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마지막 날들
그레이엄 무어 지음,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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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디슨과 테슬라, 두 실존인물 사이에서는 실제로 전류 방식을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졌다.

직류 방식을 주장한 에디슨과 교류 방식을 주장한 테슬라의 경쟁은 어떻게 보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볼 수도 있었는데 전에 읽었던 '지식e 시즌5'에서도 이들의 대결을 개인의 부를 추구하는

재벌 에디슨과 인류의 복지와 윤택한 삶을 위해 노력한 테슬라의 대결구도로 프레이밍하여 거의

선악 대결로 그렸다. 사실 에디슨과 테슬라의 인지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일론 머스크가 세운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로 인해 조금이나마 인지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과연 이 책에선 그 당시의 두 사람간의 치열한 대결을 어떻게 소설로 승화시켰는지 기대가 되었다.

 

에디슨이 웨스팅하우스를 상대로 전구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걸로 얘기가 시작되는데 솔직히

웨스팅하우스라는 인물은 잘 모르는 상태여서 기존에 알고 있던 에디슨과 테슬라의 대결이 아닌

웨스팅하우스와의 전선이 형성되자 좀 당황스러웠는데 웨스팅하우스의 변호인을 맡은 젊은 변호사

폴 크라배스가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맡아 얘기를 끌고 나간다. 백열전구는 당연히 에디슨이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선 에디슨의 특허에 여러 가지 취약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필라멘트 발명과

관련해선 에디슨의 남긴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찾아냈을

뿐이다'라는 말이 명언으로 전해져오고 있는데, 이 책에선 미국 특허번호 223,898번으로 등록된 

에디슨의 특허신청서에는 면 필라멘트로 되어 그 당시는 물론 오늘날의 필라멘트 소재와 달라 

다른 사람들이 특허권 침해가 아니다고 주장할 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직류시스템을 업계 표준으로 만들려는 에디슨에 맞서 교류시스템으로 대항하는 웨스팅하우스

쪽의 슈퍼스타인 테슬라는 뭔가 상태가 안 좋은 인물로 그려져서 거대한 공룡기업인 에디슨 회사에

맞서기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방화로 보이는 화재사건이 일어나 폴 크라배스와 테슬라가

죽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나고 유명 스타인 애그니스의 사건 의뢰도 맡은 폴 크라배스는 그녀와

썸도 타게 된다. 전구 특허와 전류 시스템을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공방과 음모, 전략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실제 인물과 사건을 다룬 역사 팩션이면서도 

마치 당시 상황을 지켜본 듯이 생생하게 재현해내었다. 보통 역사 팩션은 실제 역사와의 차이가

항상 논란거리가 되는데 이 책의 저자는 마지막에 참고자료로 역사적인 사실과 소설이 어느 부분에서

다른지를 솔직담백하게 고백하게 있어 아주 바람직한 역사 팩션의 면모를 선보였다. 외국 역사

팩션은 '살인의 해석' 이후 정말 오랜만이라 할 수 있었는데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사건인

전류 공방을 작가적 상상력을 잘 발휘해서 매력적인 얘기로 완성시킨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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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이브스 2 - 화이트스카이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송경아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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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달이 폭발해서 거대한 운석들이 폭풍처럼 쏟아지는 하드 레인이 발생하여 더 이상 지구에서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닥치자 노아의 방주처럼 지구를 떠나 또 다른 공간에서 역사를 이어갈 선택받은

인류들의 탈출 계획이 진행된다. 2권에서도 그 연장선상에서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예상한 것보다 

진도가 좀 느렸다. 제목처럼 세븐이브스가 생존하여 새로운 인류의 문명을 열어가는 얘기가 금방

시작될 것 같았지만 인류가 그렇게 쉽게 몰락하진 않았다. 애초에 3부작인 이 시리즈를 읽기 시작할

때는 여러 SF영화들의 장면들이 떠올랐는데 특히 '마션'이나 '그래비티'처럼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처절하게 그려질 거라 예상했지만 좀 건조한 스타일의 문체와 스토리가

펼쳐졌다. 특히 SF소설이라 그런지 과학적인 내용이 너무 밑바탕이 되어 전개되어 소설로서의 재미가

좀 떨어졌다.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나 우주로 탈출한 사람들이나 점점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처해지는 분위기는 조성되지만 뭔가 무미건조한 느낌이 가득해 왠지 절박한 감정들이 전해지지 않았다.

