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는 분들께서 한글날에 즐거이 마실을 오시면 좋겠어요. 부산 사는 고운 벗님들 얼굴을 뵈면서 이야기꽃 피우면 참으로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 ..

 

 

한글날맞이 이야기마당

- 한국사람이 사랑할 말·글쓰기·삶

 

 

― 2012년 10월 9일(화요일)
― 저녁 6시 30분∼7시 30분
―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북카페〉
   051.241.3753. 부산 중구 보수동1가 133-2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뿌리깊은 글쓰기》, 《사랑하는 글쓰기》, 《생각하는 글쓰기》 들을 쓴 최종규 씨가 한국사람 스스로 사랑하며 아낄 말·글쓰기·삶은 어떤 빛깔이요 무늬인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글날맞이 이야기마당
― 한국사람이 사랑할 말·글쓰기·삶


  한국사람은 ‘한국말’과 ‘한자말’과 ‘미국말’ 이렇게 세 가지 말을 쓰며 살아갑니다. 이 가운데 ‘한국말’은 한국사람으로서 오랜 옛날부터 쓰던 말이랑 새 삶과 터에 걸맞게 새로 짓거나 들여온 말로 이루어집니다. ‘한자말’은 중국사람이 중국땅에서 빚은 낱말이거나 일본사람이 일본땅에서 빚은 낱말이 거의 모두를 차지하고, 때때로 한국땅 지식인과 권력자가 빚은 낱말이 드문드문 차지합니다. ‘미국말’이란 여느 영어가 아닌, 미국사람이 미국땅에서 쓰는 말입니다. 한국사람이 즐겨쓰는 영어는 ‘영국 영어’라든지 ‘지구별 영어’가 아니라 ‘미국사람이 쓰는 영어’이기에 ‘미국말’이라 할 만합니다.


  최종규 씨는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라는 책에서 ‘사자성어’를 비롯해, ‘한자말’과 ‘미국말’을 ‘한국말’로 번역합니다. 이렇게 써야 옳고, 저렇게 쓰면 그르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세 갈래 말을 쓰는 한국사람이 한국말 빛깔과 무늬와 결을 꾸밈없이 깨닫고 살피면서, 오늘날 어른과 아이 모두 사랑스레 말삶을 일굴 수 있기를 바라는 꿈을 짚으려 합니다.


  최종규 씨는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라는 책에서 이 나라 푸름이가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아름답게 생각하는 삶길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말과 글이 무엇인가를 짚으려 합니다. 대학입시에 얽매이는 푸름이가 되지 말고, 씩씩하고 아름답게 홀로서기를 할 푸름이가 스스로 북돋우며 일굴 말과 넋과 삶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 같은 이야기는 《뿌리깊은 글쓰기》, 《사랑하는 글쓰기》, 《생각하는 글쓰기》 세 가지 이야기책에서도 한결같이 흐릅니다. 말을 헤아리는 매무새 그대로 삶을 헤아리는 매무새가 되고, 삶을 헤아리는 매무새가 고스란히 사랑을 헤아리는 매무새가 됩니다. 말과 삶과 사랑은 언제나 한동아리로 흐릅니다. 말과 꿈과 생각 또한 늘 한동아리로 흘러요.


  한국말 바로쓰기는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맞추는 일이 ‘바로쓰기’가 아닙니다. 생각을 바르게 가다듬으면서 삶을 바르게 누릴 때에 비로소 말과 글을 바로쓰는 일이 됩니다. 마음을 따스히 살찌우고 삶을 넉넉히 즐길 때에 바야흐로 말과 글을 살려쓰는 일이 됩니다.


  지식으로 외워서 쓰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겉치레로 자랑하려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말을 사랑합니다. 스스로 꿈을 키우면서 말밭을 키웁니다. 스스로 마음을 알뜰살뜰 보살필 때에 말 또한 알뜰살뜰 보살핍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과 동무를 사랑하듯, 내가 쓰는 말과 내 이웃이나 동무가 쓰는 말을 사랑하는 길을 살핍니다.


