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3] 비가 내립니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짓꿎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
  시골, 도시, 숲, 고속도로, 공장, 골프장, 축구장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 머리에 비가 내립니다.

 


  여름비 내립니다. 여름비는 여름날 찾아드는 더위를 식힙니다. 시골집은 한여름에도 그리 안 덥습니다. 비록 이래저래 시멘트 많이 바른 집이라 하더라도, 뼈대는 흙이고 지붕도 흙입니다. 시골집 선 땅도 흙입니다. 흙이 있는 둘레에는 풀이 자라고, 풀밭 한복판에는 나무가 섭니다. 이렇게 흙과 풀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데는 안 덥습니다. 시원하지요. 도시가 나날이 더 덥고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까닭은 흙을 시멘트로 덮고 아스팔트로 짓누르기 때문일 뿐 아니라, 풀과 나무 깃들 조그마한 틈조차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자꾸 발전소 더 지어 전기 더 뽑아내어 에어컨 틀어야 합니다. 도시가 시원해지자면, 도시에 더위가 수그러들자면, 찻길을 줄여야 하고 주차장을 줄여야 해요. 찻길과 주차장을 흙으로 돌려놓고, 작은 숲과 텃밭 늘려야 해요. 땅이 숨을 쉬지 못하니 도시는 사막이 됩니다. 땅이 숨을 쉴 때에 비로소 도시도 시골도 ‘삶터’ 되어 빗물 곱게 스밉니다. 4346.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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