실제 이런 일이 닥친다면 정말 이 책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것 같긴

한데 과학적인 부분에 기초한 철저한 대비는 과학이론서나 교양과학서적에 적절한 내용들이지

일반 대중들이 소설로서 즐기기엔 좀 무리가 없진 않은가 싶었다. 결국 1권부터 시작해 2권으로 전개되는

과정이 긴박한 사건전개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격렬한 반응 등이 별로 없다 보니 그다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좀 지루한 감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점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갈등이 생기며 열악한

상황에 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심지어 생존을 위해 인육까지 먹게 되는 상황까지 처한다.

마지막에 이 책의 제목과는 달리 8명의 여자들이 생존하게 되는데 가임기 여성이 7명이라 제목을

그렇지 붙인 것 같다. 무엇보다 이들은 남자(정자) 없이 처녀생식을 통해 인류를 지속할 계획을

세우는데 여자들만으로 생식이 가능하디니(현재 생명과학기술이 그 정도에 이르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이성간의 성적인 관계 등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3권에 가야 제목

그대로 세븐이브스가 어떻게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열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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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이브스 1 - 달 하나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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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달이 폭발하고 거대한 운석들이 폭풍처럼 쏟아지는 하드 레인이 발생하자 지구에서

인간이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소수의 선발된 사람들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 수립된다. 과연 인류는 멸종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곳에서 문명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 책의 띠지에는 오바마와 빌 게이츠가 휴가지에 가져갔으며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다는

솔깃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어 과연 어떤 책이기에 이런 대접을 받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얼마 전에 '스페이스 보이'라는 SF 소설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라 그런지 그리 친하지 않은

SF소설이 낯설게만 느껴지진 않았는데 달이 폭발한 상태에서 과연 인류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궁금했다. 제목이 세븐 이브스여서 일곱 명의 여자만 생존한 세상이 펼쳐질 거라 쉽게 예상이 갔는데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그런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페이지가 필요했다.

달이 폭발하면서 일곱 개의 큰 덩어리와 그보다 작은 무수한 조각들로 부숴지면서 당연하게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데 예상 외로 당장 지구에 큰 이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처럼 꼭

달이 아니더라도 소행성과의 충돌 시나리오가 가끔 거론되곤 하는데 달 혼자 폭발한 설정이다 보니

지구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과는 달리 서서히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해 나름 이에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SF소설을 읽을 때 좀 힘든 부분은 아무래도 과학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어 스토리가 탄탄하게 구성되다

보니 과학적인 설명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도도 제대로 못 나가고 쉽게 포기한다는 점이다.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노아의 방주처럼 인류의 문명을 이어나갈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을 

선발해 우주선으로 지구를 탈출시키는 계획이 수립된다. 이후 여러 SF 영화에서 많이 본 상황들이

전개되는데 아무래도 과학적 이해가 뒷받침 된다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달이 폭파된 후 1년간 벌어진 일들을 다룬 1권에서는 예상했던 아비규환의 상황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이 그려진 것 같지는 않은데 후속편들에서 더 흥미진진한 얘기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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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보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5
닉 레이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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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에서 태어난 레오는 열여섯 번째 생일을 맞이해 자신과 같은 처지인 쌍둥이 남매 리브라,

오리온과 함께 지구로 귀환할 기회를 갖게 된다. 중력이 없는 우주정거장에서만 살아왔던 레오는

멀리서 보기만 했던 지구에 갈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귀환을 준비하지만 여러 가지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SF 영화는 즐겨보지만 SF 소설과는 그리 친한 편이 아니라서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우주에서 출생한 소년의 지구 귀환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 호기심이 일었다. 아직은 지구를 벗어나 

