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3] 비가 내립니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짓꿎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
  시골, 도시, 숲, 고속도로, 공장, 골프장, 축구장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 머리에 비가 내립니다.

 


  여름비 내립니다. 여름비는 여름날 찾아드는 더위를 식힙니다. 시골집은 한여름에도 그리 안 덥습니다. 비록 이래저래 시멘트 많이 바른 집이라 하더라도, 뼈대는 흙이고 지붕도 흙입니다. 시골집 선 땅도 흙입니다. 흙이 있는 둘레에는 풀이 자라고, 풀밭 한복판에는 나무가 섭니다. 이렇게 흙과 풀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데는 안 덥습니다. 시원하지요. 도시가 나날이 더 덥고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까닭은 흙을 시멘트로 덮고 아스팔트로 짓누르기 때문일 뿐 아니라, 풀과 나무 깃들 조그마한 틈조차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자꾸 발전소 더 지어 전기 더 뽑아내어 에어컨 틀어야 합니다. 도시가 시원해지자면, 도시에 더위가 수그러들자면, 찻길을 줄여야 하고 주차장을 줄여야 해요. 찻길과 주차장을 흙으로 돌려놓고, 작은 숲과 텃밭 늘려야 해요. 땅이 숨을 쉬지 못하니 도시는 사막이 됩니다. 땅이 숨을 쉴 때에 비로소 도시도 시골도 ‘삶터’ 되어 빗물 곱게 스밉니다. 4346.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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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4년에 썼습니다. 한창 이오덕 선생님 원고와 유고 갈무리하던 어느 날 살짝 숨을 돌리며 썼어요.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원고보다 '이면지 정갈하게 그러모아서 만든 큰 뭉치'를 찾아내고는, 또 선생님이 쓰던 뒷간에 남은 '신문종이 오려서 만든 똥종이'를 보면서 글 하나 써 두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신문종이 오려서 만든 똥종이'를 사진으로 찍어 놓지 못했군요. 참 아쉽습니다.

 

..

 

 

종이 한 장도 허투로 버리지 않는 마음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원고 뭉치를 풀어서 차곡차곡 갈무리합니다. 지난 2003년 9월 30일부터 2004년 3월 19일 오늘까지 모두 살피지 못했으나, 퍽 많이 살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커다란 원고 뭉치는 선생님 서재 곳곳에 수북합니다.


  오늘도 뭉치 둘을 풀어서 글을 하나하나 더듬습니다. 오늘 푼 뭉치에서는 빈 스케치북 세 권, 이면지로 쓰려고 모은 종이 한 묶음 나옵니다. 이면지 한 묶음에는 서류봉투를 가지런히 뒤집어 자른 것, 편지봉투를 펴서 뜯은 것, 초대장 속종이를 떼고 두꺼운 겉종이를 펴 놓은 것, 광고지, 쓸데없는 공문서, 철 지난 서류, 거절한 원고청탁서 ……, 온갖 것이 다 있습니다. 자투리 종이 하나조차 그냥 버리지 않고 쪽글을 적으신 한편 책갈피로도 쓴 자국을 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코흘리개 아이들이 삐뚤빼뚤 쓴 글 한 조각을 마치 가장 값진 금은보화인 듯 여겨 아주 알뜰히 모으고 간수했습니다. 아마도 그 마음마음이 종이 한 장 함부로 쓰지 않거나 버리지 않는 몸가짐으로 이어지겠지요. 그래서 책 한 권도 애틋하게 여기셨고, 그렇기에 먹물들이 함부로 펴내는 책이나, 돈과 이름을 좇아 쏟아내는 책을 무척 싫어하고 나무라셨지 싶습니다.


