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668) 애티튜드(attitude)

 

중요한 것은 질감과 명도 빛 심지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소리까지 사진 속에 담을 수 있도록 사물을 바라보고 관찰하고 표현하는 ‘사진가의 애티튜드’를 기르는 일이다
《조선희-네멋대로 찍어라》(황금가지,2008) 96쪽

 

  오늘날 사람들은 한자말 ‘중요(重要)’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듯 널리 씁니다. 그렇지만 이 한자말 뜻풀이를 옳게 새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널리 쓰기만 하지 제대로 알지는 못합니다. ‘중요’는 “귀중하고 요긴함”을 뜻합니다. ‘귀중(貴重)’은 “귀하고 중요함”을 뜻합니다. ‘귀(貴)하다’는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를 뜻합니다. ‘소중(所重)’은 “매우 귀중하다”를 뜻해요. ‘요긴(要緊)’은 “= 긴요”를 뜻한다 하고, ‘긴요(緊要)’는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로 순화”를 뜻한다 해요. 국어사전 뜻풀이를 샅샅이 살피면 이러한데, 가만히 보면 국어사전을 살핀들 ‘중요’ 말뜻을 짚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요하다 = 중요하다”가 바로 국어사전 말풀이인 셈이거든요. 이른바, “중요 = 귀중 = 귀함 = 소중 = 긴요 = 요긴 = 중요” 꼴이에요.


  국어사전에서 한국말 ‘대수롭다’를 찾아보면 “중요하게 여길 만하다”라고 뜻풀이를 답니다. 그러니까, 한국말 ‘대수롭다’를 한자말 ‘重要’로 적는 셈이고, 예전에는 ‘대수롭다’라든지 ‘보배롭다’라 일컫던 이야기를, 오늘날에는 ‘重要’ 한 마디로 뭉뚱그리는 셈이에요. 그리고, 한국말 ‘대단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주 중요하다”로 풀이해요. 곧, “대단하다 = 긴요하다 = 요긴하다”요, 다시 말하자면 “대단하다 = 중요하다”인 셈이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중요한 것은”을 “대수로운 대목은”이나 “곰곰이 살필 대목은”이나 “찬찬히 헤아릴 대목은”으로 손질해 봅니다. “질감(質感)과 명도(明度)”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느낌과 밝기”로 손볼 수 있어요. ‘심지어(甚至於)’는 ‘게다가’나 ‘더욱이’나 ‘더구나’로 손보고, “과학적(-的)으로 설명(說明)할 수”는 “과학으로 이야기할 수”나 “더 환하게 얘기할 수”로 손볼 만합니다. “사물을 바라보고 관찰(觀察)하고”는 겹말이에요. “사물을 바라보고”나 “사물을 바라보고 살펴보고”나 “사물을 바라보고 뜯어보고”나 “사물을 바라보고 헤아리고”쯤으로 다듬습니다. ‘표현(表現)하는’은 ‘나타내는’이나 ‘보여주는’이나 ‘드러내는’으로 다듬어요.


  그나저나 ‘애티튜드(attitude)’라고 적은 대목이 아리송합니다. 국어사전을 살피니, “발레에서, 몸을 한 다리로 지탱하고 다른 한 다리는 무릎을 굽혀 90도 각도로 뒤로 올리는 춤 동작”이라고 풀이가 달리는데, 이 보기글을 쓴 분은 발레 아닌 사진을 말하니까, 이런 뜻으로 쓰지 않았겠지요. 영어사전에서 ‘attitude’를 찾아봅니다. “(1) 태도[자세], 사고방식 (2) 반항적인[고집스런] 태도 (3) (몸의) 자세”, 이렇게 세 가지 뜻풀이가 보입니다. 설마 사진쟁이한테 “반항 어린 몸가짐”을 기르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1) 태도, 사고방식”이나 “(3) 몸의 자세”를 이야기하려 했겠지요.

 

 사진가의 애티튜드
→ 사진가다운 몸가짐
→ 사진가다운 매무새
→ 사진가다운 마음가짐
→ 사진가다운 몸짓
→ 사진가다운 눈길
 …

 

  영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태도(態度)’와 ‘자세(姿勢)’라고만 적습니다. 한자말로만 말풀이를 붙여요. 한국말 ‘몸가짐’이나 ‘매무새’를 쓰지 않아요.


  자리에 따라서는 ‘마음가짐’이나 ‘몸짓’일 수 있겠지요. ‘모양새’나 ‘모습’일 수 있어요. 사진가 이야기를 하니까 ‘눈길’이나 ‘눈짓’이나 ‘눈빛’이라고 적어도 어울려요.


  영어사전이란, 영어를 헤아리며 한국말을 잘 쓰도록 돕는 사전이라고 생각해요. 영어사전에 붙는 말풀이는 가장 알맞고 바르며 쉽다 할 만한 한국말로 붙어야지 싶어요. 사람들이 한국말을 알맞게 쓰도록 이끌고, 바르게 쓰도록 북돋우며, 쉽게 쓰도록 도와야지요.


  그런데, 이에 앞서 이 나라 사람들 스스로 어떤 말로 이녁 생각을 나타내는가를 살펴야지 싶어요. “사진가의 애티튜드”처럼 말하면, 이러한 말을 몇 사람쯤 알아들을까요. 왜 영어 ‘애티튜드’를 써야 했을까요.


  거꾸로 생각합니다. “사진가다운 몸가짐”이라고 하는 말마디를 영어로 옮긴다면, 어떤 영어가 될까요. 한국 사진가들이 “사진가다운 매무새”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곁에 영국사람이나 미국사람이 있다고 할 때에, 영어로 이 말마디를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까요.


  사진가는 ‘사진가’일 뿐 ‘포토그래퍼’가 아닙니다. 몸가짐은 ‘몸가짐’일 뿐 ‘애티튜드’가 아니에요. 잘 살피고, 슬기롭게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4345.10.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잘 살필 대목은 느낌과 밝기와 빛, 여기에 소리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도록(과학으로 말할 수 없지만) 사물을 바라보고 돌아보며 나타내는 ‘사진가다운 몸가짐’을 기르는 일이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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