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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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치료사인 앨런은 부인과 사별하고 8살 아들 잭을 키우고 있는 패트릭과 사귀게 되면서

그와 특별한 관계가 되길 원하지만 패트릭은 자신의 전 여자친구였던 사스키아가 그를 스토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주는데...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리안 모리아티가 이번에는 최면치료사인 여자가 홀아비인 남자를 사랑하면서 그의 전 여자친구인

스토커에 시달리는 좀 특이한 얘기를 들려준다. 제목만 봤을 때는 왠지 최면을 걸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달달한 로맨스가 아닐까 싶었는데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현재 여자친구와 과거 여자친구가

벌이는 묘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얘기도 최면치료사인 앨런과 패트릭의 전 여자친구인 스토커

사스키아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데 최면치료사 앨런의 시점에선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

사스키아의 시점에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어 서술방식에서도 두 사람의 상태가 대비가 되었다.

패트릭이 사스키아와 헤어지고 무려 3년간이나 사스키아가 패트릭 주변을 맴돌았는데 그럼에도

패트릭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패트릭과 앨런이 사귀기 시작하자

사스키아가 본격적으로 그들의 데이트 현장에 출몰하기 시작하는데 그나마 사스키아가 수동적(?)

스토커라 대놓고 괴롭히거나 폭력이나 폭언 등을 하지는 않아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늘 빙판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한편 사스키아의 스토킹도 문제였지만

앨런이 패트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패트릭이 여전히 사별한 아내 콜린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도 문제가 된다. 특히 앨런이 임신하게 되면서 패트릭과 결혼까지 약속하지만

사스키아는 앨런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쿠키를 구워놓고 가지 않나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앨런의 집에 둔 짐도 잘 치우지 않고 콜린의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 패트릭과의 결혼에 앨런은

점점 두려움이 들기 시작하는데...

 

앨런과 패트릭, 사스키아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을 그려낸 이 책에서 생각보다는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진 않아 6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에 비해 어떻게 보면 좀 심심한 감도

없진 않았다. 스토커가 등장하면 보통 극단적인 일들을 벌여 끔직한 사태에 이르기 쉬운데

사스키아가 무모한 짓들을 하긴 하지만 직접적인 가해는 없어 그런지 앨런은 심지어 그녀를

동정하기까지 한다. 최면술을 치료에 이용한다는 설정은 좀 흥미로웠는데 과연 의학적으로 검증이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좀 뻔한 스토리와 전개라고 볼 수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과연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게 작가의

저력이 아닌가 싶었다. 여성 작가라 그런지 마치 친구와 수다 떠는 것처럼 편안하게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제목과는 달리 달콤한 로맨스는 아니었지만 연인 사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나름 아기자기한 사랑과 갈등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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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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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로 19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 작가 타고르에 대해선 사실 그다지 아는 게 없다.

이 책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거나 일제 식민지로 있던 조선을 '동방의 등불'이라 했다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정도 외에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 어떤 느낌의 작품인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류시화 시인의 번역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 책을 읽으니 타고르 스타일이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벵골어로 쓴 시집 '기탄잘리'에서 53편, '바침', '어린이', '건너는 배', '노래의 꽃목걸이'에서

50편을 선정해 타고르 본인이 영어로 번역한 시집 '기탄잘리'를 원본으로 하고 있는데,

'기탄잘리'에서 '기트'는 노래, '안잘리'는 두 손 모아 받친다는 의미로 '노래의 바침'을 뜻한다고 한다.

총 103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특이한 점은 제목 없이 숫자로만 1 ~ 103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연작시는 아니고 각각 개별적인 독립된 시들인데 전반적으로 당신이라 칭하는 신적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경건하고 마음의 평화와 삶의 의미를 찾는 구도자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 종교에 바탕을 두고 절대자에게 구원을 갈망하는 그런 내용은 아니고

좀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삶과 인생의 참된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정갈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딱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과 유사한 정서라 할 수 있었는데 타고르의 이 시집에 아마도 한용운

시인이 상당한 영향을 받아서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을 남긴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당시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던 점에서 '당신'의 의미에 조국을 비롯한 다양한 해석이

부가될 수 있었던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100년도 넘은 시들이지만 세월을 초월하는 가치를

담고 있어서 지금 읽어도 요즘 나오는 시들과는 다른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냥 쓱 훑어보면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워 몇 번이고 되새김질이 필요한 듯 싶었다.