  희고 깨끗한 휴지 하나 만들기까지 베어지고 쓰러진 나무가 얼마나 아팠을까 하고 온삶을 걸쳐 느끼셨기에, 똥종이를 쓰실 때에도 다 본 신문종이를 오려서 쓰셨을 테고요. 돌아가시는 날까지 깨끗한 휴지 아닌 신문종이를 오린 작은 종이로 똥종이를 쓰신 이오덕 선생님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래서 어쩌자고? 우리도 그렇게 살란 말이냐?” 하면서 너무 지나치다고 말씀하실 분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들 모두 이렇게 살기는 힘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살려고 하면 살지 못하리란 법은 없어요. 또한 처음에는 어려울지라도 차근차근 하나씩 몸에 붙이고 버릇 들이노라면 쓰레기 하나 만들지 않는 한편, 지나치거나 헤픈 씀씀이도 사라질 겝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지나친 아낌쟁이였다기보다는 헤픈 씀씀이를 안 하신 분이라고 보아요. 있는 만큼 쓰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서 스스로 가장 낮고 얕고 가볍게 살았다고도 보아요. 우리는 바로 이 대목, 가장 낮고 얕고 가볍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보면 좋겠어요. 그래서 모든 모습을 따르자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저마다 다 다르게 살아가는 살림살이에 따라 하나씩 몸소 해 보자는 얘기예요. 하나씩 차근차근 씀씀이를 줄이고 마음가짐을 다소곳이 두노라면 우리 스스로도 좋고, 우리 스스로도 좋으면 우리 식구와 우리 이웃도 좋은 한편, 우리 마을과 우리 사회와 우리 나라와 우리 겨레 모두한테도 좋으리라 믿습니다.


  민주, 평화, 통일, 자유, 즐거움, 기쁨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아요. 이처럼 우리가 가장 낮고 얕고 작고 여리고 그늘져 보이는 데에서 조촐히 누리고 즐기는 동안 시나브로 얻을 수 있다고 보아요. 우리들이 가장 먼저 맛보고 즐기면 비로소 퍼질 수 있어요. 나락 한 알이 제 몸을 썩혀 싹 틔우는 아픔을 거쳐야 비로소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잎을 내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알곡을 열듯 말입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라는 일본 흙일꾼은 밀알 하나에 우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정생 할아버지는 강아지가 길가에 눈 똥 하나에서도 하느님을 보았습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에서 가장 낮고 가난하고 힘없고 짓눌린 채 살아가는 시골사람들한테서 소설로 쓸 글감을 얻었으며, 그들 시골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았습니다. 시인 김수영은 바람에 눕고 다시 일어서기를 되풀이하면서도 튼튼히 땅에 뿌리박은 너른 풀을 보며 가장 아름답고 가장 살가운 모습을 찾았습니다. 들풀 한 포기는 바로 지구별 살리고 지키는 푸른 숨결입니다.


  이런저런 말이 참 맞구나, 옳구나 느낍니다. 그러면서 종이 한 장에도 우주가 있고 생명이 있고 삶과 사랑이 있으며 아름다움과 온갖 민주와 평화와 평등과 통일이 있지 않느냐고, 하느님이 살고 부처가 살지 않으냐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어쩌면 이오덕 선생님은 종이 한 장에서 하느님을 보고, 코흘리개 아이들이 끄적인 종이 쪼가리 하나에서 우주를 느끼셨는지 모를 일입니다. 4337.3.27.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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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5년 2월에 썼어요. 이무렵 '이오덕 둘레' 사람들이 '이오덕 이름'만 빨리 거머쥐어 당신들 이름값 높이려고 눈이 벌개진 모습을 너무 끔찍하게 자주 보다 보니, 참으로 슬퍼 이런 글을 썼어요. 왜 이름값 가로채서 '교수'가 되거나 '학자'가 되거나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오덕 선생님은 우리더러 '어떤 이름' 거머쥔 사람 되라 하지 않았어요. 어린이 마음 되어 언제나 즐겁게 살아가자고 이야기했어요. 이런 마음 되기를 바라며 예전에 쓰고 조용히 묵혔던 글 하나 꺼내어 봅니다.

 

..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배운 것과 못 배운 것

 


  많은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무언가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못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배우는 것 거의 모두는 ‘지식’입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거의 못 배우거나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은 ‘마음’입니다.


