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고 싶어 책읽기


 
 즐겁게 살고 싶어 책을 읽습니다. 돈을 벌고 싶어 책을 읽지 않습니다. 예쁘게 살고 싶어 책을 읽습니다. 이름값을 얻을 뜻으로 책을 읽지 않습니다. 착하게 살고 싶어 책을 읽습니다. 힘(권력)을 누릴 마음으로 책을 읽지 않습니다. 맑은 꿈을 믿으면서 밝은 넋을 나누고 싶어 책을 읽습니다. 상을 받으려는 나머지 책을 읽지 않습니다.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는 삶이 사랑스러워 책을 읽습니다.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거머쥐겠다며 책을 읽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기운을 차리면서 책을 읽습니다. 더 많이 읽어도 되고 조금만 읽어도 되며 못 읽어도 됩니다. 백 쪽이나 천 쪽쯤 읽어도 흐뭇하고, 열 쪽이나 한 쪽을 읽거나, 아예 한 줄조차 더듬지 못하더라도 기쁩니다. 나는 책 하나에 깃든 모든 알맹이를 받아먹을 때에도 반갑지만, 글 한 줄에 서린 조그마한 씨눈을 얻어먹을 때에도 웃음이 납니다. (4344.5.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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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장과 책읽기


 구급차에 실린 옆지기가 충주 시내에 있는 병원에 왔다. 병원 간호사들은 옆지기가 아기를 낳도록 돕기보다 온갖 검사와 조사를 한 시간 남짓 한다. 이때에 간호사 한 사람이 “보호자 분 되시지요?” 하면서 조사쪽지를 하나 내미는데, 이 조사쪽지는 ‘아기 낳을 어머니’ 종교가 무엇이고 학력은 어떠한지를 묻는다. 종교를 천주교라 하니 “카톨릭이라는 거죠?” 하고 대꾸한다. 아기를 낳는데 학력을 왜 적느냐고 묻지만 부질없다. 앞으로 면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버지와 어머니 학력을 또 적어야 하니까. 설마, ‘종교 있고 가방끈 짧은’ 아기 어머니들은 현대의학으로 다루어야만 한다고 여기지는 않을까 싶어 근심스럽다.

 조사쪽지를 돌려보내고 첫째하고 분만대기실이라는 데에 앉아서 기다리면서 생각에 잠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 책을 내놓는 사람은, 이 책을 장만하여 읽을 사람들 ‘마지막 가방끈’이 무엇인가를 살피거나 헤아리거나 따질까. 어느 책 하나를 더 잘 읽는 사람이란 나라밖으로 찾아가서 배우고 돌아온 사람일까. 대학원까지는 마쳐야 인문책을 거뜬히 읽어낸다 할까. 대학교쯤은 다녀야 문학이고 예술이고 즐길 만한가. 고등학교만 마치거나 중학교만 마친 사람은, 초등학교만 다니거나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사람은 책을 읽을 눈높이가 안 된다 할까. (4344.5.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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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1-05-23 19:47   좋아요 0 | URL
참.. 슬픈 세상이지요ㅠㅠ
 


 병원 작은 방


 병원 작은 방에는 텅 빈 냉장고하고 큼지막한 텔레비전이 있다. 휴지 한 장 이불 하나 따로 없을 뿐 아니라, 빨래비누나 대야조차 없다. 둘째를 낳은 대학병원에서 입원수속을 하는데, 간호사들은 우리한테 아무런 이야기 없이 무턱대고 4인실 자리를 잡았다고 알려준다. 병실이 어떻게 있다고 밝힌 다음 어디를 쓰겠는지 물어야 하지 않나? 이 사람들은 네 살 아이가 있는 집안 사람들이 4인실 방에서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다른 애 어머니와 견줄 수 없이 몸이 대단히 나쁠 뿐더러 여린 옆지기를 여느 4인실에 둘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알쏭달쏭하다. 간호사 말을 끊고 불쑥 말한다. 여기 1인실은 없나요? 1인실이요? 있어요. 4인실은 얼마쯤 하나요? 4인실은 4만 원이요. 1인실은요? 1인실은 10만 원이요. 그러면 1인실로 해 주셔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저희는 아이도 있고 애 어머니하고 함께 자야 하는데 1인실로 해야 해요.

 첫째를 낳던 병원을 떠올린다. 첫째를 낳던 인천 병원에도 이곳 충주 병원과 마찬가지로 텅 빈 냉장고하고 큼지막한 텔레비전이 있었다. 다만, 휴지는 있었는데, 인천 병원에서도 대야와 빨래비누와 이불은 없어서 집에서 모조리 들고 왔다. 인천에서는 집과 병원이 가까웠지만, 시골집에서는 자가용으로 40분은 달려야 하는 먼길이다. 자가용 없는 우리 식구는 여러 사람한테 도와주십사 이야기해서 겨우 이것저것 챙겼다.

