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경험일 뿐 : 겪어 보면서 달라질까? 겪는대서 달라질까? 아니지 싶다. 겪기에 달라진다기보다, 이제 그만 겪고서 새로운 길을 겪는 쪽으로 갈 뿐 아닐까? 신물이 나도록 겪었어도 그 신물나는 짓을 끊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신물이 나는데에도 이 신물이 나는 마음으로도 거듭 겪는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겪지 않았는데에도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오늘 이 삶이 아닌 어제 그 삶에서 겪어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예전 삶에서 예전 몸으로 다 겪은 일은 굳이 이곳에서 다시 겪지 않겠지. 진보라느니 보수라느니 갈라서 툭탁거리지만, 이들 가운데 진보다운 진보나 보수다운 보수가 있는지 아리송하다. 둘 다 쇠밥그릇을 거머쥐고서 저희 자리를 얼마나 튼튼히 지키느냐 하는 담쌓기를 ‘해보는(겪는·경험)’ 길만 치닫지 싶다. 그들은 그들대로 그들 삶길이 수렁이나 벼랑인 줄 모를 수 있고, 그 수렁이나 벼랑이 오히려 짜릿짜릿하다면서 못 멈출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이 아닌 나는? 오늘을 본다. 새벽에 밝아 오는 빛을 본다. 바야흐로 깨어나서 노래하는 새를 만난다. 늦가을 마른풀은 매우 보드라워서 도무지 신을 꿸 수 없다. 맨발로 마른풀을 밟으면서 나무 곁에 선다. 감나무야, 넌 간밤에 무엇을 보았니? 모과나무야, 넌 지난밤에 어디를 돌아다녔니? 후박나무야, 넌 한밤에 어떤 별빛을 품었니? 내가 스스로 겪고 싶은 길이라면, 이 별에서 온갖 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면서 나무마다 나무다움을 살살 북돋우면서 아끼고 싶은 하루라고 느낀다. 2018.10.2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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