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가을 새잎 책읽기
가을이 무르익는데 벚나무 가지에 새잎이 돋는다. 하나둘 떨어지며 앙상한 나무가 되던 벚나무에 싯푸른 새잎이 돋을 뿐 아니라, 하얀 꽃송이까지 맺힌다. 감나무에도 새잎이 돋는다. 감꽃까지 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넓적하며 싯푸른 감나무 새잎이 발그스름 익는 감알 곁에서 가을노래를 부른다.
철이른 동백꽃이 한겨울에 봉오리를 터뜨리다가 그만 눈을 옴팡 맞기도 한다. 남쪽 나라이니까 이런 일이 있겠거니 싶으면서, 따사로운 햇살이 풀과 나무와 꽃한테 얼마나 고운 숨결이요 빛인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어떤 목숨이든 햇볕을 쬐면서 살아간다. 어떤 목숨이든 물을 마시고 바람을 들이킨다. 어떤 목숨이든 흙에 뿌리를 내린다. 어떤 목숨이든 서로 사랑을 나누고 꿈을 피운다. 사람이란 무엇을 하는 목숨일까. 사람은 햇볕을 어떻게 쬐는가. 사람은 물과 바람과 흙을 어떻게 맞아들이는가. 사람은 사랑과 꿈을 어떻게 나누면서 삶을 짓는가. (4345.10.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