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의 화두 - 붉은악마와 촛불
김지하 지음 / 화남출판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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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7.

읽었습니다 26



  배움수렁(입시지옥)으로 얽매인 푸른배움터(고등학교)는 신동엽도 못 읽도록 막았지만, 이육사도 문익환도 김남주도 고정희도 김지하도 못 읽도록 책을 빼앗았습니다. 오늘날은 이럴 일이 없을 테지만, 1992년에는 버젓이 그랬습니다. 헌책집에서 《오적》이며 《남》 같은 글을 몰래 장만해서 숨겨 가며 읽는데, 서슬퍼런 칼날을 목에 대던 때에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이 땅에 있었네 싶어 놀랐습니다. 다부지면서 가녀린 손끝으로 어둠을 다독이는 글이었거든요. 이녁이 1991년에 쓴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이녁하고 곁님·아이들 모두 고단한 가싯길로 이끌었고, 왼날개·오른날개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었습니다. 서른 해가 지난 2021년에 문득 옛글하고 《살림》을 되읽었습니다. ‘죽음장사로 힘·돈·이름을 거머쥔’ 이들이 있고, 이들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검은장사로 힘·돈·이름을 움켜쥔’ 이들이 있어요. 둘은 목소리만 다를 뿐, 바탕은 똑같아요. 들꽃이 아닙니다.


《살림》(김지하 글, 동광출판사, 1987.9.25.)


ㅅㄴㄹ


- 당신들 자신의 생명은 그렇게도 가벼운가? 한 개인의 생명은 정권보다도 더 크다. 이것이 모든 참된 운동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당신들은 민중을 위해서! 라고 말한다. 그것이 당신들의 방향이다. 당신들은 민중에게 배우자! 라고 외친다.


- 당신들의 그 숱한 죽음을 찬미하는 국적불명의 괴기한 노래들, 당신들이 즐기는 군화와 군복, 집회와 시위 때마다 노출되는 군사적 편제 선호 속에 그 유령이 이미 잠복해 있었던 것이다. 당신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즐기며 반미를 외치고 전사를 자처하면서 반파쇼를 역설했다.


- 곁님 김영주 씨 이야기

https://www.donga.com/news/Society/New2/article/all/20120716/47788278/1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27/2011022701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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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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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3.

읽었습니다 31



  한자말 ‘차이·차별’을 뜯으면, ‘異·別’은 ‘다르다’이고, ‘差’는 ‘어긋·틈’입니다. 우리는 이 한자말을 어느 만큼 알까요? 우리말 ‘다르다·어긋나다·벌어지다’하고 ‘사이·틈·틈새’는 얼마나 아는가요? ‘가르다·가리다·긋다·금’이나 ‘나누다·자르다·치다’는 어느 만큼 헤아릴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 삶터에 떠도는 허깨비를 짚으려고 합니다. 다만 ‘차이·차별’을 뜯는 길에서 그치고 말아, 사람이 사람다이 나아갈 길까지는 다루지 않는구나 싶어요. “서로 다른” 줄 알면 “차별하지 않을”까요? “서로 다르다”고 여기기에 “차별하고 또 차별하”지 않나요? ‘나’하고 ‘남(너)’은 ‘다르다’지만, “보는 자리”가 다를 뿐, 바탕은 숨결이라는 빛이라는 대목으로 같아요. 서로 ‘사랑’일 적에는 사람다이 푸른숲입니다만, 사랑이 아닌 ‘다른(구분·구별)’ 길만 찾는다면 어느새 ‘차이·차별’에 빠져서 헤매는 쳇바퀴에 스스로 갇히더군요.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글, 창비, 2019.7.1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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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자면 맞춤법
박태하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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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3.

읽었습니다 32



  맞추어서 나쁠 일은 없습니다. 맞추기에 좋다고 합니다. 옷을 맞추어 입고, 자리에 맞고 차린다고 합니다. 듣는 쪽에 맞추기에 서로 부드러이 흐른다고 해요. 가만히 보니, 저는 으레 아이들하고 눈을 맞춥니다. 키높이도 맞추고, 손힘도 맞춰요. 아이들한테 안 맞춘다면 아이들이 힘들거든요. 아이들이 힘들면 저도 덩달아 힘듭니다. 그렇다면 ‘맞춤길(맞추는 길)’은 어느 눈을 살필 적에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요? 이름으로는 ‘맞춤’이지만, “틀에 맞추는” 분이 있고 “삶에 맞추는” 분이나 “사랑이며 어린이한테 맞추는” 분이 있어요. “어른한테 맞추”거나 “서울에 맞추”는 분도 많습니다. 《책 쓰자면 맞춤법》은 나쁜 책일 수 없습니다. 좋은 책일 테지요. 그러나 이 ‘좋은’ 책이 “글을 쓰는 사랑”을 다루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맞추어서 좋은 길”을 짚습니다만, “사랑으로 맞추고 숲이며 놀이에 맞추는 아이들 맑은 눈빛”이라면 참 아름다울 텐데요.


《책 쓰자면 맞춤법》(박태하 글, 엑스북스, 201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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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 함께 사는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요즘문고 1
우엉, 부추, 돌김 지음 / 900KM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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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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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짓다’하고 ‘만들다’는 결이며 길이 다릅니다. 요즈음 두 낱말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가리는 분을 좀처럼 못 만납니다. 제 어릴 적을 떠올리면, ‘만들다’란 낱말을 함부로 쓰면 마을 할배가 점잖게 타이르면서 “얘야, 그럴 적에는 ‘만든다’고 하지 않아. ‘짓는다’고 하지.” 하고 짚어 주었습니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을 읽으면서 세 사람이 서로 다르지만 비슷하게(그리고 똑같이) 어우러지는 하루를 돌아봅니다. 하나가 아닌 셋이니 세 목소리에 세 살림에 세 눈빛이기 마련입니다. 부딪히거나 다툴 일이 생길 만하고, 사이좋게 얼크러지면서 신나는 잔치를 펼 만해요. 집짓기란 뚝딱뚝딱 빨리 올리는 길하고 멀다고 느껴요. 집짓기란 삶짓기하고 살림짓기를 더한 하루짓기이지 싶습니다. 밥을 더 많이 먹어야 배부르지 않듯, 집을 더 크게 지어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마음을 기울여 즐겁게 수다를 펴면서 차근차근 짓기에 비로소 ‘살림집’으로 섭니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우엉·부추·돌김 글, 900KM, 2020.7.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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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이 미즈마루 -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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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2.

읽었습니다 23



  바쁘기에 못 한다고도 하지만, 이보다는 스스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하루이지 싶습니다. 힘들어서 못 한다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스스로 힘들다는 토를 붙이는 나날이지 싶어요.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사느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저는 “좋아하는 일”은 안 합니다. 누구를 좋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한때는 누구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이제는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살고, 보금자리를 이룰 뿐이에요. 예나 이제나 제가 하는 일이란 “사랑하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일은 그만두고서 사랑하는 일을 한달까요? 《안자이 미즈마루》를 읽는 내내 이 책을 지은 글그림님은 “좋아하는 일”이 아닌 “사랑하는 일”을 즐겁게 했다고 느껴요. 사랑을 품고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니 빛나겠지요. 사랑이 아닌 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겉멋이나 겉치레로 기울어요. 우리 삶은 늘 사랑을 바탕으로 하면서 즐겁게 노래하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안자이 미즈마루》(안자이 미즈마루·MOOK 편집부/권남희 옮김, 씨네21북스, 2015.5.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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