  햇살과 바람과 빗물과 흙을 사랑하면서 언제나 한몸처럼 살아가는 풀?꽃?나무처럼, 사람들 누구나 햇살과 바람과 빗물과 흙을 사랑하면서 노상 한마음처럼 되어 말꽃과 넋꽃과 삶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한글날맞이 이야기마당은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를 축하하면서 마련하는 '출판기념잔치'이기도 합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마실도 즐기면서, 한글날 이야기마당도 즐기시기를 빌어요 ^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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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 가을 새잎 책읽기

 


  가을이 무르익는데 벚나무 가지에 새잎이 돋는다. 하나둘 떨어지며 앙상한 나무가 되던 벚나무에 싯푸른 새잎이 돋을 뿐 아니라, 하얀 꽃송이까지 맺힌다. 감나무에도 새잎이 돋는다. 감꽃까지 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넓적하며 싯푸른 감나무 새잎이 발그스름 익는 감알 곁에서 가을노래를 부른다.


  철이른 동백꽃이 한겨울에 봉오리를 터뜨리다가 그만 눈을 옴팡 맞기도 한다. 남쪽 나라이니까 이런 일이 있겠거니 싶으면서, 따사로운 햇살이 풀과 나무와 꽃한테 얼마나 고운 숨결이요 빛인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어떤 목숨이든 햇볕을 쬐면서 살아간다. 어떤 목숨이든 물을 마시고 바람을 들이킨다. 어떤 목숨이든 흙에 뿌리를 내린다. 어떤 목숨이든 서로 사랑을 나누고 꿈을 피운다. 사람이란 무엇을 하는 목숨일까. 사람은 햇볕을 어떻게 쬐는가. 사람은 물과 바람과 흙을 어떻게 맞아들이는가. 사람은 사랑과 꿈을 어떻게 나누면서 삶을 짓는가. (4345.10.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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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0-04 13:53   좋아요 0 | URL
운치 있는 감나무를 보니 가을이 느껴집니다.
성묘하고 오는 길에 보게 되는 풍경 속에 감나무가 있곤 하지요.^^

파란놀 2012-10-05 07:54   좋아요 0 | URL
시골 감나무는
더 따스하게
서로를 헤아리도록 돕는구나 싶어요
 
편지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귀여운 아이
 [만화책 즐겨읽기 183] 타니카와 후미코, 《편지》

 


  뒹구르르 구르며 자는 아이를 반듯하게 누입니다. 뻥뻥 걷어찬 이불을 여미어 줍니다. 밤새 여러 차례 돌려 누이고 이불을 여미어도, 아이들은 아침까지 끝없이 다시금 구르면서 이불을 걷어찹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다시 누이고 이불을 여미어 주는지 보지 못합니다. 몸으로는 느낄는지 모르고, 마음으로는 헤아릴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눈을 뜨고 이런 모습을 보는 일은 없습니다. 언제나 아이들이 모르는 자리에서 벌어집니다.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키면, 내 어버이도 나한테 이렇게 했겠지요. 내 어버이가 어렸을 적, 내 어버이를 낳은 어버이도 이렇게 했겠지요.


  귀엽구나 하고 느끼는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는 어버이는 늘 사랑을 베풉니다. 사랑을 나누어 주고, 사랑 어린 웃음과 노래를 아이들한테서 받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어른들은 아이 가슴속에 있는 사랑을 일깨웁니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좋아하면서 삶을 빛냅니다. 서로 따사로이 보살피고 믿으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 ‘엄마라는 인종은 좀 묘한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6쪽)
- “근데 부모님은 자식 걱정이 일이나 다름없는 거 아냐? 그리고 때마다 택배 보내는 거랑.” (22쪽)
- “그래도 자식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잖아.” (31쪽)
- “다 큰 여자애가, 특별한 목적도 없이 도시에서 빈둥거리는 거 엄마는 별로 안 좋아 보여. 아니, 솔직히 걱정돼. 꼭 도쿄에 있어야 할 이유라도 있어?” (137쪽)


  날마다 먹는 밥 한 그릇에 사랑을 담습니다. 언제나 입는 옷가지 한 벌에 사랑을 싣습니다. 마주보는 얼굴에 사랑이 흐릅니다. 속삭이는 이야기마다 사랑이 감돕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어떤 일을 하든지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회사원이든 대통령이든 군인이든 공무원이든, 또는 돈벌이 없는 사람이든, 농사꾼이든 고기잡이이든 대단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예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예요.


  아이들은 어버이 키가 크든 작든 대수로이 여기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버이 얼굴이 예쁘장하든 우락부락하든 대단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저 함께 살아가는 반가운 어버이예요.


  어버이가 아이들을 바라볼 때에도 이와 같아요. 이 아이가 저 아이보다 더 예쁘장하게 보이지 않아요. 이 아이가 저 아이보다 더 똑똑하게 보이지 않아요. 심부름을 더 잘 해내건, 말을 더 또박또박 하건,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아이요, 한결같이 믿음직한 아이입니다.