  글쓰기 운동, 교육 운동, 문학 운동, 문화 운동, 어린이문학 비평, 우리 말 운동 같은 ‘지식’은 참 많은 이들이 배웠고 따르는 한편, 이녁 삶터나 일터에서 잘 쓰고 두루 펼칩니다. 그렇지만 이오덕 선생님이 이런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쓴 ‘마음’과 ‘생각’과 ‘뜻’과 ‘얼’까지 두루 살피고 헤아리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머리에 지식이 많이 든 사람들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명제와 이론을 알고, 늘 말하며 다닙니다. 그런데 이런 명제와 이론을 몸으로 옮겨서 펼치거나 나누는 사람은 아주 적은 듯합니다. 무거운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 옆에서 손을 거드는 지식인이 얼마나 됩니까. 아니, 자가용하고 헤어지는 지식인이 얼마나 됩니까. 늘 자가용을 몰며 돌아다니기에 무거운 짐 짊어진 할머니를 아예 알아보지 못하지요. 스스로 걸어다니지 않으니, 골목길도 모르고 고샅길도 모르지요. 두 다리로 삶을 누리지 않으니 숲도 시골도 까맣게 모르지요. 여기에서 ‘지식인’이라 하는 이름은 좀 배운 사람 모두를 가리킵니다. 초·중·고등학교 아이들도 이 테두리에 들어갑니다. 오늘날 초등학생도 ‘지식인’이 되었어요. 게다가, 오늘날 초등학생도 두 다리로 걷는 일 자꾸 사라져요. 버스를 타고 자가용을 타요. 초등학생조차 마을 할머니 마주칠 일 매우 적어요. 그러니까, 어느 누가 옆에 길 가는 사람이 든 무거운 짐을 같이 들어 주려고 합니까.


  지식은 없거나 적더라도, 마음은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명제나 이론을 모르거나 안 갖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런 명제와 이론이 없어도 늘 온몸과 온마음으로 사랑과 평화를 나누며 삽니다. 마을길을 가다가 힘겹게 산길을 오르내리는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같이 짊어지고 걷지요. 자가용을 몰더라도 이웃사람 보면 어여 타시라고 부르지요. 무거운 짐을 든 분이 보이면 들어 주지요.


  저잣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깔보면서 이들이 ‘속여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사꾼들은 몇 푼이라도 에누리를 해 줄 줄 압니다. 생각해 볼 노릇이에요. 지식인 가운데 이녁 지식을 조금이나마 스스럼없이 널리 나눠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요. 지식도 정보도 혼자 틀어쥔 채 이름값 높이기와 돈벌기에 사로잡히기만 하지 않나요.


  이오덕 선생님이든 다른 분들이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살아가는 이 땅에서 큰 어른이라고 하는 분들, 참 훌륭하다고 하는 분들은 그분들이 남긴 ‘일(업적)’ 때문에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책을 남기고 무슨 일을 했다고 우러르지 않습니다. 책을 썼든 일을 했던, 그런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마음이 있고 생각과 뜻과 얼과 넋이 있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말하고 높이 삽니다.


  나라를 세운 대통령이라고 하는 이승만입니다. 이 이승만을 우러르는 몇몇 친일독재부역 언론매체와 지식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스러기들은 저희 밥그릇을 지키려고 바보 한 사람을 우러르거나 높이 사지만, 그런다고 해서 쓰레기가 쓰레기 아닌 것이 되지는 않아요.


  날이 갈수록 ‘어버이다운 어버이’가 많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참으로 많은 사람이 가장 사랑하고 우러르고 떠받드는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해 봐요. 바로 우리를 낳은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큰돈을 벌거나 높은 이름을 얻거나 대단히 아름답게 잘생기거나 하지 않고, 뭐 하나 잘난 것도 없어 보이는 수수한 아버지와 어머니이지만, 우리는 으레 나를 낳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장 우러르고 사랑하고 아끼고 보살피고 싶어합니다. 이런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장 깨끗하고 맑고 아름다운 마음과 뜻과 생각과 얼과 넋으로 우리를 낳고 돌보며 키웠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돌본 우리들이 아니라 마음으로 돌본 우리들이에요. 이름값으로 낳은 아이가 아니라 사랑으로 낳은 아이예요.


  곰곰이 살필 대목은 오직 마음입니다. 지식이 아닙니다. 마음이 없이 지식만 얻거나 배우면 남을 등처먹거나 뒤에서 호박씨를 까거나 남이 하는 일에 딴죽을 걸거나 헤살을 놓습니다. 지식이 없고 마음만 있으면 좀 아쉽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 착하고 즐겁게 오순도순 지낼 수 있습니다. 지식이 없이 마음만 있으면 좀 모자라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싸움이나 등치기나 따돌림이나 내빼기 따위는 그 어디에도 움틀 수 없습니다.


  착하고 곧으며 바른 마음을 다진 뒤에 지식을 얻고 키워야 제대로 된 사람이 됩니다. 제대로 된 사회를 꾸릴 수 있습니다. 못된 마음을 품고 지식을 얻어서 하는 짓거리가 무엇입니까. 그 많은 지식으로 남을 괴롭히고 등처먹으며 허튼 짓거리를 일삼는 것들 아닙니까. 이러면서 돈과 힘과 이름을 얻고 떨치면서 우리들 눈과 머리와 귀를 모두 속이고 어둡게 하지 않습디까.