 병원 작은 방에서 아이가 뛰어놀라 하기란 몹시 힘들다. 그래도 아이는 잘 뛰어놀아 주었다. 잘 견디어 주었다. 새벽 두 시 사십오 분부터 깨어서 낮에 두 시간 살짝 잠들었을 뿐, 졸리면서 잠을 안 자는 아이는 이 작은 병원 방에서 온힘을 짜내어 제 어머니 아버지하고 살아내 준다. 아이가 얼마나 심심해 할까 걱정스럽지만, 몸이 힘든 아버지는 제대로 돌봐 주지 못한다. 옆지기 몸이 썩 좋지는 않지만, 개인 병실로 옮긴 다음 몇 시간 지나서 아이 손을 붙잡고 바깥으로 나온다. 병원 앞 문방구에 들러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산다. 아이는 제 손바닥에 꼭 쥘 만한 작은 수첩 둘을 쥔다. 하나만 하면 안 되겠니? 응, 안 돼. 둘 다 할래? 응, 둘 다 할래. 하나에 400원짜리 작은 수첩을 둘 나란히 사 준다. 병원으로 돌아온 아이하고 한 시간 남짓 그림을 그리면서 논다. 그러나 한 시간 뒤에는 무슨 놀이를 해 줄까. 옆지기가 텔레비전 켜 주라 이야기한다. 드디어 텔레비전을 켜서 만화영화 나오는 곳을 찾는다. 만화영화이든 다른 뭐뭐이든 그닥 재미나지 않을 뿐더러 아이하고 신나게 볼 만하다고 느끼기 힘들다. 광고는 너무 시끄러우면서 쓰잘데없다. 한 시간 남짓 텔레비전을 보았나 싶은데 눈과 귀가 몹시 아프다.

 인천 병원에서도 그랬지만, 충주 병원에서도 책 있는 자리란 없다. 적어도 병의학을 다룬 책이라든지, 아이를 낳을 어머니나 아버지나 식구나 살붙이나 이웃이 읽ㅡ,,으면서 헤아릴 만한 책 하나조차 없다. 아니, 어린이 그림책이나 동화책마저 없다. 아이들이 갖고 놀 만한 놀잇감 또한 없다. 요사이에는 사람들이 아이를 잘 안 낳는다지만, 두셋 낳는 집안이 아예 없지 않을 뿐더러, 제법 있다. 둘째나 셋째를 낳으려고 병원에 오는 어머니들이 많다. 그렇지만, 첫째나 둘째가 병원에서 놀거나 읽을 거리는 아무것도 없다시피 할 뿐더러, 병원에서 함께 지내는 아버지 될 사람들이 ‘아이낳기’와 ‘살림하기’와 ‘집일하기’를 깨우치도록 돕는 책이란 한 가지도 없다. 애 아버지가 애 어머니한테 해 줄 국과 밥 몇 가지라도 하도록 도와주는 요리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사랑하면서 돌보는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병원 의사나 간호사는 무슨 책을 읽을까. 그저 셈틀 앞에 앉아서 인터넷 바다를 누빌 뿐인가.

 병원 작은 방이든 긴 골마루이든 분만대기실이든 어디이든, 책이 놓이는 병원을 한국땅에서 꿈꾸고 싶다. 아름답거나 훌륭한 책이 놓이자면 아주아주 오래오래 걸릴 테지만, 적어도 후줄그레한 잡지 하나라도 놓일 책꽂이가 있는 병원 작은 방을 꿈꾼다. (4344.5.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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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책읽기