  아이들이 어버이를 바라볼 적에, 어버이 ‘하는 일’이 무엇이건 대수롭지 않듯, 어버이가 아이들을 바라볼 때에도, 아이들 ‘하는 일’이 어떠하든 대단하지 않아요.


  스스로 가장 좋아할 일을 하면 돼요. 스스로 가장 보람차게 여길 일을 찾으면 돼요. 스스로 가장 즐기면서 스스로 가장 빛나는 일을 헤아리면 돼요.

 

 

 


- “오오오? 누가 나한테 편지를 보냈지? 주정뱅이에다 외톨이인 나한테. 우와 이렇게 기쁜 일이.” (11쪽)
- “엄마는 꼭 그렇더라고. 애들이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니까. 아줌마도 맨날 그래. 걱정되고 귀여워서. 조금만 용서해 줄래?” “전 하나도 안 귀여워요. 못된 말만 하는걸요.” “무슨 소리야. 모토코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 (37쪽)


  어버이한테 아이는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아이한테 어버이는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아이가 어버이 하는 일을 숨길 까닭 없고, 어버이가 아이 하는 일을 감출 까닭 없어요.


  서로 웃으며 마주합니다. 서로 노래하며 어깨동무합니다. 서로 뛰놀며 보금자리 일굽니다.

  어디 멀리까지 나들이를 다녀야 하지 않습니다. 어디 대학교를 보내거나 나라밖으로 공부를 보내야 하지 않습니다. 아니, 아이들한테는 어버이가 초등학교만 마쳤든 아무 학교를 못 다녔든 대수롭지 않아요. 어버이한테도 아이들이 학교를 오래 다니건 이런저런 학위나 업적이 있든 대수롭지 않아요.


  이름난 사람이 되어야 반가운 아이들이 아니에요. 참다우며 착하고 아름답게 삶을 누릴 줄 알면 되는 아이들이에요. 햇살을 좋아하고 바람을 좋아하며 흙을 좋아하면 되는 아이요 어른입니다. 나무를 아끼고 풀을 아끼며 꽃을 아낄 수 있으면 되는 아이요 어른입니다.


  이렇게 해야 하지 않아요. 저렇게 해야 하지 않아요. 이런 훈장을 거머쥐거나 저런 권력을 움켜쥐어야 하지 않아요. 자가용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땅문서가 있어야 하지 않아요. 은행계좌가 없어도 돼요. 아파트에서 안 살아도 돼요.


  하하 호호 웃으면 넉넉합니다. 빙그레 방실방실 웃으면 너끈합니다. 삶이란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삶입니다. 삶을 사랑하고, 사랑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 ‘아, 이거였나.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52쪽)
- “카나 누나.” “응?” “얘는, 누나를 빨리 만나고 싶대. 고민하고 있어? 왜?” “어? 만나고 싶다니, 누가?” “얘, 누나 뱃속에 있는 아가.” (147∼148쪽)
- “그게 아니라 진짜 이름 말야.” “난 폰타로야. 카나 누나가 그렇게 지어 줬잖아.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제비였던 나를 구해 줬지? 금방 죽어버렸지만.” (152∼153쪽)


  타니카와 후미코 님 만화책 《편지》(대원씨아이,2012)를 읽습니다. 고운 마음을 실어 적바림하는 편지 한 장 주고받으며 빛낸 예쁜 사랑이 춤을 춥니다. 고운 마음을 적어서 띄운 편지이기에, 이 편지 한 장으로 여러 사람이 사랑스레 웃습니다. 고운 마음을 서로 띄워서 보내며, 서로 하루하루 곱게 누립니다.


  사랑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사랑은 바로 내 가슴에 있어요. 사랑은 바로 여기에서 누려요. 사랑은 바로 나한테서 샘솟아요.


  책에 나오는 사랑이 아니에요. 영화에서 찾는 사랑이 아니에요. 연속극에서 훔쳐보는 사랑이 아니에요.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사랑이 아니에요. 스스로 빚고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 가꾸는 사랑이에요.