  나부터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내 둘레 사람들 모두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책만 읽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책보다 사람됨을 기르는 일을 먼저 하길 바랍니다.


  밥상에 올릴 밥 한 그릇 얻자면, 먼저 쌀이 있어야 하고, 쌀을 얻으려면 흙을 일구어야 합니다. 착하고 곧게 마음을 다독인 분들이라면 이녁 스스로 읽을 아름다운 책 즐겁게 잘 알아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갑갑하고 막힌 구석이 있어, 모든 아름다운 책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아름다운 책이 새책방 눈에 뜨이는 진열대에 제대로 못 놓이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조차 아름다운 책을 제대로 안 갖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대로 내 일을 하나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이웃들이 즐겁게 알아보면서 누리면 좋을 만한 좋은 책을 맑은 눈길로 살피고 골라내고 가리고 추리고 알리는 노릇을 해 보자, 하고 생각합니다. 애먼 주례사비평 아니라, 책을 삶으로 녹여서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쓰자, 하고 생각합니다. 책만 많이 읽자는 소리는 좀 집어치우고, 아름다운 책 하나로 아름다운 삶 꾸리는 기쁨을 말하자, 하고 생각합니다.


  퍽 많은 사람들이 ‘이오덕’이란 이름을 앞에 내걸고 여러 가지 글을 쓰거나 일을 벌입니다. 이런 일 저런 일 가만히 살피며 느낍니다. 이 가운데 제대로 마음을 다스리거나 다지는 분은 얼마 안 보입니다. 지식은 있되 마음은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아무리 이오덕 선생님을 가까이에서 오래 모셨다고 한들, 그동안 지식만 받아먹으면서 당신 이름과 힘을 키웠다면, 이오덕 선생님 온 모습 가운데 껍데기만 본 셈입니다. 참다운 속, 깊디깊은 마음을 보지 못한 셈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밭에 고운 님 하나를 모신다고 생각합니다. 그 고운 님은 내 어버이가 될 수 있고, 나 스스로 될 수 있으며, 부처나 예수가 될 수 있어요. 마음밭에 하느님 모실 수 있고, 꽃 한 송이나 나무 한 그루 모실 수 있습니다. 훌륭한 어르신 한 사람 모실 수도 있는데, 누구를 모셔도 좋고 무엇을 모셔도 좋습니다. 내 마음밭에 모신 고운 님을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바라보고 느끼며 부대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사이좋게 웃고 놀고 어깨동무하면서 술도 한잔 기울이고 노래도 목청껏 부르면서 땀흘려 일하고 땀나도록 신나게 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38.2.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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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6-14 09:37   좋아요 0 | URL
제대로 알고 제대로 배우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깊은 생각이 담긴 좋은 글 뒤늦게나마 잘 읽었습니다.

파란놀 2013-06-14 10:04   좋아요 0 | URL
저는 늘 스스로 제대로 살피고 배우자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 되면... 나부터, 그러니까 남 말에 앞서
나부터 제대로 살피고 스스로 배우면
다 즐겁게 잘 되리라 느껴요..

Nussbaum 2013-06-14 13:29   좋아요 0 | URL

올리신 글 보면서 조용히 이오덕 선생님이 남기신 <우리글 바로쓰기> 와 그 마음을 천천히 보듬어봐야겠습니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파란놀 2013-06-14 14:24   좋아요 0 | URL
네, <우리 글 바로쓰기>도 마음을 찬찬히 보듬어 보시면서,
사람들이 잘 못 읽거나 알아보지 못해서 안 읽는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라는 책도
즐겁게 읽어 보시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이오덕 선생님 책 가운데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가 참으로 훌륭하게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해요...
 

2006년 1월에 끄적여 두었던 글입니다. 어제 <이오덕일기> 나온 소식을 듣고 새삼스레 옛생각이 뭉클 떠올랐어요.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이오덕 선생님 원고 갈무리하던 나날을 가만히 되새겨 봅니다. '내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2006년부터 세 해 지난 2009년에 드디어 <생각하는 글쓰기>라고 이름 붙인 '내 우리 말 이야기책'을 내놓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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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

 


  “죽은 이오덕은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해야 한다. 먼저 살린다. 이오덕이라고 하는 사람이 온삶을 거쳐서 마음속에 담아내고 살아온 고운 뜻을 사람들이 꾸밈없이 제대로 알고 나누며 즐길 수 있도록 펼쳐내고 풀어내야 한다. 다음으로 죽인다. 이오덕이라고 하는 사람이 마음속에 담아내어 펼친 일은 우리한테 ‘이오덕 님 당신하고 똑같이 그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 나름대로 ‘이오덕이라고 하는 사람한테서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고 꾸밈없이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내 나름대로 너른 생각 받아들여서 알맞게 키우고 알뜰히 곰삭혀서 거듭나도록 하라는 뜻이다.”