인간이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달이나 화성 등에 인류가 정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데 그런 상황이 오면 정말 우주 어딘가가 고향인 사람들이 등장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에서 다루는 얘기는 딱 SF 영화에 맞는 스토리였는데 레오가 지구로 돌아가기가

그리 만만한 여정이 아니었다. 영화 '그래비티'의 장면들이 생각나는 가운데 사고로 사망자도 발생하는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지구에 착륙하지만 중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적응하기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어색한 엄마와의 관계와는 달리 농장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는 뭔가 통하는 느낌을 받으며 조금씩

지구 환경에 적응해나가지만 자신을 둘러싼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 레오는

평범한 지구 아이들처럼 달리다가 다리가 부러지고 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우주출생 소년이 지구 적응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엄청난 진실들이 밝혀진다. 마치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가 연상되는

설정이라 할 수 있었는데 레오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거대한 계획과 실험의 일부란

사실이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다. 인간 모르모트 내지 마루타 취급을 당한 레오가 자신의 고향인

우주로 다시 돌아가는 건 어쩌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름 아기자기한 스릴러의

재미를 주었다. 우주에서든 지구에서든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차라리 좀 답답하고 외로워도 인간이 드문 우주가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슬픈 진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는데 여러 과학적 지식의 토대 위에 우주 소년 레오의 성장소설로서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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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링의 여왕 티어링 3부작
에리카 조핸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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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링 여왕의 딸 켈시 글린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은 후 섭정을 맡은 외삼촌의 위협을 피해

외딴 숲속에 숨어 가정교사 역할을 맡은 칼린과 바티와 함께 살아오다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아

그녀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데리러 온 왕실 근위대를 따라 티어링 왕궁을 향해 떠난다.

아직 어린 소녀라 할 수 있는 켈시를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외삼촌과 이웃 나라 모트메인의

붉은 여왕이 보낸 암살단을 피해 켈시가 여왕이 될 거란 확신도 없는 왕실 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켈시의 왕위에 오르기 위한 힘겨운 여정이 계속되는데...

 

책 띠지에서 '왕좌의 게임'과 '헝거 게임'의 만남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왕좌의 게임'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딱 '헝거 게임' 시리즈가 연상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헝거 게임'에서 독재국가 판엠의 수도 캐피톨이 식민지라 할 수 있는 매년 12개 구역에서

10대 소년 소녀를 한 명씩 뽑아 24명 중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헝게 게임을 개최했다면

이 작품에선 이웃 나라인 모트메인에 매년 백성들을 노예로 조공을 보내는 티어링이라는 약소국의

비애를 담고 있다. 딱 '헝거 게임'의 여주인공 캣니스와 이 책의 주인공 켈시가 상당히 흡사한 캐릭터라

할 수 있었는데 왕위계승권을 가진 켈시가 어릴 때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숨어살다가 성년이 되자

바로 그녀를 데리러 왕실 근위대가 찾아오지만 사실 왕실 근위대조차 켈시가 여왕이 될 자격이 있는지,

진짜 여왕이 될 수 있을지 그다지 믿음이 없었다. 하지만 켈시는 스스로 본인이 여왕의 자질을

갖췄음을 몸소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왕궁에 도착한 후 마침 모트메인으로 공물로

보내는 추첨에 당첨된 사람들을 선적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본 켈시는 모토메인과의 조약을 무시하고

당장 이를 중지시키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 역사로 치자면 일제시대에 위안부 등으로 

백성들을 강제로 일본으로 끌고 가는 걸 과감하게 막은 것에 비유할 수 있었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모트메인의 침략을 경험했던

아픈 상처가 있어 조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 명약관화임에도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못된 걸 바로잡는 켈시의 용기는 지도자가 꼭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었는데 당연히

이런 켈시를 제거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자들의 음모가 계속 진행되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직은 어린 여자가 여왕이 되기까지와 여러 위협에 맞서 백성들을 위한 소신을

지켜나가는 힘겨운 과정이 드라미틱하게 그려지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퇴행을 해서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한 상황에서 켈시가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할 수 있는 티어링의

여왕자리를 잘 지켜내면서 모든 백성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후속편이 어서 나와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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