의 묘미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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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창비세계문학 1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송승철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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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대중문화의 인기 있는 상품 중의 하나로

책으로는 물론 영화, 연극 등 각종 장르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그 기본적인 줄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원작을 제대로 읽어 본 사람 역시 거의 없을 것 같다.

낮에는 지킬 박사, 밤에는 하이드씨로 이중생활(?)을 하는 이중인격의 대명사로 알고 있지만

도대체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역시 원작을 읽어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번에 창비에서 새로 세계문학전집을 발간하면서 이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보물섬'으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이 책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선와 악의 양면성을 가진 인간의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

사실 누구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동일 인물임을 알고 있는 상태라

하이드씨의 정체가 밝혀질 때의 충격적인 반전을 느낄 사람은 없겠지만

처음에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아마도 영화 '식스 센스'급의 반전이었지 않나 싶다.

요즘은 워낙 반전을 다룬 책이나 영화를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저런 반전을 추측할 수 있지만

이 책이 나온 19세기 후반쯤에는 선량한 과학자와 악마같은 범죄자가 동일 인물이란 설정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면 누구나 선과 악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한쪽만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책에서 지킬 박사는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하이드라는 또 다른 정체성으로 표출시키면서

분출하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억압받던 당시를 감안하면 그가 만들어낸 하이드씨는

위선적인 사회에 대한 반발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역자가 작품해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제만 제기하고 정면대결을 회피하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성으로 대표되는 지킬 박사와 욕망으로 대표되는 하이드씨는 인간이 가진 양면으로

모두 존중받아야 할 것임에도 욕망을 금기시하고 평가절하함으로써 욕망이 양지에서 건전하게

발현되지 못하고 음지에 서식하며 잔인하고 폭력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만들었다.

분명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하이드씨와 그의 일그러진 범행을 전적으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외면하는 지킬 박사는 어쩌면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면서도 이를 일그러진 방식으로 충족시키려는

인간의 위선과 사회의 편견이 같이 작용한 산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이드씨일 때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는 지킬 박사의 고백은 욕망에 솔직한 자신에게

더 만족함을 인정한 것이니 욕망을 얼마나 적절하게 해소하고 이를 어느 선까지

사회적으로 용인할 것인지가 언제나 어려운 문제였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외에 '마크 하임'과 '시체 도굴꾼'이라는

두 편의 단편이 더 실려 있는데 둘 다 선과 악의 두 갈래 길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며칠 전에 읽은 '에코 파크'에서 마음 속에 착한 개를 키울지 못된 개를 키울지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짐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의 세 편의 작품은 선과 악의 기로에서 번민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의 이익과 욕망에서 자유로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선한 길을 선택하면 당장 손해를 보고 심지어 험한 가시밭길을 가야하는 경우도 많기에

그 길을 가기 위해선 굳건한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세상을 보면 꼭 선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응분의 보상을 받거나

악한 길을 선택한 자들이 충분한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선택이 더욱 어려운데,

이 책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선보이는 것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 선을 선택해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그나마 희망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지켜며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전이라 일컫는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고전은 역시 원전의 텍스트를 읽어야 제맛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막연히 피상적으로 줄거리만 띄엄띄엄 아는 것과

그 내면 속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정수를 직접 느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창비에서 새롭게 시작한 '창비세계문학'이 그동안 진흙 속에 묻혀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많이 발굴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진가를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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