  아침에 똥을 누고 머리를 감고(여러 날 만에) 빨래를 하고 물을 마시고 밥먹을 준비를 하면서 문득 머리를 스친 생각을 적어 봅니다. 제가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이오덕 선생님 원고만 갈무리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리고 선생님 원고만 갈무리하며 지내지도 않지요. 또한 이오덕 선생님 아드님이 저한테 바라는 것도 ‘당신 아버지 삶을 사람들이 제대로 알도록 하는 일’만이 아닌 줄 차근차근 깨닫고 느낍니다. 저는 이오덕 선생님이 지닌 모든 것을 빨아먹어야 하고, 남김없이 빨아먹은 뒤 제 깜냥, 제 가락, 제 멋에 맞추어서 풀어내고 펼쳐내어야 합니다. 흉내내기는 아닙니다. 흉내내기는 안 됩니다. 최종규라고 하는 사람 나름대로 내 길을 가야지요. 그래서 둘은 따로 선 자리에서 따로따로 있되, 서로서로 얼과 넋으로 살리면서 이어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한 가지 다짐합니다. 올해가 되든 다음해가 되든, 내 이름 붙인 ‘최종규 우리 말 이야기책’ 하나 제대로 마무리지어서 내놓아야겠다고. 그리고 이 ‘최종규 우리 말 이야기책’은 첫 권이 나온 뒤부터 해마다 한 권씩 갈무리해서 내놓아야겠다고. 그러면서 나중에는 ‘이오덕 우리 말 바로쓰기 사전’을 마무리지어야지요. 이오덕 선생님이 당신 책을 내놓을 때마다 늘 ‘권정생 선생님한테 바치는 마음’이었다고 밝히셨듯, 나도 ‘권정생 할아버지’ 같은 이 나라 수수한 할배와 할매, 또 이 나라 착한 아이들한테 바치는 책을 써야겠다고 새삼스레 다짐합니다. 4339.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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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일기

 


  1925년에 태어나 2003년에 숨을 거둔 이오덕 님 일기책이 나온다. 예전에 《이오덕 교육일기》라는 이름으로 1960∼70년대에 쓰신 일기를 묶어서 나온 적 있는데, 이번에 온삶을 가로지르며 쓴 일기를 추려서 다섯 권짜리 책으로 태어난다. 이오덕 님이 2003년 8월에 숨을 거둔 뒤, 이해 9월부터 충북 충주 무너미마을에 깃들어 선생님 글과 책을 갈무리하는 몫을 맡았다. 아마 2004년 이월쯤이었지 싶은데, 잔뜩 쌓이고 어수선하게 있던 상자들과 원고뭉치와 책더미 사이에서 선생님 일기꾸러미를 찾아내었다. 찾아낸 일기꾸러미는 모두 복사를 해 놓았고, 이 일기꾸러미도 언젠가 빛을 보겠지 하고 생각했다. 예쁘장한 옷 입고 태어난 선생님 일기를 사람들은 잘 읽고 슬기로운 넋 북돋아 주겠지? 아름다운 사랑과 꿈 깃든 고운 이야기를 즐겁게 받아먹으면서, 저마다 아름다운 삶 일구도록 이끄는 눈물겨운 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빈다. 애틋하다. 4346.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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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배본은 안 되었을 테고, 다음주부터 배본이 되지 싶다. 출판사에서 책 모습을 손전화로 찍어서 보내 주었다. 얼른 이 책들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아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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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4 06:18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예쁘게 책이 나왔군요.
저도 이 아름다운 책 마련해 즐겁게 읽고 싶네요.
함께살기님께서는 더욱 각별하고 애틋하실 것 같아요. *^^*

파란놀 2013-06-14 07:14   좋아요 0 | URL
네... 아침에 이래저래 싱숭생숭해서
예전 글들만 자꾸 만지작거렸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