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


《H2O와 망각의 강》

 이반 일리치 글/안희곤 옮김, 사월의책, 2020.7.10.



아침에 바깥물이 얼었다. 우리 집을 드나드는 새는 물을 못 먹겠네. 바람은 가볍다. 추위벼락이 왔어도 해가 넉넉하다. 하룻내 볕이 고루 들면서 포근히 녹인다. 저녁에 이르니 어제보다 한결 따뜻하고, 별이 잘 보인다. 하늘빛을 풀어준 어제그제 회오리였구나 싶다. 저잣마실을 다녀오고서 일찍 자리에 누웠다. 힘쓰는 만큼 쉬고, 쉬는 만큼 새롭게 기지개를 켠다. 등허리를 펴면서 꿈을 되새기고, 등허리를 폈으니 살림살이를 건사한다. 《H2O와 망각의 강》을 읽는 내내 한숨이 허벌나게 나왔다. 이렇게 이반 일리치를 엉터리로 옮겨도 되나 싶더라. 제발 우리말을 익히면서 옮겨야 할 텐데, 다들 말넋이나 말빛이 없이 틀(기계)에 갇힌다. “망각의 강”은 어느 나라 말인가? 무늬만 한글인 일본말 아닌가? 멋부리지 말고, 잘난 체 말고, 어깻힘을 빼고, 어린이하고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씨를 처음부터 새롭게 익힐 때라야, 이 나라가 하나씩 바뀐다. 이반 일리치가 ‘일본 한자말 + 옮김말씨’로 이야기를 풀었겠는가? 아니잖은가? 예부터 “빛좋은 개살구”란 말을 하는 까닭이 있다. 말을 쉽게 풀지 않는 이는 모두 눈속임과 눈가림이다. 저놈들만 허튼짓이지 않다. 이놈도 똑같이 허방다리에 헛발질이다.


#H2OandtheWatersofForgetfulness

#IvanIllich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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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최준우 글, 스토리닷, 2023.6.17.



어젯밤부터 바람소리가 대단했다. 비는 그치고 구름은 걷히되, 바람으로 뒤덮는다. 밥을 차리고서, 아침에 책숲손님을 맞이한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마실을 오셨다. 쌓은 짐을 살짝 추스르고서 등허리를 편다. 해가 질 무렵 바람이 잦아든다. 그렇지만 날이 다시 언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를 지난해에 읽고서 한참 자리맡에 놓았다. 여러모로 뜻있게 태어난 책일 텐데, 책이름이 자꾸 걸린다. 우리말씨가 아니다. 우리말로 손보자면 “그렇게 안 가르친다”이다. “이렇게 배우지 않는다”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일본스럽게 ‘학교·학생·선생’ 같은 이름을 쓰지만, 정작 배움터가 배움터라고 하기는 어렵다. ‘나라를 버티는 톱니바퀴’를 뽑아내어 길들이는 굴레이기 일쑤이다. 요새는 배움터마다 체육관에 도서관에 여러 특별교실을 잔뜩 짓는다. 그런데 이런 곳을 얼마나 제대로 쓸까? 마을에 깃든 배움터가 마을살림에 어떻게 이바지할까? 마을이 통째로 아이를 가르친다고들 으레 말하지만, 정작 이 나라 배움터는 마을하고 등진다. 아이들은 배움터하고 집하고 마을 사이를 잇지 못 하고, 길잡이(교사)도 이 대목은 시큰둥하다.‘학교버스·학원버스’를 몽땅 없애야 한다. 아이도 어른도 걸어서 다녀야 마을이 살아나고 서로 눈뜬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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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9.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상식 500》

 브루크 칸 글·켈리 캔비 그림/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3.1.20.



비가 그칠 동 말 동. 오늘은 아이들하고 〈웡카〉를 본다. 다들 〈웡카〉는 안 본다고 하더니 갑자기 궁금하단다. 기꺼이 보임꽃 꾸러미를 장만한다. 꾸러미는 ‘한 사람이 보임터에서 보는 값’보다 조금 눅은 듯싶다. 시골에는 보임터(극장)가 없으니 갈 일부터 없으니, 7000원이나 12000원은 안 비싸다. 더구나 두고두고 다시보기를 하면서 예전에 보다가 놓친 대목을 새롭게 헤아릴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로알드 달’ 《초콜릿 공장》을 둘러싼 세 가지 보임꽃을 다 보는 셈이고, 셋 모두 저마다 뜻있게 제때에 나왔다고 느낀다. 저물어 가는 하루에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상식 500》을 돌아본다. 알뜰히 엮었다고 느끼면서도 ‘세계사 상식’이 아무래도 ‘우두머리 싸움질’에 지나치게 기운 대목은 아쉽다. ‘한국사 상식’도 거의 이런 틀이다. 몇몇 우두머리가 어떻게 나라이름을 이었는지 적을 뿐이다. ‘사람이 살아온 길’을 ‘상식’으로 짚는 글바치가 드물다. 〈웡카〉는 삶터 밑자락을 이루는 사람들이 보내는 하루를 잘 담아냈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보임꽃을 찍을 눈매를 기를 수 있을까? ‘살림하는 사람 하루’를 글로 언제쯤 담을까? 저녁부터 바람이 조금씩 세다. 밤에는 휭휭 우는 바람소리가 가득하다.


#WorldHistoryforKids500Facts #KellyCanby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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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8.


