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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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20.

읽었습니다 8



  그림님 이우일 님이 첫선을 보인 그림꽃(만화)부터 죽 지켜보았습니다. 투박하게 긋는 금으로 사람을 그리던 예전부터 몽글몽글 귀엽게 사람을 그리는 요즘까지 돌아보건대 ‘억눌린 채 바쁜 빛’이 퍽 드러나지 싶습니다. 《파도수집노트》는 억눌린 채 바쁜 빛을 이녁 스스로 바닷물하고 바람결로 씻어내 보고픈 마음을 살짝 드러냅니다. “살짝만 드러냈”으니 아쉬운데, “살짝이라도 드러냈으니 걸음마를 뗀 셈”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야 할 까닭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우리 마음빛을 사랑하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넉넉합니다. 조금 더 팔릴 만하다 싶은 글이나 그림이 아닌, 물결이랑 놀고 바람이랑 노래하는 하루를 누리면 넉넉해요. 이 책은 “구석에 숨긴 멍울을 조금 드러내”고서 슬그머니 넘어갔습니다만, 이러느라 멋을 자꾸 부리셨는데, 이다음에는 멋내기 아닌 살림하기를 노래하시기를 바라요.


《파도수집노트》(이우일 글·그림, 비채, 2021.9.1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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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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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20.

읽었습니다 7



  한때 ‘지식산업사 박경리 문학전집’을 거의 다 짝을 맞추었다가 모조리 헌책집에 내놓은 적 있습니다. 박경리 글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 줄 알지만,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롭게 짓는 사람으로서 이녁 글자락을 살필수록 ‘일본말씨·옮김말씨·일본 한자말’로 춤추는 책을 도무지 곁에 못 두겠다고 여겼습니다. 요새 박경리 님 책을 천천히 다시 삽니다. “박경리 글결이 얼마나 우리말씨답지 않은가를 이야기하”자니 되살 수밖에 없더군요. 《호수》란 이름으로 내놓았다가 《내 마음은 호수》로 이름을 바꾼 글을 읽으면서 줄거리나 엮음새도 1960∼70년대스러웠고 ‘왜 이렇게 우리말을 싫어하시나?’ 싶었습니다. 다만 이녁이 싫어한 말은 ‘돌이(남자)가 세운 먹물글’이었을 테지요. 그렇다면 ‘순이(여자)가 가꾼 살림말’로 글꽃을 지피셨다면 눈부셨을 텐데요. 아이를 낳아 돌보며 삶말을 온마음으로 물려준 순이사랑으로 글꽃을 여밀 줄 아는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박경리 글, 마로니에북스, 2014.8.1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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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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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20.

읽었습니다 6



  2021년 7월에 이어 10월에 제주책집에서 조촐히 마을 어린이하고 나누는 자리를 꾸렸습니다. 저는 아이들 곁에서 살며시 거듭니다. 제주에서도 시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언제나 지켜보며 사랑하는 뭇어른이 있고, 이 뭇어른 가운데 책집지기 여러분이 있기에, “관광지 제주”가 아닌 “마을 제주·시골 제주·섬 제주”라는 숨결로 “내가 태어나고 자라는 제주”를 그곳 아이들이 누리는구나 싶어요. 제주 어린이를 만나서 이끌고 이야기하는 일을 마치고서 여러 마을책집을 들르는 길에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다시 읽었습니다. 저로서는 ‘되다(성공)·안 되다(실패)’를 아예 생각조차 안 하면서 스스로 지을 삶길 하나만 바라보는 터라, 또 저는 ‘일’을 할 뿐 ‘직업’이 없이 사는 터라, 서울·제주를 오가며 돈을 벌고 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마음으로는 스미지 않았습니다. 글님이 조금 더 홀가분히 ‘직업 아닌 일’을 누리면서 ‘여행 아닌 놀이’를 마주하시기를 바라요.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요조 글, 마음산책, 2021.1.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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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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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20.

읽었습니다 5



  우리나라는 푸른별 여러 나라하고 참 다릅니다. ‘우리나라’란 낱말을 쓰고 ‘우리말’이란 이름이 있습니다. 나라(정부)에서는 ‘국어·한국어’를 섞어서 쓰는데, ‘국어’는 지난날 일본 우두머리가 이웃나라를 총칼로 짓밟으면서 퍼뜨린 낱말이요, ‘한겨레’를 한자로 옮겨 ‘한민족’인 터라, ‘한나라’란 이름을 안 쓰면서 얄궂게 퍼지는 ‘한국어’인 셈입니다. ‘우리말’이라 할 적에는 이럭저럭 쓰는 한자말도 아우르지만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은 안 아우릅니다. 《우리말 백과사전》은 ‘우리말’이라 내세우지만 막상 한자말을 지나치게 다루고, 글님 스스로 한자사랑을 밝힙니다. “한자말 백과사전”으로 고쳐야 어울리겠습니다. 중국에서 어떻게 이름을 붙였건, 인천내기는 ‘서해’란 말을 안 썼고 ‘황해’라고만 했습니다. 갯바다를 살아내지 않은 눈으로는 왜 ‘황해’인지 가름하지 못할 테지요. 모든 말은 붓종이가 아닌 살림손으로 지어서 가꾸고 나눕니다.


《우리말 백과사전》(이재운 글, 책이있는마을, 2016.11.1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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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한 소방관이 기억하는 그날의 기록
김강윤 지음 / 리더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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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19.

읽었습니다 4



  저는 돌봄터(병원)에 안 갑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돌봄터에 갈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돌봄낛(건강보험료)은 꼬박꼬박 빠져나갑니다. 앞으로도 돌봄터에 갈 까닭이 없을 텐데, 스스로 몸빛을 읽고 몸결을 살피며 몸차림을 가꾸는 하루입니다. 때때로 아프거나 앓으면 신나게 아프거나 앓아요. 아프거나 앓을 적에는 이 몸이 한결 튼튼하게 거듭나려는 뜻이라고 느껴요. 허물벗기랄까요. 낡은 몸을 내려놓고서 새롭게 빛나는 몸으로 가자면 아프거나 앓으면서 옛 몸을 털어야 합니다. 《레스큐》는 지킴이(소방관)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삶을 들려줍니다. 글님은 처음부터 글을 쓸 엄두를 안 내던 삶길이었다는데, 어느 날 문득 ‘내 삶은 내가 스스로 즐겁게 쓸 노릇’인 줄 깨달았다고 해요. 맞지요. 지킴이로 살지 않는 사람이 지킴이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옮기기보다는, 지킴이라는 살림빛을 돌보는 사람 스스로 이 돌봄길이란 무엇인가 하고 수수하게 풀어낼 적에 새롭게 깨어납니다.


《레스큐》(김강윤 글, 리더북스, 2021.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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