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슈퍼 22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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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4.3.10.

별에서 오고 별로 가다


《드래곤볼 슈퍼 22》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2.20.



  《드래곤볼 슈퍼 22》(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4)이 한글판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 3월 1일에, 토리야마 아키라 님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1955년에 태어나 2024년까지 그림꽃에 불꽃을 태운 삶길입니다. 일본판은 스물석걸음까지 밑글을 대고 그림결을 손보았다는데, 그 뒤로 더 나올는지, 아니면 이제 멈출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드래곤볼》 이야기는 손오공이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새로 잇는) 싸움판을 마치고서 하늘을 날다가, 너무 졸려 하품을 하고는 미르 등을 타고서 잠드는 대목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오공은 스스로 ‘넷째 구슬’이 되어 몸을 벗고서 사라집니다.


  여태 나온 《드래곤볼 슈퍼》는 뒷이야기나 곁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드래곤볼》은 푸른별을 바탕으로 이웃별하고 얽힌 실타래를 짚는 얼거리라면, 《드래곤볼 슈퍼》는 ‘푸른별을 품은 누리’하고 ‘온별을 품은 누리’가 만나는 길목을 짚는 얼거리라고 하겠습니다.


  온누리나 온별누리에 푸른별만 있다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한참 바보이거나 눈감은 삶이겠지요. 생각해 봐요. 푸른별에 깃든 사람은 개미가 걷는 소리를 못 듣고, 코끼리가 쿵쿵 찧는 소리라든지 고래가 헤엄치는 소리를 쉬 알아채지 못 합니다. 푸른별도 언제나 스스로 돌고 해를 빙그르르 도는데, 이 별이 돌면서 내는 소리를 못 듣습니다. 고작 이곳에 있는 빛줄기(가시광선) 테두리만 보거나 느낄 줄 알지만, 막상 이곳 빛줄기조차 두루 못 읽고,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는 아예 느끼지도 못 하기 일쑤입니다.


  《드래곤볼》에 늘 나옵니다만, 손오공을 비롯한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주먹을 날릴 적에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하나도 못 보고 못 느낍니다. 대단히 빠르니까요. 눈을 깜짝 하는 사이에도 주먹을 숱하게 주고받지만, 이를 알아볼 줄 아는 눈은 드물어요. 푸른별 사람은 언뜻 보면 하찮다 싶을 못난이라 할 테지만, 곰곰이 보면 ‘싸우는 재주’는 뒤떨어지더라도, 이 별을 사랑하는 마음은 온누리와 온별누리에서 으뜸이라 여길 만합니다.


  푸른별은 싸움별이 아닌 사랑별입니다. 손오공은 왜 푸른별을 지키고 싶을까요? 바로 이곳에서 사랑을 처음으로 배우고 느끼고 보았고 알았거든요. 아무리 빼어난 솜씨라 하더라도 사랑에 앞설 수 없습니다. 사랑이 없는 채 주먹힘만 내세우거나 돈과 이름을 거머쥐려는 얼뜬 무리를 박살내되,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은 손오공입니다. 손오공은 꼭두로 몹쓸 마음을 먹은 녀석조차도 ‘살려’서, 이이가 ‘스스로’ 사랑을 보고 깨달아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손오공하고 단짝동무로 어울리는 베지터가 잘 보여줍니다. 손오공이 누구보다도 훌륭히 싸우고 벼릴 수 있던 바탕이라면, 처음 이 별에 떨어지던 날 갓난둥이를 거둔 할아버지가 물려준 사랑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고서 늘 되새기는 숨결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이러면서 동무를 반가이 맞이하고, 이웃을 따스히 품습니다. 작은 숨붙이하고 푸나무를 아껴요.


  《드래곤볼 슈퍼 22》은 베지터가 ‘마음닦기’를 하면서 거듭나는 줄거리를 살짝 다룹니다. 베지터는 이미 앞서도 ‘마음빛’을 다스리는 길을 배웠습니다. 몸만 다그치듯 갈고닦을 적에는 허물을 못 벗는 줄 몸으로 깨달은 베지터인 터라, ‘마음빛’을 다스리면서 ‘첫째도 둘째도 막째도 아닌’, 오직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길에 제대로 발을 담근다고 여길 만해요.


