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 한국 페미니즘의 기원, 근우회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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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5.

읽었습니다 40



  마땅하지만, 모든 삶은 저마다 그리고 누려서 나눕니다. 좋은 모습도 나쁜 모습도, 궂은 모습도 반가운 모습도 남이 베풀거나 시키지 않아요. 이 모든 모습은 우리가 스스로 그려서 짓습니다. 바보스러운 몸짓고 슬기로운 매무새도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짓습니다. 그러니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기쁘게 어우러질 길을 그린다면, 바로 오늘부터 천천히 새빛을 펼 만합니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는 캄캄한 총칼나라에서 새빛을 한 줄기씩 스스로 지어서 펴려고 한 순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순이’입니다. 순이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궁금해요. 그러면 지난날 총칼나라에서 ‘돌이’는 뭘 했을까요? 오늘날 돌이랑 순이는 뭘 할까요? 순이하고 돌이는 서로 싸워야 할 남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슬기로이 사랑을 찾아서 아름길을 나란히 걸어갈 사이일까요? 위가 있으면 반드시 아래가 있고, 왼쪽이 있으면 꼭 오른쪽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이 있으면 얄궂은 모든 찌꺼기는 사라지더군요.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이임하 글, 철수와영희, 2021.8.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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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삶은 차곡차곡 - 사카베 히토미 그림 에세이
사카베 히토미 지음 / 웃는돌고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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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5.

읽었습니다 78



  그림은 그림이고, 글은 글입니다. 밥은 밥이고, 옷은 옷입니다. 그림을 그리기는 어려울까요? 글을 쓰기는 힘들까요? 밥솜씨가 없나요? 옷짓기는 아예 엄두를 못 내는가요? 남하고 나를 견주려 들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그림을 하루아침에 그려내야 하지 않습니다. 글을 뚝딱 하고 쏟아내야 하지 않아요. 밥집을 차려 어마어마한 사람을 먹여야 하지 않고, 눈부신 옷을 지을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오늘을 헤아리면서 그림도 글도 밥도 옷도 손수 찬찬히 지어서 누리고 나누기에 웃음꽃입니다.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을 읽었습니다. 글님이 내놓은 그림책을 읽었기에 글책이 궁금했습니다. ‘글을 못 쓰지는 않구나 싶’으나 ‘힘을 빼면 나을 텐데’ 싶고 ‘바닷물이며 냇물에 가만히 몸을 담갔다가 바위에 조용히 몸을 눕히고 눈을 감은 채 해바라기를 해보’고서 붓을 쥐면 어떠하려나 하고 느낍니다. 이뿐입니다. 붓을 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요.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사카메 히토미 글·그림, 웃는돌고래, 2017.10.1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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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10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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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4.

읽었습니다 77



  처음 나올 적에는 이렇게 그림꽃을 펴니 새삼스럽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어쩐지 갈수록 마음이 가지 않으나 《와카코와 술 10》을 읽었습니다. 술을 싫어하지는 않으나 술맛을 찾는다거나 술멋을 부리는 길은 달갑지 않거든요. 맛있는 술을 찾는다거나 멋진 술집을 찾을 생각이 아예 없습니다. 밥을 차려서 아이들하고 나누지만, 맛밥을 차릴 생각이 터럭조차 없고, 맛집을 찾아나설 뜻마저 없어요. 스스로 밥차림을 건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언제나 손수 밥짓기를 노래하며 누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와카코와 술》이 얄궂지는 않습니다. 술순이(술을 사랑하는 순이)가 혼자 서울살이를 하며 낮이건 저녁이건 혼술을 누리면서 고단한 몸을 풀어내는 줄거리는 돋보입니다. 다만 이 줄거리를 끝없이 펴느라 자꾸 맛술에 맛집으로 헤매는 얼거리는 시큰둥해요. 같은 그림님이 여민 《행복한 타카코 씨》를 오히려 꾸준히 길게 그릴 적에 ‘술순이 이야기’를 한결 빛낼 만하다고 느낍니다.


《와카코와 술 10》(신큐 치에 글·그림/문기업 옮김, AK comics, 2018.1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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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 상점 2 - 완결
카니탄 지음, 김서은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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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4.

읽었습니다 76



  두걸음으로 짤막하게 끝낸 《개굴 상점 2》을 읽었습니다. 줄거리를 억지로 늘이지 않아서 산뜻하지만, 이야기를 조금 더 부드러이 풀어내면서 어린이가 보아도 될 만큼 가다듬으면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풀어내면 대여섯걸음이나 열걸음 즈음 이야기를 이을 수 있어요. ‘개굴지기’ 아저씨하고, 푸른순이가 맺는 새길을 상냥하게 엮으면 얼마든지 하루하루 새삼스럽게 피어나는 살림꽃을 펼 만합니다. 글책이건 그림책이건 그림꽃책이건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를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수수한 줄거리를 바라보는 눈빛을 가다듬을 노릇이요, 수수한 삶을 사랑하는 손길을 추스를 노릇이에요. 엄청나거나 놀랍거나 드문 줄거리를 찾을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짓는 살림을 그리고, 스스로 나누는 사랑을 펴면 모든 책은 다 아름답습니다. 스스로 짓는 살림이 없이 구경만 하는 줄거리이기에 따분합니다. 스스로 나누는 사랑이 없이 살부빔이나 겉치레로 흐르니 억지스러워요.


《개굴 상점 2》(카니탄/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5.30.)


ㅅㄴㄹ

#かわずや #蟹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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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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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3.

읽었습니다 75



  문득 생각해 보니, 지난날 우리나라 어린이책은 으레 시골아이가 노는 모습, 시골아이가 서울로 가서 겪는 고단한 나날, 서울아이가 쳇바퀴에 갇힌 채 헤매는 삶을 으레 담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어린이책은 으레 서울아이가 잿빛집(아파트)에서 부대끼는 모습, 배움터(학교)에서 괴롭거나 따돌리는 굴레, 가끔 바람쐬러 시골로 놀러가는 삶을 으레 담아요.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를 내건 《고양이 해결사 깜냥 1》를 읽고서, 이 책이 앞으로 쉰 해쯤 뒤에 태어나 자랄 아이한테는 어떻게 읽히려나 어림해 봅니다. 우리는 쉰 해 뒤에도 서울에 얽매여 잿빛집에 스스로 가둔 하루를 보낼까요? 땅을 밟지 않고도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삶이기에, 해바람비 없이 비닐집·유리집에 가둔 ‘스마트팜’에서 값싸게 사다 먹으며 ‘비건’도 되겠지요. 고양이가 고양이스럽지 않고 사람처럼 구는 줄거리란, 생각날개가 아닌, 서울살이(도시생활) 틀에 아이들 마음을 가두는 장삿길이로구나 싶습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1》(홍민정 글·김재희 그림, 창비, 2020.3.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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