 


- ‘제대로 그 사람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대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좋은 느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60쪽)
- ‘어긋나는 것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72쪽)
- ‘난 정말 바보구나. 그래도 조금은 멋지게 끝내고 싶었어. 왜냐하면 정말로 많이 좋아했으니까.’ (89∼90쪽)
- ‘엄마 아빠도 감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내가 다른 누군가를 이렇게나 기쁘게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나로 인해 이렇게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182∼183쪽)


  만화책 《편지》는 책이름처럼 ‘편지’를 말합니다. 편지를 쓰는 사람이 마음 깊이 느끼는 사랑과 꿈을 말합니다. 편지를 쓸 종이 한 장을 고르고, 글씨 하나하나 또박또박 적바림하는 동안 느끼는 사랑과 꿈을 말합니다. 이리 휘들리거나 저리 흘러가는 모습이 아닌, 한결같이 흐르면서 하나같이 움직이는 따사로운 사랑과 꿈을 말해요.


  사랑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꿈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눈물은 무엇이고, 웃음은 무엇일까요. 삶을 빛내는 사랑은 어디에 있으며, 삶을 밝히는 꿈은 누구와 찾을 수 있을까요.


  어버이는 아이들이 언제나 귀엽습니다. 고운 사랑을 함께할 짝꿍을 만나든, 가슴이 아프게 어떤 일을 겪든, 언제나 귀여운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이녁 어버이처럼 어른이 되고 어버이가 됩니다. 어른이 되고 어버이가 된 아이들은 한편에서는 어른이되 한편에서는 아이입니다. 아이들 어버이 또한 아이들을 보살피는 어버이요 다른 한편에서는 누군가한테서 사랑을 받고 살아온 아이입니다.


  모두 같은 사람으로서 사랑합니다. 모두 같은 목숨으로서 꿈꿉니다. 모두 같은 숨결이요 빛으로서 살아갑니다. (4345.10.4.나무.ㅎㄲㅅㄱ)


― 편지 (타니카와 후미코 글·그림,이지혜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2.8.15./45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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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0-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아빠도 감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내가 다른 누군가를 이렇게나 기쁘게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나로 인해 이렇게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182∼183쪽)

사랑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데요,
사랑이란 그 상대를 웃게 만드는 것, 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

파란놀 2012-10-05 06:31   좋아요 0 | URL
서로 웃고 서로 얼싸안고 서로 놀면서
하루하루 빛나리라 느껴요
 


 얼결에 물든 미국말
 (668) 애티튜드(attitude)

 

중요한 것은 질감과 명도 빛 심지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소리까지 사진 속에 담을 수 있도록 사물을 바라보고 관찰하고 표현하는 ‘사진가의 애티튜드’를 기르는 일이다
《조선희-네멋대로 찍어라》(황금가지,2008) 96쪽

 

  오늘날 사람들은 한자말 ‘중요(重要)’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듯 널리 씁니다. 그렇지만 이 한자말 뜻풀이를 옳게 새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널리 쓰기만 하지 제대로 알지는 못합니다. ‘중요’는 “귀중하고 요긴함”을 뜻합니다. ‘귀중(貴重)’은 “귀하고 중요함”을 뜻합니다. ‘귀(貴)하다’는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를 뜻합니다. ‘소중(所重)’은 “매우 귀중하다”를 뜻해요. ‘요긴(要緊)’은 “= 긴요”를 뜻한다 하고, ‘긴요(緊要)’는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로 순화”를 뜻한다 해요. 국어사전 뜻풀이를 샅샅이 살피면 이러한데, 가만히 보면 국어사전을 살핀들 ‘중요’ 말뜻을 짚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요하다 = 중요하다”가 바로 국어사전 말풀이인 셈이거든요. 이른바, “중요 = 귀중 = 귀함 = 소중 = 긴요 = 요긴 = 중요” 꼴이에요.


  국어사전에서 한국말 ‘대수롭다’를 찾아보면 “중요하게 여길 만하다”라고 뜻풀이를 답니다. 그러니까, 한국말 ‘대수롭다’를 한자말 ‘重要’로 적는 셈이고, 예전에는 ‘대수롭다’라든지 ‘보배롭다’라 일컫던 이야기를, 오늘날에는 ‘重要’ 한 마디로 뭉뚱그리는 셈이에요. 그리고, 한국말 ‘대단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주 중요하다”로 풀이해요. 곧, “대단하다 = 긴요하다 = 요긴하다”요, 다시 말하자면 “대단하다 = 중요하다”인 셈이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중요한 것은”을 “대수로운 대목은”이나 “곰곰이 살필 대목은”이나 “찬찬히 헤아릴 대목은”으로 손질해 봅니다. “질감(質感)과 명도(明度)”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느낌과 밝기”로 손볼 수 있어요. ‘심지어(甚至於)’는 ‘게다가’나 ‘더욱이’나 ‘더구나’로 손보고, “과학적(-的)으로 설명(說明)할 수”는 “과학으로 이야기할 수”나 “더 환하게 얘기할 수”로 손볼 만합니다. “사물을 바라보고 관찰(觀察)하고”는 겹말이에요. “사물을 바라보고”나 “사물을 바라보고 살펴보고”나 “사물을 바라보고 뜯어보고”나 “사물을 바라보고 헤아리고”쯤으로 다듬습니다. ‘표현(表現)하는’은 ‘나타내는’이나 ‘보여주는’이나 ‘드러내는’으로 다듬어요.