  별에서 온 아이가 별로 갑니다. 별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짠 아재가 스르르 눈을 감고서 별로 갑니다. 오래 싸운 손오공이 마침내 넷째 구슬로 녹아든 미르로 나아갔듯, 이제까지 바지런히 그림붓을 놀린 아재도 사르르 몸을 내려놓고서 풀꽃나무가 흐드러진 숲으로 날아갈 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 사랑이 있는 뜻을 곱씹을 일입니다. 사람은 풀꽃나무를 동무하고, 풀꽃나무는 사람을 이웃합니다. 사람은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로 활짝 웃고 춤춥니다.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는 사람들한테 노래를 베풀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서 빛납니다.


  오롯이 나아가는 빛인 사랑입니다. 온꽃으로 피어나는 사랑이기에 빛입니다. 떠난 분을 기립니다.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ㅅㄴㄹ


“아니, 우리는 이미 육체를 한계까지 단련했다. 우리는 놈들과 별 차이 없는 수준까지 연마했어.” “뭐? 정말?” “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 우리는 아직 힘을 사용할 때 낭비가 너무 많다.” (14쪽)


“레드리본군을 없애 달라고 빌면!” “…….”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나 보네요. 그럼 신룡에게 최고 장로님처럼 피콜로 씨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24쪽)


“아무리 적이라지만, 어린이를 유괴하는 건 찬성 못 하겠는데.” “과학자가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아 주겠나?” (48쪽)


“하지만 우리 아빠는 많이 바쁜데 날 찾으러 와 줄까?” “당연하지! 이런 상황에서 오지 않으면 내가 반쯤 죽여놓을 테다.” (60쪽)


“이봐, 2호. 저 녀석들, 정말로 악의 조직이겠지?”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헤도 박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잖아.”“그렇지.” (131쪽)


“넌 나쁜 녀석이 아니야. 멍청한 명령을 따르고 있을 뿐이지.” (135쪽)



#とりやまあきら #鳥山明 #とよたろう #ドラゴンボール超

+


베지터 왕에 의해 변경의 땅에 보내져 41년간 아버지와 힘든 삶을 보냈다

→ 베지터 임금이 구석퉁이로 보내 마흔한 해 동안 아버지와 힘들게 살았다

→ 베지터 놈이 끄트머리로 보내 마흔한 해 동안 아버지와 힘들게 보냈다

8쪽


원래 살던 별로 도망쳐 돌아간

→ 처음 살던 별로 돌아간

→ 예전 살던 별로 달아난

11쪽


또 이성을 잃을 뻔했지∼?

→ 또 넋을 잃을 뻔했지?

→ 또 마음을 잃을 뻔했지?

13쪽


변했네. 네가 명상 수련이라니

→ 바꿨네. 네가 마음닦기라니

→ 달라졌네. 네가 고요꽃이라니

13쪽


분노해선 안 되는 시합이 어떤 것인지 견학하도록 하세요

→ 불타선 안 되는 자리가 어떠한지 구경하세요

→ 둘끓어선 안 되는 판이 어떠한지 지켜보세요

16쪽


피콜로 씨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속빛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밑힘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뒷심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24쪽


미미하지만, 베지터의 움직임이 변했구나

→ 옅지만, 베지터 움직임이 바뀌었구나

→ 가볍지만, 베지터가 다르게 움직이는구나

34쪽


비협조적인 녀석이구만

→ 시큰둥한 녀석이구만

→ 딴짓하는 녀석이구만

38쪽


아무리 적이라지만, 어린이를 유괴하는 건 찬성 못 하겠는데

→ 아무리 놈이라지만, 어린이를 꾀는 짓은 못 봐주겠는데

→ 아무리 밉놈이라지만, 어린이를 낚는 짓은 안 되겠는데

48쪽


이건 오반을 각성시킬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 오반을 깨울 일일지도 몰라

→ 오반이 일어설 틈일지도 몰라

→ 오반을 틔울 수 있을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눈뜰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철들는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느낄는지도 몰라

50쪽


허를 찔렸을 뿐이야

→ 틈을 찔렸을 뿐이야

→ 속을 찔렸을 뿐이야

75쪽


이것이 네 전력인가

→ 네 힘은 이러한가

→ 넌 이렇게 싸우는가

→ 네 주먹은 이러한가

92쪽


비번 중에 미안하군. 긴급사태다

→ 쉬는데 부끄럽군. 바쁘다

→ 말미인데 끼었군. 일이 터졌다

101쪽


저 녀석들, 정말로 악의 조직이겠지?

