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편집자 : ‘엮는’ 사람은 엮는 ‘일꾼’일 뿐, 쥐락펴락을 하는, 이른바 ‘힘센이(권력자)’가 아니다. 그러나 힘센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다가 ‘좋은일’을 한다는 보람을 너무 내세우고 보면, 사람들한테 ‘좋은글을 알리는 좋은일’이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보면, ‘엮는’ 사람이 ‘짓는’ 사람을 타고 앉아서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기도 한다. 마치 농협하고 비슷한 얼개이다. 농협은 잇는 구실은 징검다리가 되어야 하는데, 흙을 짓는 이들을 타고 앉아서 샛돈을 거머쥐고 떵떵거리잖은가? 편집자는 자칫 농협 벼슬아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엮는 일꾼으로서 징검다리 몫을 즐겁게 할 때에 빛난다. ‘지어서 보내는’ 사람이 있기에 농협이 징검다리 노릇을 하고, 편집자도 독자 사이에서 징검다리 구실을 한다. 지어서 보내는 사람한테서 ‘받아서 엮을’ 수 있는 그 일을, 편집자 스스로 ‘심판자’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만 모두 힘들다. 편집자여, 심판자 아닌 일꾼으로 있어 주게나. 이녁한테 글을 지어서 보내는 우리는 이녁이나 우리도 똑같이 ‘일꾼’으로 어깨동무하고픈 마음이지, 이쪽도 저쪽도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네. 2015.7.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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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비가 쏟아지는 날 : 아이랑 풀밭이나 마당에서 비를 흠씬 맞으면서 놀아 보자. 자전거도 비를 맞추면서 빗물로 씻어 주자. 비가 오는 날은 온 집이 다 씻는다. 지붕도 마당도 씻고, 나뭇잎도 풀잎도 씻는다. 하늘도 마을길도 씻지. 이렇게 다 씻 주는 비이니, 우리 몸을 아주 말끔히 씻을 만하리라. 더구나 몸을 씻는 사이에 마음까지 저절로 씻는다. 2010.9.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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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죽다 : 꿈에서 죽는 일이란, 우리가 낡은 틀을 하나 깨고서 새로 일어난다는 뜻이지 싶다. 꿈에서 죽는 일이 두렵거나 무섭다면, 꿈이기 때문에 우리가 안 바라는 일은 언제나 모두 그자리에서 바꿀 수 있으니, 꿈에서 안 죽고 싶으면, 아니 죽었더라도, 그 죽은 몸을 되살려 내면 되겠지. 참말로 꿈이기에, ‘아, 내가 죽었네?’ 하고 생각한 뒤에, ‘자, 그럼 죽은 몸을 살려 볼까?’ 하면서 스스럼없이 일으키면 어느새 ‘꿈에서 죽었던 몸이 새롭게 일어나서 움직이’곤 한다. ‘뭐야, 죽었잖아!’ 하고 슬퍼하거나 싫어하거나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하거나 미워하거나 꺼리면, 이 기운은 찝찝하게 이어간다. 누구나 꿈에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꿈에서 마주하는 죽음은, 우리 몸에 깃들던 시커먼 기운 가운데 하나를 고이 떠내보내는 일이니, 이 시커먼 기운이 사라진 마음을 찬찬히 돌볼 수 있도록 고요히 몸을 다스리면 좋으리라. 확 깨어나야 하는 일이 있기에 꿈에서 자꾸 죽는다. 2019.10.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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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 푸르게 우거진 곳에서 지내면 아이도 어른도 마음이며 몸이 확 달라진다. 푸르지 않은 곳에서 지내면 아이도 어른도 마음이며 몸이 또 다른 길로 확 달라지지. 어느 곳이 우리 넋을 푸르게 가꿀까? 어느 곳에서 우리 넋은 ‘안 푸르게’ 될까? 2011.8.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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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일 뿐 : 겪어 보면서 달라질까? 겪는대서 달라질까? 아니지 싶다. 겪기에 달라진다기보다, 이제 그만 겪고서 새로운 길을 겪는 쪽으로 갈 뿐 아닐까? 신물이 나도록 겪었어도 그 신물나는 짓을 끊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신물이 나는데에도 이 신물이 나는 마음으로도 거듭 겪는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겪지 않았는데에도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오늘 이 삶이 아닌 어제 그 삶에서 겪어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예전 삶에서 예전 몸으로 다 겪은 일은 굳이 이곳에서 다시 겪지 않겠지. 진보라느니 보수라느니 갈라서 툭탁거리지만, 이들 가운데 진보다운 진보나 보수다운 보수가 있는지 아리송하다. 둘 다 쇠밥그릇을 거머쥐고서 저희 자리를 얼마나 튼튼히 지키느냐 하는 담쌓기를 ‘해보는(겪는·경험)’ 길만 치닫지 싶다. 그들은 그들대로 그들 삶길이 수렁이나 벼랑인 줄 모를 수 있고, 그 수렁이나 벼랑이 오히려 짜릿짜릿하다면서 못 멈출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이 아닌 나는? 오늘을 본다. 새벽에 밝아 오는 빛을 본다. 바야흐로 깨어나서 노래하는 새를 만난다. 늦가을 마른풀은 매우 보드라워서 도무지 신을 꿸 수 없다. 맨발로 마른풀을 밟으면서 나무 곁에 선다. 감나무야, 넌 간밤에 무엇을 보았니? 모과나무야, 넌 지난밤에 어디를 돌아다녔니? 후박나무야, 넌 한밤에 어떤 별빛을 품었니? 내가 스스로 겪고 싶은 길이라면, 이 별에서 온갖 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면서 나무마다 나무다움을 살살 북돋우면서 아끼고 싶은 하루라고 느낀다. 2018.10.2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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