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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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과 언론을 통해 명성을 얻은 김정운 교수의 책은 제목은 익히 들어봤지만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관심이 가는 책들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읽고는 못 베길 정도로 확 끌리는 책도 없어서

그냥 알긴 하지만 연락은 안 하는 그런 사이로 지냈는데 이번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이

100만부 돌파 기념(아마 이 책만 100만부라는 게 아니라 그의 책 전부를 합친 숫자일 듯)으로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되어 이번에는 꼭 만남의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편집학이란 의미를 가진 '에디톨로지'는 저자가 만든 용어로 '창조는 곧 편집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본인이 먼저 얘기한 것이 다른 권위 있는 언론이나 저자가 나중에 얘기해서

유명해진 사례를 두 가지 들고 있는데, 동독 공산당 대변인이 여행자유화에 대한 임시 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말실수로 '즉시' 가능하다고 하는 바람에 황당하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사건을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여기저기 얘기했음에도 다들 농담으로 듣다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독일 통일

20주년 특집 기사로 나오자 한국 신문에서도 이를 원용하면서 '역사적 사실'이 되어 버린 사례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편집능력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말콤 글래드웰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동일한 주장을 하자 여기저기서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에디톨로지'라는

용어를 만들었다고 하니 이번에는 그래도 앞선 사례들과 달리 선점의 효과가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에선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

텍스트를 핵심 주제로 삼아 마우스가 발명되어 인간 의식에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과거에는 지식권력이 대학에 있었다면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에 편집자에게 지식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편집 가능성이 있어야 좋은 지식이라고 말한다. 2부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에선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루는데,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와 시간을 다루는 역사학에 밀려 있는 공간학 혹은 공간 연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독일인들의 공간박탈감이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었다거나 군대의 제식훈련이나 '땅따먹기' 놀이인

축구 등을 통해 시간에 비해 그 중요성이 덜 인식되고 있는 공간과 편집의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마지막 3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는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편집되었는지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성립과 몰락 과정 등 저자의 전공분야인 심리학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준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거침 없는 소신 발언을 하는 김정운 교수의

행보는 돈키호테의 느낌도 주지만 자신의 영업비밀(?)까지 이 책에서 공개해놓아 훨씬 더 인간적인

친근감도 들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편집능력이 곧 창조임을 잘 보여준 책이었는데 '짜깁기'로

폄하될 수 있는 편집이 표절 수준을 넘어 창조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로 잘 설명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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