→ 저 녀석들, 참말로 나쁜 무리이겠지?

→ 저 녀석들, 참으로 몹쓸 무리이겠지?

131쪽


너희 근신은 해제야! 피콜로 쪽에 가세하러 가!

→ 너희 그만 쉬어! 피콜로 쪽에 가서 거들어!

1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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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도 우리는
잔니 로다리 지음, 귀도 스카라보톨로 그림, 이현아 옮김 / 올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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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9.

그림책시렁 1373


《전쟁 속에도 우리는》

 잔니 로다리 글

 귀도 스카라보톨로 그림

 이현아 옮김

 올리

 2023.5.31.



  싸움이란, “너 죽고 나 살자”입니다. “내가 죽는다면 너도 좀 죽어야겠다”가 싸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숱한 사내는 싸움터에 몸받이로 끌려갑니다. 흔히 ‘총알받이’라 일컫는데, 저쪽이 쳐들어올 적에 목숨을 바쳐서 3분쯤 늦추라는 뜻으로 강원도 멧골짝에 잔뜩 욱여넣었어요. “하나하나 값진 사랑인 목숨”이 아니라, “나라에 목숨을 바치라는 젊은 사내”인 터라, 그야말로 수렁이고 죽음터이게 마련입니다. 고작 사흘 일찍 들어왔어도 윗내기가 되어 아랫내기를 내내 찍어누르고 밟아서 굴리는 데가 싸움터입니다. 예전에는 마구 때리고 괴롭히면서 푼돈조차 안 주는 판이었다면, 요새는 그나마 품삯을 조금은 쳐줍니다. 《전쟁 속에도 우리는》은 마흔 해가 훌쩍 넘은 이야기라지만, 오늘에도 새롭게 새길 만합니다. 다만, 어린이도 적잖은 어른도 “싸움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살갗으로 느끼지 못하더군요. 어린 사내가 앞으로 끌려가야 할 싸움터를 얼마나 두렵거나 무서워하는가를 모르는 분도 참 많고요. 무시무시한 발톱을 아이들한테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평화를 지키는 군대란 없”고, “전쟁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군대”만 있는 줄 어질게 일깨워서 모두 바꾸고 갈아엎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GianniRodari #GuidoScarabottolo

#Promemoria #Il secondo libro delle filastrocche


+


《전쟁 속에도 우리는》(잔니 로다리·귀도 스카라보톨로/이현아 옮김, 올리, 2023)


매일 해야 할 일이

→ 늘 해야 할 일이

2쪽


단정히 씻고

→ 깔끔히 씻고

→ 깨끗이 씻고

4쪽


두 눈 감고 잠을 청하며

→ 두 눈 감고 잠이 들며

→ 두 눈 감고 잠들어

14쪽


결코 하지 말아야 할

→ 하지 말아야 할

→ 해서는 안 될

20쪽


남을 해치지 않아요

→ 남을 밟지 않아요

→ 남을 깎지 않아요

→ 남을 때리지 않아요

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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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번째 아기양 베틀북 그림책 91
아야노 이마이 글 그림, 새잎 옮김 / 베틀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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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9.

그림책시렁 1374


《108번째 아기양》

 아야노 이마이

 새잎 옮김

 베틀북

 2007.11.15.



  아직 짝을 맺을 마음이 없던 무렵에도 어린이노래를 으레 익히고 불렀습니다. 둘레에서는 “넌 아이는커녕 짝도 없는데 웬 동요를 부르냐?” 하고 핀잔했습니다. “제가 앞으로도 혼자 살는지, 짝을 맺어도 아이를 안 낳을는지 모르지만, 어린이가 읽는 낱말책을 엮는데, 어린이노래를 즐기고 불러야지요. 무엇보다도 어린이노래는 줄거리도 가락도 아름다워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108번째 아기양》을 뒤늦게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던 무렵에는 이 그림책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림님 다른 그림책은 진작에 읽었으나, 벌써 작은아이가 열네 살이 훌쩍 지난 2024년에서야 폅니다. 두 아이가 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엉덩춤에 같이 노래하던 무렵에 알았다면 신나게 읽고 염소 그림을 척척 빚었을 텐데 하고 돌아봅니다. 그렇지만 모든 그림책은 아이한테만 읽히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쉰이나 일흔이 넘어도, 아흔이나 온을 훌쩍 지나도, 마음을 달래고 다독이면서 밝히는 빛을 누리려고 읽습니다. 이제 자장노래가 없어도 될 우리 집 아이들이지만, 이따금 자장노래를 읊습니다. 자장노래는 어린이뿐 아니라 푸름이한테도 여느 어른한테도 이바지한다고 느껴요. 사랑을 담아서 노랫가락을 펴는 밤이란 고즈넉하며 곱습니다.