분량이 많지 않아 그냥 가볍게 읽으면 금방 1회독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의미를 꼭꼭 씹어가며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선 '기탄잘리' 본문 외에도 예이츠의 서문과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해설까지 실려 있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타고르의 삶과

작품세계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영시 원문도 실려 있고 인도풍의 그림과 사진까지 곁들여

조금은 낯선 인도와도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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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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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계의 노벨상이라는 휴고상, 네뷸러상을 수상한 책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처음인데

지능이 낮은 찰리 고든이라는 남자가 특별한 뇌수술을 통해 지능이 정상인 이상으로 높아진 뒤에

겪게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마 전에도 뇌과학과 관련된 '더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었지만

뇌수술을 받고 완전히 달라진 사람의 사례에 대해선 익숙한 편인데 과연 이 책에서 찰리 고든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궁금했다. 실험대상으로서 찰리 고든이 직접 작성한 경과보고서로

얘기가 시작되는데 맞춤법이 엉망인 상태라 솔직히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원서에서도 아마 철자법이 틀린 단어들이 사용되었을 것 같은데 이를 한글로 틀리게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앨저넌이라는 쥐와 함께 실험대상이 되어 수술을 받은 찰리 고든은

점점 지능이 높아져서 그의 보고서상 맞춤법도 점차 개선되어 책을 읽기도 훨씬 수월해져갔다.

하지만 그가 지능이 높아지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은 전혀 몰랐던, 아니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삶 자체가 크게 변하게 된다. 빵집에서 일하던 그는 동료들이

사장 몰래 돈을 빼돌리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자 오히려 동료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사장에게 해고되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과 과거에 있었던 일들도 떠올리게

되었는데 어린 여동생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할까봐 두려워하면서 차별과 학대를 일삼던 엄마와

저능한 오빠 때문에 놀림 받아서 자신을 무시하고 싫어하던 여동생까지 잊고 지냈던 아픈 기억들과

세상 사람들이 그동안 자신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인식하면서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지능이 보통 사람들 이상으로 높아져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선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지만

여전히 인간관계에선 서투르고, 특히 여자와의 관계에선 진도를 나가려면 과거의 자신이 지켜보는

환상에 빠져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수술을 통해 비록 지능은

높아져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지만 대인관계는 수술 전보다 더 열악해져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수술 전에는 사람들이 만만하게 생각하거나

동정하면서 그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해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었고, 그 스스로도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별다른 거부감을 가지거나 편견을 갖지 않았는데,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지능이 자기보다 높아진 그를 사람들이 경계하거나 시샘하고 그도 이런 사람들의 태도나 반응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불신의 벽을 쌓게 된 게 아닌가 싶었다. 그에게 수술을 시행한

연구팀조차 그를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실험대상으로만 여기고 그가 지능이 높아진 것을

자신들이 큰 은혜를 내린 것처럼 굴자 찰리 고든은 과거나 현재나 자신은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거세게 항변하는데 우리가 소위 평범한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부당한 대우와 인격적

무시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는 지능만 높아지는 것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절규하는데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지식만을 중시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었다. 뇌라는 부분이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지라 이 책에서도

뇌수술로 잠시 지능이 높아졌던 찰리 고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점점 돌아간다. 

지능이 높아진 이후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나쁘다고만 단정할 수 없는 게 슬픈 현실이라 할 수 있었는데 다시 맞춤법이 점점

엉망인 상태로 되어가는 걸 보니 마음이 절로 아파졌다. 분명 소설임에도 실제 이런 사례가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감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찰리 고든의 변신과정을 보면서 과연 지능이

높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차별과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 진정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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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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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로스키 가족이 새로 이사오자 줄리는 자신과 같이 놀 친구가 생겨서 마냥 기쁜데

동갑내기 로스키네 아들 브라이스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 껌딱지처럼 졸졸 따라다니고

브라이스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줄리가 귀찮기만 한데...

 

예전에 영화로 미리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 얘기가 펼쳐진다.

제목인 플립(Flip)은 뒤집다 또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열중하다 라는 뜻이 있다는데,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첫눈에 반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뒤에 상황이 역전되는 걸 의미하는

수도 있을 것 같다. 브라이스와 줄리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두 사람 사이의 밀당(?)을 흥미롭게

보여주는데 전반전에는 줄리의 일방적인 쫓아다니기와 브라이스의 도망가기가 반복된다. 