《마르지 1984―1987 1》

 마르제나 소바 글·실뱅 사부아 그림/김지현 옮김, 세미콜론, 2011.7.29.



빨래를 하고 밥을 차린다. 글손질 일을 부랴부랴 하다가 멈추고서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간다. 엊그제 읍내 신집이 닫았는데 오늘도 닫았다. 설마 고무신까지 시골 읍내에서 못 사는가? 한숨을 쉬다가 생각한다. 누리가게에서 살 수 있는 듯싶다. 헛걸음하는 품과 하루를 돌아보면, 앞으로는 시골 읍내 가게를 못 다닐 테지. 《마르지 1984―1987 1》를 오랜만에 되읽고서 큰아이한테 건넨다. 2024년에 살펴도 ‘2011년에 12000원으로 나온 책값은 비싸’다. 그러나 비싸게 매겼더라도 끝까지 옮겨야 하지 않나? 프랑스판은 읽기 버거워 영어판을 살 수 있나 살피지만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프랑스판 겉그림은 구경할 수 있네. 여태까지 여섯걸음이 나왔다는데, 《마르지 3∼6》은 끝내 안 옮긴 채 슬그머니 구렁이 담넘이를 할 듯싶다. 진작에 끊어진 판도 다시 나올 낌새가 없고, 다시 내더라도 책값을 또 얼마나 올려붙일는지 끔찍하다. 1979년에 태어났다는 마르지가 살아온 그곳 모습하고, 1975년에 내가 태어나서 살아간 이곳 모습이 비슷하다. 비슷비슷하게 굶고 가난하면서도 잘 놀고 스스로 생각하고, ‘똑같은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꿈을 품으면서 너을거리는 나라 한켠에서 ‘바뀔 수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하루는 다들 매한가지이더라.


#MarziCompilations #MarzenaSowa #SylvainSavoia

2008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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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새 클래식그림씨리즈 3
존 제임스 오듀본 지음, 김성호 해설 / 그림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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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4.3.23.

숲책 읽기 222


《북미의 새》

 존 제임스 오듀본

 김성호 엮음

 그림씨

 2018.5.30.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눈으로 보아도 알아차리지 못 합니다. 마음을 기울이면 눈으로 안 보아도 알아차립니다. 마음을 쓰지 않으면 귀로 들어도 알아듣지 못 합니다. 마음을 쓰면 귀로 안 들어도 알아듣습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리 휙휙 달리는 버스에서도 길가나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하나하나 알아봅니다. 마음을 쓰는 사람은 왁자지껄하고 시끌벅적한 서울 한복판에서도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나무도 풀도 꽃도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안 기울이니 못 볼 뿐입니다. 뭇새는 노상 우리 둘레에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안 쓰니 못 알아챌 뿐입니다.


  큼지막한 판으로 시원스레 담은 《북미의 새》일 텐데, 2018년에 이르러 비로소 나온 한글판은 앙증맞습니다. 너무 조그맣게 내놓았구나 싶으나, 이렇게 나온 한글판이어도 고맙습니다. 다만 모든 그림을 싣지 않은 대목은 섭섭합니다. 섣불리 어느 그림을 빼고 덜고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 보여주면 됩니다.


  더 뛰어난 새가 없듯 더 뛰어난 그림이 없습니다. 한 땀씩 품을 들인 그림이고, 한 자락씩 옮긴 이웃숨빛입니다.


  존 제임스 오듀본 님이 담은 그림에 나오는 새는 우리나라가 아닌 북미에 깃드는 새입니다. 그런데 새한테는 나라가 없어요. 새는 나라를 두지 않습니다. 새는 푸른별을 두루 날아다닐 뿐입니다. 그래서 오듀본 님이 담은 새를 바라보노라면, 우리나라를 스쳐 지나는 새를 찾을 수 있고, 그저 하늘을 가르고 바다를 건너고 들숲에 내려앉아서 둥지를 짓는 새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다 다른 뭍이어도 나란히 만납니다. 다 다른 바다여도 나란히 맞닿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별이라는 얼거리로 마주하면서, 같이 살림하는 터전이라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오듀본 님이 새를 이웃으로 삼으면서 눈빛과 손빛과 마음빛을 북돋운 뜻을 알아보겠지요. 새를 이웃으로 두기에 사람답고, 새가 이웃인 줄 모르기에 사람다운 빛을 잃습니다.


ㅅㄴㄹ


오듀본은 관찰한 내용을 빠짐없이 그림으로 그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형태로 간직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9쪽)


오듀본은 야생의 새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싶어 했다. 따라서 새의 행동과 생태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게 되었고, 마침내 새의 이동에 관한 비밀도 밝혀낸다. (10쪽)


켄터키에 돌아온 오듀본은 200점이 넘는 작품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폐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쥐가 갉아먹은 것이다. 한 달 가까이 실의에 빠져 있던 오듀본은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다시 새를 그리되, 더 잘 그리기로 마음먹으며 말이다. (12쪽)


오듀본은 497종의 새를 실물 크기로 담은 그림 435점을 동판에 새겨 제작했다. (17쪽)


《조류학 일대기》를 펴내고 2년이 지난 1841년, 오듀본은 미국으로 돌아온다. 1840년에서 1844년에 걸쳐 오듀본은 65개의 도판을 추가하여 옥타보 판형의 《북미의 새》를 출간한다. (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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