#The108thSheep #ImaiAyano #蜂飼耳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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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에레키테 섬 2 세미콜론 코믹스
츠루타 겐지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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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3.9.

만화책시렁 630


《모험 에레키테 섬 2》

 츠루타 겐지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8.7.15.



  쑥쑥 올라온다고 해서 ‘쑥’이고, 솔솔 오른다고 해서 ‘솔’입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껑충 오르지는 않아요. 쑥도 솔도 모든 풀꽃나무도 해바람비를 머금은 만큼 느긋이 오릅니다. 하루가 다르게 푸릇푸릇 오른다면, 그만큼 햇볕도 바람도 넉넉하고, 비가 드물어도 이슬이 싱그럽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날마다 새바람을 맞이하면서 무럭무럭 큽니다. 어른은 어른대로 하루하루 새노래를 부르면서 부쩍부쩍 자랍니다. 마음이 크는 대로 몸이 크고, 마음이 자라는 대로 몸이 넉넉합니다. 《모험 에레키테 섬 2》은 앞선 첫걸음 못지않게 줄거리가 딱히 없습니다. 미끈한 몸매인 아가씨가 날개를 타고 숨은섬에 찾아들고서 골목길을 누비는 그림을 빼곡하게 보여줍니다. 참 허전합니다. 붓솜씨만 보입니다. 옆나라에서 흔히 쓰는 한자말 ‘모험’인데, 우리로 치면 ‘놀이’나 ‘마실’입니다. 그저 놀러다닙니다. 가벼이 드나듭니다. 슬쩍 고갯마루를 넘을 때가 있고, 살며시 뛰어들어 들랑거리기도 합니다. 허허바다 한켠에도 숨은섬이 있을 테고, 너른숲 복판에도 숨은굴이 있어요. 구름도 푸나무도 기나긴 해를 살며 똑같이 돋거나 자란 적이 없습니다. 늘 새로운 들숲바다인데, 어떤 새나 풀벌레도 길그림 하나 없이 호젓이 누빕니다. 틀에 매이니 못 놀고 못 봅니다.


ㅅㄴㄹ


“도착하는 데 3년 걸렸는데 용무는 3시간 만에 끝났네.” (125쪽)


“일은 끝났고, 이제부터는 모험이야. 모험에 필요한 것은 캠프와 식량!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139쪽)


#つるたけんじ #鶴田謙二 #冒?エレキテ島


+


《모험 에레키테 섬 2》(츠루타 겐지/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8)


오늘은 여기에서 비바크해야지

→ 오늘은 여기에서 들밤 해야지

→ 오늘은 여기에서 길잠 해야지

→ 오늘은 여기에서 바람살이

16쪽


꽤나 빠른 속도로 흘러간단 말이지, 해류란 참 재미있어

→ 꽤나 빠르게 흘러간단 말이지, 바닷결은 참 재미있어

→ 꽤나 빠르게 흘러간단 말이지, 바다란 참 재미있어

25쪽


이런 데서 전파를 잃어버리면 큰일인데

→ 이런 데서 빛결을 잃어버리면 큰일인데

→ 이런 데서 빛물결 잃어버리면 큰일인데

28쪽


고도를 높이지 말고 그대로 접근했으면 좋았을걸

→ 높이지 말고 그대로 다가갈걸

→ 높이 솟지 말고 그대로 들어설걸

45쪽


소포를 배달하고 싶을 뿐이라고요

→ 꾸러미를 나르고 싶을 뿐이라고요

→ 보따리를 돌리고 싶을 뿐이라고요

46쪽


도착하는 데 3년 걸렸는데 용무는

→ 오는 데 세 해 걸렸는데 볼일은

→ 닿는 데 세 해 걸렸는데 일감은

125쪽


뭐니 뭐니 해도 지도

→ 뭐니 뭐니 해도 길그림

→ 뭐니 뭐니 해도 길짜임

140쪽


이제 비상식량도 바닥났고

→ 이제 곁거리도 바닥났고

→ 이제 밑거리도 바닥났고

1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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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창비시선 402
이근화 지음 / 창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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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8.