일찍 성숙하는 여자 아이와 상대적으로 늦은 남자 아이의 타이밍 차이라 할 수도 있고,

원래 남자들이 자기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여자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인 점도

감안하면 자기를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는 줄리를 브라이스가 난감해하며 피해다니는 게 이해도 됐다.

그 와중에 줄리가 좋아했던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를 잘라버리는 사건도 발생하고,

줄리가 병아리 여섯 마리를 부화시켜 성장시키는 과정을 성공리에 보여주면서 과학 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이 줄리를 중심으로 발생하는데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조금씩 역전하기 시작한다. 특히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들 중에서

제일 좋은 걸로 골라서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매일 주지만 브라이스네 집에선 살모넬라균을 우려하며

받지 말라고 하는데 차마 브라이스가 줄리에게 말을 못하고 매일 받아서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딱 걸리면서 줄리에게 제대로 약점이 잡힌다. 게다가 장애가 있는 줄리 삼촌에 대해

부적절한 말을 하는 장면까지 들키면서 줄리의 마음이 돌아서게 되는데...

 

두 소년 소녀가 벌이는 아기자기한 사랑(?) 싸움은 딱 그 나이에 있을 만한 에피소드들이면서도

아이들의 성장소설로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똑같은 상황을 줄리와

브라이스가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미묘한 차이를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는데 마냥 순수했던

시절의 마음으로 잠시나마 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왠지 어릴 때 TV에서 봤던

미드 '케빈은 열두 살'의 느낌도 놨는데 이 책이 좀 더 진지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세가 완전히 역전된 이후 마지막에 나오는 바구니 소년 이벤트까지 줄리와 브라이스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남기고 마무리되는데 서로가 빛나고 소중한 사람임을 알아보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지만 예쁜 추억을 만드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다.

이젠 이런 동화같은 사랑을 하기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다'는 소설 속 문장이 현실에서도 이뤄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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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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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봉할 영화의 원작소설이라고 하고 왠지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연상되어서

아마존의 밀림 속을 탐험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펼쳐질 거라 기대하고 본 책이었는데

실존했던 극지 탐험가 퍼시 포셋에 얽힌 실화에 가까운 얘기들을 담고 있었다.

퍼시 포셋은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20세기 가장 유명한 극지 탐험가로

인디아나 존스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아마존에 실재했다고 믿어지는 고대 문명의 전설을

찾아 여러 차례 떠났다가 돌연 실종되고, 이번에는 그를 찾기 위해 무수한 사람들이 나섰다가 사라지는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이 책은 퍼시 포셋이 아마존 밀림 속에 존재했던 전설의 왕국인 잃어버린 도시

Z를 찾아다니는 모험담과 함께 현재 시점에서 퍼시 포셋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얘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예전에 '훔볼트의 대륙'이라는 책을 통해 미지의 대륙이라고 할 수 있었던 남미대륙을 탐험했던

훔볼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이 흥미로웠는데 이 책에선 좀 더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유럽 출신 탐험가들이 황금으로 가득한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아마존의 밀림

속을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부딪히게 되고 무더운 기후와 질병, 위험한 동식물들에

노출되면서 생사를 위협하는 각종 위험에 맞서 싸우게 된다. 원주민들에게 희생되는 탐험가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원주민들을 학살하는 탐험가들도 있는 가운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퍼시 포셋을 비롯한 

탐험가들의 치열한 경쟁이 그려지지만 과연 이들이 목숨을 걸고 오지를 탐험하는 이유가 개인적으론

잘 이해가 되진 않았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인류의 활동무대와

지식이 한층 더 확장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명예나 부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큰 게 아닌가 싶었다. 퍼시 포셋도 왕립 지리학회의 후원 하에 잃어버린 도시를 찾기 위한

수차례 탐험길에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왠지 소설이라기보단 논픽션에 가까운 느낌도 들었는데 탐험가들과 원주민들이 벌이는 아슬아슬한

밀당(?)을 비롯해 마치 여러 탐험가들과 함께 아마존 밀림 속을 누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퍼시 포셋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얻은 결론은 뭔가 아쉬움이 남았지만, 방어 목적으로 파놓은

도랑을 뜻하는 해자가 1,000년 전에 존재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아마존 유역에 고대 문명이

있었다는 퍼시 포셋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믿음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가 종횡무진하는 모험담과 같은 스릴 넘치는 얘기가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능쪽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소설이어서 담담하게 밀림 속을 따라갔다 온 느낌이 든다.

올 하반기에 영화로도 개봉한다는 데 영화로 보면 훨씬 더 실감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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