 병원에서는 항생제를 놓고 진통제를 놓으며 지혈제를 놓으면서 ‘자연분만’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씁니다. 자연분만이란, 이름 그대로 자연스레 아이를 낳는 일이에요. 항생제나 약물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가 애 어머니 배를 꾹꾹 누르는 한편, 힘껏 잡아당겨 아기를 쑤욱 뽑아내는 일이 아닙니다. 애 어머니 샅을 가위로 싹둑 자르면서 자연분만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쓸 수 없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애 어머니와 함께 찾아와서 가까스로 아기를 낳고 나서 살며시 숨을 돌린 다음, 병원에서 내는 책자를 펼치니, 병원 의사가 하는 말, ‘뱃속에 쌓이는 똥(숙변)’이란 없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한테는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겠다 하고, 가루젖을 먹이지 않겠다 했으나, 이 말을 열 번 가까이 되풀이한 끝에 겨우 예방주사를 안 맞히도록 하고 가루젖을 안 먹이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피를 멎게 한다는 항생제 주사는 우리한테 말하지 않고 그냥 놓습니다. 종이기저귀를 대어도 자주 갈아 준다면서, 천기저귀를 쓰지는 않겠답니다. 천기저귀를 그때그때 빨아서 주겠다 해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피멎이 항생제는 어떤 화학물질로 만든 약물일까 궁금하지만, 병원 의사나 간호사들은 이러한 항생제 성분을 헤아리거나 살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방주사를 안 맞히겠다는 말을 열 차례나 되풀이하도록 한 병원인 만큼, 이곳 병원에서는 예방주사는 아주 마땅히 놓아야 하는 줄 여깁니다. 미국 의사가 쓴 《예방주사 어떻게 믿습니까》 같은 책을 읽었거나 살피거나 아는 의사나 간호사는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만, 이러한 책을 읽거나 살피거나 안다 하더라도 살갗으로 와닿도록 느끼는 이는 있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자연스레 아기를 낳으려고 이모저모 살피며 갖추었지만, 아이 어머니와 아버지 스스로 더욱 자연스레 내 살림을 꾸리지 못했기 때문에, 아기낳는 막날에 끝내 집에서 자연스레 못 낳았다고 느낍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자연스레 아이를 낳지 못했으나, 이렇게 해서 태어난 우리 아이라 하더라도 참으로 어여쁘며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나와 옆지기는 우리 아이한테 이런저런 ‘장애 검사’를 하는 일을 하나도 반기지 않으며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장애가 있건 없건 대수롭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 검사를 미리 한대서 장애를 막을 수 있지 않는데다가, 아기를 낳을 때 맞히는 갖가지 주사와 약물 때문에 장애가 생기니까요. 너무 밝은 갓난아기방이라든지, 갓난아기한테 가루젖을 먹이고 포도당을 먹이려 하는 일부터 아기 삶과 목숨을 너무 안 살피는 노릇입니다.

 의사나 간호사 노릇을 하자면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 의사나 간호사 자리에 선 다음, 이들 의사와 간호사는 어떠한 책을 더 꾸준히 살피거나 찾아서 읽을까요. 이틀 뒤 병원 문을 나선 뒤로는 다시금 병원을 찾지 않도록, 옆지기와 나는 더 바지런히 내 삶을 사랑하면서 살아야겠고, 네 식구 삶과 살림을 가꾸거나 지킬 책을 한결 알뜰히 살피며 읽어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4344.5.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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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2011년 5월 21일 아침 7시 40분, 산들보라가 태어났다. 사내아이. 4.02킬로그램. 옆지기 배가 부른 모습으로 보아 계집아이는 아닌 듯했고 사내아기가 아닐까 싶었다. 몸이 아프고 힘들어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 옆지기 몸에서 아이가 무척 크게 자랐고, 옆지기는 힘을 알뜰히 내지 못해 몹시 힘겹게 아이를 낳았다. 옆지기도 아이도 고맙게 목숨을 건졌다. 어찌 되었든 둘 다 살았고, 하루하루 몸을 추스르며 네 식구 예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기와 옆지기한테 걱정어린 전화를 걸어 주신 그림 할머니 박정희 님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나날은 날마다 새로운 기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첫째 사름벼리부터 날마다 새로운 기적이고, 둘째 산들보라 또한 날마다 새로운 기적인데다가, 아이 어머니도 날마다 새로운 기적이다. (4344.5.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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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5-21 21:40   좋아요 0 | URL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군요. 축하드립니다. 산들보라, 이름도 어찌 그리 예쁘게 지으셨는지. 사진으로 얼굴은 익숙한데 첫째 이름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사름벼리 ^^

파란놀 2011-05-21 23:02   좋아요 0 | URL
에고고 새벽부터 애쓴 아이는 겨우 잠들락 말락 하네요...
@.@

카스피 2011-05-22 21:57   좋아요 0 | URL
아기가 태어나셨군요.정말 축하드립니다^^

파란놀 2011-05-23 17:43   좋아요 0 | URL
아이는 즐겁게 태어났으나 병원에서 너무 애를 먹었답니다 ㅠㅜ

분꽃 2011-05-23 19:54   좋아요 0 | URL
병원들이 다 그래요. 그래서 제가 아이(딸,어느새 대학2학년)를 하나만 낳았잖아요..ㅎㅎㅎ 엄마랑 아가들, 그리고 종규님 모두 축하해요~~

파란놀 2011-05-24 02:43   좋아요 0 | URL
집에서 아기 낳아 보셨으면 달라지셨으리라 생각해요.
우리 옆지기는 워낙 아프고 여린 사람이라 또 실패했지만,
다른 분들은 잘 살피고 배우면
얼마든지 슬기롭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