노래책시렁 410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이근화

 창비

 2016.9.30.



  포근포근 숨결이 깃든 노래로 새봄을 맞이합니다. 지난해하고 올해에는 첫봄 길턱에 비날을 잇습니다. 앞으로도 이즈음이 비날로 길게 이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온나라가 하도 매캐하니까요. 철바람이 바뀌면서 옆나라에서 먼지바람이 날아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 내뿜는 모진 먼지바람도 대단합니다. 부릉부릉 그만 달리지 않는다면 파란하늘을 잃을 수 있습니다. 날개를 덜 띄우거나 멀리하지 않는다면, 참말로 푸른들까지 잃을 만합니다.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를 읽는데, 오늘날 숱한 글자락도 서울을 닮는구나 싶습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만 해도 고장마다 다 다르게 글꽃이 피어났다면, 이제는 그냥그냥 서울글입니다. 낮에도 땅밑이 넓고 훤한 서울이고, 밤에도 여기저기 번쩍거리는 서울입니다. 어디서나 쏟아지는 사람물결이고, 서울곁에서 일자리를 오가면서 고단한 사람바다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울에 매이는 삶이자, 온통 서울바라기인 얼개이니, 글 한 줄도 서울노래일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은 밥을 먹여 주지 않아요. 서울은 돈벌이가 될는지 몰라도, 해랑 바람이랑 비를 누리는 터전이 아닙니다. 무엇을 머금으면서 글줄을 여밀 적에 스스로 빛날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곧 쓰레기가 될 이 비닐장갑은 / 우주선의 이름 같다 / 이백매인지 아닌지 세어보지 않겠지만 / 미아가 될 우주선의 운명처럼 / 내 손은 이백번씩 / 투명하게 빛날 것이다 (코맥스 200/12쪽)


당신의 입술은 회색 / 쉭쉭 바람 소리가 난다 / 당신의 말은 달콤해 / 내가 스르르 넘어간다 (요양원/22쪽)


+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이근화, 창비, 2016)


버려진 분홍 땡땡이 팬티

→ 버린 배롱빛 물방울 속옷

→ 버린 배롱빛 알록 속옷

8쪽


오늘 나의 산책과 명상에는 무늬가 없다

→ 오늘 나는 무늬가 없이 걷고 고요하다

9쪽


한권의 책이 나를 낳았다

→ 책 하나가 나를 낳았다

14쪽


옥수수알들이 옥수수를 향해 결의하듯이

→ 옥수수알이 옥수수한테 곱새기듯

→ 옥수수알이 옥수수한테 다짐하듯

24쪽


우리의 발걸음이 더 아름다워진 걸까

→ 우리 발걸음이 더 아름다울까

→ 우리 발걸음이 더 아름다운가

30쪽


머리카락이 돋았다 그것도 나의 것이다

→ 머리카락이 돋았다 바로 나이다

35쪽


빗줄기가 알고 있는 당신의 어깨를 내가 모르니까 더 즐거운 것 같다

→ 빗줄기가 아는 그대 어깨를 내가 모르니까 더 즐거운 듯하다

41쪽


누군가의 심장을 뚫지 않아도 좋았다

→ 누구 가슴을 뚫지 않아도 기뻤다

→ 누구 마음을 뚫지 않아도 반가웠다

44쪽


이별을 고하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 헤어지자는 사내를 만났습니다

→ 손을 흔드는 이를 만났습니다

60쪽


비행기에 몸을 싣고 불행의 씨앗들을 날리며

→ 날개에 몸을 싣고 고된 씨앗을 날리며

→ 날개에 몸을 싣고 동티 씨앗을 날리며

103쪽


재가 너의 향기가 되는 죽음 위에 눈사람이 서 있다

→ 재가 네 내음인 죽음에 눈사람이 선다

→ 재가 네 냄새인 죽음에 눈사람이 있다

105쪽


천변은 가지런히 정리가 되었지만

→ 냇가는 가지런히 다듬었지만

→ 물가는 가지런히 손보았지만

11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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