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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과 책읽기
구급차에 실린 옆지기가 충주 시내에 있는 병원에 왔다. 병원 간호사들은 옆지기가 아기를 낳도록 돕기보다 온갖 검사와 조사를 한 시간 남짓 한다. 이때에 간호사 한 사람이 “보호자 분 되시지요?” 하면서 조사쪽지를 하나 내미는데, 이 조사쪽지는 ‘아기 낳을 어머니’ 종교가 무엇이고 학력은 어떠한지를 묻는다. 종교를 천주교라 하니 “카톨릭이라는 거죠?” 하고 대꾸한다. 아기를 낳는데 학력을 왜 적느냐고 묻지만 부질없다. 앞으로 면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버지와 어머니 학력을 또 적어야 하니까. 설마, ‘종교 있고 가방끈 짧은’ 아기 어머니들은 현대의학으로 다루어야만 한다고 여기지는 않을까 싶어 근심스럽다.
조사쪽지를 돌려보내고 첫째하고 분만대기실이라는 데에 앉아서 기다리면서 생각에 잠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 책을 내놓는 사람은, 이 책을 장만하여 읽을 사람들 ‘마지막 가방끈’이 무엇인가를 살피거나 헤아리거나 따질까. 어느 책 하나를 더 잘 읽는 사람이란 나라밖으로 찾아가서 배우고 돌아온 사람일까. 대학원까지는 마쳐야 인문책을 거뜬히 읽어낸다 할까. 대학교쯤은 다녀야 문학이고 예술이고 즐길 만한가. 고등학교만 마치거나 중학교만 마친 사람은, 초등학교만 다니거나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사람은 책을 읽을 눈높이가 안 된다 할까. (4344.5.22.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