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편집자 : ‘엮는’ 사람은 엮는 ‘일꾼’일 뿐, 쥐락펴락을 하는, 이른바 ‘힘센이(권력자)’가 아니다. 그러나 힘센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다가 ‘좋은일’을 한다는 보람을 너무 내세우고 보면, 사람들한테 ‘좋은글을 알리는 좋은일’이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보면, ‘엮는’ 사람이 ‘짓는’ 사람을 타고 앉아서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기도 한다. 마치 농협하고 비슷한 얼개이다. 농협은 잇는 구실은 징검다리가 되어야 하는데, 흙을 짓는 이들을 타고 앉아서 샛돈을 거머쥐고 떵떵거리잖은가? 편집자는 자칫 농협 벼슬아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엮는 일꾼으로서 징검다리 몫을 즐겁게 할 때에 빛난다. ‘지어서 보내는’ 사람이 있기에 농협이 징검다리 노릇을 하고, 편집자도 독자 사이에서 징검다리 구실을 한다. 지어서 보내는 사람한테서 ‘받아서 엮을’ 수 있는 그 일을, 편집자 스스로 ‘심판자’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만 모두 힘들다. 편집자여, 심판자 아닌 일꾼으로 있어 주게나. 이녁한테 글을 지어서 보내는 우리는 이녁이나 우리도 똑같이 ‘일꾼’으로 어깨동무하고픈 마음이지, 이쪽도 저쪽도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네. 2015.7.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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