  그나저나 ‘애티튜드(attitude)’라고 적은 대목이 아리송합니다. 국어사전을 살피니, “발레에서, 몸을 한 다리로 지탱하고 다른 한 다리는 무릎을 굽혀 90도 각도로 뒤로 올리는 춤 동작”이라고 풀이가 달리는데, 이 보기글을 쓴 분은 발레 아닌 사진을 말하니까, 이런 뜻으로 쓰지 않았겠지요. 영어사전에서 ‘attitude’를 찾아봅니다. “(1) 태도[자세], 사고방식 (2) 반항적인[고집스런] 태도 (3) (몸의) 자세”, 이렇게 세 가지 뜻풀이가 보입니다. 설마 사진쟁이한테 “반항 어린 몸가짐”을 기르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1) 태도, 사고방식”이나 “(3) 몸의 자세”를 이야기하려 했겠지요.

 

 사진가의 애티튜드
→ 사진가다운 몸가짐
→ 사진가다운 매무새
→ 사진가다운 마음가짐
→ 사진가다운 몸짓
→ 사진가다운 눈길
 …

 

  영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태도(態度)’와 ‘자세(姿勢)’라고만 적습니다. 한자말로만 말풀이를 붙여요. 한국말 ‘몸가짐’이나 ‘매무새’를 쓰지 않아요.


  자리에 따라서는 ‘마음가짐’이나 ‘몸짓’일 수 있겠지요. ‘모양새’나 ‘모습’일 수 있어요. 사진가 이야기를 하니까 ‘눈길’이나 ‘눈짓’이나 ‘눈빛’이라고 적어도 어울려요.


  영어사전이란, 영어를 헤아리며 한국말을 잘 쓰도록 돕는 사전이라고 생각해요. 영어사전에 붙는 말풀이는 가장 알맞고 바르며 쉽다 할 만한 한국말로 붙어야지 싶어요. 사람들이 한국말을 알맞게 쓰도록 이끌고, 바르게 쓰도록 북돋우며, 쉽게 쓰도록 도와야지요.


  그런데, 이에 앞서 이 나라 사람들 스스로 어떤 말로 이녁 생각을 나타내는가를 살펴야지 싶어요. “사진가의 애티튜드”처럼 말하면, 이러한 말을 몇 사람쯤 알아들을까요. 왜 영어 ‘애티튜드’를 써야 했을까요.


  거꾸로 생각합니다. “사진가다운 몸가짐”이라고 하는 말마디를 영어로 옮긴다면, 어떤 영어가 될까요. 한국 사진가들이 “사진가다운 매무새”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곁에 영국사람이나 미국사람이 있다고 할 때에, 영어로 이 말마디를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까요.


  사진가는 ‘사진가’일 뿐 ‘포토그래퍼’가 아닙니다. 몸가짐은 ‘몸가짐’일 뿐 ‘애티튜드’가 아니에요. 잘 살피고, 슬기롭게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4345.10.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잘 살필 대목은 느낌과 밝기와 빛, 여기에 소리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도록(과학으로 말할 수 없지만) 사물을 바라보고 돌아보며 나타내는 ‘사진가다운 몸가짐’을 기르는 일이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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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생각하며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전쟁을 생각하며 무기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곰곰이 돌아보면, 두 사람은 '같은 나라' 사람이기 일쑤이다. 참으로 알쏭달쏭한 노릇인데, 왜 평화를 사랑하는 한길을 다 함께 걷지 않을까. 왜 전쟁무기를 만들고 전쟁을 벌이며 군대를 늘리려 할까. 무기와 전쟁으로는 어떠한 평화도 이룰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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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사진가- 사진과 그림으로 기록한 인간의 땅 아프가니스탄
디디에 르페브르 사진.글, 에마뉘엘 기베르 그림.글, 권지현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3월
50,000원 → 45,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0원(5% 적립)
2012년 10월 0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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